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정치·시담록

"美 제국, 500년은 더 간다" / 중국 언제 붕괴?

이름없는풀뿌리 2015. 10. 2. 11:19

[Weekly BIZ] "美 제국, 500년은 더 간다"

  • 입력 : 2011.05.28 03:01

21세기 노스트라다무스’ 조지 프리드먼
프리드먼이 본 美·中·日·韓

"美 경제가 전세계 GDP 25% 차지
어느 나라도 영향 벗어날 수 없어…
中, 성장과 동시에 엄청난 문제 안아
浮上 아닌 붕괴부터 들여다봐야‥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급부상에 세상이 놀라던 2009년, "미 제국은 앞으로도 500년 동안 유지된다"는 책이 미국·일본·한국에서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미국 유명 군사정치전문가 조지 프리드먼(Friedman·62)이 쓴 '100년 후(Next 100 Years)'란 책이다. 그가 지난 1월 미국에서 '10년 후(The Next Decade)'란 제목의 후속작을 출간했다. 500년 영광을 이어갈 미 제국의 단기 전략을 다룬 내용이다.

프리드먼의 책은 한국 경제계가 의존하는 '중국 대망론'에 일정한 경고를 던진다. 중국은 수출 의존과 빈곤의 모순을 견디지 못하고 10년 내에 위기를 겪으며, 반대로 일본이 아시아 최대 파워로 재부상한다는 것이다. 이런 지형에서 미국은 제국의 안정을 위해 어떻게 중국과 일본, 아시아의 균형을 맞춰가야 할까?

블룸버그

지난 23일 텍사스주 오스틴의 사무실에서 만난 프리드먼은 '미국의 최종 목표'를 묻는 말에 "제국에 최종 목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국 자체가 최종 목표이기 때문이다. "제국을 이룬 미국은 다른 나라들 사이에서 힘의 균형을 잡음으로써 자신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군대를 보내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제국의 생존은 끝없는 이이제이(以夷制夷)에 달렸다." 그는 파격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미 제국은 일본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붕괴하는 중국을 돕고, 통일 한국을 강력한 파트너로 삼아 일본을 견제한다"는 것이다. 그는 통일 한국을 "가시(thorn)"라고 표현했다. "일본을 죽일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한 위협이 되는 존재"라는 얘기다.

미국에 대한 그의 신뢰는 확고했다. "미국은 세계 GDP의 25%를 차지한다. 중국, 일본, 독일을 합친 규모다. 한국을 비롯한 수많은 나라가 자국 GDP의 5~10%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의 해외 직접투자는 세계 해외 투자의 22.5%를 차지한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채무국이지만, 그 사실 자체로 미국은 세계 시장에서 또 다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누구도 미국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런 미국의 일극 지배가 끝나고 다극화 시대가 열린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실제로 일어나는 다극화는 미국을 제외한 일본, 중국, 독일 등 2위 이하의 리그에서 벌어지는 일일 뿐이다."

프리드먼은 170㎝가 조금 넘는 단단한 체구였다. 코넬대 정치학 박사 출신인 그는 1996년 루이지애나 주립대 교수를 그만두고 정치·경제·외교 싱크탱크인 '스트랫포(Stratfor·Strategic Forecasting의 약자)'를 열었다. 거대한 철문 속 사무실에는 직원 70여명이 칸막이로 나뉜 책상에서 정보를 취합하고 있었다. 10개국 언어를 구사하는 직원, 이라크·이란·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을 펼친 전직 러시아 대령도 근무하고 있다.

여기서 매일 발간되는 정세예측 보고서는 220만명이 돈을 내고 구독하고 있으며, 유료 회원 상당수가 금융맨들이다. 단기 투자가 금융시장을 지배하면서, 스트랫포의 일일 정보가 경제계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다. 오스틴 시내 그의 사무실 옆에는 JP모건&체이스 건물이 서 있다. 국방부 조간 브리핑에도 그의 보고서는 올라간다. 미국 언론은 그를 '그림자(Shadow) CIA'라고 부른다. 정치·경제·안보 분야에서 독자적이고 은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평가에서 나온 별명이다. 정세 분석의 적중률이 매년 80%에 달해 '21세기 노스트라다무스'라는 훈장 같은 별명도 달고 있다.

그는 왜 미국의 역량을 확신하고 중국의 붕괴를 말하는 것일까? 고령화·대지진으로 쇠퇴하는 듯한 일본의 위협적 재부상을 예측하는 것일까? 북한에 어떤 격변이 생겨도 한국의 역동적 국력이 유지될 것이란 낙관론은 어디에 근거하는 것일까?

