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sr]산행,여행

[스크랩] 도봉산 오봉은 ''한국의 3대 석상''(?)

이름없는풀뿌리 2009. 7. 13. 07:17

도봉산 오봉은 ''한국의 3대 석상''(?)

세계일보 | 입력 2009.07.12 21:07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서울 

1년에 한번 개방하는 우이령에서 오봉의 가치 재발견

도봉산 남쪽에는 '오봉'이라는 바위 봉우리가 있다. 암봉 5개가 나란히 늘어서 있다. 평소에도 각기 사람 형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우이령에서 바라본 순간 찬탄을 금치 못했다. 특히 맨 끝 5봉의 경우 뒤로 빗어제낀 머리 모습과 우뚝한 콧날, 옷을 걸친 모습 등이 영락 없는 사람 형국이다. 딱히 누구라고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대단히 심오하고 철학적 인물로 느껴진다. 북한산국립공원에서 '3대 석상'을 꼽으라면 인수봉, 사모바위와 함께 오봉을 꼽겠다. 이 3대 석상은 북한산을 뛰어넘어 "한국의 3대 석상'이라고 불러도 가히 손색이 없으리라.

지난 15일(일요일) 1년에 단 한차례 일반에 공개된다는 우이령을 찾았다. 도봉산과 북한산의 경계인 우이령은 서울의 우이동에서 경기도 송추로 넘어가는 중요한 고개다. 길이는 우이령 고갯마루를 기준으로 경기도쪽으로 3.7㎞, 서울쪽으로 3.1㎞ 나 있어 총 6.8㎞에 이른다. 옛날 양주시 장흥·백석·광적면 사람들이 서울 도봉 지역과 미아리시장 등으로 땔감과 채소를 팔러 다니던 마찻길이었다고 한다.





경기도쪽 우이령 군검문소에서 30여분 오르면 도봉산 쪽으로 사람 형상의 바위로 보인다.

이 길은 1968년 북한의 김신조 일당이 무장침투했던 소위 '1·21 사태'직후 폐쇄돼 40년 가까이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졌다. 그 덕분인지 폭 3~6m 규모의 우이령은 지금도 비포장 군사도로로 남은 채 생태계와 자연경관이 잘 보전돼 있다.





걷기대회 참가자들이 오봉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우이령(牛耳嶺)의 우리말 이름은 '소귀 고개'. 고갯길이 소 귀처럼 길게 늘어졌다 해서 유래됐다고 한다. 우이동에서 바라다 보이는 북한산 인수봉 북쪽면의 볼록 돋아난 부분이 소 귀 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도봉산내 사찰인 석굴암 입구에 서니 시야가 탁 트이며 오봉이 제대로 전망된다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오봉휴게소에서 우이령을 넘어갈 경우 군검문소 지나면 왼쪽으로 계곡을 끼고 길이 구불구불 나 있다. 주변에 진달래가 만개해 있고, 나무마다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 봄내음을 물씬 풍긴다. 우이령 고갯마루까지 오르는 동안 왼편으로 도봉산의 또다른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우이령 계곡을 막아 생긴 작은 호수.

오른쪽의 북한산 상장능선은 야산에 가려 중요한 봉우리들이 보이지 않는다. 우이령 고개를 넘어서면서 상장능선이 조금씩 나타나고 길이 끝날쯤에 상장능선상에 있는 왕관봉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걷기대회 참가자들이 계속 걸으면서도 오봉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우이령이 위대하게 느껴지는 것은 도봉산 오봉을 가장 멋지게 감상할 수 있는 관망포인트를 가졌다는 점이다. 우이령에 들어서서 1㎞ 가량 오르자, 도봉산 쪽으로 마치 머리를 빡빡 깎은 스님 처럼 보이는 바위 봉우리가 눈에 들어왔다. 길가의 나뭇가지에 가려 힐끗힐끗 보이는 저 바위의 이름은 뭘까 궁금했다. 곰곰 생각해 보니 오봉이었다.





오봉을 카메라로 당겨보니 5번째 바위는 코와 머리모습, 옷을 걸치 모습이 영락없는 사람형국이다.

평소 수평적 각도에서 바라보다 계곡아래에서 올려다 보니, 생경한 모습이었다. 오봉이 사람의 형국을 하고 있다고는 여겼지만, 우이령에서 바라본 오봉은 너무도 사람과 흡사했던 것이다. 길을 몇굽이 돌아 석굴암 입구에 갔을 때는 길가 나무도, 전봇대도 없고 시야에 가릴 것이 없었다. 특히 5개의 암봉중 가장 끝에 있는 5봉은 코와 머리카락, 옷자락이 분명 사람의 형국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깊이 사색하는 철학자의 모습이었다.





우이령 광장. 우이령 고갯마루 오르기 직전이다.

오봉을 몇번이고 뚫어지게 바라보고 얻은 결론은 한국 최고의 자연 석상이 바로 오봉이 아닌가 하는 확신감이 들었다. 미국 대통령들을 조각해 놓은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의 '큰바위 얼굴'도 세계적인 명산이 되었는데, 하물며 신(神)이 빚은 도봉산 오봉을 어찌 '큰 바위 얼굴'에 비하랴. 세계 최고의 석상이 아닌가 조사해 보고 싶은 충동이 솟구쳤다.





우이령 광장에서 바라본 우이령 고개 정상.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우이령 고갯길 통행을 놓고 경기도 양주시와 서울 강북구가 서로 다투는 모양이다. 양주시가 통행재개를 위해 서울시에 공문을 보내는 등 가진 애를 쓰고 있으나, 환경단체와 강북구에서는 반대하고 나서 10년째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우이령 고개마루에 가까이 다가가니 서울쪽에서 넘어 온 시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옛길을 주민들이 다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주장과 "북한산이 갖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도로개설로 파괴할 수 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우이령 고개마루를 넘어선 시민들. 여기서부터는 서울 강북구에 속한다.

우이령을 답사하면서 '포장도로는 절대 안된다'는 생각을 해봤다. 거기에는 오봉외에도 아름다운 계곡, 작은 인공호수 등 잘 지켜온 비경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 보다는 '1년 한차례 개방'을 '월 1회 개방'으로 확대했으면 한다.





우이령 고개를 넘어서면 이제부터 우측의 북한산 전경과 만난다.

서울과 경기도 주민들이 걸어서 우이령 고갯길을 몇번이고 넘나들다 보면 한국이 얼마나 큰 보물을 가지고 있나를 알게 되고, 활용방법도 터득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매년 4월 세번째 일요일에 양주시와 서울 강북구에서 군부대의 협조를 받아 동시에 우이령 고갯길을 열어놓으니 누구든 이 때를 맞춰 참석할 수 있다. 이날 경기도에서는 양주시 주관으로 시민 1000여명이, 서울에서는 우이령보존회 주관으로 시민 500여명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우이령을 넘으며 북한산국립공원의 또다른 풍광을 감상했다.

정성수 기자 hulk@segye.com
< 우이령 산책코스 >
오봉휴게소∼군검문소∼석굴암입구∼작은 인공호수∼오봉사진 촬영대∼우이령 광장∼우이령 고갯마루∼우이동 그린파크 입구. 소요시간 2시간~2시간30분. 경기도 방향에서 우이령 고개를 넘어갈 경우 서울 불광동에서 34번 불광동∼의정부간 시외버스를 타고 석굴암 입구에서 내리면 된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 이름을 '우이령 입구'라고 바꿔야 이용에 편리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