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sr]우주,지구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밝혀라 / 중성미자

이름없는풀뿌리 2015. 9. 18. 11:15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밝혀라
서울경제 | 기사입력 2007-11-08 09:36 기사원문보기
우주 팽창시키고 있는 힘의 근원은 암흑에너지, 정체는 아직 알려지지 않아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지난 1929년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유명한 천문학자 허블이 멀리 있는 별들을 관측한 결과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은 일대 충격이었다.

이는 우주가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고, 완벽한 상태로 영원불변할 것이라고 여겼던 믿음과는 달리 팽창하면서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70년이 지나 또 한 번의 충격이 있었다.

지난 1998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애덤 리스 박사팀이 멀리 있지만 밝게 빛나는 초신성을 관측한 결과, 우주의 팽창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는 것을 알아낸 것.

이는 가까운 별(가까운 과거에 빛나기 시작해 우리 눈에 들어온 빛)과 먼 별(우리 눈에 닿기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린, 즉 더 먼 과거의 빛)이 멀어지는 속도를 정밀하게 비교한 후 나온 것이다.

우주가 태초에 어떤 힘에 의해 대폭발하면서 생겨났느냐는 질문은 차치하더라도 우주에 물질이 존재하는 한 물질 사이에 서로 끌어당기는 중력으로 인해 우주는 결국 수축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팽창 속도가 느려지기는커녕 우주는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도대체 우주를 팽창시키는 이 힘의 근원은 무엇일까.

‘암흑에너지’라고 명명된 이 같은 미지의 힘은 현재 우주론자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우주의 73%는 암흑에너지]

최근의 연구 결과 우리는 실제 우주의 고작 4%만을 관측하고 탐구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물론 우리 우주에서 눈에 보이는 물질 전체의 질량이 총 우주의 질량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진작부터 알려졌었다.

학자들의 이에 대해 빛을 내지 않아서 관측되지는 않지만 질량을 갖는 물질, 즉 암흑물질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천문학자들은 그 후보로 블랙홀이나 중성미자 같은 것을 거론했다.

하지만 문제는 암흑물질이 아니었다.

지난 2001년 NASA가 윌킨슨 극초단파 탐사선(WMAP)을 고도 160만㎞ 상공에 발사, 수년간 우주 전역에 대한 관측 결과를 종합했다.

그 결과 우주의 물질은 4%, 암흑물질이 23%, 그리고 정체가 전혀 밝혀지지 않은 암흑에너지가 73%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2006년 내렸다.

이 암흑에너지가 우주를 팽창하게 한 반중력(즉 끌어당기는 중력이 아니라 밀쳐내는 중력)의 원천이다. 하지만 그 정체가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진 게 없다.

이제 우주의 4분의 3을 연구해야 할 차례가 온 것이다.

암흑에너지라는 이름, 그리고 이에 대한 관심은 최근에 일어난 것이지만 과거에도 이에 해당하는 연구는 있었다.

암흑에너지라는 이름이 붙기 훨씬 전, 아인슈타인은 중력에 대한 이론인 상대성원리를 연구하던 중 중력에 반하는 어떤 힘이 필요할 것이라고 유추했고, 이를 ‘우주상수’로 도입했다.

아인슈타인이 후에 허블이 발견해낸 우주 팽창 사실을 듣고 우주상수를 넣은 것을 일생일대의 실수라고 후회했다는 일은 유명한 일화다.

하지만 연구가 계속될수록 우주가 팽창하려면 별개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는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우주상수의 아이디어를 계승해 우주의 모든 공간에 시공간과 상관없이 일정한 어떤 진공에너지가 존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문제는 양자역학으로 계산해 낸 진공에너지와 실제 관측결과가 10의 120제곱 배나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우주상수는 개념 자체는 훌륭하지만 현재의 관측 결과와는 들어맞지 않고 있다.

암흑에너지를 설명하려는 또 다른 가설로 제5원소 이론이라는 것도 있다.

