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설명한 빅뱅이론(The Big Bang Theory)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말하였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경험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 ‘신비(神秘)'이다.
신비는 예술과 과학의 근본을 이루는 진정한 모태이다.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확실한 길만을 추구하는 과학자는
결코 우주를 맑은 눈으로 바라볼 수 없다.“
1965년 뉴저지주에 있는 벨연구소 소유의 대형통신 안테나를
활용할 방법을 찾고 있던 아르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은
끊임없이 들려오는 잡음 때문에 실험을 할 수가 없어서 고생을 하고 있었지.
1년 동안 두 젊은 전파 천문학자들은
그 잡음의 원인을 찾아내서 제거하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였으나 허사였지.
모든 전기회로를 점검했고,
접시안테나의 이음새와 나사못에 절연테이프를 붙여보기도 했지.
심지어 그들은 접시안테나에 올라가서 빗자루로 새똥까지 치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잡음은 사라지지 않았지.
반면 그곳에서 수십km 떨어진 프린스턴 대학에서는
로버트 디키의 연구진이 가모브가 제안했던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서
바로 그 잡음을 찾아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지.
가모브는 우주를 자세히 살펴보면
대폭발에서 남겨진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런 빛이 광활한 우주를 가로질러 오게 되면 마이크로파가 될 것으로 예측했지.
물론 펜지어스와 윌슨을 괴롭히던 잡음은 가모브가 예측했던 바로 그
우주배경복사(cosmic background radiation)였지.
그들은 대략 150조km의 10억배나 떨어진 곳에 있는 우주의 경계이거나
또는 그 경계로 보이는 부분(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빛, 즉 최초의 光子)를 본 것이지.
그들은 우주배경복사를 찾고 있지도 않았고,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더군다나 그것을 설명하거나 해석하는 논문을 발표한 적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초의 신의 목소리를 들은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된거지.
"우주가 태초가 있었을까?
그렇다면 언제부터 세상이 시작되었을까?
아니면 우주는 시작도 끝도 없는 영원한 존재인가? "
인류는 오래전부터 밤하늘의 별을 보고
삶의 무대인 우주라는 존재를 인식 하기시작하면서부터
어쩌면 영원히 풀 수 없을 것 같은 끝없는 호기심을 품기 시작했지.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인류에게 신비와 경이의 대상이었던 우주는,
뉴턴이 1687년에 유명한 『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프린키피아』를 발표하면서,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예견할 수 있는’ 과학의 한 분야로 자리 잡게 되었지.
비로소 우주가 신학이나 철학의 영역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된 거지.
그러나 뉴턴의 프린키피아는 예상치 않게 우주의 생성과정에 대하여
다양한 역설과 또 다른 논쟁을 불러일으켰지.
우주는 유한한가 아니면 무한한가?
우주는 과연 얼마나 넓게 뻗어있을까?
인류의 이런 의문에 대해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은 무한하고 정적인 우주를 선호했지.
하지만 이러한 우주는 곧바로 ‘벤틀리의 역설(Bentley's paradox)'이나
'올베르스의 역설(Olbers' paradox)'과 부딪히게 되었지.
성직자였던 리처드 벤틀리는 뉴턴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냈지.
"중력이라는 것이 잡아당기는 방향으로만 작용한다면,
은하를 이루고 있는 모든 별들은 결국 중심으로 모여들면서 와해될 것이다.
그러므로 만일 우주가 유한하다면, 그곳은 고요하고 정적인 무대가 아니라
모든 별들이 한데 뭉개지면서 처참한 종말을 맞는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반면 우주가 무한하다면,
임의의 물체를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잡아당기는 힘도 무한할 것이므로,
이 경우에도 모든 별들은 조각조각 찢어지면서 혼돈에 찬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뉴턴은 우주가 무한하면서도 균일한 우주를 선호하였으므로
이 문제는 뉴턴에게도 골치 아프게 다가왔지.
그는 “우주공간에 떠 있는 하나의 별이
무한히 많은 다른 별들에 의해 당겨지고 있다면
오른쪽으로 끌어당기는 힘과 왼쪽으로 끌어당기는 힘은 서로 상쇄된다.
모든 별들이 이런 식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정적인 우주가 유지된다.“는 것이 뉴턴의 답변이었지.
그러나 뉴턴은 “이런 아슬아슬한 우주에서는
별 하나가 조금만 요동을 쳐도 주변의 균형이 연쇄적으로 와해되어,
결국 우주 전체가 하나의 중심을 향해 붕괴될 것이다.
