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회색 코뿔소 '기업부채·부동산거품·그림자금융'
▲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는 다가올 세계 금융위기는 중국에서 촉발된다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떠돌고 있다. 지금 중국 경제가 매우 어렵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뉴시스] |
장밋빛 미래를 대변하던 중국 몽(夢)이 점차 악몽(Nightmare)으로 변하고 있다.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곧 다가올 금융위기는 중국에서 촉발된다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떠돌고 있다. 지금 중국 경제가 매우 어렵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붕괴 조짐을 보인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이런 진단은 지금 지라시 수준이 아니다. 세계적 평가기관인 골드만삭스(Goldman Sachs)가 중국 경제의 붕괴위험을 지적했다.
중국 경제위기에 빗댄 말이 3대 회색 코뿔소(Gray Rhinoceros)다. 덩치 큰 회색 코뿔소는 매우 위험한 존재다. 피하지 않으면 죽는다. 경제학에서 회색 코뿔소는 예측이 가능한 경제위기를 의미한다. 회색 코뿔소를 인지하고도 미처 피하지 못하면 리스크 파급력은 엄청나다. 중국은 지금 한 마리가 아닌 3마리 회색 코뿔소가 달려들고 있다. 중국 경제의 붕괴 악몽은 3마리 회색 코뿔소 '기업부채', '부동산거품' '그림자금융'에서 비롯된다.
첫 번째 회색 코뿔소 '기업부채'
장밋빛 중국 몽(夢: Dream)은 단순히 기업부채로 끝나는 '개꿈'이 아니다. 거대한 부채로 아예 산산조각이 난다는 무서운 '악몽'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왜 붕괴할 정도로 그렇게 큰 빚을 지고 있을까? '빚의 만리장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 디니 맥마흔은 "시장경제라면 도저히 용납하지 않을 부동산 등 각종 개발사업에 천문학적 빚을 끌어다 썼다. 그 빚은 허랑방탕하게 낭비됐으며, 절대 상환되지 않을 것이다"는 말로 중국 기업부채를 설명한다.
지난 2008년 중국의 기업부채는 GDP 대비 160%였다. 2016년 말 260%, 2018년 현재 270%가 넘는다. 불과 10년 만에 기업부채가 엄청나게 늘었다. 흔히 부채(debt)를 두고 중국은 '기업부채', 한국은 '가계부채', 선진국은 '정부부채'가 경제 뇌관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기업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데 있다. 작금 중국의 부채 증가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말이다.
중국은 '기업부채'가 왜 많은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다른 나라는 대개 정부지출로 경기를 부양하느라 '정부부채'가 크게 늘어났다. 당시 주요 선진국들은 금융위기에 정부부채로 대응했다. 그러나 중국은 정부가 아닌 '은행'이 그 짐을 짊어졌다. 글로벌 경제가 위기에 빠졌을 때 중국은 위기를 겪지 않았다. 중국의 금융시스템이 신규주택, 공장, 그리고 각종 기반시설을 건설하는데 막대한 돈을 빌려주었다. 덕분에 중국은 금융위기 때 생각보다 큰 타격을 받지 않고 계속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불어난 부채 더미가 부메랑이 됐다.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부채에 의한 성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채로 투자하고, 투자로 성장을 이어가는 구조가 고착화했다. 중국 기업부채가 급증한 주요 이유다.
▲ 지난 2008년 중국의 기업부채는 GDP 대비 160%였다. 2016년 말 260%, 2018년 현재 270%가 넘는다. 불과 10년 만에 기업부채가 엄청나게 늘었다. 흔히 부채(debt)를 두고 중국은 '기업부채', 한국은 '가계부채', 선진국은 '정부부채'가 경제 뇌관이라고 말한다. [BIS] |
기업부채 발생의 ‘구조적 메커니즘’
중국 국영기업은 지방정부를 등에 업고 은행 대출로 설비에 투자해 공장을 가동한다. 공장은 경제성장에 기여하며 지방정부에 세금을 낸다. 중국은 이런 방식으로 지난 20년간 고도성장을 이룩했다. 사실상 지방정부가 투자를 주도하고 중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한 셈이다. 중국의 조세체계는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에 불리하게 짜여 있다. 지방정부는 교육, 보건, 연금 등 정부지출의 80%가량을 담당하면서도 중앙정부로부터 20%의 지원만 받는다. 베이징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충분한 재원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여러 가지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대신 지방정부는 상당한 은행 대출 및 토지 사유화의 재량권을 가지고 경기를 부양하면서 나오는 세수로 예산을 자체 조달한다.
