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과 크기-질량 비슷한 ‘쌍둥이’… 태양 5분의1 적색항성 주위 돌아
표면온도 230도 매우 뜨겁지만 수십억년 동안 대기권 존재
지구에서 39광년(약 370조 km) 떨어진 곳에서 금성을 빼닮은 행성이 발견됐다. 새로 발견된 행성은 크기, 대기권 형성, 질량 등에서 금성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금성의 ‘쌍둥이 격’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이 행성은 지구와 닮은 점도 상당해 과학자들이 행성의 생명체 거주 가능성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과 CNN,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이 소식을 주요 뉴스로 전하며 “지금까지 가장 중요한 행성 발견이 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11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카블리천체물리학우주연구소의 재커리 버타톰프슨 박사팀이 올해 5월 칠레 천문대에서 대형 천체망원경을 이용해 행성을 발견했다며 ‘글리제1132b(GJ1132b)’로 명명했다. 버타톰프슨 박사는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데이비드 샤르보노 연구원 등과 함께 글리제1132b의 연구 결과를 11일 과학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공개했다.
글리제1132b 행성은 태양의 5분의 1 크기인 적색 항성 ‘글리제1132’ 주위를 1.6일마다 한 바퀴씩 돈다. 행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해 항성 주위를 도는 별이고, 항성은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을 가리킨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글리제1132b는 글리제1132와는 약 225만 km 떨어져 있다. 태양과 지구가 약 1억5000만 km 떨어진 것을 감안할 때 매우 가까운 거리다. 지구가 태양에서 받는 열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글리제1132에서 받을 수밖에 없다. 표면온도는 230도에 달할 정도로 매우 뜨겁다.
이 행성은 표면온도가 높아 물이 없으며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다만 금성처럼 대기권은 존재한다. 표면온도가 높아 인간이 살기 어렵다는 점에서 금성(약 470도)과 닮았다. 버타톰프슨 박사는 MIT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뜨거운 행성에 수십억 년간 대기가 존재했다면 그것은 궁극적으로 생명이 존재할 만한 온도의 행성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리제1132b는 지구보다 1.2배 정도 더 커서 지름이 약 1만4800km에 이른다. 질량은 1.6배 정도 더 무겁다. 주성분은 바위와 철로 구성돼 있다. 또 지구에서 39광년 떨어져 있어 지금까지 발견된 지구와 비슷하다고 추정되는 행성들보다 훨씬 가깝다. 지구와 비슷하다고 추정되는 행성들은 대개 수백에서 수천 광년 떨어져 있다.
이 행성은 지구, 금성(지구의 0.95배)과 비슷한 점이 많아 과학자들이 행성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연구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