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동산의 보물…” 성경대로 파봤더니 석유·가스 나왔다
[홍익희의 新유대인 이야기] [56] 70년 석유 수입국서 산유국 된 이스라엘
이스라엘은 건국 이후 70년 동안 석유 수입에 고생이 많았다. 인근 국가들이 이스라엘에 석유를 안 팔아 멀리 아프리카 앙골라에서, 남미 콜롬비아에서, 북유럽 노르웨이 등에서 석유를 구해 오느라 석유 가격과 전기료가 비쌀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스라엘에서 한 지구물리학자가 유전을 발견했다. 2004년 6월 13일 자 BBC뉴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기보트 올람’이라는 이스라엘 회사가 성서에서 영감을 받아 이스라엘 한복판에서 유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영원한 작은 산이라는 뜻을 가진 ‘기보트 올람’의 창업자인 극정통파 유대인 토비아 러스킨은 성서와 과학 지식을 토대로 유전 탐사에 성공했다.
그는 러시아에서 출생해 지구물리학을 공부하고 여러 메이저 석유사에서 근무하다 1984년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러스킨이 호주에서의 안락한 생활을 청산하고 이스라엘로 이주하기로 결정한 것은 히브리 성서(구약성경) 신명기의 한 구절과 이 구절에 관한 중세 랍비 라시의 해설을 읽은 것이 계기가 됐다.
하느님의 사람 모세는 죽기 전에 이스라엘 12지파에 복을 빌어 주었다. 신명기 33장 13~15절에서 요셉을 두고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그의 땅은 야훼께 복 받은 땅, 위로 하늘에서 더없이 값진 복이 내리고 아래로 지하에 숨어 있는 물줄기로 젖어 오는 땅, 쏟아지는 햇빛에 소담스레 오곡이 여물고 다달이 백과가 탐스럽게 열리는 땅, 태고적 산맥에서 열리는 특산품과 영원한 동산의 보물….”
신명기 33장 18~19절에서 즈불룬을 두고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즈불룬아, 즐겨 밖으로 진출하여라. 이싸갈아, 네 천막에서 살며 행복하여라. 민족들을 산으로 불러 모으고 바다에 풍부한 것과 모래에 감추어져 있는 보배를 흡수하며….”
신명기 33장 24절에서 아셀을 두고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아셀은 아들들 가운데서도 가장 큰 복을 받아라. 형제들 가운데서도 가장 귀여움을 받고 발을 기름에 담그리라.”
요셉 부족에 주어진 지역엔 텔아비브 동북쪽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러스킨은 “태고적 산맥에서 열리는 특산품”이 과연 무엇일까 궁금히 여겼다. 중세 현자인 라시의 해설에서 러스킨은 이 구절이 현재의 모양으로 변모되기 이전의 고생대 고원지대를 이야기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놀라운 발견이었다. 그러자 러스킨은 이 성서 구절을 이해할 것 같았다. 바다의 풍부한 것은 천연가스이고, 모래에 감추어져 있는 보배는 셰일 석유이며, 특히 ‘기보트 올람(영원한 동산)의 보물’이 원유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러스킨은 1990년 5월 뉴욕으로 가서, 하시디 유다이즘의 지도자 랍비 메나헴 멘델 쉬니르손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는 석유 탐사 계획을 축복해 주면서 곧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그 말을 듣고 러스킨은 즉시 시드니에서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러스킨은 성서의 말씀을 믿고 ‘기보트 올람’ 탐사 회사를 설립하여 1994년부터 유전 탐사 시추를 시작했다. 러스킨은 유전 발굴에 두 번 성공했으나 경제성이 없었다. 하지만 이스라엘 땅에 석유가 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다. 탐사를 시작한 지 10년 만인 2004년에 경제성 있는 셰펠라 유전이 터졌다.
그 뒤 이스라엘에 석유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석유 탐사 붐이 일었다. 특히 ‘즈불룬 지파’와 ‘아셀 지파’가 차지하고 있던 땅의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시추 작업이 진행되었다. 2009년 미국의 노블에너지(Nobel Energy)가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에서 80㎞ 떨어진 지중해 북부 ‘타마르’ 해역에서 매장량 2470억㎥로 추정되는 천연가스전을 발견했다. 이후 타마르 가스전에서 채굴된 가스는 길이 150㎞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남부 아슈도드로 운반되어 이스라엘 전기 발전에 필요한 에너지의 40%를 감당하고 있다. 이 효과로 이스라엘 전기료가 하락했다.
