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에 계신 사명대사께서 땅을 치실 일이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7만9342㎡를 국내 단일 부동산 거래로는 최고가인 10조5500억원에 매입한 이후 엉뚱하게도 불교계가 불편한 심기를 내보이고 있다. 이번에 매매가 이루어진 한전 부지는 원래 봉은사 소유였는데 조계종단이 44년 전 '헐값'으로 팔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7만9342㎡를 국내 단일 부동산 거래로는 최고가인 10조5500억원에 매입한 이후 엉뚱하게도 불교계가 불편한 심기를 내보이고 있다. 이번에 매매가 이루어진 한전 부지는 원래 봉은사 소유였는데 조계종단이 44년 전 '헐값'으로 팔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 봉은사 미륵대불이 서울 강남의 불야성을 배경으로 서있다(왼쪽). 지난 18일 현대차그룹에 10조5500억원에 팔린 한전 부지. / 봉은사 제공·뉴스1
조계종은 1970년 불교회관 건립과 동국대에 필요한 공무원교육원 건물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종단 유휴지 매각 방침을 세우고, 당시 봉은사가 소유하고 있던 땅 매각을 추진했다. 당시 봉은사 주지 서운 스님은 "가격이 지나치게 싸다"는 이유로 반대했지만, 종단 원로들이 나서 종단 결의를 거쳐 매각을 성사시켰다. 매각 반대파는 "1960년대 강남개발로 봉은사 인근 반포·압구정 일대가 이미 개발이 시작되고 절 인근 땅값도 오르리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 수 있는 상황에서 왜 매각을 서두르는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훗날 '무소유'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법정 스님도 당시 "봉은사는 한강 이남에 자리 잡은 입지 여건으로 보아 앞으로 종단에서 다각도로 활용할 수 있는 요긴한 도량이다. 불교회관 건립은 촉각을 다투며 서두를 문제가 아닌 만큼 사부대중의 의견을 수렴해 봉은사 같은 중요 도량의 땅을 쉽게 처분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봉은사 땅 매각 과정에는 조계종 신도회장을 맡았던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이 막후에서 많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은 이 과정에서 총무원장이 교체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정부는 땅 매입 한 달 만에 봉은사로부터 사들인 10만평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한때 20만평에 이르렀던 봉은사 땅은 현재 약 9917㎡(3000여평)만 남았다.
봉은사는 애초 어떻게 이 많은 땅을 가지게 된 것일까. 신라 원성왕 때인 794년 창건된 봉은사는 1498년(연산군 4년) 성종의 능(선릉)을 지키는 능침사찰(陵寢寺刹)이 된 후 강남 일대 땅을 하사받았다. 절 이름도 견성사(見性寺)에서 '은혜를 받든다'는 뜻의 봉은사(奉恩寺)로 바뀌었다. 조선시대 승과 고시를 치르던 곳으로, 보우·서산·사명대사 등 명승을 배출한 불교 성지이기도 했다.
한 불교 신자는 "만감이 교차한다"면서도 "어찌하겠는가. 다 부처님의 뜻"이라고 했다. 봉은사 위영란 홍보실장은 "많은 불자가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