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산(須彌山)의 세계
晸方晟 著
허공에 뜬 풍륜(風輪)
수미산(須彌山)이라 하면 곧 불교를 연상하게 되고, 어딘지 모르게 우리에게 친근함을 주는 이름이다. 그러면 수미산이란 도데체 어떤 산일까? 그 설명에 갈음하여 불교의 우주관을 소개하고자 한다. 소승불교(小乘佛敎)의 교리를 설명하고 있는 5세기 인도의 작품 『구사론(俱舍論)』에 따라 이야기를 펼쳐 나가기로 한다.
수미산이란 불교 우주관에서 말하는 상징적인 산이다. 이 우주관에 따르면 대양 위 높고 높은 허공 속에 풍륜(風輪)이란 것이 떠 있다. 모양은 둥글 넙적한 원반체이며, 크기는 둘레가 아승지(阿僧祗) 유순(由旬), 두께가 160만 유순이다. 유순(由旬)의 길이는 여러 가지 설로 확실치 않지만, 일설에 약 400리라고 한다. 아승지는 거대한 수(數)의 단위로서 무수(無數)라 뜻으로 번역하는데, 1059이 된다.
이 풍륜(風輪) 위에 수륜(水輪)이 포개져 있다. 모양은 한가지로 원반체이고 크기는 직경이 1백 20만 3천 4백 50 유순, 두께는 80만 유순이다. 수륜 위에 또 금륜(金輪)이 있다. 모양은 원반체이고 크기는 직경이 1백 20만 3천 4백 50 유순, 두께는 32만 유순이다. 금륜의 상부 표면에는 산·바다·섬 등이 있다. 그러므로 가장 큰 풍륜이 맨 밑에 있고, 그 위에 차례로 작아지는 수륜과 금륜이 얹혀 있는 모양을 상상하면, 언뜻 생일 케이크를 연상하게 될 것이다.
중앙에 솟은 수미산(須彌山)
여기서 주의 깊은 독자는 알아차렸겠지만, 수륜과 금륜은 길이(높이)만 다를 뿐, 직경은 같다. 곧 직경이 같은 하나의 원통체(圓筒體)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둘로 이루어진 원통의 모양은 원래는 하나의 수륜이었는데, 끓어오른 우유가 표막이 생기듯 상부에 금륜이 생성된 것이다.
금륜 위에는 아홉 개의 산이 있는데, 중앙에 솟아 있는 것이 수미산(須彌山)이다. 수미산을 둘러 동심(同心) 방형(方形)의 산(산맥)이 일곱 개 있는데, 안쪽으로부터 지쌍산(持雙山)·지축산(持軸山)·첨목산( 木山)·선견산(善見山)·마이산(馬耳山)·상이산(象耳山)·니민달라산(尼民達羅山)이라 불린다. 그 밖으로 사주(四洲: 섬 또는 대륙)가 있어, 동쪽에 승신주(勝身洲), 남쪽에 섬부주(贍部洲), 서쪽에 우화주(牛貨洲), 북쪽에 구로주(俱盧洲)가 위치한다.
그리고 금륜의 외변에 철위산(鐵圍山)이란 산맥이 있다. 철위산이라 부르는 것은 철(鐵)로 되어 있기 때문이며, 다른 일곱 개의 산맥은 금(金)으로 되어 있고, 중앙의 수미산은 금·은·유리·파려( )로 되어 있다. 이들 산이나 섬은 가득찬 물 가운데 솟아 있다. 이상을 간략하면 <도표 1>과 같이 표현될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종래 수미산의 그림들이 일곱 산맥을 원으로 잘못 나타내고 있는 점이다. 이것은 사각이라야 한다. 이유는, 그렇지 않으면 『구사론(俱舍論)』의 다음 구절이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곱 바다 가운데 첫째 바다(중앙 수미산과 지쌍산 사이의 바다)의 넓이(폭)는 8만 유순이다. 지쌍산 안쪽의 변의 길이를 (8만 유순으로) 쪼개면, 그 4변의 각각 길이는 8만의 3배, 곧 24만 유순으로 된다."<도표 2> 참조.
