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유적 연대측정 어떻게 하나? | ||||||||||||||||||||||||||||||||||||||||||||||||||||||||||||||||||||||||||||||||||||||||||
「단군릉의 유골 연대 측정」(국정브리핑, 2004.03.06)으로 단군릉에서 발견된 유골의 연대측정에 대해 설명하자 연대측정에 대해 보다 상세하게 다뤄달라는 이메일이 많았다. 원래 인간의 역사는 고문서나 유물 유적과 같은 자료들을 연구함으로써 밝혀진다. 그러나 인간이 글자를 사용한 것은 그 절대 연도가 겨우 몇 천 년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제작 연대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표시를 해둔 것도 많지 않아 그 자료들이 언제 제작된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학자들은 고대 유물이 만들어진 정확한 연대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연대측정법에도 어김없이 도입되어 일부 측정법을 사용하면 오차가 몇 십 년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정확해지고 있다. 물론 연대측정법은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들어 진 유물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화석, 지층 등을 조사하여 지구의 탄생에 대한 비밀은 물론 지구에서 생명체가 언제 태어났는가 까지도 추정할 수 있으며 지구에서의 생물들이 어떻게 진화했는가를 파악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C14탄소연대측정법 가장 많이 사용 <살아있던 흔적을 찾아라> 현재까지 알려진 절대 연대 측정방법에는 C14 탄소연대측정법, 열형광법, 아미노산정량법, 핵분열비적법, 전자상자성공명법 등 10여 가지가 있다.
불안정한 방사능 물질을 안정된 정상적인 물질로 변화시키는 핵의 자연 붕괴를 이용하여 각종 연대를 측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방사성 물질이 발견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였다.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는 1904년에 방사성 원소인 토륨이 어떻게 정해진 비율로 붕괴하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련의 다른 원소들로 바뀌고 결국 납 형태로 안정화되는지를 설명했다. 이것이 '반감기'로 러더퍼드는 방사능 물질을 통해 지구의 나이를 측정할 수 있다고 예견했다. 그러나 이 당시 대부분의 학자들은 원자는 결코 파괴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같은 원소의 변환을 주장한 러더퍼드는 많은 학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05년에 미국의 B. 볼트우드는 방사성을 사용하는 측정법을 개발하여 지구의 나이는 적어도 22억 년, 태양계의 나이는 50억 년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리비는 이들의 가설을 한 차원 높게 발전시켰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탄소를 함유하고 있는데 그 대부분이 C12과 C13이고 C14는 지극히 미세한 정도밖에 함유되어 있지 않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에 함유되어 있는 C12의 양을 1이라고 하면 C13의 양은 0.01, C14의 양은 10-12에 지나지 않는데 이 비율은 항상 일정하다. 그런데 처음에 있었던 C14를 1000개라고 하면, 5730년 후에는 원래의 반인 500개로 되고 다시 5730년이 지나면 다시 반인 250개, 1만7190년 후에는 125개로 줄어든다. 이러한 성질을 갖는 동위원소를 방사성동위원소라고 하는데 위의 설명과 같이 C14의 경우 반감기는 5730년이다. 리비가 착안한 원리는 간단하다. 생물이 죽으면 더 이상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 못한다. 따라서 죽은 동물, 식물, 박테리아 안의 방사성 탄소인 C14는 붕괴되어 그 양이 점점 줄어든다. 반면 C12 또는 C13은 비방사성이므로 유기체가 죽어도 그대로 남아 있다. 다시 말하면 C14 대 C12, C13 비율은 유기체가 죽은 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하므로 일단 한번 살아 있던 물질이라면 이 비율을 측정하여 생명체가 언제 죽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리비는 생물체 안에서 C14 활동량을 감지하면 생물체가 살아 있던 시기를 측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대단히 민감한 가이거 계수관(방사능 측정기)을 제작했다. 리비가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정상적인 방사능의 영향으로 그는 이것을 배제하기 위해 8인치 두께의 납으로 이 계수관을 둘러쌌다. 