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아름다운 문학 206

<박은숙> 개펄 / 갈대 / 가을어느날

개펄 - 무창포2 / 박은숙 - 물 빠진 자리에 길 게 누운 바위는 질척한 가슴 해풍에 널어 말리고 흰 거품 가득 담고 세상 구경 나온 방게는 어지러워 바로 걷지 못했다. 바로 걷자 바로 걷자 다짐하지만 세상이 옆으로 간다 눈감아도 넘실대는 그리움 수평선 끌어와 안과 밖 경계삼고 가슴 열어 쏟아지는 해풍에 온몸을 씼는다 갈대 - 박은숙 - 풀어 헤친 머리 해산한 여인처럼 그렇게 고통스러웠니 끊어질듯 꺾어질듯 가녀린 허리로 익어 가는 들판을 너는 그렇게 지켰니 골수에서 퍼올린 너의 모든 열정 다 태우고 지쳐 몸 가누지 못하고 이리 저리 쓰러져도 뜨거운 볕이 가을을 익게할 때 탈색된 머리 카락 뽑아 하나 둘 날려 보내고 눈물로 온몸으로 익어 가는 들판을 너는 그렇게 지켰니 가을 어느 날 - 박은숙 - 어느 ..

<지석산>콩 / 망둥이 / 솔잎위의눈

콩 - 2002/8/13 / 지석산 - 꽃이 작아서 알맹이까지 잘까 씨 불려 터뜨린 하늘 초록은 무성하다. 조용한 움직임 소리 없는 창조의 노력 꽃 속에 숨겨 놓은 단단한 알갱이 걱정되어 주머니 속에 담았다. 꽃은 비록 작아도 알맹이는 크다. 눈 여겨 볼 이 없어도 화폭 하나 만든다. 더부룩한 잎새 아래 숨어 있는 자연의 섭리 다만 안고 있어도 좋은 걸. 콩깍지 안에 미래를 담았다. 밭 메는 할머니 옆 조막만한 아이가 저 닮았다고 만지작거리면서 좋아한다. 망둥이 - 2002/8/13 / 지석산 - 제 놈 살 곳이 어딘지 알긴 알아? 뻘 밭에서 눈 두 개 빠꼼 뜨고 어째 그렇게 바라보나. 입까지 벌름벌름 아하, 그렇구나 펄떡대는 네 모습 곰곰 생각하니 나도 살 곳이 어딘지 몰라도 열심히 살자고 통통 뛰어 ..

들깡달깡(2002/10/04)

들깡달깡 - 어릴 적 할머님이 모시 삼으며 들려 주시던 자장가 - ​ 들깡달깡 들깡달깡 서울가다 마당쓸다 돈한푼을 주섰구나 돈한푼을 주서서나 밤한되를 사와서나 살강미티 묻었드니 머리감는 새앙쥐라 다까먹고 버래탱이 하나쪼끔 냉겼구나 쪼끔냉긴 밤탱이를 오막소티 살므까나 냄비소티 살므까나 가마소티 삶을까나 가마소티 살머서나 대꼭지루 건지까나 함박이루 건지까나 조빡이루 건지까나 조랭이루 건지까나 조랭이루 건져서나 멀국일랑 재깐주구 껍데기는 마당주구 베인디는 토방주구 알맹이는 너구나구 짜악쪼개 먹자꾸나 달강달강 달강달강 달강달강 달강달강 배달9199/단기4335/서기2002/10/04 이름없는풀뿌리 라강하

文學이란? 좋은 詩란?(글을 올리기 전에..., 2005/09/12, 2002/10/04)

문학(文學)이란? 나는 전문 문학도가 아니다. 그런데 왜 글을 써야하나? 글을 쓰지 않고는 못배기나? 그렇다. 문학이란 문학을 전문으로 업(業)을 삼는 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남들에게 사기치지 않고 땀흘리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일일 근로 노동자, 시장의 좌판대에서 생필품을 팔아가며 살아가는 팔다리 부러진 상이군인, 지하차도의 페이퍼 박스에서 잠을 청하는 연변 조선족 중늙은이, 이해타산이 맞지 않지만 농촌을 지키며 시커먼 피부를 땡볕에 내놓고 일하는 농부들, 오염된 바다에서 그물을 던지는 어부들... 그들이 바로 시인(詩人)이요, 문학가(文學家)가 아닐까? 터엉 빈 머리로 단어 하나를 밤세워 부수고, 조합하고, 마치 아이들 블럭 맞추듯이 조작하여 놓고 고뇌에 찬 눈빛을 보이며 세상의 고민이란 고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