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낙서장(잡)

황우석 교수 기자회견 전문

이름없는풀뿌리 2015. 9. 30. 14:23
1. 여성 연구원의 난자 제공에 대해서

저희 연구팀은 2002년 말부터 2003년에 이르기까지 인간 체세포를 핵이 제거된 난자에 이식하여 줄기세포주를 만들었고 그 특성을 검증하여 결과를 2004년 2월 사이언스지에 발표하였습니다. 당시 연구를 위해 총 16명의 여성들이 난자를 제공했으며 그 중 242개 양질의 난자를 이용하여 1개의 줄기세포주를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여성연구원이 난자를 제공하였다는 의혹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두 명의 여성연구원이 난자를 기증한 것은 사실입니다. 당시의 연구에는 많은 난자가 필요했지만 줄기세포 확립에 성공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난자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 연구에 참여 중이었던 한 여성 연구원이 제게 찾아와 난자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그 연구원이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나이 어린 대학원생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난자가 부족한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더라도 교수 입장에서 그 의사를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 뒤에도 난자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이 난자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두번 더 밝혔으나 저는 거절했습니다. 또 다른 여성 연구원 한명도 약 1개월 반 후 비슷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 이후 2004년 5월 <네이처> 기자가 연구팀의 연구원 중 한 명이 난자를 제공했다고 밝혔다면서 제게 확인을 요청하였습니다. 저는 두 명의 연구원에게 사실여부를 물어봤습니다. 그 분들은 난자를 제공했다고 확인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난자 제공이란 여성으로서는 민감한 사안이므로 공개되길 원치 않는다고 제게 밝혔습니다. 저로서는 네이처지에 당시에 본인은 몰랐지만 결국 연구원들의 난자가 제공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밝혔어야 했음에도 제공자 한명이 매우 강력히 프라이버시 보호를 요청했고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제공된 연구원 난자 때문에 윤리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이 답답하여 네이처지에 사실과 달리 답변하였습니다.

돌이켜보면 당시 그 사실을 있는 대로 털어놓았다면 국민 여러분에게 지금같은 염려를 드리지 않아도 됐을 텐데 하는 후회가 듭니다.

 

2. 미즈메디병원의 난자제공과 관련하여

2002년 3월경 저는 노성일 이사장과 서울의대 문신용교수와 함께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 연구에 온 힘을 기울이기로 뜻을 같이 하였습니다. 당시 미즈메디 병원은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있어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고 있었으며 불임 클리닉 운영을 통해 난자와 관련된 많은 경험이 축적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난자의 획득도 가능하여 이 두 부분을 책임지고 저희 연구팀은 체세포 핵이식 분야를 맡기로 역할 분담이 되었습니다. 노 이사장의 이러한 기여는 우리 연구에 필수적이었기 때문에 후일 특허권에 대한 지분도 공유하게 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두 개도 아닌 많은 난자가 미즈메디 병원으로부터 공급되는 상황에서 이들 중 일부라도 특별한 방법에 의해 조달되지 않겠는가라는 의구심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노 이사장 특유의 직선적이고 솔직담백한 답변으로는 별 문제가 없는 난자들이니 연구에만 전념하라는 말씀에 더 이상 확인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용한 난자중에 노 이사장이 실비제공에 의해 취득한 난자가 있음을 직접 확인한 것은 지난 2005년 10월말 모 방송국의 프로그램 취재과정에서 사실대로 밝혔다며 저에게 전화를 해 와서 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본의 아니게 그러한 난자가 사용되었던 점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현재 저희들이 수행하는 연구는 매단계마다 세계 최초로 진행되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저희 연구진들은 눈 덮인 들판에 처음 발자국을 남기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현재 법규정이나 윤리항목에 비추어볼 때 과거 저희들에게 깊은 통찰이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윤리와 과학은 인류문명을 이끌어가는 두 수레바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연구는 윤리의 테두리 속에서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현실은 앞서가는 과학을 뒷받침하는 윤리규정이 마련되지 못하는 예가 드물지 않습니다. 저희들의 연구도 그와 같은 경우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저희들의 2005년도 사이언스 논문은 국제적 윤리기준에 부합되도록 생명윤리학자들의 도움도 받았고 검증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환자유래 줄기세포주 확립에 성공한 나라는 저희밖에 없으며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보유, 공급할 수 있는 나라도 저희밖에 없습니다. 줄기세포 연구가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변함없이 성원을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이번의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응하여 냉정하고 신중하게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본 연구를 성공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주셨음에도 불구하고 본의아니게 어려움을 겪고 있을 한양대학교 기관윤리심의위원회와 미즈메디 병원 연구진들에게도 깊은 사과를 드립니다. 모든 논란과 파문의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국민 여러분께 조금이라도 속죄하기 위해 오늘부터 세계줄기세포허브 소장직을 비롯한 정부와 사회 각 단체의 모든 겸직을 사퇴합니다. 현재의 심정으로는 연구직까지도 사퇴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지만 국민 여러분께서 그동안 보내줬던 따뜻한 성원과 난치병 환자들의 희망등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오로지 순수한 과학도로서의 길만 걷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어떤 질책과 비판 그리고 충고도 달게 받겠습니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과 국내외 과학계에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2005.11.24.