미국의 군사정치 전문가인 조지 프리드먼이 그가 이끌고 있는 싱크탱크 스트랫포 사무실에서 세계 지도를 가리키며 10년 후 세력 판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말하고 있다./오스틴=김남인 기자

“미국이 몰락할 것이란 다른 나라들 믿음이 미국을 받치는 원동력이다”

미국인은 웃고 있지만 속으론 끙끙댄다
“당연히 최고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어쩌나…” 지지 않으려고 그들은 발버둥친다

―미국은 어떤 나라인가?

"미국은 제국에 대항해 혁명을 일으킨 첫 국가였다. 대영제국에 대한 독립선언은 대영제국이 아니라 제국이라는 아이디어 자체를 비판한 것이다. 미국은 자신이 현재와 같은 역할을 맡게 될지 예상치 못했다. 그래서 미국은 제국이 된 자신의 모습이 편치 않다. 사실 로마와 대영제국도 그랬다. 해상무역의 통제권을 확장하다 보니, 다른 나라들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많은 미국인들은 제국을 원하지 않는다. 비용도 부담스럽고, 증오의 대상이 되는 것도 싫다. 20년밖에 안된 힘이라 어떻게 다루는지도 잘 모른다. 많은 미국인들은 미국이 한국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제국을 포기하면 되는 것 아닌가?

"미국은 지금 모든 해상무역을 통제하고 있다. 여전히 세계 경제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물건을 사지 않고 저축에 열을 올리면 중국, 인도와 같은 나라는 어디에 물건을 팔 것인가? 한국도 마찬가지 아닌가? 한국은 왜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관심을 기울이는가? 미국의 거대한 경제적 파워 때문이다. 미국인이 좋든, 싫든 제국의 위치를 방기(放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은 지금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왜 당신은 그런 미국을 '앞으로도 세계를 지배할 유일한 대국'이라고 말하나?

"사람들은 늘 그렇게 말해왔다. 1970년대 베트남전 후 실업률이 치솟고 미국 경제가 불황에 빠졌을 때도 미국이 쇠락한다는 믿음이 지배적이었다. 1930년대 대공황 때도 그랬다. 1980년대 일본이 경제의 수퍼파워로 등극했을 때도 학자들은 일본이 미국을 이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런 믿음은 모두 깨졌다."

―2008년 금융위기도?

"역사상 네 번째 금융위기였을 뿐이다. EU에 비하면 잘 극복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런 믿음, '미국이 쇠퇴한다'는 믿음이 미국을 지금의 위치로 끌어올린 동력이라는 것이다. 쇠퇴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좌절감이야말로 미국인의 생존력이다. 미국인은 최고의 호시절이 늘 과거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미국인들은 낙천적이고, 미래지향적이라고 알고 있다.

"착각이다. 미국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미묘(subtle)하다. 미국인들이 자주 웃기 때문에 단순하고 행복하다고 비친다. 그렇지 않다. 난 헝가리에서 태어나 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그래서 미국을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인은 웃고 있지만 내면에는 불안(anxiety)을 안고 있다. '당연히 최고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어쩌나' 하면서 전전긍긍한다. 이는 미국 사회를 불행하게 하는 동시에 강력하게 만드는 요소다. 그래서 미국은 앞으로도 중국을 필요로 할 것이다. 과거에 소련과 일본이 필요했던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 우리를 압도할지도 모른다는 긴장을 미국 스스로 필요로 하는 것이다. 미국인의 영혼은 언제나 그런 불안을 찾아다닌다.

기억하라. 우리는 조상들이 다른 나라에서 실패해 이리로 온 사람들이다. 미국의 정신은 이민의 역사와 엮여 있다. 그래서 외부인에게 '우리는 실패자가 아니다'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 늘 중요했다. 내 경우 헝가리에서 살 곳이 없어 미국으로 왔다. 부모님은 교육에 열성을 쏟았다. 미국 이민자들은 고향 사람에게 성공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그것이 나를 여기까지 이끈 원동력이다. 미국으로 온 한국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 가장 큰 수모는 무엇인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이런 사람들이 모인 곳이 미국이다. 소련? 일본? 중국? 누구든 미국을 압도하면 안 되는 것이다."

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중국 10억명이 극빈층 폭발할 날 머지않아”

―중국을 어떻게 평가하나?

"부상(rise)이 아닌 붕괴(collapse)를 생각해야 한다. 중국은 잘해왔지만 동시에 많은 문제를 안게 됐다. 핵심은 가난이다. 6억명이 가구당 하루 3달러 미만의 벌이로 산다. 4억4000만명은 6달러 미만으로 산다. 13억명 중 10억명 이상이 아프리카처럼 가난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6000만명의 다른 중국이 있다. 연간 2만달러를 버는. 하지만 이것은 중국의 5% 미만이다. 진정한 중국이 아니다."

