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1인당 150만원" 믿는다…정치불만이 소환한 허경영
차라리 "1인당 150만원" 믿는다…정치불만이 소환한 허경영
“정치가 예능보다 웃기다.”
[view] 정치 불만이 키운 정치 이단아
2007년엔 결혼 1억 저출산 공약
이번엔 국민 1인당 월 150만원
“결혼·출산때 돈 주는 건 투자지만
가만있는 청년 주는 건 포퓰리즘
퍼주기 복지로만 가면 나라 망해
정당 없애고 의원 100명만 뽑아야”
실제로 허경영 대표가 이끄는 국가혁명배당금당(배당금당)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2일까지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4·15 총선 예비후보자 1948명 중 847명이 이 정당 소속이다. 더불어민주당(420명)과 자유한국당(443명)을 합한 것과 비슷하다. 정의당(48명), 바른미래당(24명), 새로운보수당(22명)보다는 압도적으로 많다. 자유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국회의원 후보로 등록하려면 1500만원 기탁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중앙당의 조직적 지원은 힘든 구조"라며 "범상치 않은 현상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배당금당은 최근 유튜브에서도 화제다. ‘국민 1인당 월 150만원씩 지급한다’는 핵심 공약때문이다. 허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주식 배당금처럼 국가의 대주주인 국민이 당연하게 받아야 할 돈”이라며 “2007년 나의 공약을 베껴간 여야 정당의 포퓰리즘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 본인의 2007년 저출산 공약도 무상복지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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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주의 하늘궁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중인 허경영 국가혁명배당금당 대표. 강대석
- 월 150만원 지급이 더 큰 복지 아닌가.
허 대표의 주장은 사실상 기본소득의 개념과 같다. IT기업에 부가가치세를 걷어 국민에게 ‘기술 배당금(tech check)’을 주겠다는 앤드류 양(미국 민주당 대선경선 후보)이나 유전 수익을 기금으로 만들어 시민에게 나눠주는 미국 알래스카 주의 ‘원유 배당금(oil check)’이 비슷한 제도다. 문제는 재원 마련 방안이다. 만 19세 이상 국민 4323만 명(2019년 통계청)에게 월 150만원씩 주려면 연간 778조원이 필요하다.
- 재원 마련 방안은 무엇인가.
- 정치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개헌'도 이야기 했다.
![허경영 대표가 공개한 '국가혁명배당금당 33정책'[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2/03/e94c68f5-aaa7-4e1a-932b-24f57f4080cf.jpg)
허경영 대표가 공개한 '국가혁명배당금당 33정책'[연합뉴스]
- 이번 총선의 목표는.
'대의민주주의의 위기' 진단은 허 대표의 말이 맞다. 그러나 ‘허경영 현상’이 벌어지는 원인 역시 이 때문이다. 정당의 역할은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갈등과 균열을 찾아내 시민의 이익과 의사를 대변하는 것이다. 현대사회에는 젠더, 세대, 문화, 환경 등 복잡한 이슈가 존재하지만 기성 정당은 오직 ‘적폐’와 ‘종북’만 논한다. 다수 국민의 생활과 관계없는 이념적 이슈로 ‘그들만의 리그’를 펼친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정당 간 정책적 차이 없이 기득권만 대표하는 정치체제가 자리 잡으면서 서민과 노동 계급의 요구는 대표되지 않는다”며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기는 과잉 대표 집단과 대표되지 않는 집단 간의 균열”이라고 말했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이처럼 기성정치에 대한 불만과 실망이 정치 이단아인 ‘허경영’을 불러내고 있다. 김중백 경희대 교수(사회학)는 ‘허경영 현상’의 원인을 두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는 임계점에 달한 자본주의가 지속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회의다. 세계적 호평을 받고 있는 영화 ‘기생충’의 문제의식처럼 “심각한 불평등과 양극화로 자본주의는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 김 교수는 “현 체제에 불만이 높을수록 과격한 주장과 선동에 쉽게 매료된다”고 말했다.
둘째는 “지난 10여 년 간 무상복지의 확대로 시민들이 포퓰리즘에 길들여져 ‘허경영 공약’도 현실성 있게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실제로 2007년 그의 공약 중 저출산 정책(결혼 1억원, 출산 3000만원)과 노인수당(월 70만원)은 거의 실현됐다. 인천 연수구는 2018년부터 출산수상을 최대 3000만원까지 준다. 2014년 도입된 노인기초연금은 올해 30만원으로 상향됐다.