우주에 알려지지 않은 모종의 장이 있어서 그 에너지의 수준이 점차 작아지면서 반중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양자역학적 계산과 실제 관측치의 차이는 우주 탄생 초기에는 10의 120제곱 배였다가 작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왜 그렇게 에너지 수준이 낮아지고 있는지, 그것도 현재에 보는 것처럼 급격히 작아졌는지 등에 대해서는 명쾌한 설명이 없어서 꿰맞추기 이론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정보가 사라지면 우주는 팽창]

반면 고등과학원 이재원 박사, 연세대 김형찬 연구교수, 대진대 이정재 교수의 공동연구팀은 암흑에너지의 본질이 ‘우주에서 정보가 사라질 때 생기는 척력에너지’라는 전혀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이들이 ‘우주론과 천체입자물리저널(JCAP)’ 8월호에 논문을 발표하고, 이후 초고 공개를 통해 일반화시킨 이 연구는 모종의 장이나 에너지 상수를 도입할 필요 없이 양자역학적으로 유추되는 결과여서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우주에서 정보가 사라진다는 것은 무엇이고, 그 때 에너지가 생긴다는 것은 또 무슨 의미일까.

일단 정보를 삭제할 때는 늘 열이 발생한다. 즉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정보에서는 란다우어 법칙이라고 부르고, 일반적으로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다.

예를 들어보자. 컴퓨터에서 문서를 지우거나 냉장고가 차가워지는 과정은 무질서에서 질서의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다(문서를 지운다는 것은 0과 1중 뭔지 모르는 디지털 정보를 모두 0으로 만드는 것이므로 무질서가 커지는 것이 아니라 질서가 커지는 것이다).

하지만 냉장고 내부가 차가워지고 문서는 지워진다 하더라도 냉장고 뒷면이나 컴퓨터에서는 뜨거운 열이 발생한다.

다시 말해 컴퓨터나 냉장고를 포함한 우주 전체는 언제나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것이다. 이렇게 총 엔트로피(무질서의 양)는 늘 증가한다는 것은 불변의 법칙이다.

우주도 팽창할 때 정보가 삭제된다.

우주가 팽창하면 우주의 지평선(관측 가능한 한계)도 확대되는데, 지평선 밖에 있던 입자가 지평선 안쪽으로 포함되면 몰랐던 입자의 상태 정보를 알게 된다.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입자 정보를 안다는 것은 정보가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에서 디지털 정보를 포맷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보가 삭제되는 것이다.

이재원 박사는 “결국 우주에서 정보가 삭제되려면 에너지가 필요한 데 그 에너지가 어디서 왔을까 하는 것이 우리의 문제였다”며 “결국 압력이 에너지로 변환됐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즉 우주가 에너지를 소모할수록 우주의 압력은 음(-)의 방향으로 커진다는 것이다.

풍선 속에 공기가 들어갈수록 풍선이 팽팽해지는 것에서 보듯이 일반적으로 압력이란 밀어내는 힘이지만 음의 압력이란 커질수록 쪼그라드는 것이다.

만약 음의 압력의 공기를 풍선 속에 넣는다면 이 풍선은 공기를 넣을수록 수축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반중력, 즉 우주가 팽창하는 원천이 된다.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중력이란 바로 에너지 밀도와 압력에 의해 크기가 결정되는데, 만약 압력이 음의 방향으로 아주 커진다면 중력이 끌어당기는 방향이 아니라 밀쳐내는 척력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우주 비밀 밝히는 우주배경복사]

이 같은 이론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내년 7월 유럽우주국(ESA)이 발사할 플랑크 위성이 제대로 임무를 수행한다면 이 박사팀의 이론도 맞는지 틀리는지 여부가 판가름 날 수 있다.

암흑에너지에 대한 정체 규명은 우주배경복사 탐사선(COBE), 윌킨슨 극초단파 탐사선(WMAP), 플랑크 위성 등으로 이어지는 우주배경복사 연구로 드러날 수 있다.

다시 말해 하늘 전역에 퍼져 있는 우주배경복사의 온도를 정밀하게 관측함으로써 우주가 탄생한 뒤 얼마 안 된 갓난아이 때의 상태를 밝혀내는 것이 세 탐사선의 임무다.

우주는 탄생 초기 엄청나게 뜨거운 열과 빛을 내면서 급속히 팽창했고, 팽창과 함께 식으면서 원자가 만들어지고 물질과 별이 탄생했다.

태초에 지옥과도 같이 뜨거운 온도였던 우주의 빛은 137억년이 지나면서 차갑게 식어서 절대온도 2.725도(약 영하 271℃) 정도로 떨어졌다.

