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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도 몰랐던 '미니 행성의 비밀' 밝혔다

이름없는풀뿌리 2015. 9. 18. 11:27

원문출처 : [사이언스 in 뉴스] 우주도 몰랐던 '미니 행성의 비밀' 밝혔다
 원문링크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1/03/2008110301905.html
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2006년 명왕성이 행성(行星)의 지위를 박탈당하면서 태양계에는 지구를 포함해 8개의 행성만 남게 됐다. 하지만 태양계 생성 초기에는 무수히 많은 미니 행성들이 존재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너무나 짧은 생을 살았기에 우주의 기억에서 사라져 버린 태양계 행성의 조상들이다.

먼지에서 시작된 행성

태양계 행성의 형성과정은 먼지에서 시작된다. 45억6800만년 전 태양계에는 지금처럼 마이크로미터(1만분의 1m) 크기의 먼지들이 꽉 차 있었다. 현재 우리 은하계에 있는 먼지 무게를 다 합치면 태양 무게의 100억 배가 될 정도이다. 먼지로 가득 찬 구름들은 서로 부딪혀 별똥별처럼 작은 모래 크기가 됐다.

모래들은 다시 뭉쳐 길이가 수㎞~수십㎞의 소행성으로 진화했다. 이른바 미행성체(微行星體·planetesimal)로, 이들이 뭉쳐 행성이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미행성체가 별똥별 같은 모래들이 뭉쳐 만들어진 것이므로 당연히 안이나 밖이 똑같은 천체일 것으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벤저민 와이스(Weiss)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31일 '사이언스(Science)'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미행성체는 지구처럼 내부에 액체상태의 핵이 있고 밖에는 지각이 있는 미니 행성들이었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행성 이전에 조상 격인 행성들이 존재했다는 말이다.

와이스 교수팀은 1869년 브라질 앙그라 도스 헤이스(Angra Dos Reis) 지방에서 발견된 수㎝ 크기의 운석을 그 증거로 내세웠다. 처음 발견된 지역의 이름을 딴 이 앙그라이트(Angrite) 운석은 45억6500만년 전 미행성체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첨단 자기측정장치로 분석한 결과, 오래된 컴퓨터에 꺼낸 하드디스크처럼 운석에도 자기장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자기장은 지구와 같은 행성에서나 만들어질 수 있다. 결국 운석에 자기장이 남아있다면 모체(母體)인 미행성체도 행성과 같은 형태였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경희대 김상준 교수는 "그동안 지구의 조상이라고 할 미행성체의 구조에 대해 논란이 적잖았다"며 "첨단장비로 자기장을 측정해 이 논란을 한 단계 발전시킨 연구"라고 평가했다.
▲ 태양계 행성들. 약 45억년 전 지구의 100분의 1 크기인 미니 행성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맨 오른쪽 둥근 천체는 2006년 행성 지위를 박탈당한 명왕성이다. /NASA 제공

45억년 전의 발전기

행성에서 자기장이 생기는 이유는 일종의 발전기로 설명할 수 있다. 발전기에서는 자석 내부에서 전기가 흐르는 도체가 회전해 전류가 발생한다. 이때 발생한 전류는 반대로 자석처럼 자기장을 만들어낸다. 이른바 패러데이의 전자기유도 원리다.

마찬가지로 행성 내부에서도 전기가 잘 흐르는 물질이 회전할 때 유도전류와 자기장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지구 내부의 핵(核)에는 전기가 잘 흐르는 철과 니켈이 녹아 있다. 온도 차에 의해 공기 흐름이 생기듯 액체 상태의 핵 역시 이리저리 흐르게 된다. 이때 유도전류가 형성되고, 다시 이 전류가 자기장을 만든다.

따라서 운석에 자기장이 남아 있다는 것은 모체인 미행성체 역시 지구처럼 액체 상태의 핵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철과 같이 전기가 잘 흐르고 무거운 물질은 고열에 녹아 내부로 들어가 핵을 이루고, 나머지 물질은 밖으로 밀려나 지구에서처럼 지각을 이루게 됐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운석의 자기장 측정치를 근거로 핵을 보유한 미행성체는 지름이 160㎞ 정도일 것으로 추정했다. 지구 지름이 1만2756㎞이니 초미니 행성이라 할 수 있다. 자기장의 세기는 지구의 20~40% 정도인 것으로 계산됐다. 수명은 약 300만년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요절한 행성의 조상인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미행성체의 자기장 흔적이 지구에 남아 있지는 않을까. 김상준 교수는 "미행성체가 지구를 만들 때는 엄청난 충돌 속도 때문에 모두 녹아버렸을 것이므로 미니 행성의 자기장이 지구 자기장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자손에게 제 몸을 아낌없이 주고도 아무런 부담도 남기지 않은 조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