황우석 올림

 

 

황우석 교수 기자 회견문
[연합뉴스 2006-01-12 10:56]
여러분들 사랑과 성원 기대를 생각하면 어찌 이 자리에 서겠습니까. 여러분을 올려다볼 자격과 힘도 없습니다. 총장과 교수, 연구원들 난치병 극복을 위해 난자 제공한 이들에게 사죄를 드립니다. 더 이상 고개를 들 수 없는 상황이지만 서울대 조사위 조사가 모두 끝난 지금 조사위 중심에 선 저로서는 이와 같은 사과와 설명이 한번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과연 이 자리에 서는 것이 온당할 지 여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서울대 조사 결과에 대해 논문의 허위 데이터는 사실이며 내가 책임을 지겠습니다. 모두 인정하고 사과드립니다. 박을순 연구원에 대한 난자 제공 부분도 사실입니다. 난자 매입과 관련해 큰 돈은 아니지만 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있음을 고백합니다. 다만 연구원들로 받은 난자 제공 동의서 7장은 난자 제공과 관련된 법규가 미비해 그 요건을 맞추기 위해 형식적으로 받은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줄기세포 바꿔치기 또는 원래부터 없었다는 것에 대한 논란과 줄기세포 원천 기술 여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바꿔치기라 함은 배반포에서 꺼낸 내부 세포 덩어리를 이미 만들어진 수정란 줄기세포로 대체해 배양한 경우, 복제줄기세포와 수정란 줄기세포를 맞바꾼 것을 모두 포괄한 개념입니다.

난자의 공급, 배반포 수립기술, 동 배반포의 배양 기술이 꼭 필요합니다. 미즈메디 병원측이 배양 이후 부분을 책임지기로 했습니다. 특허는 미즈메디 노성일 이사장이 40퍼센트, 서울대가 60퍼센트 갖기로 약속습니다. 논문과 관련된 실험에 임하게 됐고 그 총괄은 서울대 대표인 내가 맡게 됐습니다. 미즈메디 병원은 2004년 논문과 관련된 줄기세포 수립과 관련해 박종혁, 김선종 연구원가 일을 했습습니다.2005년 줄기세포 논문에는 김선종 연구원이 서울대에 매일 30분에서 1시간동안 파견해 일했습니다. 이들은 배반포 이후 DNA 검사 등 이후를 총괄했습니다. 우리측은 이를 보조하는 인력만 뒀습니다. 저희는 미즈메디 병원의 역할 책임만 믿고 이들이 보고하는 내용을 100퍼센트 신뢰했습니다.

DNA추출과 검사는 미즈메디 병원의 위 연구원들이 모두 수행했습니다. 2004년에 성립된 1번 줄기세포와 관련, 미즈메디의 박종혁 연구원이, 2005년 2번 3번은 미즈메디의 김선종 연구원이 수행했습니다.이들은 체세포와 줄기세포 DNA 일치한다고 했습니다.