이는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이 아닌 마이크로파의 형태며, TV를 켰을 때 화면을 지직거리게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우주 전역에 퍼져있는 이 마이크로파가 바로 우주배경복사다.

이를 정밀하게 관측해서 초기 우주의 온도를 재구성하면 우리 우주가 어떤 패턴으로 진화해 왔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

2001년 이후 계속 데이터를 보내오고 있는 WMAP는 태어난 지 38만년 된 우주의 상태를 되짚어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사람 나이와 비교하면 태어난 지 하루밖에 안 된 갓난아기 상태다.

이 당시 우주의 온도는 전역에서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놀랍도록 균질하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관측을 토대로 우리 우주가 생성된 지 1조분의 1초 만에 현재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보다 더 커질 만큼 급속한 팽창을 겪었다는 결론을 끌어낸다.

플랑크 위성은 COBE보다 50배나 정밀한 분해 능력으로 우주배경복사를 정밀 측정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우주의 초기 상황을 보다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박사는 “연구자들은 10년 내에 암흑에너지의 압력과 밀도의 비를 실제 수치의 1% 오차 이내로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우리의 정보 삭제 이론도 옳고 그른 것을 쉽게 판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 한국일보 기자 hee@hk.co.kr
 
 
[과학이야기]우주의 원동력은 ‘암흑에너지’
뉴스메이커 | 기사입력 2007-03-22 14:15 기사원문보기
나이 들면서 세월이 점점 빨리 가는 것을 느끼지만, 또한 점점 새로운 것들이 더 많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도 느낀다. 특히 인터넷, 휴대전화를 비롯한 정보통신, 반도체, 나노 등의 분야에서는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고 있다.

암흑에너지는 우주 탄생과 더불어 태초부터 우주에 가득 차 있다.
반면 기초과학분야의 발전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원래 학문의 성격이 그렇다. 그런데도 최근에 몇몇 가설은 빠른 속도로 과학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소개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암흑 에너지(dark energy)’이다. 아마 독자 여러분 중에는 ‘암흑 물질(dark matter)’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분도 있을 것이다. 공통점은 이 두 개 모두 천체에 퍼져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암흑에너지는 암흑물질과는 다른 것이다.

필자가 암흑에너지란 말 자체를 처음 들었던 때는 1998년쯤이다. 암흑에너지라니 무슨 소린가. 어둠에 무슨 빛 에너지가 있단 말인가. 이는 ‘하얀 밤을 지새웠다’는 말과 같지 않은가. 그 당시 에너지 보존법칙이 물리학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절대적이었는데 혹시 무슨 사이비 이론을 누가 전개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당혹스러움에 사로잡혔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우주 구성물질의 4분의 3 차지

암흑에너지는 이미 우주의 탄생과 더불어 우주에 가득 차 있었는데 우리는 불과 10년 전에서야 그것을 깨달은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물질의 4분의 3이 바로 이 암흑에너지라는 것이다. 에너지와 물질의 관계는 아인슈타인이 이미 1905년에 특수상대성 이론의 그 유명한 공식 E=Mc2을 통해서 물질이 곧 에너지이고 에너지가 물질이라는 것을 밝혔기 때문에 암흑에너지가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으로 이 암흑에너지를 직접 검출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21세기에 가장 위대한 발견 중의 하나가 될 것이 분명하다. 아무튼, 이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완전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이 암흑에너지가 우주 전체에 영향을 미치면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주 안의 모든 별과 은하 그리고 은하단이 만들어지고 변해가는 모든 과정이 암흑에너지의 개입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암흑에너지가 만든 작품을 천체에서 감상하고 있는 셈이다.

