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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활보한 티라노 25억 마리, 화석은 고작 100개 / 암피키온, 타르타로키온

이름없는풀뿌리 2021. 4. 16. 13:11

지구 활보한 티라노 25억 마리, 화석은 고작 100개

조홍섭 입력 2021. 04. 16. 11:16 수정 2021. 04. 16. 11:46 댓글 42

북미에 상시로 2만 마리 살아..멸종 동물 개체수 첫 추정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화석. 1990년 발굴된 것으로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고생물학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이런 화석으로 남는 확률은 극히 낮다. 키건 하우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제공.

공룡 시대의 종말을 지켰던 티라노사우루스는 키 4m 길이 12m 무게 7t까지 자라는 지상 최대 포식자였다. 이 대형 육식공룡이 지구에 몇 마리나 서식했는지 그동안의 화석 연구를 토대로 처음으로 추산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찰스 마셜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교수 등 이 대학 연구자들은 16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티렉스)는 북미 서부에 어느 시점이든 약 2만 마리가 서식했으며 이 종이 6600만년 전 소행성 충돌과 함께 멸종하기까지 250만년 동안 생존한 성체 개체수를 모두 합치면 25억 마리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처럼 오래전 멸종한 동물의 개체수를 계산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이런 추정에는 불확실한 부분이 많아 오차 범위는 10배를 넘나든다. 연구자들은 상시 개체수는 1300마리에서 32만8000마리, 누적 개체수는 1억4000만 마리에서 420억 마리 사이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모식표본. 이 종의 기준이 되는 표본으로 미국 피츠버그에 있는 카네기 자연사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번 연구를 하게 된 동기에 대해 마셜 교수는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을 손에 쥐고 이 맹수가 수천만년 전 실제로 살아있던 그 동물인가 믿을 수가 없었다”며 “대체 얼마나 많은 동물 가운데 하나가 화석으로 남을 수 있는지 궁금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개체수를 추정할 때 불확실성이 높은 이유는 티라노의 생태에 관한 지식이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공룡은 온혈동물로 알려졌지만 얼마나 많은 먹이를 먹어야 하는지는 잘 모른다.

또 공룡의 체중과 수명을 추정할 수 있지만 살아가는 데 어느 정도의 면적이 필요한지를 계산할 때는 불확실한 요인이 적지 않다. 연구자들은 그런 예로 현생 동물 가운데 하이에나와 재규어가 비슷한 크기의 포식자이면서도 서식밀도는 하이에나가 50배나 높다는 사실을 들었다.

이런 이유로 추정치의 범위는 클 수밖에 없지만 그동안의 화석 연구로 티라노에 관한 생물학적 정보는 비교적 정확하게 알려져 있다. 연구자들은 이 육식공룡이 15살쯤 성숙하며 수명은 20살 후반, 평균 체중은 5.2t이며 최대 7t까지 자란다는 것으로 보았다.

티렉스 ‘수’의 두개골 모습. 먹이를 장기간 추적할 수 있고 냄새를 잘 맡는 구조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티라노의 에너지 요구량은 지구 최대 파충류인 코모도왕도마뱀과 사자의 중간으로 가정했다. 이런 가정을 바탕으로 계산한 티라노의 서식밀도는 100㎢당 1마리꼴로 나왔다. 호랑이의 서식밀도와 비슷한 셈이다. 인도 암컷 호랑이는 20㎢, 아무르호랑이는 최고 500㎢를 자기 영역으로 삼는다.

북미의 서식지가 230만㎢이고 2만 마리의 티라노 개체군이 250만년 동안 12만7000세대를 거듭했을 때 누적 개체수는 25억 마리가 된다. 한반도로 친다면 2000마리, 지리산국립공원 면적에 5마리가 돌아다니는 셈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동물이 죽어 화석으로 남기가 얼마나 드문 일인지 보여준다. 현재까지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 골격 화석은 100개 미만으로 대부분 뼛조각 하나이다.

티렉스가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미국 몬태나 주 헬 크리크 화석 산지에서 나온 다양한 동물들. 이곳에서도 티렉스 1만6000마리 가운데 한 마리꼴로 화석으로 발견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마셜 교수는 “현재 박물관에 전시되는 골격이 잘 보전된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은 32개 정도”라면서 “게다가 이번 연구는 성체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훨씬 많은 수의 어린 개체까지 고려하면 티라노사우루스 8000만 마리 중에 한 마리꼴로 화석으로 남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고생물학자들이 화석을 발굴하면서 얼마나 많은 종을 놓치는지 짐작하는 토대가 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마셜 교수는 “단기간 살았고 일부 지역에만 분포했던 종들이 화석기록에서 얼마나 빠지는지 추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판 티렉스라 할 수 있는 타르보사우루스의 골격 화석. 조르디 파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티라노사우루스는 북미 서부에 분포했지만 크기와 형태, 습성이 유사한 타르보사우루스 등 다양한 육식공룡이 몽골, 중국 등 아시아에 분포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가 북미에 진출해 티라노사우루스로 진화했다는 주장도 있다.

인용 논문: Science, DOI: 10.1126/science.abc830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핵잼 사이언스] 곰과 개를 섞어 놓은 신종? 거대 육식동물 화석 발견

입력 2022. 06. 26. 10:21 댓글 138
 

[서울신문 나우뉴스]

타르타로키온의 복원도 / 데니 나바라

고기를 먹는 포유류 그룹인 식육목은 사자나 곰, 개 같은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 외에도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여러 멸종 동물 그룹을 지니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가 개와 곰을 섞어 놓은 듯한 미스터리한 육식동물인 암피키온 (Amphicyon)이다. 암피키온은 흔히 곰개(bear dog)로 불리는데 곰과 개를 섞어 놓은 듯한 외형과 다양한 크기 때문이다.

암피키온 중 가장 큰 것은 현재의 북극곰이나 큰곰과 비슷한 덩치를 자랑하지만, 작은 종은 가축화된 개와 비슷한 크기다. 그러나 사실 외형과는 달리 곰이나 개와 근연 그룹이 아니라 독립적인 원시적 식육목 무리로 3600만 년 전부터 750만 년 전까지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다가 별안간 사라졌다.

(타르타로키온의 턱뼈 화석./ 데니 나바라

최근 바젤 자연사 박물관의 과학자들은 프랑스 피레네산맥의 신생대 지층에서 1200만 년 전에서 1280만 년 사이의 것으로 생각되는 신종 암피키온 화석을 발견했다. 이 턱뼈 화석을 분석한 과학자들은 이 화석의 주인공이 사실 새로운 속(genus)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바스크 신화에 등장하는 외눈박이 거인의 이름을 따 타르타로키온 카자나베이(Tartarocyon cazanavei)라고 명명했다.

타르타로키온은 몸무게 200㎏ 정도로 곰보다는 호랑이나 사자와 비슷한 크기였다. 이들은 당시 유럽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에 속했다. 암피키온이 수천 만 년 동안 번성하다가 갑작스럽게 사라진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으나 이들이 사라진 후 최상위 포식자의 자리는 곰과나 고양잇과 동물에게 넘어간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 다른 식육목 그룹이 아닌 암피키온이 된 정확한 이유와 당시 생태계에서 이들이 차지한 위치에 대해서는 현재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새롭게 발견된 타르타키온의 화석 역시 암피키온의 비밀을 밝히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