12월 26일에 박종혁 연구원과 통화했습니다. 미즈메디 병원측이 수정란 줄기세포의 재검사를 하는 정기 검사 시 1번 줄기세포도 역시 2004년 9월 DNA검사를 한 적이 있다고 하면서 그 검사를 해보니 논문의 DNA와 결과가 똑같다고 했습니다. 그 프린팅 결과를 이메일로 미즈메디 김진미 연구원으로 부터 직접 수령했습니다.

2004년 논문은 절대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서울대 조사위 위원장에게 말해주고 조사위에 간곡히 요청했습니다. 박종혁 연구원의 진실과 진술과 달리 DNA검사를 통해 2004년 줄기세포는 논문의 줄기세포와 다르며 단성 생식에 의한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2004년 2월과 9월 경 미즈메디 자체조사 결과는 미즈메디의 누군가가 그 결과를 조작하지 않았다면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됩니다. 또한 유영준 전 서울대 연구원은 2004년 논문 제출 당시 DNA 검사 당시 체세포를 박 연구원에게 넘기고 단성생식이 아니라는 검사를 행하고 정현용 연구원에게 제공하고 복제줄기세포라는 점을 확인하고 매우 기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유 연구원이 자신의 부인인 이 연구원의 진술을 근거로 단성생식을 주장했는 지 알 수 없습니다. 이유진 연구원은 난자를 다룰 기술이 없었고 제 1극체를 난자에 주입한다는 것은 기술적 측면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어느 연구소도 처녀생식 줄기세포가 수립되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어려운 일입니다. 처녀생식을 유도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박종혁 연구원이나 유영준 연구원 등이 나와 강성근 교수를 완전히 속이고 조작 자료를 냈는 것으로 봅니다. 나는 이를 다시 검증했어야 했는데 이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도록 하겠습니다.

이와 같은 연구는 국내외적으로 완전히 규명돼야 할 상황이므로 수사 요청까지 했습니다.

배반포는 (우리 손에 의해) 100여개 이상 수립됐습니다. 그런데도 줄기세포는 하나도 없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핵이식 기술은 저희 연구팀이 명실상부하게 갖고 있는 세계 최고 기술입니다. 한 사례로 피츠버그대 섀튼 박사가 흡입법으로 실패한 원숭이 배아 복제 연구를 박을순 연구원이 가서 성공시켜준 일이 있습니다. 우리 연구팀의 기술은 뉴캐슬 대학의 머독 교수가 2.7%의 수율을 얻은 것이 유일한 사례입니다. 머독 교수를 영국 정부에 추천해 준 것이 바로 우리입니다. 머독 교수는 이후 우리에게 연구 자문까지 받았습니다.

뉴캐슬 대학은 배반포 수립 기술에 관해서 우리와 비교되지 못할 수준입니다.

최근 이룬 성과에 대해 말해 보겠습니다. 미즈메디 병원과 무관하게 세계최초로 인간의 면역 유전자가 주입된 무균미니돼지의 체세포 복제를 통한 줄기세포를 확립했고 테라토마 검사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외부 검증도 마쳤습니다.

그러나 작금의 사정으로 인해 논문 제출은 포기했지만 위의 줄기세포 배양 성공은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무균미니돼지의 체세포복제줄기세포는 인간의 경우와 배양과정이 거의 똑같습니다. 환자의 복제배반포를 이 기술을 이용해 일부이나마 배양 중에 있습니다. 물론 인간의 줄기세포 원천기술이 있다고 이를 통해 주장하는 것이 아니지만 평가는 이를 통해 여러분이 해줬으면 합니다.

복제 배반포는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 연구팀 자체만이라도, 국내외 있는 동일 기술 보유한 다른 연구팀과 공동으로 협동연구가 이뤄졌다면 비록 몇개의 불과할 지 모르지만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후회가 됩니다.