천문학자 허블은 은하들이 빠른 속력으로 우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멀어지는 속력은 거리에 비례한다. 따라서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는 더 빠른 속력으로 멀어진다. 이것을, 은하들이 공간 속을 이동해 간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은하들이 들어있는 공간 자체가 팽창하기 때문에, 팽창하는 공간에 실려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이러한 팽창은 계속해서 일어날 것인가 아니면 얼마 정도 팽창하다가 멈출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상식적인 답은 ‘멀어져가던 은하들이 서로 잡아당기는 중력에 의해서 팽창 속력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팽창 속력을 오랜 시간 동안 측정하여 팽창 속력이 변한다는 것을 밝히는 것은 아주 중요한 연구 과제로 되어왔다. 오랜 관측을 통해서 드디어 팽창 속력이 변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 증거는 지구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초신성 폭발과 관련된 것이다. 물이 흐르는 수면만 바라보며 속도를 측정하는 것보다 물 위에 버들잎이라도 띄워놓고 그 잎이 흐르는 속도를 측정하는 것이 쉬운 것과 같이 초신성의 엄청난 폭발이 우주팽창의 측정에 표식자의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이러한 관측을 통해서 밝혀낸 사실은 우주팽창이 과거에는 오늘날보다 느렸으며 점차 가속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팽창이 잠시 느려졌다가 어느 시점에 전환기를 겪고 나서부터 다시 가속되기 시작했다.

이것은 매우 놀라운 발견이다. 이러한 발견은 별도로 추진된 다른 연구를 통해서도 검증된 사실이다. 예를 들면 윌킨슨 극초단파 비등방성 탐사선이 우주의 극초단파 배경복사선을 연구한 결과에서 같은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보통의 중력법칙으론 설명 안돼

허블 우주망원경에 포착된 130억 년 전 초기 은하의 모습. <경향신문>
가속팽창을 설명할 수 있는 한 가지 가능성은 초은하 규모에서는 작은 규모에서 적용되는 보통의 중력법칙이 아닌 특별한 다른 중력법칙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은하들 상호간에 작용하는 중력이 우주팽창에 큰 저항을 하지 않고, 이에 따라 우주가 팽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력의 법칙인 만유인력의 법칙이 보편적인 법칙인데 이 법칙을 수정하면서까지 팽창을 설명하는 것에 동조하는 과학자들은 많지 않다.

새로운 가설이지만 빠른 속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과학자들에 의해 발견되지 않은 어떤 형태의 에너지가 은하끼리 잡아당기는 인력보다 더 큰 힘으로 중력의 반대 방향으로 잡아당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주에서의 줄다리기 시합을 생각하면 이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 쪽에는 우주의 물질 간의 당기는 힘이 되는 중력이 버티고 있고 그 반대 편에는 우주 팽창에 영향을 주는 암흑에너지가 버티고 있는 꼴이다. 이 두 선수 중 어느 한 쪽도 상대방보다 압도적으로 우세하지 못하다. 필자가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줄다리기를 할 때, 팽팽한 접전인 경우에 끌려가기도 하고 끌어오기도 하는 과정이 여러 차례 반복되던 것이 생각난다. 만약 암흑에너지가 현재보다 더 강했다면, 팽창이 이겨서 우주의 물질들은 집중되는 대신에 많이 퍼졌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별들의 생성에 필요한 물질들이 충분치 못해서 별 생성률이 줄어들고 우주에서 기체 상태로 남아 있는 중입자형 물질의 비율이 더 높아졌을 것이다. 또 은하 합체가 일어나는 일도 드물어져 거대 은하와 은하단도 더 적어졌을 것이다.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많은, 무거운 원소의 생성도 불가능했을 것이며 따라서 오늘날의 자연의 모습과 매우 다른 모습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반면 암흑에너지가 더 약했다면, 물질이 지금보다 더 집중되었을 것이다. 은하들로 구성된 대규모 구조물들은 좀더 단단히 속박되었을 것이고 은하들의 합체와 몸집 불리기가 더 많이 발생하였을 것이다.

암흑에너지는 생명에 유익한 것 같다. 가속 팽창을 하니까 우주가 수축해서 붕괴할 것이라는 걱정을 안 해도 된다. 또한 위험도 있다. 이렇게 팽창만 하다가는 우주가 점차 빈 공간이 되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암흑에너지는 중력과 반대의 작용을 하면서 우주를 키워온 원동력인 셈이다.