리비는 처음에 연대가 알려진 세콰이어 나무와 같은 자연물을 먼저 실험하여 기초 자료를 쌓았다. 그 후 연대가 잘 알려진 이집트의 세소스트리스 파라오의 무덤에 부장되어 있던 장례용 배의 갑판 나무를 실험했다. 실험 결과와 역사적으로 알려진 연대는 정확히 일치했다. C14를 이용한 탄소연대측정법으로 고대 유물의 연대를 측정한 자료들이 신뢰할 만한 것이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C14 탄소연대측정법은 고고학과 지질학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나무, 석탄, 천, 뼈, 조개껍질, 동식물의 조직 등 일단 한 번 살아 있었던 물질이라면 무엇이든 이 기술에 의해 처리될 수 있다. 고대 인류의 주거지나 무덤, 지질학적 암석층, 그리고 다른 많은 역사적, 고고학적, 지질학적 가치를 가진 항목들의 연대도 결정될 수 있다. 그러나 시료를 그대로 측정기에 넣는다고 곧바로 연대가 계산되어 나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측정시료는 대부분 많은 불순물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땅속에서 출토된 유물 등에는 토양에 함유되어 있는 탄소가 스며들어 있기도 하고 고문서에는 얼룩이나 손때 등이 묻어 있다. 불순물에 새로운 탄소가 포함된 시료를 그대로 측정하면 그 연대치의 오차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론적으로 정확한 연대측정을 하려면 다양한 시료로부터 순수한 탄소를 끄집어내는 고도의 정밀 작업을 먼저 해야만 한다. C14 탄소연대측정법은 고고학 분야에서 발견되는 중요한 유물들의 연대를 측정할 수 있으므로 매우 유효한 방법이지만 이 방법에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즉 1회 측정에 수 그램의 탄소 시료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연대를 구하고자 하는 문화재인 경우 매우 귀중한 것이 많아서 측정을 위해 수 그램이나 되는 탄소 시료를 떼어 낸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C14탄소연대측정법의 장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귀중한 유물들을 훼손해야 하는 문제점 때문에 학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획기적인 장비가 개발되었다. 1970년대 후반에 등장한 가속기질량분석기이다. 가속기질량분석기를 사용하면 불과 0.001그램의 탄소 시료로도 정확한 연대측정을 할 수 있다. 즉 귀중한 각종 유물로부터 떼어내야 하는 양이 과거에 비해 약 1000분의 1로도 가능해진 것이다.
목재유물 제작연대 오차 거의 없어 <나이테와 타조알로 절대연대 측정> C14 탄소연대측정법으로 아무리 정확하게 측정하더라도 연대 측정에 다소 오차가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시료에 오염물질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 더욱 더 오차가 커질 수 있다. 학자들은 C14 탄소연대측정법을 보완하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시도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신빙성이 있는 방법은 나무의 나이테를 세어보는 것이다. 사실 정밀도 측면에서만 본다면 나무의 나이테의 변화를 보고 연대를 측정하는 것을 따를 수 없다. 나무의 나이는 나무껍질과 그 안쪽 나이테 사이에 있는 분열기능을 갖는 형성층의 작용에 의해 매년 1개 층 씩 늘어난다. 미국의 천문학자인 A. E. 더글러스 박사가 20세기 초에 나이테를 이용하면 연대측정을 정확하게 할 수 있다고 제안했는데 이를 연륜연대측정법(Dendrochronology)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C14 탄소연대측정법과 같이 복잡한 조건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도 오차가 적은 고정밀도의 연대측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동양에서는 건축물을 비롯하여 많은 유물들이 나무로 만들어졌으므로 더욱 유용한 방법이다. 일본의 경우 기원전 1000년 경 이후의 일부 목재로 만든 유물은 몇 년의 오차가 없을 정도로 정확한 연대를 측정하고 있다. 일본의 <나라문화재연구소>는 2004년, X선을 사용한 CT(컴퓨터단층촬영장치)로 목조상의 나이테를 촬영하여 제작연대를 판정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목조미술품의 대부분은 표면에 채색이 되어 있어 연대측정이 곤란한 경우가 많이 생긴다. 연구소는 제작연대 미상의 대좌에 앉아 있는 높이 27센티미터의 남신상의 채색된 표면으로부터 연대를 측정할 수 없게되자 맨 바깥쪽에 있는 대좌의 각으로부터 중심을 향해 10장의 단층화상을 촬영하여 이것들을 표준 연대 패턴과 조합한 결과 맨 바깥쪽 목재의 연대는 1555년으로 나왔다. 이 남신상은 이 해 이후에 제작된 것으로 판명된 것이다.