이미 스너피를 뛰어넘는 특수동물 복제 성과를 유수 학술지에 논문으로 기고해 그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이번 파문의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습니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수사요청을 했지만 검찰 조사를 받게된 모든 연구원들에게 용서를 빕니다. 어렵사리 마련한 이 기술이 체세포 복제 기술을 포함한 배반포 생성 기술을 말하는 것인데...만일 모든 애정을 기울여서 한평생 이뤄왔던 이 연구를 이룰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기술이기에 넘겨 반드시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깊이 사죄드립니다.

(끝)

 

 

 

〈황우석 일문일답〉 "노성일, 내게 서운한 게 있었을지도…"
[프레시안 2006-01-12 13:12]
 
[프레시안 노주희/기자]   -논문의 DNA 지문검사 시 체세포 조작 지시는 누가 내렸나? 2061개의 난자가 사용됐다는데 논문 발표 시 난자 사용 개수를 왜 숨겼나?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구체적인 사안까지 지시하는 성격이 되지 못한다. 큰 틀만 정해주고 거기서 나오는 최종 데이터만을 받아보는, 어쩌면 과학자로서는 지적을 받아야 될 결점이 있는 성격인지도 모른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지고 DNA를 검사하라고 할 만큼 내가 모든 사안에 대해 꼼꼼히 챙기지 못했다. 대개 누가 그 역할을 맡으면 보고를 받고서야 알곤 했다.
  
  2000여 개의 난자가 내게 공급됐다는 결과도 보고서를 통해서야 알았다. 이 또한 내가 제공받은 난자 개수를 총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2002년부터 2004년 초반까지 사용된 난자의 기록은 유영준 전 연구원이 모두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파악하기 더욱 어려웠다. 다만 이 과정에서 논문에 나와 있는 난자 사용개수와 다른 부분은 내가 논문총괄책임자로서 책임져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실험을 할 때 실제로 사용된 난자의 수는 과학용어를 빌자면 스탠더드(standard)를 잡기 위해, 즉 어느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많다. 난자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가령 35개의 난자를 얻었다고 하면 이것들이 다 삶은 계란처럼 딱딱해서 단 한 부분의 세포질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가져온 난자를 다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2000여 개의 난자를 가져온 것이 사실일지 몰라도 논문에 사용된 난자는 논문에 밝혀진 난자 사용개수의 3배가 넘지는 않을 것이다."
  
  (김수 연구원) "논문에 나온 난자 사용개수는 속인 게 아니다. 논문에는 그 실험에 사용된 의미 있는 데이터들을 넣는다. 그 데이터만 가지고 총계 처리를 한다. 2005년 논문에서 185개의 난자를 사용한 것이 맞다. 그리고 동물의 것이 아닌 사람의 난자는 난자 제공자에 따라 상태가 각각 다르므로 185개가 사용된 것이 맞다."
  

  -미즈메디병원이 줄기세포를 바꿔치기 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황우석) "나도 왜 (미즈메디 병원이) 이런 행위를 했으며, 이런 결과를 초래했는지 모르겠다. 정말 통탄할 일이다. 차라리 배양이 안 됐다고 그냥 이야기할 것이지. 지금에 와서 대한민국을 수치로 몰아넣고 전세계에 파문을 부를 행위를 왜 했는지 정말 모르겠다. 내가 혼자서 밤잠을 이루지 못하면서 (미즈메디 병원이) 왜 그랬을까 갖은 가설을 다 그려봤는데, 미즈메디 사람들은 수정란 줄기세포를 배양해본 분명한 경험이 있기에 이 복제 배반포에서 유도를 하지 못한다는 데 대해 자존심의 문제가 있지 않았겠냐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것이 모두 사실이었다면… 김선종 연구원은 원래 내게 논문의 제2저자 자리를 요구했다. 물론 노 이사장은 내가 2005년 논문에서 교신저자를 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새튼 박사의 눈문 기여도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그 분께 (교신저자 자리를) 드린다고 했더니, 노 이사장이 제2저자 자리를 본인에게 달라고 했다. 저희는 김선종 연구원에게 이미 제2저자 자리를 약속했기 때문에 난색을 표했던 바 있다. 노 이사장이 메즈메디 병원의 미래에 관련해 (본인이) 제2저자 자리를 맡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며 김선종 연구원을 설득해보겠다고 했다. 다음날 노 이사장은 김선종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이 내용을 듣고 씁쓸해하며 "할 수 없죠"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다른 연구원들에게도 섭섭한 씁쓸한 마음을 이야기해 왔다. 생각해 보라. 이 논문이 진실에 근거한 것이었다면 이는 그 분의 일생의 보증수표가 될 만한 세기적인 업적이 되었을 텐데. 그 분은 어느 사립대학을 졸업하신 분으로 사립병원 연구실에 있으면서 파트타임으로 박사학위를 하신 분이다. 그런 분이 논문의 제2저자가 되었다면 논문의 가치는 상상해볼 만 했을 것이다.
  