윤석만 사회에디터 겸 논설위원 sam@joongang.co.kr
하늘궁에 사는 허경영 "여야, 내 공약 뜯어가 흉내냈다"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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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주의 하늘궁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중인 허경영 국가혁명배당금당 대표. 강대석
허 대표는 ‘국민 1인당 월 150만원씩 지급’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면서 “다른 여야 정당의 복지 포퓰리즘과는 차원이 다르다, 국가에 투자한 국민에게 배당금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올 4월 총선에서 그의 목표는 ‘151석 확보’라고 했다. 현실성은 낮지만 유튜브를 중심으로 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소위 ‘허경영 현상’이 일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지난 21일 그의 거처인 경기도 양주시 하늘궁에서 단독 인터뷰했다. 그는 1997년부터 2차례 대선에 출마했지만 주요 일간지와의 정식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국가혁명배당금당의 예비후보 등록 현황을 보면 다른 정당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매우 획기적인 공약이다. 이 공약 때문에 예비후보가 많아졌다는 뜻인가.
![지난해 11월 국가혁명배당금당을 창당하고 2020년 총선 출마를 선언한 허경영 대표 [사진 페이스북]](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2/03/01921546-c63d-4f8d-aa55-ce93b6360213.jpg)
지난해 11월 국가혁명배당금당을 창당하고 2020년 총선 출마를 선언한 허경영 대표 [사진 페이스북]
- 신생 정당이 이렇게 많은 예비후보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중앙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개입을 한 것 아닌가.
-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원내 진입 가능성이 커진 것 아닌가. 3% 이상 득표할 수 있다고 보는가.
- 이번 선거에서 비례대표는 생각하고 있지 않나.
- 기성정치에 대한 불만이 ‘허경영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해석이 있다. 왜 인기가 있다고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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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주의 하늘궁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중인 허경영 국가혁명배당금당 대표. 강대석
- 공중부양과 축지법 같은 언행이 ‘예능인 허경영’ 이미지를 만들었다.
- 그러나 이런 이미지가 ‘정치인 허경영’에게는 부정적일 수도 있다.
- 2007년 대선에서 허경영 대표가 제시했던 공약 중 상당수는 현실이 됐다.
- 얼마 전 정의당도 청년수당 3000만원 지급 공약을 했다.
- 기존 정치에서 하는 것은 복지 포퓰리즘이고, 배당금당에서 제시한 것은 투자란 이야긴가.

허경영 대표가 살고 있는 하늘궁 본관. 강대석
- 일반적으로 말하는 ‘기본소득’은 복지정책과는 다른 개념이다.
- 다수의 복지예산을 없애고 기본소득으로 일원화하기 때문이다.
- 넓게 보면 ‘월 150만원 배당금’도 사실상 기본소득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 아닌가.
- 정치의 본질은 사회 갈등과 균열의 지점을 정확히 포착해 시민의 이익과 의사를 대변하는 것이다.
- 허 대표는 사회의 어떤 갈등과 균열을, 그리고 시민의 무슨 의견과 이해관계를 대의하려 하는가.
- 정치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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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헌 논의에서 기성 정치인의 대부분은 통치 구조를 말한다. 그런데 허 대표는
- 전 국민이 기본소득을 통해 중산층이 되는 중산주의 국가를 이야기 한다. 왜 그런가.
- 지난 하반기 한국 사회는 ‘조국 사태’를 겪으며 두 개의 진영으로 갈라졌다.
- 지금까지도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뉘어 시위를 한다. ‘조국 사태’의 본질은 무엇인가.
![허경영 국가혁명배당금당 대표. [사진 페이스북]](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2/03/3f5f8a4d-c5b2-4cc8-881e-78a5ed91c505.jpg)
허경영 국가혁명배당금당 대표. [사진 페이스북]
- 제시한 공약을 모두 실현하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든다.
- 그런데 재원 마련 방안 중엔 비현실적인 것들도 많다.
- 하늘궁 관광수입 연간 50조원, 양적완화 500조원 등은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 일각에서는 허경영 대표의 지지자를 일컬어 ‘신도’ 같다고 하고,
- 허경영 대표를 ‘교주’와 비슷하다고도 생각한다.
- “한반도는 지금까지 모든 정치와 종교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지도자를 기다렸다. 영적인 정신과 인간의 이성이 결합하는 시대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영혼과 기계가 결합하는 시대가 온다. 모든 게 통합의 사회로 갈 것이다. 앞으로 영적 지도자와 정치적 지도자도 결합을 하게 된다. 여기서 영적 지도자는 신을 숭배하는 그런 종교 지도자를 말하는 게 아니다. 보통 사람의 능력을 초월한, 권능을 가진 지도자를 말한다. 역사적 위기 때마다 그런 이들이 나와 세상을 구했다. 이순신 같은 사람들이다.”
