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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3대 난제를 풀어라”… 물리학자 1200명 서울서 머리 맞대다

이름없는풀뿌리 2018. 7. 6. 06:12

“우주 3대 난제를 풀어라”… 물리학자 1200명 서울서 머리 맞대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8-07-06 03:00수정 2018-07-06 03:00    


    
‘국제 고에너지물리학회 학술대회’, 11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려
미국 애리조나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이 올해 2월 말, 우주 탄생 1억8000만 년 뒤 처음 생겨난 별의 모습(둥근 부분)을 그림으로 나타냈다. 주변의 실 모양은 가스로, 별이 내뿜는 자외선에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 별 탄생 과정에는 미지의 중력원인 ‘암흑물질’이 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암흑물질이 당시 우주를 빅뱅의 뜨거운 상태에서 빠르게 식혔다고 밝혔다. 미국과학재단(NSF) 제공

우주의 구조와 근본적인 생성 원리를 연구하는 물리학자 1200여 명이 서울에 일제히 모였다. 이달 4일부터 11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제 고에너지물리학회 학술대회’(ICHEP 2018)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우주에 관해 어떤 의문을 제기하고, 그 의문을 어떻게 풀고 있을까. 최근 우주론과 물리학 전문가들이 몰두하는 난제를 세 가지 꼽아 봤다.


○ 가장 불가사의한 입자 중성미자 

우주 구조와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현존하는 가장 완벽하고 정교한 이론을 ‘표준모형’이라고 한다. 이 모형에는 우주를 이루는 물질과 중력을 제외한 모든 힘을 17종의 기본 입자가 담당한다고 본다. 그중 가장 불가사의한 입자를 꼽는다면 단연 중성미자가 꼽힌다. 

중성미자는 모두 세 종류가 있으며 태양에서도 형성된다. 지금도 우리 몸 가로세로 1cm 공간마다 매초 수백억 개씩 빛에 가까운 속도로 통과하고 있다. 그런데 세 종류의 중성미자가 시시때때로 ‘변신’하며 서로 종류를 바꾸는 기묘한 성질을 갖고 있다. ‘중성미자 진동’이라는 현상이다. 가지타 다카아키 일본 도쿄대 우주선연구소장 등이 10여 년에 걸친 오랜 관측 끝에 1990년대 말에 이 현상의 존재를 확인했고, 2015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도 수수께끼가 남아 있다. 가지타 교수는 “중성미자와 나머지 성질은 모두 같고 전기적 성질(전하)만 반대인 입자, 즉 ‘반(反)중성미자’가 똑같은 진동 현상을 보이는지가 최근 학계의 화두”라고 말했다. 이 현상은 우주 초기에 왜 반중성미자 등의 반입자가 대부분 사라지고 일반 입자만 남았는지 밝힐 때 중요하다. 가지타 교수는 “관측이 어렵진 않으므로 몇 년 내에 수수께끼가 풀리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우리가 아는 물질의 5배, 암흑물질 


우리가 현재 보고 만지며 연구하는 우주는 전체 우주의 5%가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 95%는 정체를 알 수 없고 관측조차 잘 되지 않는 미지의 물질과 에너지로 돼 있다. 이들을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라고 한다. 암흑물질은 우주의 약 27%를 차지하며 강한 중력을 발생시키는 근원이다. 우주 초기에 은하나 우주의 구조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추정된다. 

암흑물질의 정체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롤프디터 호이어 전 소장은 표준모형의 마지막 기본 입자인 ‘신의 입자’ 힉스를 2012년 발견한 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CERN의 다음 목표는 두말할 것도 없이 암흑물질”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미 이론물리학자들이 몇 가지 후보 입자를 제안했다. 가장 유력한 게 고 이휘소 박사가 처음 개념을 제안한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인 윔프(WIMP)와, 김진의 경희대 석좌교수가 이론화한 ‘액시온’이다. 둘 다 한국 기초과학연구원(IBS)을 비롯해 여러 나라의 실험물리팀이 검증 실험을 하고 있다.

○ 표준모형 너머의 ‘차세대 표준모형’ 

우주의 ‘거의 모든 것’을 정교하게 설명하는 표준모형은 인류 지성의 금자탑으로 불린다. 하지만 아직 완성되진 않았다. 중력과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등 난제들은 대부분 표준모형으로 잘 설명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를 개선한 ‘차세대 표준모형’에 대한 논의도 이번 ICHEP에서 중요하게 논의될 주제다. 


차세대 표준모형 후보로 가장 널리 연구되는 게 ‘초대칭이론’이다. 초대칭이론에 따르면 표준모형으로 설명할 수 있는 입자는 전체의 일부일 뿐이며, 그와 짝을 이루는 대칭 입자가 추가로 우주에 존재한다. 종이를 반으로 접어 절반에만 물감을 칠한 뒤 접으면, 방향만 반대고 나머지 특징은 모두 똑같은 대칭 그림이 생기는데, 입자도 마찬가지로 나머지 절반이 또 있다는 뜻이다. 이들 입자 가운데 일부가 암흑물질 윔프의 후보이기도 하다. 이 이론에서는 힉스 입자도 한 개가 아니라 여럿이다. 중력을 전달하는 입자를 포함시키기도 한다.

암흑물질이나 초대칭이론을 실험으로 직접 검증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우주 초기처럼 굉장히 높은 에너지(고에너지) 상태에서만 관측이 가능한 것도 있어서다. 거대강입자가속기(LHC)같이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입자가속기로도 그만큼 높은 에너지를 내지 못한다. 비둘기가 붕새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장자의 말처럼, 낮은 에너지 영역에 사는 우리는 우주의 커다란 비밀을 감춘 문을 아직 다 열지 못했다.

하지만 ICHEP에서 고에너지물리학자들은 가속기 과학을 논의하고 있다. 언젠가 인류가 우주 초기의 에너지를 자유로이 다룰 수 있게 될 때, 우주의 비밀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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