―진정한 중국은?

"중국은 내부 경제(internal economy)가 없는 나라다. 유럽과 미국이 제품을 사주지 않으면 존립하지 못 한다. 그래서 중국은 외부 세계의 인질이나 마찬가지다. 계층 사이에는 상당한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을 때는 이 문제를 다루기 쉽다. 그러나 더 이상 그렇게 못 한다. 임금이 전처럼 싸지 않기 때문에 수익성을 받쳐주지 못한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동하려고 하지만 미국·독일·일본·한국과 같은 쟁쟁한 나라가 버티고 있다."

―지금 중국의 위치는?

"1989년 일본과 같다. 일본은 눈부신 성장 뒤에서 금융 시스템이 붕괴하고 있었다. 지금 중국처럼 일본은 외국 자산을 사들였다. 중국의 성장 싸이클이 막바지에 달했다는 신호다. 국가마다 다른 해법을 찾는다. 일본은 성장률을 낮췄다."

―중국의 해법은?

"중국은 실업을 인내할 여력이 없다.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이동한 농민들이 일자리를 잃으면 사회를 불안정하게 한다. 이들의 원망을 가라앉히기 위해 중국은 6000만명에게 세금을 거둬 분배해야 할 것이다. 거둬들인 돈으로 군대의 충성은 유지할 수 있겠지만. 중국의 해법은 국민들을 억압하는 것뿐이다."

―10년, 그 이후의 중국은?

"10년 동안 중국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답을 구해야 한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마오쩌둥이 한 것처럼 나라를 폐쇄시킬 것인가? 아니면 20세기 중반처럼 지역주의와 불안정 패턴에 따를 것인가?"

AP

“일본의 무서운 단결력 아시아 최강 복귀할 것”

―일본을 높게 평가했는데.

"경제의 볼륨에서 중국과 동등하다. 국방력이 강하고 빈곤층이 적다. 일본은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해결할 능력이 있다. 단일국이다. (대지진에 나타났듯) 놀라운 단결력과 유대감을 갖고 있다. 한국도 그렇게 못 한다. 일본에는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강한 비공식적 사회 통제가 존재하는 고도의 응집 사회다. 경제가 크고, 교육 수준이 높고, 정부를 따르는 국민이 있는 나라가 왜 쇠퇴하겠는가?"

―저성장, 고령화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일본 경제가 정체된 20년을 '잃어버린 20년'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일본의 목표에 대한 오해다. 일본적 가치에 서양적 관점을 적용한 것이다. 일본은 기업의 이윤을 희생하면서 사회적 핵심 가치인 고용을 유지했다. 20년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가치를 보전한 것이다."

―지속 가능한가?

"일본도 더 이상 빚을 쌓아가며 가치를 보호할 수 없다. 일본 역시 경제와 사회 구조를 바꿔야 한다. 하지만 일본엔 압도적으로 유리한 조건이 있다. 중국처럼 빈곤 속에서 살고 있는 10억 인구가 없다는 것이다. 사회 불안 없이 긴축을 견딜 수 있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대지진 수습 과정에서 리더십의 문제가 노출됐는데.

"2차대전 때에 일본 리더는 '어떤 전략으로 반드시 승리하겠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리더가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기간에도) 혁명을 일으키지 않은 유일한 국민이다. 리더십이 형성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나라다."

―그러면서 일본의 위험성을 지적한 이유는?

"일본의 근본적인 약점은 천연자원이 없다는 것이다. 일본은 해상 교통에 접근하지 못하면 모든 것을 잃는다. 호루무스 해협, 말라카 해협, 남중국해 모두가 일본의 생명선이다. 그래서 일본은 늘 걱정을 안고 있다. (생명선에서)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다시 공격적으로 변할 여지가 있다. 일본은 힘을 회복하면 필연적으로 해군력을 증가시킬 것이다. 공격적인 일본에 대처할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한국 10~20년내 통일 일본의 가시가 된다”

―앞으로 한국은?

"(세계지도를 가리키며) 한반도는 중국·일본·러시아에 둘러싸인 폭탄 같은 존재다. 쇠퇴하는 중국이 5년 후에도 북한을 지지할 수 있을까. 통일은 10~20년 안에 될 것이다. 한국인들이 원하는 일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은 북한 문제를 다룰 때 미국의 도움을 필요할 것이다. 통일 후 금융 문제가 닥칠 때 더욱 그럴 것이다."

