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의 계절 /안숙자
너무나 작고 보잘 것 없는 일년초의 풀일지라도
순리에 어긋남이 없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종자를 퍼트리며
겸손한 마음으로 그 값을 하는데
나의 봄엔, 또 여름엔,
그리고 수확의 계절 이 아름다운 가을에
잘 여물지 못했더라도
한 줌 수확한 것을 내보일 수 있는가?
못난 사람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과거에 얽매여
옛날엔, 왕년에, 소싯적엔 그랬었노라고
목에 지렁이 같은 핏줄을 돋워 말하지만 수확할 열매가 없다면...
물론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험난한 풍파를 헤치고 여러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온 과정 또한 소중하다
비록 볼품없고 초라한 것이라 할지라도
순간순간 지혜를 발휘하고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쳤을 생각을 하면
경이롭지 않은 것이 없다
누군들 한고비 넘지 않았을 사람이 없기에
식물도 인간사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맨몸으로 혹독한 겨울을 이기고
싹이 트고, 잎을 내고 가지를 내밀어 꽃을 피우고
때론 벌레들에게 몸 일부를 내어주고
비바람에 꺾이고 뼛속까지 타들어가는 가뭄을 이겨내고도
비록 벌레 먹힌 자국이 선명할지라도
의연하게 열매를 맺었다면 박수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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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야생화 사랑
글쓴이 : 다람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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