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sr]인류진화

인류 最古 동굴벽화 기록 바뀐다 / 예멘 '지옥의 우물'

이름없는풀뿌리 2019. 12. 12. 08:15

인류 最古 동굴벽화 기록 바뀐다

윤신영 기자 입력 2019.12.12. 03:00

                          
      
인도네시아 4만4000년전 벽화 발견..상상의 산물 '반인반수' 포함
인류가 그린 가장 오래된 동굴벽화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에서 발견됐다. 4만 3900년 전 그려진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4.5m 길이의 전체 벽화 중 일부로, 작고 사나운 물소(오른쪽)와, 이를 사냥하는 6명의 작은 사람들(왼쪽 작은 그림들)을 묘사하고 있다. 사람들은 부리 등 동물 부위를 지닌 반인반수다. 네이처 제공

지금까지 발견된 구석기 동굴 벽화 가운데 가장 오래된 동굴 벽화가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됐다. 지난해 발견된 가장 오래된 벽화보다도 무려 4000년이나 앞선 것이다.  사람과 동물 형상이 결합된 상상의 산물인 ‘반인반수’ 형상도 포함돼 있어, 인류가 상상력의 세계에 발을 디딘 시점도 앞당겨졌다는 평가다.

 

영국 그리피스대와 인도네시아 국립고고학연구센터 공동 연구팀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남부에 위치한 석회암 동굴인 ‘리앙 불루 시퐁4’에서 2017년 발견한 구석기 벽화의 연대를 측정한 결과, 최대 4만3900년 전에 그려졌다는 사실을 밝혀 국제학술지 ‘네이처’ 11일자에 발표했다. 현재까지 공인된 인류 최고(最古) 벽화는 인도네시아의 보르네오섬 동부 칼리만탄지역의 루방 제리지 살레 동굴에서 발견된 4만 년 전 동물 그림이다. 이 벽화는 지난해 처음 발견돼 학계에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초에는 유럽에서 네안데르탈인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6만 4000년 전 벽화가 확인되기도 했지만, 구상화가 아닌 기하학적 그림이고, 특히 전체 그림 가운데 6만 4000년 전 그린 그림은 극히 일부분인 직선 한 개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동굴 속 석회암이 물에 녹아 벽화 표면에 쌓여 이룬 막의 연대를 우라늄 방사성 동위원소 측정법으로 측정한 뒤, 이를 바탕으로 막 속에 붉은 염료로 그려진 벽화의 제작 연대를 간접 추정했다. 이 벽화는 가로 4.5m 길이로 두 마리의 멧돼지와 네 마리의 작고 사나운 물소(아노아), 창과 밧줄을 든 여덟 명의 사람이 그려져 있다. 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사냥 장면을 묘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벽화의 발견으로 사냥 장면을 담은 그림이 등장한 시점은 2만 년 이상 앞당겨졌다. 인간과 동물이 동시에 등장하는 장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벽화 가운데 기존 최고 기록은 프랑스 라스코의 2만 1000년 전 동굴벽화였다. 사냥 그림이 동남아시아에서 발견된 것 자체도 이례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벽화 속 사냥 모습이 후대 유럽 벽화의 사냥 장면과 비슷해 보인다”며 “동남아시아에서는 사냥이 생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유럽만큼 크지 않았기 때문에, 대단히 귀하거나 특별한 의미가 담긴 역사현장을 그렸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배 관장은 “인강성이 발현된 이후, 인류는 기억을 남기는 것이 사회 안전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여겼다”며 “기억을 광범위하게 공유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전체 벽화의 모습을 그래픽화한 그림(가운데)를 분석했다. 동물은 현재도 이 지역에 사는 멧돼지와 작은 들소로 추정된다. 사람 형상은 총 8명 등장하며, 대부분 창을 들고 있다. 부리 등 동물의 특성을 동시에 지니는 ′반인반수′다. 네이처 제공전체 벽화의 모습을 그래픽화한 그림(가운데)를 분석했다. 동물은 현재도 이 지역에 사는 멧돼지와 작은 들소로 추정된다. 사람 형상은 총 8명 등장하며, 대부분 창을 들고 있다. 부리 등 동물의 특성을 동시에 지니는 ′반인반수′다. 네이처 제공

