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 지구의 100분의 1.. "금성 구름엔 생명체 살 수 없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1. 06. 29. 07:38 수정 2021. 06. 29. 07:57 댓글 9개
[사이언스샷]
일본 아카쓰키 탐사선이 촬영한 금성의 모습. 2010년부터 금성을 탐사하고 있다./JAXA
금성을 둘러싼 구름은 생명체가 살기에는 수분이 크게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앞서 금성의 구름에서 지구 미생물에서 나오는 유기물질이 발견돼 생명체 존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이다. 영국 벨파스트 퀸스대의 존 홀스워스 교수 연구진은 28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대부분 황산으로 이뤄진 금성의 구름은 수분이 너무 적고 산성도가 높아 지구의 극한 환경에 사는 미생물도 생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9월 영국 카디프대의 제인 그리브스 교수가 같은 저널에 발표한 결과와 정반대이다. 당시 그리브스 교수는 하와이와 칠레의 전파망원경으로 금성의 50~60㎞ 상공 대기에서 미생물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수소화인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수소화인은 인 원자 하나와 수소 원자 3개가 결합한 물질로 지구 실험실에서 합성하거나 늪처럼 산소가 희박한 곳에 사는 미생물이 만든다. 하지만 홀스워스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1970~1980년대 금성에 보냈던 탐사선의 관측 기록과 실험실 실험 결과를 토대로 금성의 구름에 생명체가 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금성 구름의 상상도. 지난해 생명체의 흔적이 포착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지만 이번에는 생명체가 살기에는 수분이 너무 부족하다는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NASA
◇지구 가장 메마른 곳보다 수분 100분의 1
연구진은 순수한 물의 활동이 1이고, 수분이 아예 없는 상태가 0이라면 금성의 구름에서 물의 활동은 0.004가 채 되지 않는다고 추산했다. 홀스워스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지구에서 미생물이 사는 데 필요한 물보다 100배는 적은 밀도”라며 “생명체가 살기 위해 필요한 데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격차”라고 밝혔다. 금성 구름의 수분은 지구에서 가장 메마른 곳인 칠레 아타카마 사막보다 100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홀스워스 교수는 “수분이 없으면 세포막이 떨어져 나간다”며 “지구의 가장 메마른 곳에 사는 미생물도 금성에서는 생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이번 연구가 금성 생명체에 대한 최종 결론은 아니다. 금성에 지구보다 더 강한 생명체가 살 수 있고, 지구와 달리 물이 필요 없는 생명체도 있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금성 구름에서 생명체 흔적을 발견한 그리브스 교수는 “금성 구름 방울의 산성도는 매우 불안정하다”며 “구름의 상태가 지구와 달리 일정하지 않아 어느 부분은 다른 곳보다 훨씬 생명체에 유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 금성 탐사선 베리타스 상상도. 금성의 지질 상태를 분석할 예정이다./NASA
◇다시 불붙는 금성 탐사 경쟁
금성 탐사는 1961년 구소련이 베네라 1호를 보내면서 시작됐지만 오랜 역사에 비해 성과가 크지 않았다. 최근 미국과 유럽이 잇따라 금성 탐사 계획을 발표하면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3일 나사는 금성 탐사선 ‘다빈치+’와 ‘베리타스’를 2028년 이후 발사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1989년 마젤란호를 금성에 보낸 이후 32년 만이다. 유럽우주국(ESA)도 지난 10일 금성 탐사선 ‘인비전’을 이르면 2031년 발사하겠다고 밝혔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탐사선 비너스 익스프레스를 운영한 이후 7년 만에 금성 탐사를 재개하는 것이다. 인비전은 나사가 개발한 위성 영상 레이더를 장착하고 금성 궤도를 돌며 대기부터 내핵까지 분석할 예정이다.
금성은 크기나 밀도가 지구와 비슷하지만 내면은 지옥과 같다. 두꺼운 구름층이 누르는 힘 탓에 표면 압력이 지구의 90배나 된다. 이 구름층이 온실처럼 열을 가둬 기온도 섭씨 470도가 넘고 황산 산성비까지 내리는 ‘불지옥’과 같다. 과학자들은 탐사선으로 금성의 대기와 땅속까지 탐사해 금성이 한때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 수 있었지만 어떤 이유로 지금처럼 변했는지 추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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