박성근〈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헬로 사이언스] 암흑 물질 증거 발견돼

문병도 기자 입력 2017.02.03 18:31 수정 2017.02.03 18:48 댓글 40

은하계에서 관측한 X선에서 발견한 독특한 신호가 암흑 물질의 존재를 알리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BBC가 2일 보도했다.
그 결과 미항공우주국(NASA)의 찬드라 위성에서 모은 X선 에너지 스펙트럼을 연구한 미국 과학자들이 특정한 에너지를 가진 X선 광자를 발견했다.
MIT의 카블리 천체물리학 & 우주탐사 연구소의 엘사 벌불 박사는 2014년 은하 성단에서 찍은 많은 엑스선 스펙트럼을 관측하다가 3.5keV에너지를 가진 특이한 선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나머지 은하들 처럼, 우리 은하는 암흑 물질 거품으로 둘러 쌓여 있다고 생각된다./사진=BBC
은하계에서 관측한 X선에서 발견한 독특한 신호가 암흑 물질의 존재를 알리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BBC가 2일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암흑 물질이 우주의 전체 질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빛을 내지 않지만, 은하계 별들의 중력 당김 현상을 보면 암흑 물질의 존재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암흑 물질이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수년간, 물리학자들은 암흑 물질을 직접 관측하기 위해 지구 상에 기구를 설치해서 잡아 내려 했지만, 지금까지 성과가 없었다.

천체물리학자들은 암흑 물질이 서로 소멸할 때 발생하는 광자를 찾기 위해 하늘을 샅샅이 뒤졌다.

그 결과 미항공우주국(NASA)의 찬드라 위성에서 모은 X선 에너지 스펙트럼을 연구한 미국 과학자들이 특정한 에너지를 가진 X선 광자를 발견했다. 연구진들은 이 광자가 암흑 물질의 붕괴로 인해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 코넬대에서 운영하는 출판 전 논문·자료 저장소인 ‘아키이브’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예일대의 천문관측 센터에 있는 니코 카펠루티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우주 중심부에서 꽤 먼 두 곳에서 관측한 찬드라 위성 엑스선을 연구했다. 그들은 3,500 전자 볼트(3.5keV) 의 에너지를 갖는 광자를 발견했다. 연구진들은 그들이 관측한 3.5keV의 에너지를 갖는 강한 신호가 NASA의 다른 엑스선 관측 위성인 누스타(NuStar)에서 관측된 데이터와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엑스선 위성을 통해 기록된 스펙트럼에서 3.5keV의 에너지를 갖는 광자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MIT의 카블리 천체물리학 & 우주탐사 연구소의 엘사 벌불 박사는 2014년 은하 성단에서 찍은 많은 엑스선 스펙트럼을 관측하다가 3.5keV에너지를 가진 특이한 선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이후 많은 과학자들이 안드로메다 은하나 우리 은하 등 여러 곳에서 같은 에너지를 가진 스펙트럼을 얻었다.

암흑 물질이 범인이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그들은 우리 은하 중심에서 찬드라 위성이 찍은 엑스선 스펙트럼을 유럽우주국(ESA)의 XMM뉴튼 위성에서 찍은 데이터와 비교했다. 예상했듯이 그들은 XMM 뉴튼 위성에서 찍은 데이터가 더 강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암흑 물질이 별이 많이 위치한 은하계 중심에서 더 조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진들은 암흑물질이 발견됐다고 단정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찬드라 위성이 다른 것에 비해 3.5keV 에너지를 더 많이 잡을 수 있어 통계적인 오류가 발생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4개의 다른 위성에서 동일한 결과가 나오자 연구진들은 고무됐다. 카펠루티 박사는 “우리가 더 많은 엑스선 데이터를 모을때마다 우리는 3.5keV 선에 대한 증거는 더욱 많아진다”라고 말했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김재호의 과학 에세이]중성미자에 숨겨진 우주 탄생의 비밀

김재호 과학평론가입력 2017-07-11 03:00수정 2017-07-11 03:00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재호 과학평론가
1987년 2월 23일, 대마젤란성운에 있는 거대한 별이 초신성 폭발을 했다. 이때 발생한 에너지 중 빛으로 변한 건 1% 정도뿐이고, 나머지 99%는 중성미자로 변해 우주로 쏟아졌다. 더욱 놀라운 건 중성미자가 지구에서 포착되고 난 몇 시간 후에 초신성 폭발이 관측되었다는 점이다. 중성미자가 별의 운명을 미리 알려준 셈이다.

이처럼 중성미자는 우주 먼 곳의 비밀을 밝혀주는 단서가 된다. 아울러 중성미자는 우주가 탄생할 때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우주의 기원과 연결된다. 우주는 1cm³당 평균 350개의 태곳적 중성미자를 보내오고 있다. 빅뱅 때부터 돌아다니고 있는 중성미자다.