이번 벽화에서는 사람의 형상에 부리가 달려 있거나 꼬리가 달린 ‘반인반수’가 묘사된 점도 특징이다. 반인반수는 인간이 기존에 존재하던 형상을 합쳐 새로운 형상을 상상하고 창조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형우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인간의 창조와 상상이 이 때부터 보였는지 가늠하게 해 줄 핵심 단서”라며 “반인반수는 기존에 존재하던 것을 새롭게 조합해 유에서 ‘무한한 유’를 창조한 결과물이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의 아담 브룸 호주인류진화연구센터 교수 역시 “당시 인간에게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들 능력이 있었다는 증거”라며 “오늘날의 종교로 이어지는 기본 개념이 이 때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전에 인류가 만든 가장 오래된 반인반수 예술은 독일에서 발견된 4만 년 전 상아 조각인 ‘사자-인간’으로, 사자 머리에 인간의 몸을 하고 있다. 이번 발견으로 이 연대 역시 4000년 앞당겨졌다. 연대는 2만 1000년 전으로 한참 뒤지만, 라스코 동굴벽화에도 이번 벽화와 비슷하게 부리 모양의 입을 가진 모습을 지닌 반인반수 사냥꾼이 등장한다(아래 그림의 a,b).

a와 b는 프랑스 라스코 동굴벽화의 사냥꾼 모습이다. 부리 모양의 머리를 지닌 반인반수 사냥꾼이 등장한다. 연대는 최대 2만 1000년 전이다. c와 d는 독일에서 발굴된 이전까지 가장 오래된 반인반수 조각이다. ′사자-인간′이라고 불리며 사자 머리와 인간의 몸을 갖고 있다. 상상과 창조의 결과라고 보기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자 탈을 쓴 사람을 묘사한 결과로 보기도 한다. 네이처 제공 a와 b는 프랑스 라스코 동굴벽화의 사냥꾼 모습이다. 부리 모양의 머리를 지닌 반인반수 사냥꾼이 등장한다. 연대는 최대 2만 1000년 전이다. c와 d는 독일에서 발굴된 이전까지 가장 오래된 반인반수 조각이다. ′사자-인간′이라고 불리며 사자 머리와 인간의 몸을 갖고 있다. 상상과 창조의 결과라고 보기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자 탈을 쓴 사람을 묘사한 결과로 보기도 한다. 네이처 제공

예술의 최초 발상지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석기 동굴 벽화는 오랫동안 프랑스와 스페인 남부 등 유럽에서 집중적으로 발굴돼 왔다. 이에 따라 한때 고고학계는 예술이 유럽에서 탄생해 다른 세계로 전파됐을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2013년 발굴된 스페인 북부 엘 카스티요지역의 마노스 동굴벽화 속 기하학 문양(원반)이 당시로서는 가장 오래된 약 4만 년 전 그림으로 밝혀지면서 이런 인식이 증명되는 듯했다.

 

