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정도전 삼봉집 제14권 조선경국전 하(朝鮮經國典 下) /공전(工典) /창고(倉庫)
창고(倉庫)
나라에 3년간 쓸 저축이 없으면 그 나라는 나라가 아니다. 관자(管子)는,
“창고가 가득 차 있어야 예절을 안다.”
하였다. 창름(倉廩)과 부고(府庫)는 국가에 관계되는 바가 실로 중요한 것이다. 창고가 가득 차 있느냐, 비어 있느냐 하는 것은 저장 관리를 신중히 하느냐, 못하느냐와 수입을 헤아려서 지출을 하느냐 안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모든 창고의 명칭은 전조의 옛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광흥창(廣興倉)은 백관의 녹봉을 지급하기 위한 것이고, 풍저창(豊儲倉)은 국용(國用)을 저장하여 흉년과 뜻밖의 재변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고, 장흥창(長興倉)과 의창(義倉)은 빈민에게 곡식을 진대(賑貸)하기 위한 것이고, 의성고(義成庫)ㆍ덕천고(德泉庫)ㆍ내장고(內藏庫)ㆍ보화고(保和庫)ㆍ의순고(義順庫) 등은 내용(內用)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전조의 말기에는 권신(權臣) 이인임(李仁任)ㆍ임견미(林堅味) 등이 정권을 마음대로 하여 공사(公事)에는 손해되게 하고 사사(私事)에는 후하게 하는가 하면, 토지를 약탈하고 산야를 농락하였으며, 또 신우(辛禑)는 경비 지출이 무절제하고 내탕(內帑)의 재산을 모두 환관과 부인의 손에 귀속시켜서, 창고가 텅텅 비어 한 섬의 곡식도 저장되어 있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다.
우리 전하는 경계(經界)를 바뤄서 균전(均田)을 이룩하고 검소를 숭상하여 비용을 절약하며, 녹봉을 후하게 주어 사(士)를 권장하는 기풍이 있고, 태창(太倉)에는 오래되어 썩어나는 곡식이 있으니, 창고를 짓고 수리하는 것은 진실로 부득이한 일이다.
倉庫
國無三年之儲。國非其國。管子曰。倉廩實而知禮節。則倉廩府庫之於國家。關係實重。其所以充實與虛竭。在乎愼其蓋藏。量入爲出之如何耳。國家凡諸倉庫之名。皆因前朝之舊。曰廣興。所以支百官祿俸。曰豐儲。所以儲國用。備凶荒不虞之災。曰長興。曰義倉。所以賑貸於貧乏者也。曰義成。曰德泉。曰內藏。曰保和。曰義順等五庫。所以供內用也。前朝之季。權臣李仁任,林堅味等用事。瘠公肥私。攘奪士田。籠絡山野。而又辛祦用度無節。帑藏皆歸於宦寺婦人之手。以至倉廩空竭。幾無儋石之儲矣。惟我殿下。正經界而均田。崇儉素而節用。重祿有勸士之風。太倉有紅腐之粟。則其所以營造修葺。誠有不獲已者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