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떨어지는 행운벼락 ‘운석’
이성규의 이야기가 있는 과학 이슈 http://www.science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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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널기에 딱 좋은 날씨야!” 2004년 여름 영국 서퍽주의 로스토프트에 사는 폴린 애거스 할머니는 빨래를 널기 위해 집 뒷마당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 폴린 할머니는 빨래를 널다 말고 외마디 비명을 질렀습니다. 무언가 팔을 강하게 내리쳤기 때문이죠.
남편인 잭 할아버지가 그 소리를 듣고 달려와 보니 할머니는 이미 팔에 깊은 상처를 입고 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그랬을까요. 노부부는 갑자기 일어난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마침내 수상한 물체를 하나 발견해냈습니다. 할머니가 서 있는 자리 근처에서 호두만한 크기의 갈색 물체를 주웠던 거죠. 폴린 할머니의 팔에 상처를 입힌 그 물체는 바로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이었습니다. 그동안 운석이 사람 사는 집의 지붕을 뚫고 들어왔거나 차에 충돌한 경우는 있었지만, 사람이 운석에 직접 맞은 경우는 이 사건이 최초인 셈입니다. 그럼 사람이 운석에 맞을 확률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요? 무게 1톤 정도의 운석은 수 년에 한번 정도 떨어지고 그보다 더 작은 것은 매일 하나 정도의 비율로 지구 대기권에 돌입하는데, 그 양으로 따지면 연간 수백 톤의 운석이 지구를 방문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대기마찰로 인해 가열되어 타 버리고 지표에 도달하는 것은 아주 적어서 수십 kg밖에 되지 않는데, 사람 눈에 띄어 회수되는 것은 연간 서너 개에 불과합니다. 폴린 할머니가 맞은 아주 작은 크기의 운석이 1년에 약 500개 정도 지구에 떨어진다고 가정하고 계산해 보겠습니다. 지구의 표면적이 약 5억㎢인데, 남한의 표면적은 10만㎢이므로 남한에는 10년에 1개 정도의 운석이 떨어집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성인의 체면적을 약 0.8㎡로 잡으면 우리가 8×10의 14승 년, 즉 800조년을 산다면 한 번 정도는 운석이 머리 위로 떨어질 확률이 있습니다. 즉, 지구 나이의 약 20만 배를 살아야 운석을 직접 맞을 확률이 생기는 셈인데, 76세인 폴린 할머니가 그에 해당되었으니 정말 재수가 없는 경우죠. 하지만 운석에 대해 자세히 알고 나면 폴린 할머니가 꼭 운이 나빴다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우선 운석은 시중에서 거래되는 시가만 해도 1g당 1달러에 이르는 아주 값비싼 물건입니다. 또 운석에는 지구의 암석으로부터는 얻을 수 없는 태양계 형성기의 아주 귀중한 정보가 감추어져 있기도 합니다. 운석은 소행성의 파편이나 혜성, 유성 등이 지구의 중력권에 붙잡혀 낙하하다가 대기 중에서 완전히 소멸하지 않고 지상에 떨어진 것을 일컫습니다. 거의 대부분 화성과 목성 사이에 위치한 소행성대로부터 오지만, 가끔 달과 화성으로부터 온 운석도 발견되곤 합니다. 운석은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마찰로 인해 타버리거나 잘게 쪼개져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처럼 떨어지는 것을 직접 관찰하여 회수한 운석을 관측운석이라 하고, 비록 떨어지는 것을 관찰하진 못했지만 나중에 발견하여 운석으로 판명된 것을 발견운석이라 부릅니다. 운석의 종류는 크게 분화운석과 시원운석(미분화운석)으로 나누어집니다. 즉, 분화 여부가 분류의 척도가 되는데, 분화란 근원이 되는 물질이 녹아서 구성 성분의 밀도에 따라 중력으로 분리되어 각각의 층 구조를 이루는 현상입니다. 무거운 것은 중심부로 뭉쳐지고 가벼운 것은 표면에 뜨게 되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가장 좋은 예입니다.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식으면서 중심의 핵에서부터 맨틀, 지각의 순으로 무게에 따라 뚜렷한 층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분화 운석은 이 3개의 층 가운데 어떤 부위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인가에 따라 다시 3종류로 나누어집니다.