학자들은 <나라문화재연구소>의 년대 측정 성공으로, 유물의 형태나 양식만으로 제작연대를 판단하는 대부분의 미술사학계나 고미술업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충북대학교 <농업과학기술연구소>의 박원규 박사가 폴란드 <순수예술원>의 코마스 봐즈니 교수 등과 함께 경복궁 경회루에 사용된 소나무의 나이테를 검사한 결과 이 목재가 1864∼1866년 겨울에 벌목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경회루 축조 연대(1867년)와 일치하는 것으로 연륜연대측정법의 정밀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물론 유물의 정확한 연대를 산정하기 위해 C14 탄소연대측정법과 연륜연대측정법을 상호 보완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추천되지만 이 경우 목재가 발견되어야 한다는 제한 조건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C14 탄소연대측정법의 또 다른 약점은 측정할 수 있는 연대가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C14 탄소연대측정법은 대략 5백 년부터 7만 년까지의 대상물을 적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3만5천 년 전까지가 한계라고 인정된다. 이런 문제의 해결에 화학반응을 이용한 연대측정법이 사용된다. 원리는 화학반응률을 먼저 가정한 다음 새로 생긴 화학물질의 양을 측정해 그 비율에 따라 연대를 측정하는 것이다. 최근 이 분야의 연구가 활발한데 그 이유는 상대적으로 손쉽고, 신속하고 값싼 방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방법은 인류학자, 고생물학자, 그리고 고지형학자들이 선호하는데 연대측정의 대상이 생물체의 유해를 선정한다는 점은 앞에서 설명한 C14탄소연대측정법과 유사하나 전자는 방사성동위원소의 붕괴원리에, 후자는 화학물질의 반응률에 기초를 둔다는 것이 다르다. 그런데 이 방법을 사용하는데는 일반적으로 타조 알이 등장한다고 아이작 아시모프는 설명했다. 오늘날에는 타조가 살고 있는 지역이 한정되어 있지만 선사 시대에는 세계 각지에서 살았다. 그래서 타조 알은 아프리카는 물론 중국에서도 발견된다. 타조 알 껍질은 비교적 흔하게 발견되는데, 알의 크기가 달걀의 20배에 달해 선사시대 사람들이 매우 유용한 식량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타조 알은 두께 1.5밀리미터나 되어 사람이 올라서도 깨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므로 토기가 발명되기 이전에 물을 담아 다니기에 가장 이상적인 그릇이었다. 타조 알을 병처럼 꼭대기를 깨뜨리면 1리터 정도의 물을 넣을 수 있다. 타조 알로 연대 측정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하다. 화석 속의 유골에는 10여가지 아미노산이 있다. 아미노산의 구조는 탄소원자를 축으로 한 쪽은 수소, 다른 쪽은 4∼5개의 분자그룹이 서로 비대칭으로 마주보고 있다. 분자그룹이 놓이는 위치가 서로 다른 아미노산의 이성체가 연대측정의 수단이 되는 것이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타조 알의 껍질에 있는 단백질의 아미노산에는 L형(왼쪽)과 D(오른쪽)형 두 가지가 있다. 그런데 생명체 안에서 합성되는 아미노산은 L형 하나뿐이다. 두 가지 다 상당히 안정적이지만 수천 년 동안 그대로 내버려두면 L형이 D형으로 조금씩 변한다. 이것은 생물체가 죽은 시간의 길이에 비해 D형 아미노산이 많아진다는 것을 뜻하는데 이를 '라세미아' 반응이라고 부른다. 이 비율을 측정해 보면 그 알이 타조의 몸에서 빠져 나온 후 얼마나 지났는지를 알 수 있다. 칼라하리 사막에서 발견된 타조 알의 껍질은 6만5천년에서 8만5천년이 되었음을 확인되었다. 타조 알 껍질은 앞으로 더욱 정확한 인류의 변천사를 알 수 있게 만드는데 기여할 것으로 추정하는데 타조 알을 사용하면 3만5천년에서 20만 년 사이의 연대를 측정할 수 있다. 자연 방사선량 측정 연대 환산 〈방사선의 손상에 의한 측정법〉 유적의 발굴에서 학자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아무래도 인간의 흔적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인간이 만들어 놓은 문명의 발자취를 찾는 것인데 C14 탄소연대측정법, 연륜연대측정법, 화학반응을 이용한 타조알 측정 등은 일단 살아있던 동식물의 잔해가 발견될 경우에는 유용한 측정법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기물이 현재까지 남아 있으려면 매우 특별한 환경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결국 유기물의 존재가 없더라도 인간의 흔적을 갖고 연대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된다.