―통일 한국을 주변국은 반길까?

"미국은 다른 대안이 없으니 환영할 것이다. 일본은 반대하지 않겠지만 기뻐하지도 않을 것이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 상태에서 반대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한국엔 북한 붕괴가 그동안 이룬 경제 성과를 무너뜨릴 것이란 공포가 있다.

"한국은 역동적인 국력을 보유하고 있다. 북쪽에 무슨 일이 발생하든 국력은 유지될 것이다. 통일 후 10년은 고통스럽겠지만 길게 보라. 북한의 땅과 자원, 값싼 노동력에 남한의 기술·자본·리더십이 합쳐지면 엄청난 시너지가 발생한다. 난 늘 한국이 통일됐을 때 만주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중국은 내부를 통제하기에 급급할 것이다. 러시아도 극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 일본은 거리가 너무 멀다. 한국이 통일되면 만주 지역에서 큰 기회가 열릴 것이다. 통일이 되면 한국은 강대국이 될 것이고 일본에 가시(thorn)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죽일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한 위협이 된다는 뜻이다."

―향후 10년간 서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은 미국의 가장 강력한 협력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역사적 배경 때문에 한국은 일본을 경시하며 중국을 불신한다. 그렇다고 미국과 편안한 관계에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일본이 강해지고 중국이 약해질 때 한국은 미국을 필요로 할 것이다. 미국도 일본과 중국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한국에 의존할 것이다. 한국은 상당한 규모의 기술 중심지가 됐다. 중국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의 기술을 갈망할 것이다. 미국은 기술 이전에 대한 부분적 통제권을 확보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영향력을 증가시키려 할 것이다."

 

 

중국은 도대체 언제 붕괴할까? [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전문위원 입력 2021. 05. 02. 06:00 댓글 309

 

[편집자주] 차이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2001년 중국 붕괴를 예언한 고든 창의 책 /사진=아마존

30년 넘게 양치기 소년처럼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치고 있지만, 계속 사람들을 허탈(?)하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중국 붕괴론'이다.

공산당 일당 독재, 빈부격차 확대, 관료들의 부패 등 외부, 특히 민주주의 국가에서 볼 때 중국이 붕괴해야 할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 2011년 상하이에 있을 때 잘 알던 인권 변호사를 포함한 중국 변호사들과 저녁식사를 같이 한 적이 있다. 다들 개발독재시대를 거치고 민주화에 성공한 우리나라 현대사를 잘 알고 있었고 중국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지 않을지 궁금해했다.

그때 소득이 증가할수록 중산층이 두텁게 형성될 것이며 이들의 민주화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결국 중국도 한국과 비슷한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필자가 틀렸다. 그리고 필자는 더이상 중국 붕괴론을 믿지 않는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 자본주의 국가?

우리는 중국을 사회주의 국가로 생각한다. 하지만 '불평등 연구의 석학' 브랑코 밀라노비치 교수는 저서 '홀로 선 자본주의'에서 중국을 자본주의 국가로 규정했다.

밀라노비치 교수에 따르면, 한 사회가 자본주의 체제로 평가 받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생산의 대부분은 개인 소유의 생산 수단을 이용해 수행돼야 한다. △둘째, 대부분의 노동자는 임금 노동자여야 하다. △마지막으로 생산 및 가격에 대한 대부분의 결정은 분권형 방식이어야 한다, 즉 기업의 생산 및 가격 결정을 강요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우선 지난 27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중국 제조업 매출액 통계를 살펴보면, 국유기업의 매출액 비중은 27.5%를 기록했다. 민영기업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또한 1978년 개혁·개방이전에는 약 80%의 도시 노동자가 국영기업에서 일했지만, 지금은 약 16%에 불과하다. 또한 개혁·개방초기에는 국가가 농산물의 93%, 공산품의 100% 가격을 정했지만, 지금은 대다수 상품의 가격이 시장에서 결정된다. 자본주의의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킨다.

중국은 자본주의 체제지만 미국·유럽이나 한국과 같은 형태의 미국식 자유 자본주의는 아니다. 중국의 체제는 민주적이지 않고 권력 분립을 채택하지 않았으며 법치주의 또한 결여되어 있다.

밀라노비치 교수는 정치와 경제분야에서 국가의 권력이 큰 중국식 자본주의를 '국가 자본주의'로 정의했다. 국가 자본주의의 매력은 국민에게 약속한 높은 성장률이며, 자유 자본주의의 장점은 민주주의와 법치가 지닌 가치다.

