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혹은 하나
- 朱文暾(둘 혹은 하나, 1970) -
기울어진 角度의
몇 모금의 멜러디가
그의 유리컵을
채우고
경사를 바로하는
그의 전신을 향해
고추서는 내
유리컵의 異變.
그를 채우기 위해
기울어졌다가
결국 쏟아놓은 것은
무형의 멜러디 뿐임을
알게되는 뜻밖의 自覺.
기울어졌다가
쏟아받은 진한
체온의 感銘.
눈바람의 海溢 속에
독립하는 두 개의 실루엣으로부터
기울어졌던 만큼의
멜로디가 천천히
안으로 안으로 沈降하는
둘 혹은 하나.
고 요
- 朱文暾(둘 혹은 하나, 1970) -
고요를 길어 올리는
두레박입니다
고요가 고요를 꾸역꾸역
새김질합니다
고요의 가지를 자르던
당신의 가위는 수 없이
녹슬었습니다
고요의 보이지 않는
이마에서 회색의
피가 흐릅니다
가느다랗게 가느다랗게
끝없이 흐릅니다
당신의 裸身이 고요 속에서
자맥질합니다
처음으로 고요의 뿌리가
보입니다
탄생하는 당신의 손아귀에
고요의 머리칼이
한웅큼 쥐어져
있습니다
그의 바다
- 朱文暾(둘 혹은 하나, 1970) -
바다를 머리에 이고 다니던
그를 한동안 볼 수
없었다
그의 바다의 파도소리와
그의 바다의 갯냄새만 남아서
회색의 하늘을
떠돌았다
그의 몸 속으로 드나들던
공기가 다시
나타난 그의
심장에 예리한 칼날이 되어
꽂힐 줄은 미처
몰랐다
생애의 최상급과
그의 솜털이 침몰해 간
바다!
쉴새 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머리에 바다를 이고 그가
내 앞을 걸어가고
있었다
어 둠
- 朱文暾(둘 혹은 하나, 1970) -
곡괭이로 어둠을
찍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견고한 어둠의
문짝들이 부서지고
그 뼈마디에 굵은 금이 가는
소리를 들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어둠이 없는 곳이 어디
있는가
어둠은 사물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을 차지하고
어둠은 맑은 피가 고이는
심장의 주위를 맴돌면서
그 순수를 노린다
어둠은 갑자기 벽을 열고
도망치는 수가
있긴 하지만
도무지 참회하는 얼굴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