  일정한 시간이 흘러도 배반포 배양 기술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나는 아마 이 배반포 배양 담당자를 다른 사람으로 바꿨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차병원, 마리아 산부인과 등에서 이 분야에 탁월한 업적을 가지고 있다. 외국에서조차 이 부분의 배양을 담당하겠다는 많은 요청이 있었다. 우리가 만든 복제 배반포는 2004년 논문이 나올 때까지 모두 30개로 기억된다. 또 2005년 논문 전에는 71개를 만들었다. 총 101개가 만들어졌다. 똑같은 방식을 이용해 미니무균돼지도 비슷한 비율로 만들었다. 따라서 이를 바꿔치기, 폐기, 또는 훼손을 하지 않았다면 적어도 3~4개의 맞춤형 줄기세포는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하는 통탄하는 심정이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1월 9일 생명윤리법이 발효된 날 더 많은 대가를 요구했다는데 사실인가?

  
  "나는 여전히 노 이사장을 존경한다. 그분은 나의 인격 등 모든 것에 대해 폄하를 했지만, 나는 그분에 대해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가득하다. 그분은 그런 적이 없다.
  
  다만 이 자리에서 밝혀두고 싶은 것은 저와 문신용 교수와의 불화설, 노성일 이사장과의 불화설이 제가 일방적으로 어떻게 해서 그런 것으로 비춰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그렇게 모진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다. 분명한 것은 2004년 말 노 이사장이 '판교 프로젝트'에 대해 내게 몇 번에 걸쳐 설명하신 적이 있다. (노 이사장은) 이 '판교 프로젝트'는 잘 되면 대한민국의 의료산업이 세계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좋은 계획이라고 내게 설명했다. 그리고 그 계획에 대해 경기도 행정을 맡은 고위 인사에게 설명을 하고 관련 부지를 확보하고자 하는데 그 자리에 내가 동행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강요는 아니고 협조해주면 분위기가 좋겠다는 부탁이었다. 이 때 나는 노 이사장의 우정과 감사에 다 협조 드릴 수는 있으나 그것만큼은 들어드릴 수 없다고 했다. 나 자신이 철칙으로 삼고 있는 것은 내가 내 이름을 빌어서, 내 연구결과를 이용해 어떤 개인적 영업 이득도 취할 생각이 없으며 그런 곳에 동원되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이것이 (노 이사장에게) 서운한 계기가 됐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2005년 7월경 노 이사장이 '나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이런 체세포 줄기세포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만든 사람으로 영광을 누리고 있으니 자기가 두 번째 영광을 가지면 안 되겠냐'고 요청하기에 연세대 기관윤리심사위원회(IRB)를 거친 다음 약 50여 개의 난자를 내 쪽에 보내 여기서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어달라고 한 바 있다."
  
  -바꿔치기 여부는 검찰 수사 결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왜 두 논문이 조작됐는지?