중성미자는 이 우주를 가득 채우며 점령하고 있다. 매 순간 중성미자 수백억 개가 내 옆을 지나다닌다. 하지만 이 중성미자 녀석들을 측정해 내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자는 양성자나 중성자의 2000분의 1 정도 무게를 띠는 데 비해, 중성미자는 전자의 몇만분의 1도 안 된다. 태양은 내부의 핵반응으로 초당 수백조 개씩 중성미자를 쏟아낸다. 그래서 중성미자는 그 어디에나 있지만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중성미자가 다른 입자들과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는 은둔형이기 때문이다.

중성미자의 별명은 ‘유령 입자’다. 중성미자는 양과 음의 전하가 없고, 물질을 쉽게 통과한다. 이 정도면 거의 무법자에 가깝다. 따라서 중성미자는 우주 안을 거의 최단 거리인 직선으로 여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빛보다 빠르다는 오해를 낳기도 했다. 중성미자는 우주에서 가장 교묘한 존재다. 

최근 ‘사이언스’에선 중성미자의 무게를 측정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2001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독일 카를스루에 중성미자연구소의 실험을 소개한 것이다. 6000만 유로(약 800억 원)가 투입된 이 프로젝트엔 140여 명의 연구진이 투입돼 중성미자를 연구 중이다. 내년 즈음 구체적인 데이터를 확보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중성미자의 무게를 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밝혔다.  

인류가 중성미자의 존재 자체를 밝혀내는 데는 거의 100년이 걸렸다. 1910년대 이미 중성미자의 존재를 밝혀낼 수 있는 실험이 진행됐지만 전혀 알아챌 수 없었다. 1995년 프레더릭 라이너스는 중성미자의 존재를 감지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는다. 그는 중성미자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입자라고 밝혔다. 하지만 납을 3광년 두께로 쌓아야 겨우 한 번 부딪힐 거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중성미자의 관측은 어렵다.  

2015년 노벨 물리학상은 중성미자의 진동을 발견한 일본의 가지타 다카아키와 캐나다의 아서 맥도널드가 공동 수상했다. 중성미자가 질량을 갖고 있다는 점을 밝혀낸 공로가 인정됐다. 중성미자 진동이란 3종류의 중성미자인 전자, 뮤온, 타우가 서로 형태를 바꾸는 현상이다. 즉 질량이 있다는 뜻이다. 3종류 중 적어도 하나는 0.05eV(전자볼트)로, 거의 10의 ―19제곱(10-19) 정도의 일의 양을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3종류 각각의 무게 차이는 아직도 모른다.  

지구의 내핵에선 방사성 붕괴가 일어나며 정말 많은 중성미자가 쏟아져 나온다. 또한 천체가 폭발해 우주 선(ray)이 지구 대기의 원자와 충돌할 때 중성미자가 만들어진다. 특히 중성미자는 인간의 몸속에서 칼륨이 방사성 붕괴를 할 때도 발생한다. 원자력발전소에서는 방사능 붕괴로 매 초마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양의 중성미자가 태어난다.  

남극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중성미자 망원경인 ‘아이스큐브’가 있다. 1km³의 얼음으로 만든 망원경은 5000개 이상의 탐지기를 달고 있다. 이로써 1년에 10번 정도 극히 드물게 고에너지의 중성미자를 감지한다. 과학자들은 어렵게 발견된 중성미자에 빅버드, 괴짜 돼지박사란 별명을 붙였다.

중성미자는 물질의 다름이 어디서 기원하는지 알려줄 실마리를 갖고 있다. 현재는 원자 내 전자의 개수 차이에 따라 물질의 성질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중성미자가 무게(질량)를 갖고 있다면 물질의 특성을 변화시킬 힘이 있을 것이다. 다름의 원인을 찾기 위해선 소립자 파악이 중요하다. 너와 내가 다른 궁극적 이유, 바위와 나무가 다른 원초적 이유 말이다. 한마디로 이제까지 알고 있던 물질의 표준 모형이 흔들리는 것이다. 따라서 중성미자의 비밀이 드러나면 우주의 탄생, 더 나아가 인류의 기원을 밝혀줄지 모른다.  

김재호 과학평론가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Main/3/all/20170711/85291239/1#csidx9450ffe96848433b024461a7f82cc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