국영기업의 대출을 담당하는 지방정부의 두 가지 주요과제는 '성장'과 '세수'다. 세수가 더 우선이다. 세금이 없으면 아무 일도 못 한다. 공공질서 유지, 해고 노동자 보상, 교육 사업 등 모두 돈이 쓰이는 일이다. 지방정부는 성장을 못 하면 세수가 줄기 때문에 부채를 끌어서라도 기업에 돈을 마련해준다. 문제는 부채가 생산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지방정부가 은행 대출로 마련한 돈은 '좀비' 국영기업과 유령도시를 양산하는 데 쓰이고 있다. 이는 결국 은행 부실화로 이어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중국발(發) 금융위기의 진원지라고 지적한다.
전통적으로 중국 은행 수혜자는 국영기업이다. 2007년 국영기업이 빌린 부채가 3조4000억달러다. 2012년에는 12조5000억달러로 늘었다. 그런데도 국영기업이 전체 경제에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25% 정도다. 국영기업의 전체 대출 비율은 60%를 차지한다. 국영기업이 은행 시스템을 독점하고 있다. 국영기업은 중국 경제의 특권층이다. 중국에서 정부관리는 본처가 낳은 아들이고, 국영기업은 첩의 자식이며, 민간 기업은 매춘부가 낳은 소생이라는 말이 있다. 국영기업 경영자들이 은행에서 빌린 돈은 악성 부채로 규정되지 않는 한 어떤 규제도 받지 않는다. 이로 인해 필요하지도 않은 막대한 설비 투자가 발생하면서 부채가 급증했다.
'좀비'국영기업의 생명 연장도 큰 문제
국제통화기금(IMF)은 2016년 중국 지방정부가 발표한 데이터를 근거로 국영 좀비기업이 대략 3500개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은행 악성 채무는 공식적으로는 2~3%다. 하지만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실제 악성 채무는 15%가 넘는다고 말한다. 지존 시진핑 주석은 이런 상황을 모르고 있을까? 다 알고 있다. 알고 있는데도 당국은 '좀비'기업의 생명을 연장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좀비'라 할지라도 국영기업이 파산하면 대량 실업 사태가 발생한다. 이는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에서 '사회안정'은 지난 수십 년 '공산당'의 가장 큰 관심 분야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 통제, 종교탄압 등 전체 감시망이 작동하는 통제감시국가다. 중국서는 사회안정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역사적으로 경험한 '문화대혁명'과 '천안문사태' 등 일련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지방정부 관리에게 사회안정은 '성장'과 '세수'보다 우선하는 지상과제다. 지방관리가 열심히 일해 경제성장에 성공한다고 해도 일정 규모 이상의 시위가 발생하면 승진은 끝장이다.
국영기업은 보통 그 지역 도시민을 고용한다. 이들이 해고되면 달리 갈 곳이 없다. 이들은 폭동을 일으킬 수 있다. 국영기업 청산이 어려운 이유다. 좀비기업이 청산되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좀비기업이 지방정부에 세금을 내기 때문이다. 지방정부 입장에서 기업이 손실을 내더라도 세수 때문에 좀비기업을 청산하지 못한다. 청산하면 세수도 잃고 성장률도 잃는다. 망해가는 기업에도 대출을 해주도록 강요하면서 좀비를 끌어안고 가야 한다. 이런 식으로 굴러가다가 망한 사례가 구(舊)소련이다.