이처럼 분화된 천체로부터 떨어져 나온 것은 분화운석이며, 시원(始原)운석은 규모가 너무 작아 미처 분화되지 않은 운석을 말합니다. 지구상에서 발견되는 운석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원운석은 표층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에이콘드라이트와 같이 석질운석으로 분류되는데, 그것과는 달리 콘드률이라 불리는 아주 작은 유리구슬 같은 입자를 포함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처럼 지구상의 암석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콘드률을 포함하는 석질운석을 에이콘드라이트와 구분하여 콘드라이트라고 합니다. 그럼 우주로부터 날아온 돌멩이에 불과한 운석에 어떤 귀중한 정보가 들어있는 것일까요. 현재 물질의 나이를 정확하게 알아내는 방법으로 널리 사용되는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측정에 의하면 운석의 연령은 46억년입니다. 물론 예외가 있긴 하지만 그 오차는 겨우 천만년 정도일 뿐 거의 모든 운석의 나이가 46억년 정도로 나옵니다. 하지만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으로 밝혀진 그린란드 남서부의 이수아(Isua) 지방에서 발견된 변성퇴적암은 나이가 약 38억년 정도에 불과합니다. 태양계의 생성 당시 만들어진 지구 나이와 암석 사이에서 8억년이란 긴 공백이 생기는 거죠. 이 공백을 설명해주는 것이 바로 운석입니다. 대다수의 운석은 2차적인 변성을 받지 않고 태양계 형성 당시의 정보를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구 내부의 마그마가 분출, 냉각되어 만들어진 암석은 굳어서 고체가 된 시점이 곧 나이가 됩니다. 즉, 한번 만들어진 암석이라도 침식이나 용융 같은 작용을 받아 그 형태를 잃어버리면 그 이전의 나이는 사라지고 다시 굳어지는 시점이 그 암석의 새로운 나이가 되는 거죠. 결국 지구에서 38억년 이전의 암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이전의 암석이 모두 어떤 원인에 의해 지하 밑으로 들어가서 새로운 나이의 암석으로 재탄생했음을 의미합니다. 즉, 38억년 이전에는 지구의 표층부가 유동적이었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침식과 용융 작용뿐만 아니라 대륙의 이동, 맨틀의 대류 등에 의해 지구의 표층이 끊임없이 변화했음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운석은 지구에서의 최초 생명 탄생을 설명해주는 장본인으로도 꼽힙니다. 현재 여러 가지 생명기원설이 있지만, 그 어떤 설명도 한계와 가정을 지니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특히 원시지구의 단순한 무기물에서 복잡한 유기물질이 만들어질 확률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질 정도입니다. 이런 난관 때문에 일부 과학자들은 생명의 기원을 우주에서 찾고 있습니다. 우주기원설이 바로 그것인데, 우주로부터 날아온 운석에 유기물질 혹은 미생물 종자가 묻혀 왔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1969년 오스트레일리아 머치슨 지역에 떨어진 운석에서 다양한 유기물 분자가 발견되어 이 주장에 더욱 힘을 보태주기도 했습니다. 혹시 지상에 떨어진 후 지구의 유기물에 오염된 게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었지만, 반대 증거가 너무도 뚜렷했습니다. 우선 그 운석 조각은 낙하한 그날 바로 채취되어 오염되지 않도록 조치가 취해졌다는 점입니다. 또 하나 그 운석에서 발견된 몇 종류의 아미노산은 지구상에서 발견되지 않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것은 운석에 실려 온 유기물질이 분명 우주에서 온 물질이라는 걸 증명하는 셈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보유하고 있는 운석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보관된 두원운석이 유일합니다. 두원운석은 1943년 11월 23일 오후 3시경 전남 고흥군 두원면 성두리산에 떨어진 것을 당시 근처 학교에 재직 중이던 일본인이 채집했습니다. 그 후 1958년부터 일본 국립과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가 56년만인 지난 1999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으로 옮겨 왔습니다.
또 다른 별에서 날아든 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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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우주] 金보다 10배 비싼 '운석' 의 모든 것
서울신문 입력 2015.12.25. 07:25[서울신문 나우뉴스]
작년 12월 남극에 있는 우리 장보고 과학기지 남쪽 300㎞ 청빙지역에서 우리나라 연구팀이 대형 운석을 발견하는 행운을 잡았다. 그동안 찾아낸 남극 운석 중 가장 큰 운석(사진)으로, 가로 21㎝, 세로 21㎝, 높이 18㎝, 무게 11㎏이나 나간다. 남극 운석은 우주 공간을 떠돌던 암석이 지구 중력에 이끌려 떨어진 것으로, 태양계 탄생 초기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화석이라 할 수 있다. 원래 남극은 지구상에서 운석이 가장 많이 발견되는 지역이다. 흰 눈벌 위에 시커먼 돌덩어리가 눈에 띈다면 운석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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