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불가사의한 입자 중성미자
우주 구조와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현존하는 가장 완벽하고 정교한 이론을 ‘표준모형’이라고 한다. 이 모형에는 우주를 이루는 물질과 중력을 제외한 모든 힘을 17종의 기본 입자가 담당한다고 본다. 그중 가장 불가사의한 입자를 꼽는다면 단연 중성미자가 꼽힌다.
중성미자는 모두 세 종류가 있으며 태양에서도 형성된다. 지금도 우리 몸 가로세로 1cm 공간마다 매초 수백억 개씩 빛에 가까운 속도로 통과하고 있다. 그런데 세 종류의 중성미자가 시시때때로 ‘변신’하며 서로 종류를 바꾸는 기묘한 성질을 갖고 있다. ‘중성미자 진동’이라는 현상이다. 가지타 다카아키 일본 도쿄대 우주선연구소장 등이 10여 년에 걸친 오랜 관측 끝에 1990년대 말에 이 현상의 존재를 확인했고, 2015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도 수수께끼가 남아 있다. 가지타 교수는 “중성미자와 나머지 성질은 모두 같고 전기적 성질(전하)만 반대인 입자, 즉 ‘반(反)중성미자’가 똑같은 진동 현상을 보이는지가 최근 학계의 화두”라고 말했다. 이 현상은 우주 초기에 왜 반중성미자 등의 반입자가 대부분 사라지고 일반 입자만 남았는지 밝힐 때 중요하다. 가지타 교수는 “관측이 어렵진 않으므로 몇 년 내에 수수께끼가 풀리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우리가 아는 물질의 5배, 암흑물질
암흑물질의 정체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롤프디터 호이어 전 소장은 표준모형의 마지막 기본 입자인 ‘신의 입자’ 힉스를 2012년 발견한 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CERN의 다음 목표는 두말할 것도 없이 암흑물질”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미 이론물리학자들이 몇 가지 후보 입자를 제안했다. 가장 유력한 게 고 이휘소 박사가 처음 개념을 제안한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인 윔프(WIMP)와, 김진의 경희대 석좌교수가 이론화한 ‘액시온’이다. 둘 다 한국 기초과학연구원(IBS)을 비롯해 여러 나라의 실험물리팀이 검증 실험을 하고 있다.
○ 표준모형 너머의 ‘차세대 표준모형’
우주의 ‘거의 모든 것’을 정교하게 설명하는 표준모형은 인류 지성의 금자탑으로 불린다. 하지만 아직 완성되진 않았다. 중력과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등 난제들은 대부분 표준모형으로 잘 설명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를 개선한 ‘차세대 표준모형’에 대한 논의도 이번 ICHEP에서 중요하게 논의될 주제다.
암흑물질이나 초대칭이론을 실험으로 직접 검증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우주 초기처럼 굉장히 높은 에너지(고에너지) 상태에서만 관측이 가능한 것도 있어서다. 거대강입자가속기(LHC)같이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입자가속기로도 그만큼 높은 에너지를 내지 못한다. 비둘기가 붕새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장자의 말처럼, 낮은 에너지 영역에 사는 우리는 우주의 커다란 비밀을 감춘 문을 아직 다 열지 못했다.
하지만 ICHEP에서 고에너지물리학자들은 가속기 과학을 논의하고 있다. 언젠가 인류가 우주 초기의 에너지를 자유로이 다룰 수 있게 될 때, 우주의 비밀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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