두 번째 회색 코뿔소 '부동산 거품'
유령도시 무려 50개 넘어
중국에는 유령도시가 많다. 중국 유령도시는 일반 개념과는 다르다. 기존 유령도시는 발전하던 산업 붐이 꺼지면서 먹거리가 부족해 사람이 떠난 도시다. 그러나 중국 유령도시는 이와 반대다. 도시부터 건설됐지만 그런 도시에 사람이 살지 않아 붙여진 이름이다. 수용 능력 100만명 신도시에 10만 명이 사는 도시가 있다. 내몽골지역 옛 흉노(Fun)의 고향 오르도스도가 대표적 유령도시다. 윈난성의 쿤밍시도 마찬가지다. 중국 각지에는 이런 유령도시가 최소한 50개가 넘는다고 한다.
톈진 교외에는 업무용 고층빌딩을 수십 채 지어놓았다. 당시 중국의 '맨해튼'이라고 홍보할 만큼 자신만만했다. 그러나 지금은 텅 빈 유령도시가 됐다. 발해만 근처에는 바다를 메워 생태 도시를 계획했다. 하지만 짓다 만 건물은 지붕도 없이 뼈대만 남아 흉물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발해만이 오염돼 생태 도시란 이름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 중국 부동산 시장 열기가 '거품'이라 할 정도로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다. 내몽골 지역 아파트 공사현장 [뉴시스] |
건설사업 중독된 지방정부
유령도시 배후에도 지방정부가 있다. 중국 도시화는 20년 가까이 중국 경제성장을 이끈 추동력이었다. 도시화 덕분에 철강, 시멘트, 유리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수요가 발생했다. 해외에서 철광석과 석탄 등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선박도 필요했다. 굴착기, 포크레인, 크레인 등 아파트를 짓기 위한 건설장비 수요도 폭발했다. 건설투자가 중국 경기를 이끈 셈이다. 그러나 지방정부는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건설사업에 중독됐다. 맹목적인 성장을 위해 필요 이상의 사업을 일으켰다. 그 결과 거대한 규모의 낭비가 발생했다. 이미 2010년 도시 이주민 유입 수는 정점을 찍고 감소추세로 돌아섰다. 원래 도시화는 경제발전과 더불어 간다. 중국은 거꾸로 도시화가 경제를 이끌었다. 결국은 빚으로 꾸려갈 수밖에 없었다.
2008년 말 현재 지방부채는 5조6000억위안, 8년 뒤 2016년에 16조2000위안(2600조원)으로 폭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중국 지방부채는 최대 40조위안(650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문제는 지방정부가 빚을 상환할 능력이 없다는 데 있다. 기존 빚 외에도 추가로 벌여놓은 공공사업에 더 많은 돈을 빌려야 하는 실정이다. 빚이 빚을 부르는 상황이다. 도시건설을 이끌어갈 중국 정부의 능력도 언젠가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 그땐 재정적으로 취약해진 건설 및 중공업 부문이 제일 먼저 타격을 받게 된다. 전문가들이 부동산 거품을 중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라고 부르는 이유다.
중국 도시화의 비결은 국유 재산인 토지를 대규모로 사유화한 것이다. 지난 2008~2015년 7년간 중국 각급 정부의 토지 판매 수입은 22조위안, 중국 전체 재정수입의 약 30%가 넘는다고 한다. 이 돈은 맨해튼 땅값의 2.5배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다. 중국에서 토지는 사유화가 되지 않기 때문에 임차권을 부여한다. 토지 분배 권한을 가진 지방정부는 토지로 막대한 '금융 레버리지(Leverage)'를 일으킬 수 있다. 토지 판매 대금으로 기반시설을 신축한다. 개발이 돈을 낳고, 돈은 또 개발을 이끄는 순환이 이어진다. 이로써 도시를 새롭게 바꾸거나 새로운 도시를 지어낸다.