시진핑의 반부패, 부패를 없애는 게 아니라 줄이는 것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

국가 자본주의의 특징은 효율적 관료주의, 법치주의의 부재, 국가의 자율성이다. 중국의 예가 딱 들어맞는다.

우선 효율적인 관료주의의 최대 임무는 높은 경제 성장률 달성이다. 경제 성장은 국가 통치의 합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또한 구속력 있는 법치가 없기 때문에 관료 체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테크노크라시(기술관료제)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구성원을 선택할 때 철저히 능력과 성과 위주로 뽑는다.

마지막으로 국익을 키우고 필요시 민간 부문을 통제하기 위해서 법적 제약으로부터 독립이 가능한 자율성이 필요하다. 국가 자본주의 국가도 법이 있다. 그런데 법을 선택적·임의적으로 행사한다.

중국 부호들이 중국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마윈의 경우처럼 정부 눈 밖에 나면 기업(앤트그룹) 상장이 중지되고 거대한 과징금을 맞는(알리바바 반독점법 위반 약 3조원) 등 직간접적인 제재가 쏟아진다. 반면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처럼 눈 밖에 나는 일을 하지 않으면 훨씬 수월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국가 자본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부패다. 법치주의의 부재와 국가의 자율성이라는 특징 때문에 부패 발생은 필연적이다.

일반 국민은 생활수준이 개선되고 견딜 만한 정도의 행정이 제공되며 확연한 불평등이 없는 한 발언권의 부재, 즉 일당독재를 용인할 수 있다. 지금 대다수 중국인이 민주화를 요구하지 않는 이유다.

그런데 부패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이런 사회적 합의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 특히 부패가 극심해지면 경제 성장도 불가능해진다.

2013년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벌인 부패와의 전쟁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쉽다. 시진핑의 반부패는 제도적으로 부패를 근절하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부패를 발본색원하기 위해서는 관료들의 재량권을 없애야 하는데, 그건 국가 자본주의의 특성상 불가능하다.

대신 시진핑의 반부패는 자택에 3톤이 넘는 현금뭉치를 쌓아두는 등 터무니 없는 부패 행위를 막고, 부패를 저지르는 데 드는 비용을 높여서 사회의 부패를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줄이는 게 목적이었다. 시진핑의 반부패 정책은 중국의 국가 자본주의를 안정화시켰다.

집 안 곳곳에 쌓아둔 현금다발/사진=중국 인터넷

중국은 결국 실패할 것인가?

중국이 민주화되지 않는 한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앞으로의 중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예측은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가 결합되어야 한다는 서구적인 논리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1978년 개혁개방 이후 계속되는 중국의 경제적 성공은 이 논리를 약화시키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달러 기준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1979년 1783억 달러(약 200조원)에서 2020년 14조7000억 달러(약 1경6464조원)로 41년 동안 82.5배 커졌다. 연 평균성장률은 11.4%에 달한다. 같은 기간 미국 GDP는 2조6273억 달러(약 2943조원)에서 20조9300억 달러(약 2경3442조원)로 8배 성장했다. 연 평균성장률은 5.2%다.

미국의 성장률도 높은 편이지만, 중국의 성장률은 정말 놀라운 정도다. 1979년 미국 경제 규모의 7%에도 못 미치던 중국은 2020년 미국의 70% 규모로 성장했으며 2028년에는 미국을 앞지를 전망이다.

중국은 진작 붕괴했어야 하는데 왜 계속 성장하는 것일까. 중국 경제규모가 미국을 앞선다고 해서 전체 국력이 미국을 초월하는 건 아니지만, 2028년에 정말 중국이 미국을 초월할까?

대런 애쓰모글루 MIT 경제학과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창의성과 혁신을 끌어낼 수 있는 포용적 제도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중국이 민주화하지 않는 한 영원히 지속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밀라노비치 교수는 중국과 베트남이 포용적 제도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눈부신 경제성장을 달성했다며 "궁극적으로 중국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이런 이론의 근거가 빈약하다고 비판한다.

중국인들의 정치에 대한 이해도 우리와 다르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던 2011년 어느 날 친한 중국 동기가 삼권분립이 꼭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상당히 온화하고 아는 것도 많은 동기였기에 꽤 의외라고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입법·사법·행정 3권을 장악한 중국 공산당이 많은 중국인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음을 나타낸다.

국가 자본주의의 생존력은 정치를 경제로부터 분리시키는 능력과 비교적 부패하지 않은 중앙집권화된 '중추'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있다. 앞으로도 중국은 부패가 심해질 때마다 주기적으로 강력한 사정정책을 실행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적잖은 외부 사람들이 바라는 것처럼 붕괴하기보다는 현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40년간 그랬듯이 말이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