  
  "논문 조작의 기준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2004년 논문은 흠을 잡는다면… 2004년에 만든 줄기세포로 테라토마까지 만든 것은 사실이다. 그 테라토마 사진이 썩 좋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누가 내게 테라토마 블록(block)을, 미즈메디로부터 건네받은 것으로 생각되는데, 서울대 병원으로 넘겨 사진을 찍게 한 바 있다. 만약 테라토마 블록이 실제 사진과 달라 조작이라고 하면 논문이 조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외에는… 이제 와서 '2004년 줄기세포의 실체가 없다'라고 하기에 조작인 것이지, 이 사실을 알기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는 논문의 진실성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2005년 논문도 마찬가지다. 데이터를 부풀린 것은 인정한다. 20여 개의 줄기세포가 원인을 모르게 오염됐다. 5년이나 쓴 가건물과 본관 6층 동물세포배양실에 오염물질이 들어오는 등 동시오염이 이뤄졌던 것이다. 그 때 결국 미즈메디 병원에 가있던 2,3번 줄기세포가 모두 다 죽게 되었다. 4개가 부풀려졌던 것은 사실이다. 9, 10번 줄기세포는 콜로니 상태까지 갔었기 때문에 데이터에 과장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외에 다른 것은 그로부터 촉발돼 나온 결과가 아닌 것인가 생각된다."
  
  -줄기세포를 다시 수립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난자만 제대로 공급된다면 6개월 정도면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물론 이 때 국내외에 계신, 이 분야의 경험이 많은 분들이 힘을 합하면 더 쉬운 길이 될 것이다. 이제는 우리 팀만으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연구 업적에 대한 중압감으로 논문을 조작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데이터는 조작됐지만 논문 조작은 시인할 수 없다는 것인가?
  
  "데이터가 부풀려진 것에 대해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하고 싶지 않다. 중압감? 왜 그런 것을 느끼겠는가? 2004년도는 아무런 중압감을 느끼지 않을 때였다. 내 눈으로도 확인했는데 줄기세포가 만들어졌다. 그 기쁨은 과학자로서 맛볼 수 있는 최상의 맛이었다. 그것만 가지고도, 만약 그것이 사실이었다면, 나는 과학자로서 영예를 누리고 있다.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후속 논문이 안 나온다고 손가락질을 당할 위치에 있지 않다. 더군다나 자신 있는 것은 동물 복제에 관한 한 우리는 한 걸음 한 걸음 앞을 향해 나가고 있었기에 그것만으로도 세계의 대표적인 연구팀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중압감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2005년 김선종 연구원에 의해 꿈에도 그릴 수 없었던 저런 멋진 결과가 나왔을 때 나는 '이제 대한민국의 미래가 열렸구나' 하는 가슴 벅찬 느낌을 가졌다. 그러면 왜 김선종 연구원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느냐는 의문이 갈 것이다. 이것은 내 평생의 멍에다. 김선종은 굉장히 성실한 사람이었다. 매 일요일 오전 6시에 나는 이 세포를 (김 연구원과) 함께 봤다. 그는 항상 오전 5시 50분 전에 도착하는 성실하고 말수 없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 성실한 김 연구원이 (그럴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부끄럽지만 나는 줄기세포를 배양해본 경험이 없어 그 배양 과정의 진실성을 진단할 만한 안목이 없었다. 그리고 원래 '저 사람이 진실한 사람이다'라고 한번 믿으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다 믿는 내 단점이 이런 일을 부른 것 같다."
  
  -서울대 수의대에서 더 이상 이 연구를 계속할 수 없다면 다른 대학으로 넘긴다고 했는데? 동국대로 갈 것인가. 향후 연구 계획은?
  