국유 재산 사유화 수혜는 '부동산 개발업자'
중국 지방정부는 농민들로부터 토지를 수용하게 되면 그 비용의 10배 가격으로 토지를 개발업자들에게 되팔 수 있다. 그러면 그 돈으로 개발하고 돈을 벌고 돈이 개발을 낳는다. 이렇게 수용된 토지로 이룩한 부는 대부분 부동산 개발업자와 지방정부 몫이다. 부동산 개발업자로 성공한 사람은 '마담 천리화'가 대표적이다. 재산이 500억위안(8조3000억원)이 넘는다. 지난 10년간 중국에서 경작 토지를 강제 수용당한 인민은 6500만명에 이른다. 현재 중국의 도시화 '60%' 정도로 약 10억여명이 도시인구다. 국가에 의한 대규모 토지 약탈이 이루어진 셈이다. 중국의 빛나는 도시화 이면의 어두운 그림자다.
중국은 1990년대 주택시장을 자유화했다. 이후 20년간 주택시장이 호황을 이루었다. 최근까지 중국 부동산시장이 상승세를 이어왔다. 문제는 부동산 붐이 '거품'이라고 할 정도로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평균 연봉으로 집을 사려면 베이징이 20년, 서울이 10년, 뉴욕이 5년 가량 걸린다고 한다. 중국의 부동산 거품은 위태로운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만약 중국 부동산 경기가 경착륙하게 되면 부동산과 관련된 건설업 및 중공업이 충격을 받게 되고 이 위험이 금융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면 중국발 금융위기는 곧바로 현실화된다. 지금 홍콩에서부터 부동산 가격이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중국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중국 산둥성 린이시 탄청현 소액 대출 회사 직원이 고객에게 소기업 대출을 승인하고 있다. [뉴시스] |
세 번째 회색 코뿔소 '그림자금융'
은행 전체대출 20% 달해
중국은 시장경제가 아니다. 이를 빼고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다. 건설투자에 의존적이라는 점, 수출 비중이 크다는 점, 개인의 투자자산이 부동산에 치중돼 있다는 점 등이 흡사하다.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자산보다는 은행 저축을 선호하는 것도 우리와 비슷하다. 저축을 좋아하는 중국 사람들도 지난 2009년부터 많이 투자하는 금융자산이 있다. 바로 자산 관리상품(WMP: Wealth Management Product)이다. 자산관리상품은 예금과 유사한 안전자산 취급을 받는다. 그러면서도 은행이자보다 수익률이 높은 금융상품이다. 중국은 은행이자가 1~3%대다. 신흥국으로는 매우 낮다.
그러나 은행 시스템을 독점하는 국영기업을 뺀 나머지 민간 기업은 은행 문턱이 높다. 국영기업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금이 필요한 민간 기업 등은 자연스럽게 기타 수요처를 찾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자산관리상품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 2009년 1조9000위안(약 3000조원)이던 것이 2016년에는 29조위안(약 4600조원)으로 폭증했다. 이는 은행 전체 대출의 20% 정도 액수라고 한다.
그림자 금융의 몸통은 '자산관리상품'
그림자금융은 일반적인 은행 대출에 적용되는 깐깐한 심사를 신중한 규제를 적용받지 않은 모든 비은행 신용대출을 말한다. 은행 시스템과 별도로 존재하는 신용팽창을 뜻한다. 자산관리상품의 발행 주체는 은행, 투신, 보험, 증권, B2B 등 다양하다. 이들은 전통적 은행 대출의 대안 성격의 신용창출기관이다. 이들이 합쳐져 그림자금융의 시스템을 구성한다. 자산관리상품으로 조달한 돈은 주로 은행과 민간 기업에 대출된다.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는 민간 기업에 자금 공급자가 새로운 루트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자산관리상품은 은행이 하는 대출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국영기업이 대출한 돈으로 자산관리상품에 재투자하면 수익률이 높아진다. 이는 가만히 앉아서 돈 버는 장사(재정거래)다. 은행들도 대출 규제를 피해 자산관리사를 통해 더 높은 이자로 돈을 대출해 줄 수 있다. 자산관리사는 은행과 기업 간 대출보다 자동차, 다이아몬드, 와인, 주식, 원자재, 외환, 부동산 등 돈이 되는 것은 가리지 않고 투자한다.