우주는 태초에 신이 태엽을 감아놓은 시계와도 같으므로
이 우주가 한 점으로 와해되지 않고 아슬아슬하지만 균형을 유지하고 있으려면
가끔씩 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
올베르스의 역설은
"밤하늘이 왜 어두운가?"라는 의문으로부터 제기된 것으로,
우주가 무한히 크고 균일하다면, 무한히 많은 별들로부터 발생한
중력이나 빛이 서로 더해져서 관측자의 눈에는 무한한 양의 빛이 도달하기 때문에
밤하늘이 어두울 수 없다는 역설이었지.
이 두 가지 역설은 수백년 동안 물리학자와 천문학자들을 괴롭혀 왔는데
다행히 19세기에 들어서면서 뜻밖에도 시인이며 소설가인
에드가 앨런 포에 의해서 해결되지.
그는 “우주는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탄생했기 때문에
유한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멀리 있는 별들로부터 방출된 빛은
아직 무한히 먼 거리를 이동하지 못한 상태이다.“고 했는데
즉, 지구에서 가장 멀리 있는 별에서 나온 빛은 아직 지구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뜻이었지.
20세기에 들어서자, 천체관측 기술의 발전으로
은하들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베스토 슬라이퍼가 1912년에 최초로 관측함으로써 증명된 거지.
지난 수백 년 동안 과학자들은 벤틀리와 올베르스의 역설과 씨름을 벌여왔지만,
우주가 팽창한다고 생각했던 과학자는 단 한 사람도 없었지.
이 무렵 또 한 사람이 이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었지.
우주론의 이론적 기초를 닦은 사람이 아인슈타인이었다면,
천체관측에 입각한 현대적 우주론을 창시한 인물은 에드윈 허블이었지.
허블도 윌슨산 천문대에서 은하들을 관측한 결과
모든 은하가 우리에게서 멀어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지.
더욱이 은하가 멀어져가는 속도와 거리는 명백하게 비례하고 있엇지.
즉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멀리 멀어져갔지.
그것은 곧 우주가 한 곳의 점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했지.
사상가이기 보다는 관측가였던 허블은 그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
우주는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이 생각했던 것처럼
안정하고, 고정되어 있으며 무한한 텅 빈 공간이 아니라, 태초가 있었다는 것이지.
따라서 종말이 있을 가능성도 있게 된 거지.
불행하게도 허블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론적인 업적을 이룩하지는 못했지.
우주가 팽창한다는 관측사실로부터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우주론은
우주가 시간에 따라 진화해 왔다고 설정하는 진화우주론이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면, 우주의 팽창이 시작된 시점이 있으며
이 시점으로부터 우주가 폭발적으로 팽창해왔다고 주장하는 것이 “빅뱅이론”인데
1927년 벨기에의 성직자 조지 르메트르는
이 우주가 초고온, 초고밀도의 ‘초원자' 상태에 있다가
갑자기 폭발을 일으켜 팽창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으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
조지 가모브 (George Gamow, 1904~1968)는
우주에 존재하는 원소의 대부분이 수소와 헬륨이라는 사실에 착안하여
가장 가벼운 원소인 수소를 비롯하여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에 나와있는
모든 원소들이 빅뱅의 열에 의해 연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했지.
가모브의 창조시나리오는 특유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모든 것을 한번에 해결한 것처럼 보였으나 곧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지.
가벼운 원자핵의 경우에는 그의 이론이 잘 들어맞았으나,
양성자와 중성자가 5개, 또는 8개인 원소는 지극히 불안정해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 내는 가교의 역할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지.
이무렵 가모브의 관심을 끌었던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지.
“만일 빅뱅이 엄청난 고온상태에서 진행되었다면,
그 열에너지의 여파는 지금까지 우주공간을 배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다면 이것은 빅뱅을 증명하는 화석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
그는 1948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빅뱅 때 생성된 복사에너지가 절대온도 5k근처까지 식었음을 확인했다" 고 선언하면서
빅뱅의 잔해가 마이크로파의 형태로 남아 지금도 우주 전역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했지.(실제로 현재 알려진 2.7k와 비슷하다)
이 시기에 빅뱅이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빅뱅을 부정하는 증거를 찾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과학자가 있었지.
그가 바로 프레드 호일 (Fred Hoyle 1904-1968)로
우주는 시작도, 끝도 없으며 그곳에 그냥 존재한다는
정상상태이론을 개발하여 조지 가모브와 끝없는 논쟁을 벌이지.
호일은 우주를 이루는 원소들이 가모브의 생각처럼 빅뱅의 용광로 속에서
조리된 것이 아니라, 별의 중심부에서 서서히 생성되었다고 믿었지.