- 많은 정책과 공약을 내걸었다. 이를 돕는 싱크탱크가 있나.
- 끝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민주당·한국당 누른 예비후보 등록 1위… '허경영당'에 무슨 일이
[아무튼, 주말] 국가혁명배당금당 신드롬

"여보세요. 제가 빚이 많아 힘든데요, 빚 갚아 줍니까?"
주요 정당 당사가 입주해 있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지난 3일, A빌딩 6층에 들어서자 붉은색으로 된 '국가혁명배당금당'이라는 글자가 먼저 보였다. 빨간색 카펫을 밟고 한쪽 구석으로 들어가니 가로세로 1m 남짓한 남성 정치인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천장의 황금빛 조명이 그 초상화를 밝게 비췄다. 사무실 바닥은 강화 마루, 책상이나 의자 역시 고급 무늬로 장식돼 있었다. 오명진 대표실 실장은 "모든 국민이 잘살자는 취지로 화려하게 꾸몄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자유한국당 당원이었다.
1시간 동안 "빚 갚아주는 게 맞느냐"는 전화가 꾸준히 걸려왔다. 학생이라고 밝힌 20대 남성, 부산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60대 여성… 일부는 자신을 신용 불량자라고 했다. 1시간 동안 걸려온 전화가 20통이 넘었다. 전화 안내원인 여성 자원봉사자 김모(55)씨가 답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이번 총선에서 151석을 차지하면, 빚을 한 차례 탕감해줍니다."
'국가혁명배당금당'은 제15·17대 대선에 출마했던 허경영(73)씨가 지난해 9월 만든 정당이다. 국가와 정치권을 혁명하고, 국민에게 배당금을 주겠다는 취지로 만든 이름이다. 허씨는 2008년 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2007년 대통령 선거 때 "과거 박근혜 후보와 결혼하기로 했다"는 '혼담설'을 퍼트려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였다. 그때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그 제한이 풀리자 다시 선거에 뛰어든 것이다. 그동안 각종 방송과 유튜브 등에 출연해 '축지법' '공중 부양'과 같은 얘기를 쏟아냈다. 대중의 관심을 끌기도 했지만, 때로는 조롱 대상이었다.
이례적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해 12월부터 21대 총선 예비 후보 등록이 시작되자, '배당금당'은 가장 많은 예비 후보를 배출한 당이 됐다. 선관위에 따르면 7일 기준으로 등록된 전체 국회의원 예비 후보자는 2056명. 이 가운데 883명이 국가혁명배당금당 소속이다. 원내 1·2당인 더불어민주당(438명)과 자유한국당(470명) 후보를 합친 것과 비슷하다.
김동주 국가혁명배당금당 기획조정실장은 "우리 당 공약이 국민에게 먹혀들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허씨의 강연이나 공약을 유튜브에서 보고 들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당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모두 33가지 공약을 내걸었다. 핵심은 연간 국가 예산의 50%를 절약해 20세 이상 국민 모두에게 1인당 150만원씩 '국민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또 결혼할 경우 1억원을 주고, 주택 자금도 2억원을 무이자로 지원한다. 신용 불량자에게는 한 차례 20년간 무이자·무담보 대출을 해줘 빚을 갚아준다. 유엔 본부를 판문점으로 옮기겠다는 공약도 했다. 당 관계자는 "우리가 국회에서 과반인 151석을 확보하면 모두 실현할 수 있는 공약이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다. 물론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젓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올해 총선은 제도가 바뀌면서 과반을 이루는 당이 나오기가 어려운 구조일 뿐더러, 공약들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져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지원자들은 공약이 실현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해 선거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아파트 경비원인 김모(58)씨는 신용 불량자지만 서울의 한 지역구에 예비 후보로 등록했다. 그는 "허 총재님 말씀을 들어보면 빚을 갚아준다는 공약 등은 실현 가능성이 있다. 신용 불량자가 여기저기 널려 있는데 정부는 딴짓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나 약사 등 비교적 상류층에 속하는 인사도 일부 있었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50여 년간 외과 의사를 했다는 박준영(83)씨는 "나라 예산을 제대로 아껴 쓰면 충분히 공약을 지킬 수 있다"며 "허경영 총재의 이념이 나의 철학과 들어맞기 때문에 입당해서 서울 종로구 선거에 나갈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강원도 속초에서 출마 예정인 약사 출신 조승리(59)씨는 "나야 죽을 때까지 먹고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지는 것을 보고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결혼설로 징역을 살았던 허씨의 과거 이력에 대해서도 "무전유죄 유전무죄에 따라 권력층이 형을 때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사회가 힘들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삶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영향을 끼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