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조상 체격 기후 영향 받아…현재도 진행 중
추운 곳에서 몸집 크게 진화, 두뇌 크기는 다른 요인 작용
- 입력 : 2021.07.09 10:18:50 수정 : 2021.07.09 10:42:48
사람속 두개골과 대퇴골 화석▶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를 비롯한 사람(Homo)속의 평균 체격이 기후의 영향을 받아왔으며, 추운 지역에서 더 큰 체격을 갖게 진화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새나 포유류에서 큰 몸집이 체온 상실을 줄여줌으로써 추위에 대한 완충작용을 하는데, 인간의 조상들에서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과 외신 등에 따르면 이 대학 진화생태학자 안드레아 마니카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세계 곳곳에서 발굴된 사람속 화석의 신체와 두뇌 크기를 측정하고 고기후와 비교해 얻은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수백만년에 걸쳐 이어져 온 사람속의 진화는 체격과 두뇌가 점차 커지는 흐름을 보여왔다. 약 30만 년 전에 출현한 현생 인류 조상은 150만 년 전의 호모 하빌리스(habilis)에 비해 몸집은 50% 더 크고, 두뇌는 3배가량 크지만 이런 진화의 동력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논쟁적 사안이 돼왔다.
연구팀은 300개가 넘는 사람속 화석의 체격을 재고 이들이 살았던 지역의 기후를 분석해 기후, 주로 기온이 체격 진화의 배경이 된 것으로 제시했다. 마니카 교수는 "현재도 더운 곳에 사는 사람은 작고, 추운 곳에 사는 사람은 큰 경향을 볼 수 있다"면서 "똑같은 기후의 영향이 지난 수백만년간 영향을 미쳐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사람속의 두뇌 크기에 대한 환경적 영향도 분석했지만 전체적으로 상관관계가 체격의 변화만큼 뚜렷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제1저자인 튀빙겐대학의 마누엘 빌 박사는 이와관련, "신체와 두뇌 크기를 서로 다른 요소가 결정한다는 점을 발견했다"면서 "환경적 요인이 두뇌보다는 신체 크기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양을 충분히 공급해야 두뇌 크기도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변 환경의 간접적 영향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연구팀은 인간의 신체와 두뇌가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가 존재한다면서, 추운 지역에 평균적으로 더 큰 체격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두뇌 크기가 약 1만1천650년 전 홀로세가 시작되면서 점차 줄어드는 것 등을 사례로 제시했다.
연구팀은 복잡한 일을 컴퓨터에 맡기는 등 기술 의존도 커지면서 수천년에 걸쳐 두뇌를 더 작게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최근 진행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의 결과로 가까운 미래에 인간의 체격이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변화가 1~2세대가 아닌 수천, 수만년에 걸쳐 진행되고 섭씨 2도에 약 1㎏ 정도에 그친다는 것이다.
마니카 교수는 "인간의 신체와 두뇌 크기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를 전망하는 것은 흥미롭다"면서 "그러나 많은 요인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과거 수백만년에 나타난 현상에 지나치게 의존해 추정하지 않도록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
[핵잼 사이언스] 2000년 전 세 남자 미라 얼굴 복원..게놈 최초 분석
송현서 입력 2021. 09. 29. 16:36 댓글 53개
[서울신문 나우뉴스]
2000여 년 전 고대 이집트 지역에 살았던 세 남성의 얼굴이 복원됐다고 미국 라이브사이언스 등 과학전문매체가 27일 보도했다. 2017년 독일 막스 플랑크 인류역사과학 연구소 측은 이집트 카이로 남부의 고대 도시인 아부시르 엘 멜레크에서 발굴한 미라 3구에서 DNA 샘플을 채취했다. 이후 연구진은 미라를 DNA 시퀀싱 한 데이터를 활용해 얼굴의 특징을 분석했다. DNA 시퀀싱은 오랜 시간이 지나 변형되거나 박테리아 등에 노출돼 오염된 DNA를 감지하고 DNA 서열을 알아내는데 사용되는 기술이다.
그 결과 미라 3구는 2000년 전 살았던 남성들로, 어두운색의 눈동자와 머리카락을 가졌고, 밝은 갈색 피부를 가졌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고대 이집트 미라의 게놈(한 생물이 가지는 모든 유전정보)를 성공적으로 재구성한 최초의 사례로 꼽힌다. 그리고 최근 미국 바이오회사인 파라본 나노랩스 연구진은 해당 정보를 이용해 미라 3구의 본래 얼굴을 3D 모델로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복원 결과 2000년 전 고대 이집트 남성들의 외모는 현대의 지중해 또는 중동인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파라본 나노랩스 측은 법의학에서 주로 사용되는 DNA 표현 과정에 따라 미라의 얼굴을 3D로 복원했다. 이 과정에서 DNA 정보가 활용됐으며, 머리카락의 곱슬 유무와 얼굴형, 코의 형태와 크기 등 세밀한 부분까지 재현해낼 수 있었다.
파라본 나노랩스 관계자는 “2000년 전 고대 인류의 DNA에 대한 포괄적인 분석이 수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오랜 시간이 흘러 DNA 정보가 분해되기 쉬운데다 DNA가 박테리아의 DNA와 섞일 가능성도 높아 고대 미라의 DNA를 분석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단일염기다형성(SNP)을 분석해 생김새를 자세히 예측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인종이나 개인에 따라 DNA 염기에 차이가 있는데, 인종에 상관없이 유전자의 99.9%가 같지만 0.1%의 염기 차이로 키와 피부색 등이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의 결과는 과학자들이 현재까지 남아있는 고대 인류의 미라나 유골을 통해 얼굴을 복원해내고, 이를 통해 당시 인류의 외형을 분석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또 용의자나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범죄 사건의 단서를 찾거나 유해를 식별하는 데에도 해당 기술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지난 15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개인 식별 국제 심포지엄’(International Symposium on Human Identification)에서 공개됐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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