전문가들 '블랙스완(Black Swan)'으로 불러
중국 당국이 2009년 말 은행에 신용대출을 억제했다. 하지만 수많은 건설 프로젝트가 막 시작된 단계라 신용대출 억제가 쉽지 않았다. 지방정부와 국영기업은 은행에 계속 대출을 하라고 압력을 가했다. 여기서 은행들이 찾은 대안이 그림자금융이다. 그림자금융을 이용한 셈이다. 은행의 대차대조표에는 은행의 투자인 것처럼 포장했다. 대출한도, 자본요건, 악성 대출 조항 같은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의도적으로 최대한 불투명하게 그림자금융을 디자인한 것이다.
현재 중국의 그림자금융 비율이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는다. 다른 부채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림자금융은 정확한 규모도 모르고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는 게 문제다. 불투명하고 통제되지 않는 그림자금융은 유사시에 베이징 당국이 개입할 능력을 약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림자금융이 금융위기 촉발 방아쇠(Trigger)가 될 수 있다.
특히 경기가 악화돼 고객이 환매를 요청하게 되거나 중앙정부가 규제를 옥죄면 은행은 자금을 회수한다. 자금회수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금회수를 부른다. 그러다 어디선가 디폴트(Default)가 일어나면 신용 경색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그 충격파가 제도권 은행 대출에도 전염돼 총체적인 위기를 부를 수 있다.
위협을 느낀 중국 정부가 급기야 그림자금융에 규제를 시작했다. 2013년, 2018년 두 번 대규모 규제를 가했다. 그 결과 그림자금융의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 따라서 그림자금융은 2017년 정점을 찍고 2018년 소폭 감소했다. 대출총액 대비 20%대에서 17%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규모가 크고 정체가 불투명해 중국의 3대 회색 코뿔소 중 하나로 불린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중국 경기가 둔화하면서 올해 상하이 증시가 30% 가까이 폭락했다. 시진핑 주석이 증시부양을 위해 그림자금융을 투입하기로 지난 11월 결정했다. 중국 경제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방증한다. 이는 도박이나 다름없다. 이를 투입해 증시를 방어한다는 것은 독약을 먹는 짓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금융전문가들이 그림자금융을 '회색 코뿔소'라 부르면서도 보이지 않는 시한폭탄인 '블랙스완(Black swan)'이라고도 부른다.
▲ 지난 18일 시진핑 주석이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개혁개방 40주년 기념' 연설에서 "중국 정부는 '중국몽' 실현을 계속 추구할 것"이라면서도 "패권은 영원히 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뉴시스] |
미중 무역전쟁에 '항복 선언'한 中지도부의 고민
지난 6월 미중 무역 전쟁이 본격 시작된 지 불과 5개월만인 11월 들어 중국은 첫 '항복 선언' 신호를 보냈다. 9일 리커창 총리가 "중국 경제가 어렵다"며 “대국굴기의 상징인 '중국제조 2025'를 포기했다"고 선언했다. 이어 지난 12월 18일 시진핑 주석이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개혁개방 40주년 기념' 연설에서 "중국 정부는 '중국몽' 실현은 계속 추구할 것"이라면서도 "패권은 영원히 추구하지 않겠다"고 말해 사실상 항복을 선언했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중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3마리의 '회색 코뿔소'다. 미중 무역 전쟁이 끝난다고 이들의 위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시한폭탄을 안고 달려드는 3마리 코뿔소 가운데 어느 한 마리에만 부딪쳐도 중국 경제의 연쇄붕괴는 피하기 어렵다. 중국 지도부가 잠못 이루는 고민은 바로 이들 회색 코뿔소다. UPI뉴스 / 김문수·남국성 기자 moonsu44@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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