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헤브루대의 리란 카멜 교수 연구진은 19일 국제학술지 '셀'에 "손가락뼈와 치아만 남긴 채 3만년 전 멸종한 인류의 사촌인 데니소바인(人)의 얼굴<사진>을 DNA 정보만으로 복원했다"고 발표했다.
데니소바인은 2008년 시베리아의 데니소바 동굴에서 뼈가 처음 발견된 고생인류다.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4만년 전 멸종한 네안데르탈인과 함께 같은 호모속(屬)에 속한다. 시베리아와 우랄알타이산맥,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생존했다고 추정된다. 두개골은 없이 치아와 턱뼈, 손가락뼈 일부만 발굴돼 생전 모습을 알지 못했다.
연구진이 복원한 데니소바인은 현생인류, 네안데르탈인보다 두개골이 더 넓고 네안데르탈인처럼 얼굴이 길고 골반이 넓었다. 얼굴이 튀어나온 정도는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중간 정도였다. 연구진은 데니소바인의 DNA에서 유전자 기능을 잃은 부분을 찾아, 유전병 환자들과 비교했다. 같은 유전자가 작동하지 않을 때 얼굴과 몸이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했다.
현생인류와 공존했던 멸종 데니소바인 소녀 얼굴 첫 복원
입력 2019.09.2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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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손가락뼈 화석에 남은 유전자로 해부학적 특징 구성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금은 화석으로만 남아있는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은 약 5만년 전만 해도 현생인류와 공존하며 일부는 통혼까지 하고 섞여 산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중 유럽을 무대로 삼았던 네안데르탈인은 비교적 많은 화석이 발굴돼 생김새가 자세히 고증돼 있다. 반면 동남아까지 진출한 데니소바인은 새끼 손가락뼈와 치아 3개, 아래턱뼈가 지금까지 발굴된 화석의 전부여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과학저널 '셀(Cell)'지를 발행해온 '셀프레스'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히브루 대학의 유전학자인 리란 카멜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손가락뼈 화석 등에 남은 유전자에서 해부학적 정보를 끄집어내 처음으로 데니소바인 소녀의 얼굴을 과학적으로 복원해 공개했다.
연구팀은 DNA 염기서열을 그대로 둔 채 유전자 활동에 영향을 주는 화학적 조정인 'DNA 메틸화', 이른바 후성적 패턴을 토대로 데니소바인의 해부학적 특징을 구성했다. 우선 3개 사람족(hominin)의 DNA 메틸화를 비교해 차이점을 확인한 뒤 이 것이 해부학적으로 어떤 차이를 가져오는지를 따졌다. 이를 통해 각 유전자가 특정 부위 뼈에 미치는 변화를 예측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연구팀이 이 방법의 정확도를 확인하기 위해 해부학적 특징이 확인된 네안데르탈인과 침팬지에 적용한 결과, 약 85%의 정확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데니소바인 화석에 더해 네안데르탈인 2명과 침팬지 5마리, 현생인류 60명(현대인 55명+4만5천~7천500년 전 고대인 5명)의 DNA 자료를 확보해 비교했다.
그 결과, 데니소바인에게서 현대인이나 네안데르탈인과는 다른 해부학적 특성 56개를 확인했다. 이 중 34개는 두개골에서 나타났는데, 현대인이나 네안데르탈인보다 측두골이 넓고 치아가 배열된 치열궁(齒列弓)이 긴 것이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으로 꼽혔다. 얼굴이 길쭉하고 골반이 넓은 것은 네안데르탈인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구팀에서 진행 중인 데니소바인 하악골 연구 결과도 이번에 복원된 데니소바인과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화석 기록이 없어도 DNA 메틸화를 이용해 해부학적 특성을 복원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으로 광범위하게 응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카멜 박사는 "데니소바인 해부학 연구는 인류의 적응과 진화적 제약, 발달,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 질병 역학 등에 관한 지식을 넓혀줄 수 있다"고 자평했다.
데니소바인은 약 30만년 전부터 5만년 전까지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거주했으며 현생인류보다는 네안데르탈인에 더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8년에 데니소바인 소녀의 새끼손가락 뼈가 발굴되면서 처음으로 존재가 확인됐지만 네안데르탈인처럼 많은 연구가 진행되지는 못했다. 현재 파푸아뉴기니 원주민들은 유전자의 약 5%를 데니소바인에게서 물려받은 것으로 분석돼 있다. eomns@yna.co.kr
네안데르탈인 등과 다른 현생 인류만의 독특한 유전자 1.5% 불과
엄남석입력2021. 07. 19. 11:01댓글3개
신경발달·두뇌기능 영역 집중..사람속 조상에겐 없는 유전자 7%
뉴욕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네안데르탈인 화석(오른쪽)과 현대인의 골격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현생 인류는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여기고 있지만 멸종한 다른 화석 인류와 구분 짓는 독특한 유전자는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98.5%는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 등 사람(Homo) 속(屬)의 다른 화석 인류나 사람 속 이전의 조상들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샌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학교(UCSC)의 전산 생물학자 리처드 그린 부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세계 곳곳의 현대인 279명의 유전자와 약 4만~5만년 전 네안데르탈인 2명과 데니소바인 1명의 화석에서 추출된 게놈을 비교해 얻은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수년에 걸쳐 개발한 컴퓨터 알고리즘 분석 도구를 통해 현대인의 게놈과 화석 인류의 유전자를 비교해 유전자가 섞이지 않은 부분을 찾아냈다. 또 현생 인류가 출현하기 전인 약 50만년 전의 사람 속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도 확인했다. 그 결과, 사람 속의 조상에게는 없는 사람 속만의 유전자는 7%에 그쳤으며, 네안데르탈인을 비롯한 사람 속의 다른 종에는 존재하지 않는 현생인류만의 유전자는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생 인류와 사람 속의 다른 종간 이종교배를 통해 섞인 유전자는 많이 확인됐지만, 유전자가 전혀 섞이지 않은 부분을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지적됐다. 논문 공동저자인 UCSC의 전산 생물학자 네이선 섀퍼 박사는 "(인간만의 독특한 유전자는) 아주 작은 비율에 그쳤다"면서 "이런 결과는 과학자들이 인간이 네안데르탈인과 크게 다르다는 생각을 외면하는 이유"라고 했다.
시베리아 데니소바 동굴의 발굴현장 [Dr. RICHARD G. ROBERTS / AFP=연합뉴스]
UCSC 고대게놈연구실 소장인 그린 부교수는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회견에서 "우리가 들여다본 거의 모든 곳에서 유전자 혼합이 예외가 아니라 규칙처럼 돼 있었다"면서 인간을 독특하게 만드는 게놈 영역이 "놀라울 정도로 작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 게놈 영역은 인간의 신경 발달 및 두뇌 기능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고도로 집중된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 속의 다른 화석 인류와 차이가 나는 게놈 영역은 작지만 현생 인류를 멸종 인류와 분명하게 구분 짓는 가장 중요한 단서를 갖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린 부교수는 지난 2010년 처음으로 네안데르탈인 게놈 분석 결과를 내놓았으며, 이후 화석에서 유전 물질을 추출해 분석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 속의 진화와 현생인류의 역사에 관해서도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