또한 2010년에는 하이파에서 135㎞ 떨어진 지중해 북부 해역에서 천연가스전 3조4600㎥를 발견했는데, 이는 미국 가스 매장량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스라엘은 이 해저 천연가스전에 ‘레비아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레비아탄(Leviathan·고대 히브리어, 영어로는 리바이어던)’은 히브리 성서 욥기 41장에 나오는 바다 괴물이다. 욥기에서는 이 괴물의 입에서 불이 뿜어져 나온다고 묘사했다. 실제 수심 1500m에 자리 잡은 이 가스전에선 진짜 불기둥이 솟아오르고 있다. 이는 최근 10년 동안 심해에서 발견된 가스전 중에서 최대로 이스라엘이 100년간 쓸 수 있는 양이다. 이후 2011년에는 ‘아프로디테’, 2012년에는 ‘삼손’, 이후에도 ‘마리’ 가스전이 연달아 발견됐다. 2013년 세계에너지협회 발표에 따르면, 이스라엘 북부 셰펠라 지역에서 셰일 석유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매장량은 세계 최고인 사우디아라비아의 2600억배럴에 버금가는 2500억배럴로 세계 2위 수준이라고 한다.
타마르 가스전과는 달리 레비아탄 가스전은 10년 이상 다투어온 레바논과의 영유권 협상 문제로 지난해 1월부터 가스 생산에 착수했다. 이후 협상이 2022년 10월에 타결되어 생산 확대를 위해 가스전에 새로운 부유식 LNG 터미널 공사를 할 계획이다. 현재 연간 약 12bcm(1bcm은 10억㎥)의 가스를 생산하는 레비아탄 가스전은 이 공사가 완성되면 생산량이 연간 21bcm로 늘어난다.
이스라엘은 가스와 석유를 이용해 주변국들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2017년 초 요르단으로 천연가스를 처녀 수출한 이후 2020년 이집트 등으로 확대해 나갔다. 이스라엘의 천연가스는 이집트의 천연가스 액화 시설을 통해 액화가스가 되어 유럽으로 수출된다. 유럽이 천연가스 수입처 다변화를 추진하면서 터키·이스라엘 해저 파이프라인 건설도 논의되고 있다. 레비아탄 해저 가스전에서 터키까지 500∼550㎞ 길이의 파이프라인을 건설해 터키와 남유럽 국가들에 천연가스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스라엘과 터키는 10년 이상 소원했던 관계를 해저 파이프라인 건설을 통한 에너지 협력을 통해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스뿐 아니라 지난해 2월에는 처음으로 초경질유 석유도 수출했다.
2020년 미국 주도로 이스라엘과 인근 아랍국들 간의 ‘아브라함 평화협정’이 체결되었다. 아랍에미리트와 이스라엘이 2020년 9월 이 협정에 서명했다. 아브라함 평화협정의 ‘아브라함’은 아랍인과 유대인의 공동 조상으로, 서로를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이 협정에 바레인이 함께 참여했고, 뒤이어 수단과 모로코도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이스라엘 천연가스의 인근 아랍국 수출과 아브라함 평화협정의 확대가 중동 지역에 평화를 가져오기를 기원한다.
[성서고고학의 출현]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니네베 여름 궁전’도 성서 토대로 19세기 발견
19세기 초만 해도 사람들은 땅속을 파헤쳐 옛 유물을 찾는다는 생각을 미처 못 했다. 19세기 중엽에 이르러서야 고고학자들이 성서와 옛 문헌에 비추어 심증이 가는 지역의 땅속을 파보기 시작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이렇게 성서에서 실마리를 찾으려는 고고학자들 덕분에 발견됐다.
1840년 티그리스강 유역 모술에 프랑스 영사관이 들어섰다. 영사로 의사인 폴 에밀 보타가 취임했다. 그가 성서를 토대로 1843년 고대 아시리아의 수도 니네베 근교의 여름 궁전을 발굴했다. 그 무렵까지만 해도 인류의 발상지는 이집트라고 알려져 있었다. 에덴동산은 물론 성서에 무려 152차례나 언급된 아시리아 제국은 전설에 지나지 않았다. ‘니네베’라는 말은 성서에 20군데, ‘아시리아’라는 말은 132군데나 나온다. 유대인에게 니네베는 이스라엘을 괴롭혔던 적대 세력 아시리아의 수도였다. 그런데 그 아시리아가 정말 있었다. 무엇보다 메소포타미아에 이집트보다 오래된 문명이 있었다. 유대교와 기독교 신자들은 흥분했다. 이것이 성서고고학의 효시였다. 이후 성서를 토대로 여러 유적이 잇달아 발견돼 성서가 역사적 사실에 의거해 기록되었다는 게 증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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