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우면산에 내려온 덕유 동자는 무사할 것인가?
(1) 6/20 토요일의 散步
가끔 느릿느릿 거닐어 보는 우면산!
뒷마당처럼 자그마하고
야트막한 동산이지만 갈 때마다 새로움을 느낀다.
그런데 그 날은
덕유산상에나 있을 동자꽃과
흔치 않은 어성초(약모밀)가 반겨 주어
더더욱 새로웠다.
(2) 동자꽃 傳說
몇 년 전 덕유산 종주시 본 동자꽃!
그 고아한 색감은 1000m이상의 高原에서만이
얻어질 수 있다고 믿고 있었는데
이 야트막한 우면산에 버젓이 동자가 내려오다니....
처음엔 능소화가 아닌가 했는데 아무리 보아도 틀림없는 동자였다.
이렇게 도회를 구경하려고
그 먼길을 달려온 것은 아닌지?
혹은 누가 일부려 씨앗을 뿌렸을까?
그렇다고 1000M이상에서만 자생하는 이 얘가
여기에 어떻게 날아와 터전을 잡고
꽃까지 화려하게 피웠을까 궁금타.
동자꽃에 관한 슬픈 傳說.
어느 산골짜기 암자에 노스님과 어린 동자가 살고 있었다.
동자는 스님이 공양미를 얻으려 마을로 내려갔다가
허기져 쓰러져 있는 것을 불쌍히 여겨 데리고 온 아이였다.
동자는 스님을 할아버지처럼 따르며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몹시 추운 어느 날, 스님은 월동 준비에 필요한 물건을 구하러 마을로 내려갔다.
동자가 따라가겠다고 칭얼대었지만
문고리에 손가락을 대면 쩍쩍 달라붙는 날씨에 그럴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암자를 떠나서는 안 되니라.
내 빨리 일을 보고 올라올 테니 조금도 걱정하지 말고...“
스님은 그렇게 다짐을 해 두었지만,
혼자서 무서워 하고 있을 동자가 걱정이 되어
허겁지겁 일을 보고 산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주먹만한 눈이 사정없이 내려 그만 산길이 막히고 말았다.
스님은 발을 동동 구르다가 결국 마을로 다시 내려오고 말았다.
암자에 홀로 있던 동자는
아무리 기다려도 스님이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되어 견딜 수가 없었다.
동자는 스님이 내려간 길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바위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이미 곡식이 떨어져 날이 갈수록 허기져 가던 동자는
폭설로 스님이 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스님! 스님! 빨리 와요! 하며 흐느낄 뿐이었다.
눈은 초봄이 되어서야 녹기 시작했다.
스님은 황급히 발길을 재촉하여 암자로 오르다가
바위에 앉아 있는 동자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달려갔다.
“내가 왔다! 이 녀석아, 그 동안 별일 없었느냐!”
그렇게 외치면서 다가갔지만 동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동자가 자신을 기다리다가
얼어죽었다는 것을 알 게 된 스님은 가슴을 치며 슬퍼하였다.
칭얼대던 동자를 왜 홀로 두고 내려갔었는지 스님은 애통해 했다.
스님은 동자의 시신을 거두어 바위 바로 옆자리에 곱게 묻어 주었다.
법당에서 목탁을 두드리면 들을 수 있도록...
그 해 여름,
동자의 무덤 가에 이름 모를 꽃들이 자라났다.
붉은 빛이 도는 것이 꼭 동자의 얼굴을 보는 것 같았다.
암자에 올라온 사람들은 동자의 영혼이 피어난 듯한
그 꽃을 동자꽃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런데 수줍어서인지
디카로 찍은 동자가 뿌옇다.
그러나 그 동자를 호위라도 하려는 듯 주위에 털중나리 몇 그루가
현란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3) 6/22 월요일 아침 散步
월요일 새벽에 일어나 우면산 산보.
사실은 아무래도 길가에 있는 그 얘가 염려되어 보고 싶어서였다.
길 가에 있지만 그녀석도,
털중나리도 무사.
오히려 그제는 한송이만 피었더니 세송이 더 피웠다.
길 가의 이 얘가 무사한 것을 보니
요즘 사람들 수준이 높다고 보아야할까?
아니면 동자꽃을 몰라서일까?
(3) 6/23 화요일 저녁 散策
어제의 녀석이 왠지 처량하게 보여
퇴근하자말자 뒷동산에 오르다.
그런데 호위병사 털중나리가 안보인다.
누군가 꺽어간 흔적이 역력하다.
그래도 나의 사랑 동자는 무사하여 다행.
요즘사람들 의식 수준 아직 멀었고
귀한 동자를 알아모셔서가 아니고 몰라서 동자가 무사함 증명.
과연 이 가녀린 동자는 언제까지 무사할 것이가?
그러한 염려를 하며 상봉에 오르니
서산에 해는 어느덧 뉘엿뉘엿 넘어가고
예전 같으면 집집마다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실타래처럼 뽑아 아올 것 같은 노을이 물들어가고 있었다.
배달9206/개천5907/단기4342/서기2009/06/22 이름 없는 풀뿌리 라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