[오리진] 20억년 전 바위에서 살아 있는 미생물 발견
일본 도쿄대 연구진, 남아공 북동부서 발견
세포분열 주기 이용해 수명 늘리는 미생물
지하 15m 아래에서 20억년 동안 묻혀 있던 미생물이 깨어났다. 생명체가 가장 오랫동안 산 기록을 19억년 가까이 갈아 치웠다. 지구 생명체의 탄생과 진화 과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요헤이 스즈키 일본 도쿄대 교수 연구진은 지난 2일 국제 학술지 ‘미생물 생태학’에 “20억년 전 생성된 바위 안에서 살아 있는 미생물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미생물이 발견된 지역은 약 1억년 전 해저 퇴적물 지형이다.
미생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명체다. 박테리아(세균), 곰팡이, 아메바가 대표적인 미생물이다. 미생물은 뛰어난 환경 적응 능력을 갖고 있다. 일반적인 동물이 살 수 없는 화산 지대니 심해, 지하 같은 극한 환경에도 산다. 그중 일부는 생명체가 탄생한 초기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갖추고 있다.
연구진은 과거 미생물의 흔적을 찾기 위해 남아프리카 북동부에 있는 화산암 지대에서 지하 15m 아래의 암석 시료를 채취했다. 화산암은 화산에서 분출된 마그마가 식어서 형성된 암석이다. 연구진이 찾은 지역은 20억년 전에 만들어진 화산암 지대다.
연구진은 암석을 얇게 자른 시료를 전자현미경과 형광현미경으로 관찰해 갈라진 틈에 살아있는 미생물들이 촘촘히 들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미생물은 세포 형태가 온전하게 보존돼 있었다. 연구진은 미생물이 살아 있으며 여전히 활동이 가능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또 땅속 바위 시료를 시추하는 과정이나 검사 과정에서 외부의 미생물이 섞여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도 확인했다. 미생물이 발견된 근처의 틈은 점토로 막혀 있어 유기체가 나오거나 들어갈 수 없었다. 스즈키 교수는 “지형이 만들어지던 시기 물 속에 있던 미생물이 갇혀 지금까지 보존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미생물은 지하 점토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며 생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지구 초기 생명체의 진화 과정과 외계 생명체를 찾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은 화성과 비슷한 환경을 갖추고 있어 화성도 지하에 미생물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잔은 밝혔다.
미생물은 극한 환경에서 서식할 때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세포 분열 주기를 조절한다. 세포 분열 주기는 최장 수천~수백만년까지 늘어날 수 있어 과거와 비슷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에 찾은 미생물을 연구하면 지구 초기 생명체가 가진 특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즈키 교수는 “깊은 암석 속 미생물은 진화 과정에서 매우 원시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유전자를 추출해 지구 초기 생명체와 진화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Microbial Ecology(2024), DOI: https://doi.org/10.1007/s00248-024-024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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