하지만 2014년 스페인 술라웨시섬에서 역시 4만 년 전으로 연대가 밝혀진 손바닥 스텐실(물체를 대고 염료를 뿌려 윤곽을 그리는 그림 기법)이 발견되면서 ‘예술은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2018년에는 보르네오섬 루방 제리지 살레 동굴에서도 4만 년 전 동물 그림이 발견된 데 이어, 이번에 4만 3900년 전 사냥 그림이 발견되면서 인도네시아가 예술고고학의 중요한 현장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번 발견으로 ‘벽화 예술이 동남아시아에서 먼저 탄생했다'거나 나아가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수출됐다’고 주장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형우 교수는 “아시아는 구석기 예술의 수가 아직 월등히 적어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유라시아대륙 전체로는 280개 이상의 구석기 예술 유적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이 스페인과 프랑스 등 남부 유럽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배 관장도 “수십만 년 전에 색소를 사용해 무른 돌에 기하학적 문양을 그린 아프리카의 유적이 존재하는 등 (예술로 대표되는) 인간성이 표현된 사례는 훨씬 이전부터 여러 곳에 존재해 왔다”며 “동남아시아를 유일한 예술의 발상지라고 하기엔 무리가 많다”고 말했다. 당시는 빙하기가 극심해서 시베리아와 영국 등 유라시아 북부 상당수가 빙하에 덮여 있었기에 동남아시아에서 다시 유럽으로 퍼지기엔 위험하다는 문제도 있다. 배 관장은 “석기도 서쪽에서 동쪽으로 전파됐다. 예술이 반대로 전파됐다고 주장하려면 적어도 중간 과정을 증명할 증거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벽화 위에 쌓인 석회암 막의 우라늄을 이용해 연대를 측정했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의 정확도에 대해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만큼 향후 연구를 지켜볼 필요도 있다고 말한다. 배 관장은 "지속적으로 (기법의) 신뢰성을 관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들어가면 머리 잘린다"…예멘 '지옥의 우물' 내부 최초 공개

중앙일보 입력 2021.09.24 06:46 업데이트 2021.09.24 07:02 배재성 기자

예멘 ‘지옥의 우물’ 외부 모습. 사진 더내셔널

오만의 한 동굴 탐사팀이 예멘 동부 사막 한복판에 위치한 거대한 웅덩이 내부 진입에 성공했다고 AFP 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폭 30m, 깊이 100m에 이르는 이 웅덩이는 사막 지형에서 신비로운 광경을 연출해 현지에서 ‘지옥의 우물’, ‘정령의 감옥’ 등으로 불린다.

예멘 ‘지옥의 우물’ 내부에서 바라본 동굴 입구. 사진 더내셔널

AFP에 따르면 최근 오만 국적의 동굴탐사팀(Oman Cave Exploration Team, OCET)이 예멘 동쪽의 마라주 사막에 있는 해당 동굴의 내부를 최초로 직접 확인했다. 정식 명칭은 ‘바르호우트의 우물’로 이날 탐사는 약 6시간 동안 이뤄졌다.

탐사팀이 공개한 사진에는 오랜 시간 물이 떨어지면서 생긴 흔적들이 보인다. 또 회색 및 초록색 암석과 진흙도 눈에 띈다. 동굴의 바닥 부분에 흐르는 지하수도 사진에 담겼다.

예멘 ‘지옥의 우물’ 내부에서 확인된 동굴진주. 사진 더내셔널

예멘 당국은 지금까지 이 구멍 속에 무엇이 있는지, 악취의 원인은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다만 과거 탐사대원들이 이 동굴의 지하 50~60m 지점까지 내려갔으나 원인 모를 냄새와 함께 내부에서 이상한 무언가를 발견해 탐사를 멈췄었다고 전했다.

 

현지 주민들 또한 이 동굴에서 나는 악취 때문에 이를 ‘악마를 가두기 위한 감옥’으로 여겨왔다. 심지어 해당 지역의 일부 주민들은 이 구멍에 들어가면 머리가 잘리는 등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고 믿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탐사를 이끈 오만 독일공과대학의 지질학과 모하메드 알킨디 교수는 “죽은 동물의 사체나 뱀 등이 있긴 했지만, 주민들이 생각하는 초자연적인 현상의 흔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나와 팀원 7명은 (주민들이 말하는)’저주’의 기운을 느끼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뱀의 숫자가 많았던 것은 포식자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이는 매우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예멘 ‘지옥의 우물’ 바닥에 쌓인 석순. 사진 더내셔널

또 “주민들은 이곳의 물이 가장 사악하다고 여겨왔지만, 우리가 본 것은 순수한 담수뿐이었다”고 했다. 그는 “심지어 이 물을 마셔봤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이상한 냄새를 맡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는 매우 신비한 현상”이라고 밝혔다. 알킨디는 “웅덩이 내부에서 물, 바위, 흙, 죽은 동물의 샘플을 채취했으며 정밀 분석을 마친 뒤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지옥의 우물' 미스터리 예멘 동굴, 최초로 공개된 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