  "태어나서 두 번째 만나보는, 〈법보신문〉과의 만남을 전한 김 이사장님께서 이 자리에 나와 계시는데…. 나는 평소에 존경하는 분이 나와서 격려차 차를 사주겠다고 하셔서, 그 당시 식사를 못할 정도로 내 상태가 안 좋았는데, 눈이 많이 오는 날 나이드신 분 3명을 만났다. 그 자리는 인터뷰 자리가 아니었고 기자도 없었다. 그저 내게 덕담으로 해주는 말로 알고 그 분이 해주는 말씀을 고맙게 들었을 뿐이다. 그 때 있었던 이야기가 그대로 전달됐는지 아니면 가감됐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것이 〈법보신문〉에 보도가 됐다. 취재윤리에 맞는지 모르겠다. 여기에 대해서는 항의할 만한 기운도 의지도 없는 상태다. 그러나 동국대학 이야기가 내가 직접 하지는 않았지 싶다. 나는 그런 구체적인 이야기를 접해본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대학, 어디라는 제 앞날에 대한 계획을 어찌 지금 이 큰 죄를 지은 죄인이 말할 수 있겠나. 정부와 국민 여러분께 지은 이 죄에 대해 한평생 이 빚을 가지고 떠나야 한다는 빚쟁이의 심정이 저의 앞날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갚아도 갚아도 다 갚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안타까운 것은 (동석한 연구원들 가리키며) 이 자리에 나와 있는 연구원들이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는 말, 미치지 않으면 다다를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미쳤었다. 일에 미쳐봤다. 내 앞에는 아무 것도 보이는 게 없었다. 오직 '이 연구를 통해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없을까' 그거 하나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나의 첫 번째 아내와 헤어졌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지만, 그 요인 중에 바로 이 학문을 하고 싶었던 것이 있다. 가정을 포함한 모든 것을 학문에 던지고 싶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하게 됐다. 여기 나와 함께 미쳤었던 대한민국의 소중한 인재들은 아마 각각 흩어지면 다른 나라에서는 최고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기술뿐 아니라 그 정신에서도 대한민국이 간직해야 할 정말 소중한 재산일 것이다. 몇 명의 우리 연구원들은 그 동안 내가 반성과 회한의 시간을 가질 때 찾아와 '저희는 서울대 연구실이라는 이름을 보고 여기에 합류한 것이 아닙니다, 황우석이란 사람을 보고 이 지옥행에 동참했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선생님이 가시는 길이 지옥이라면 그곳까지도 마지막 같이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이분들을 모시고 가기에는 내 도덕적 흠결이 너무 크다. 어느 누가 저의 애소에 귀를 기울이겠느냐. 이제 저의 남은 생은 반성과 회한뿐일 것이다. 하지만 이분들에게는 일할 수 있는 터전과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다. 이분들을 잘 가꾸시면, 비록 우리의 저 소중한 결실이 서울대 조사위에서는 실제보다 많이 평가절하 됐을지라도, 아무리 싸게 값을 매겨도 외국에 가서는 최고의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기술들일 것이다. 만약 이들도 저와 함께 이 사회에서 함께 매도돼야 한다면, 이 소중한 기술만큼은 누군가 다른 연구팀에게 우리가 그대로 넘겨드리고 싶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이 피땀 흘려 내주신 세금으로 이룩한 이 기술이 우리 대한민국의 앞날을 밝혀주는 데에 윤활유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 마음을 다잡고 나왔다. 어떻게 하더라도 오늘 감정을 표출하지 않기로 그렇게 다잡고 왔지만 더 이상 이 자리에 있기도 죄송하고 더 답변할 수 있는 염치도 없다. 마지막으로 언론인 여러분께 간곡하게 부탁한다. 이제부터 모든 화살은 저 한사람으로만 모아주라. 우리 이병천 교수, 강성근 교수, 여기 나와 있는 연구원들, 일한 죄 밖에 없다. 저를 믿고 끝까지, 이 모든 연구결과가 진실인지 알고… 마치 저처럼 말이다. 밤을 지새우면서 2006년 첫 번째 임상실험에 돌입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썼던 우리 서울대 병원의 임상팀들, 한양대 교수님들, 또 그 위험을 무릅쓰고 난자 채취에 적극적으로 응해준 한나산부인과 원장님 등, 이분들 다 아무 죄 없다. 이분들에게 가야 하는 손가락질이 있다면 나한테로 돌려달라. 그리고 이 소모적인 갈등, 이제 끝내주기 바란다. 칼이 필요하다면 저를 향해 내리쳐 주기 바란다. 그리고 이제 여기서 끝내고, 대한민국의 과학을 위해, 여태껏 제게 보여줬던 것처럼, 그 애정을 다른 훌륭한 과학자들에게 아낌없이 보내주시기 바란다. 국민 여러분, 정부 당국자 여러분, 언론인 여러분, 정말 죄송하다. 앞으로 참회하겠다."

노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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