그렇지 않아도 빅뱅이론에서 제기한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들의 생성문제가
시간이 흘러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던 시기에, 1940년대와 1950년대에 걸쳐
호일과 그의 동료들은 별의 내부에서 다양한 원소가 만들어지는 과정,
즉 핵융합반응을 구체적으로 발표하게 되면서,
가모브의 과감한 이론은 폐기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지.
그러나 핵융합에 관한 문제는 가모브와 호일 둘 다 진실의 일부분만을 보았던 것이지.
가모브는 모든 화학원소들이 빅뱅의 잔해에서 탄생했다고 생각했으나,
질량수가 5또는 8인 원소들이 연쇄적 창조의 가교역할을 하지 못하여
설득력을 잃고 말았다면, 호일은 빅뱅이론 자체를 부정하면서
모든 원소들이 별의 중심부에 있는 용광로에서 조리되었다고 주장했지만,
헬륨이 우주의 25%나 차지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지.
결과적으로 가모브와 호일은 상호보완적인 이론을 주장했던 셈이지.
가모브가 생각했던 대로, 가벼운 원소들은 빅뱅으로부터 탄생했지만
그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호일의 주장대로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진 거지.
그중에서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초신성에서 생성되어
폭발과 함께 우주공간으로 흩어져 나온 거지.
그 후 수십 년이 흐른 뒤 팬지어스와 윌슨이
뉴저지주의 안테나에서 들리는 잡음에서 우주배경복사를 우연히 발견하면서부터
빅뱅이론은 흥미로운 이론에서 정립된 이론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거지.
21세기에 들어서자마자, WMAP 위성이 빅뱅 후 38만 년이 지난
초기우주에 관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데이터를 전송해왔지.
별과 은하를 생성시키고 남은 원시우주의 에너지가 그 후로 지금까지
수십억년 동안 우주를 배회하고 있다는 것은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었으나,
이 위성이 새로 전송해온 에너지 분포 데이터는
그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한 것이었지.
자료로부터 재현된 우주배경복사(cosmic background radiation)의 지도는
정밀하기 그지없어 우주는 사유의 영역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된 거지.
우주배경복사(cosmic background radiation) [사진제공 NASA]
WMAP 위성이 촬영한 초기우주의 모습으로 적외선 영역의 빛을 촬영.
우주의 나이가 38만 살이 되었을 때 이런 모습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각각의 점들은 미세한 양자적요동을 나타내며, 이들이 자라서 현재의 은하와 성단을 이루었다.
WMAP 위성을 비롯하여 여러 관측자료와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들을 종합하여
우리의 우주가 겪어온 진화과정을 연대별로 요약하면,
대략 137억년 전 t=0이라고 알려진 순간을 설명하자면,
특이점(singularity : 우주가 시작된 후로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티끌과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들을 모두 모은 후에
그 크기를 가늠할 수도 없는 작은 공간에 모두 집어넣은 상태)
이외에는 ‘주위'가 존재하지 않는다.
특이점은 공간을 차지하지도 않고, 시간이라는 것도 존재하지도 않는다.
특이점이 출현할 수 있는 과거도 없다.
즉 우리의 우주는 아무것도 없는 그야말로 무(無)로부터 시작되었다.
특이점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짧고 광대한 영광의 순간에
단 한 번의 요동에 의해서 상상을 넘어서는 거룩한 크기로 팽창하기 시작했지.
10-43초 이전(플랑크 시대)
이 시기에 중력은 다른 양자적 힘들과 거의 같은 세기로 작용했지.
그 결과 네 종류의 힘들은 초힘(superforce)이라는 하나의 힘 속에 통합되어 있었으며
우주는 완전한 고차원의 빈 공간의 상태에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되지.
10-43초(GUT시대)
초힘은 네 가지의 힘으로 분리되었는데, 중력이 가장 먼저 분리되었고
약력과 강력 그리고 전자기력은 여전히 통합되어 있었지.
우주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거의 1050배까지 폭발적으로 팽창되었지.
10-34초(인플레이션 종료)
온도가 10-27도 까지 떨어지면서 강력이 분리되었지.
이 순간에 인플레이션이 종료되면서, 우주는 표준적인 팽창을 하기 시작했지.
우주는 쿼크와 글루온, 렙톤 등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고온의 플라스마 상태였지.
물질과 반물질은 서로 충돌하면서 모두 소멸되었지만,
물질의 초과분이 남아 장차 만들어질 천체의 원료가 되었지.
3분(핵자의 탄생)
온도가 충분히 낮아지면서 원자핵이 형성되기 시작했지.)
그러나 무거운 원자핵을 만들어내는 핵융합반응은 일어나지 않았지.
