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쪽진 어머니 머리 <갈대>
갈대는 물가에서 흔히 자라는 여러 해 살이 풀이다. 매우 귀하게 쓰이는 약초이지만 너무 흔하므로 그 중요성을 잊기 쉽다. 늪, 강기슭, 습지, 바닷가 기슭에서 떼지어 자라며 2~4m쯤 자라고 줄기의 속은 비어 있으며 잎은 30~50cm 정도된다. 꽃에 명주실 같은 털이 많이 덮여 있어 바람에 날아갈 때 장관을 이룬다.
갈 대
- 신 경 림 -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갈대꽃의 전설
어느 가을 하루, 젊은 머슴놈 하나가 산중턱 양지쪽 햇살을 받고, 비스듬이 지게에 걸터앉아서 멀리로 강줄기 물흐르듯 흐르는 하얀 굽이굽이 신작로길을 왠종일 그렇게 굽어보고 있더라 한다. 무지한 머슴은 가진 사념도 무지했던지라, 바람에 갈잎 부빚는 소리에 취하여 길 따라 달리고 싶은, 그저 천리래도 망아지처럼 달리고 싶은 사념을 그냥 그렇게 고삐 채 던져 두었다. 토끼눈을 한 석양에 불꽃 활활 타는 양으로 갈꽃이 펄럭일 때, 땅거미에 밀리어 하얗던 신작로길마저 생기를 잃었다. 푸른 소망만 불붙는 갈꽃 위로 한없이 증발할 뿐. 머슴놈은 이제 그만 빈 지게에 갈꽃 하나 꽂고 산을 내려 왔더라 한다. 등 뒤로는 하염없이 빈 가슴 부빚는 소리만 가-ㄹ 가-ㄹ 하더라 한다. 그래서 갈대꽃을 머슴꽃이라고 불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