높이는 3천 2백만리(里)
그러면 수미산의 크기는 과연 얼마만할까? 이번에는 금륜의 상층부를 측면에서 살펴 보자. 금륜 위에 차 있는 물은 그 두께가 8만 유순의 층을 이루고 있다. 1유순을 4백리로 친다면 실로 3천 2백만리나 된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가 25리(약 1만미터)에 불과함을 생각하면 상상을 넘는 거리이다.
수미산 전체의 높이는 16만 유순인데, 그 하반부 8만 유순은 물에 잠기고, 상반부 8만 유순(3천 2백만리)이 물 위에 솟아 있다. 이를 둘러싼 여덟 산맥의 높이(수면 윗부분)는 중앙의 산맥에서 외변의 산맥으로 나감에 따라 각각 반감되어진다. 곧 중앙의 가장 높은 수미산보다 다음 첫째 산맥의 높이는 절반으로, 또 둘째 산맥은 첫째 산맥의 절반으로, 이렇게 차례로 반감되어 마지막 바깥 둘레의 철위산(鐵圍山) 높이는 마치 저수지의 제방처럼 물만 넘쳐 나가지 못할 정도의 낮은 산맥으로 된다.
이것으로 금륜 위의 모습은 대강 파악되겠지만, 그러나 여기에 두가지 변수가 생긴다. 첫째는 각 산맥은 그 폭과 수면 위의 높이가 같고, 또한 각 산맥의 폭도 중앙의 산맥에서 외변의 산맥으로 멀어짐에 따라 각각 차례로 반감되어 간다는 것이다. 둘째는 바다의 폭도 중앙의 가장 가까운 수미산 둘레의 바다를 8만 유순의 폭으로 하여 외변으로 나감에 따라 차례로 반감된다. 다만 후자의 경우, 일곱째의 산맥(니민달산)과 외변의 산맥인 철위산 사이에 있는 바다의 폭은 상당히 넓다.<도표 3>
<도표 3>의 숫자로 계산하면 금륜의 직경은 1백 20만 8백 75 유순으로 되어 처음에 말한 1백 20만 3천 4백 50 유순이 아니다. 이에 대해 주석서에는 몇 가지 견해가 제시되어 있다. 하나는 그림의 外海의 폭을 32만 2천 유순이 아니라, 이에 1천 2백 87.5 유순을 더한 숫자로 정정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 하나는 철위산 바깥에 부복분 만큼의 금륜이 늘어나 있다는 생각이다. 다른 하나는 산맥의 횡단면은 정확한 네모꼴이 아니고 약간 사다리꼴이므로(산맥의 폭이 수면 위의 높이와 같다고 한 것은 대강을 말한 것임), 산맥 저변의 길이를 보태가면 1백 20만 8백 75 유순보다는 길어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므로 수미산은 수상 부분만 3천 200만리, 수중 부분까지를 합하면 그 2배인 6천 400만리에 달하니, 에베레스트 산(약 20리, 8800미터)과 비교하면 말도 안된다.
그런데 이 수미산이란 말은 인도어의 Sumeru, umeru의 음역(音譯)이다. 소미로(蘇迷路)라는 음역 한자도 있다. 여기서 「수미」라 하면 메소포타미아 최초의 문명국 슈메르(Sumer)가 저절로 연상된다. 또한 재미있는 것은 한민족은 슈메르 계통의 지파라는 것이고, 또 『태백일사(太白逸史)』란 책에는 단군 이전인 환웅 시대의 환국(桓國) 12연방 가운데 하나로 수밀이국(須密爾國)이 나온다. 중국 갑골문 학자들의 설에도 고대 한국민을 소말인(蘇末人)이라 표기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흥미로운 대목이다.
인도의 고대 서사시 『마하바라타』에 메루(meru)라 나오는 것이 문헌상에 있어 이 산이 등장하는 오랜 보기로서, 불교가 이것을 따왔을 것이다. 그리고 메루(멜)는 인도아리아어 미칭(美稱)의 접두사 Su를 붙여서 수메르(슈멜)라고도 부른다. 의역으로는 확실치 않으나 묘(妙)자 밑에 산을 뜻하는 적당한 글자를 붙여 묘고(妙高), 묘향(妙香) 등으로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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