공간을 가득 채운 전자들이 빛을 산란(흡수)시켰으므로 우주공간은 불투명했지.
38만 년(원자의 탄생)
우주의 온도는 절대온도 3,000k로 떨어지고
열에너지가 충분히 약해지면서 전기력에 의해 전자가 원자핵의 주변에 구속되기 시작했지.
즉, 원자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지.
그리고 광자는 더 이상 흡수되지 않고 공간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되었지.
우주배경복사는 이 시기에 방출된 것이지.
한때 플라스마로 가득 찬 채 불투명했던 공간은 비로소 투명해졌지.
10억 년(별의 탄생)
온도가 18k까지 떨어지면서, 원시 불덩이가 겪었던 양자적 요동의 결과로
퀘이사와 은하, 그리고 초대형 성단이 형성되기 시작했지.
별의 내부에서는 탄소와 산소, 질소 등 비교적 가벼운 원자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폭발하는 별은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을 주변에 흩뿌렸지.
이 시기는 허블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는 가장 먼 과거에 해당되지.
65억 년(드 지터식 팽창)
아직 정체를 알 수 없는 암흑에너지에 의해 반(反)중력이 작용하면서
드 지터식 팽창(팽창속도가 점차 빨라짐)이 시작되었지.
137억 년(현재)
우주 공간의 온도는 2.7k(영하 271.30c)까지 떨어지고
별과 은하와 행성 등 현재와 같은 우주의 모습이 형성되었지.
우주는 지금도 팽창하고 있으며, 팽창속도도 점차 빨라지고 있지.
지금까지 빅뱅의 순간부터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우주의 모습까지 살펴보았는데
이 순간에도 우주는 무한히 팽창하고 있지만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사고실험(思考實驗)을 차용하여
만약 우리가 우주 끝까지 가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실제로는 직선을 따라서 무한히 오래 가더라도 절대 우주의 끝에 도달할 수가 없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공간이 휘어져있기 때문에 오히려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시간은 정지되고 공간이 없다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137억년 전 t=0이라고 알려진 시간 이전의 세계는 영원히 무(無)의 세계였을까?
어쩌면 그런 특이점이 그 이전에 존재했던 우주가 수축되어서 생겼을 수도 있을 것이므로
우주는 팽창과 수축을 영원히 반복하는 것은 아닐까?
없음(無)의 세계에서 있음(有)이 생겨나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한때는 없음의 세계였던 곳에서 오늘날의 우주가 생겨난 것은
그런 일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충분한 증거가 될 수도 있겠지.
비눗방울이 또 하나의 작은 비눗방울을 만드는 것처럼
우주도 충분히 커지고 나면 또 다시 새로운 우주를 낳으면서
영원히 번식을 계속하는 것은 아닐까?
혹은 우리의 우주는 수많은 다른 차원의 우주들 중의 하나에 불과할 수도 있고,
대폭발은 어느 곳에서나 늘 일어나고 있는 평범한 일일 수도 있겠지.
어쩌면 대폭발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시간과 공간은
우리가 상상하기에는 너무나도 낯선 전혀 다른 형태였을 수도 있고,
대폭발은 우리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형태의 우주로부터
우리가 대강 이해할 수 있는 모습의 우주로 전환되는 과정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빅뱅은 지금도 우주의 도처에서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는 말인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수 많은 ‘방울우주'가 떠다니는 망망대해 속에서
하나의 방울우주 속에 실린 채 우리의 우주가 무한하다고 상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종교적 용어를 빌려 상상한다면
"영원한 열반의 바다 속에서 천지창조가 이루어졌다”가 적정한 표현이겠지.
뉴턴의 중력이론에서 시작하여 난해하지만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그 외 수많은 천재 과학자들의 노고 덕택에,
우리는 그들이 쌓아올린 '과학의 산'에 올라가서
좀 더 넓은 시야로 우리의 우주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거지.
그러나 우주는 우리가 생각한 이상으로 기이할 뿐 아니라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더욱 기이하지.
요동치는 양자 세계를 마주할 때의 멀미 증상처럼
11차원, 초끈이론, M-이론, 다중우주, 평행우주 등 최근의 우주론을 대할 때마다,
외계언어를 사용하는 과학자들의 기이한 말들이 우리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지만
G. K. 체스터턴의 아래와 같은 말이 우리에게 조금의 위안을 주기도 하지.
"시인은 우주의 일부가 됨으로써
우주를 이해하려고 하지만,
논리적인 과학자는 우주를 자신의 머릿속에 우겨서 집어넣으려고 한다.
그래서 과학자의 머리는 종종 여러 갈래로 분열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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