이와 같은 목적에 사용될 수 있는 것이 방사선의 손상에 의해 시료를 측정하는 것이다 방사선이 물질에 닿으면 그 물질에 어떤 흠집을 남긴다. 그런 흠집은 연대측정뿐만 아니라 방사선의 계측에도 많이 사용되는데 대표적으로 열형광측정법(TL법), 전자상자성공명법(ESR법), 피션트랙법(FT법) 등이 있다. 학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토기이다. 토기는 인간이 매우 오래 전부터 용기로서 사용했는데 환경이 좋은 인간의 거주지에는 인간들이 대를 이어 계속 거주했기 때문에 유적지를 발굴하면 아래층으로 파 내려가면서 계속 유물이 발견된다. 상식적으로 아래층에서 발견되는 것일수록 오래된 것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같은 장소인데다가 단지 깊이 차이만 있으므로 각 층에서 발견되는 유물들의 연대를 알아내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다. 이때에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이 유명한 열형광연대측정법으로 토기나 화산재 등이 흡수한 자연 방사선량을 측정하여 연대로 환산하는 것이다. 이 연대측정법은 1940년대에 알려졌지만 1945년 일본의 히로미사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일본에서 방사선을 검출하는 방법으로 이용되면서 급속도로 발전되었다. 형석이라는 하얀색 광물이 있는데 이것을 히터로 가열하면 파란빛을 낸다. 이런 현상을 열형광(luminescence)이라 한다. 원칙적으로 거의 대부분의 재료들은 가열하면 발광하지만 형석처럼 육안으로도 알 수 있을 정도의 강한 열형광을 내는 광석은 거의 없다. 물론 이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측정 대상인 광물이 강한 빛을 내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광물의 구조가 견고하고 몇 백 년 동안 변하지 않고 안정적이어야 하며 더구나 흡수한 방사선의 양에 비례하여 열형광의 양이 커야한다. 즉 오래된 것만큼 강한 빛을 내는 성질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 가장 적합한 것이 바로 석영이다. 석영은 다른 성분이 거의 없어, 화학적으로 매우 순수하며 주로 육각주상의 결정을 이루는데(수정이라 부름) 화학 조성이 SiO2로 대부분의 흙이나 점토에 함유되어 있으므로 고대인들이 사용한 토기에 당연히 포함돼있다고 볼 수 있다. 열형광측정법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주로 사용되는 방법으로는 0.1밀리미터 정도크기의 석영을 시료로 사용하는 경우와 0.002 0.01밀리미터 크기의 혼합된 광물을 시료로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열형광측정법의 장점은 불과 70년 전의 기와에서 50만 년 전의 화산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연대를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측정법이 개발되었기 때문에 화산재는 고고학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로 인식된다. 대규모의 화산 폭발로 분출한 화산재는 상당히 먼 거리까지 퍼져 나가 지층을 만들므로 이것을 측정하면 유적의 연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래에는 열형광연대측정법과 유사한 광형광연대측정법도 개발되었다. 1980년에 개발된 이 방법은 가열된 광물뿐만 아니라 빛에 노출된 광물을 측정시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유적의 문화층을 직접 연대측정할 수 있다. 화산재층이 없는 경우 특히 이 방법을 사용한다. 북한에서 발굴된 단군릉의 유골을 측정한 전자상자성공명법은 1944년에 원리가 밝혀진 후 1980년경부터 본격적으로 고고학과 지질, 지리학 분야에 적용되기 시작한 최신 측정법이지만, <「단군릉의 유골 연대 측정」, 국정브리핑, 2004.03.06>에서 설명했으므로 여기에서는 상술하지 않는다. 〈화성에서 날아온 운석의 연대도 측정〉 20만 년 이상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지구의 연대가 45억 5천만 년이나 되었고 화성에서 날아온 운석의 연대가 36억 년이나 된다고 발표한 근거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와 같이 오랜 시기의 것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근래에 각광받고 있는 측정법이 고고지자기법(考古地磁氣法)이다. 학자들은 자석이 남북을 가르키는 이유로 지구가 커다란 자석으로 되어 있다고 추정한다. 지구의 자석은 현재 정북 방향에서 약간 벗어나 있으며 이를 편각(偏角)이라 하는데 편각과 복각(伏角)은 일정하지 않고 세월이 지남에 따라 변한다. 그런데 과거의 가마터에서 탄 흙이나 화산이 폭발하여 멀리 날라 간 화산재 속의 자성광물은 당시의 편각과 복각을 갖고 있다. 연대를 알고 있는 시료를 이용하여 편각과 복각이 변화하는 것을 나타내는데 이를 '지자기의 영년변화도(永年變化圖)'라고 한다. 연대를 알고 싶은 시료의 편각과 복각을 측정하여 영년변화도에 맞춰 보면 그 시료의 연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지구 자석을 벗어난 방위가 극단적인 경우에는 남북이 역전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영년변화도를 사용하는 고고지자기법으로는 수천 년 전이 한계이나 학자들은 이를 보다 발전시켜 몇 십만 년 전은 물론 몇 억 년의 지자기 기록도 추정할 수 있다. 유명한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이 재검증되고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도 지자기법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보다 오래된 년대를 측정하는 방법 중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것은 C14처럼 방사성 동위원소에 의해 절대 연령을 측정하는 것이다. 단지 C14보다 반감기가 훨씬 장기간인 것을 사용하는 것이 다른데 이를 '어미원소와 딸 원소의 비율에 의한 측정 방법'이라고도 한다. Rb-Sr법은 Rb(루비듐)87이 방사성 붕괴되어 Sr(스트론튬)87이 되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반감기가 48억 8천만 년이 되므로 어떠한 물질의 연령도 측정할 수 있는데 특히 마그마(암석이 녹은 것)가 굳어서 된 암석의 연령을 측정하는데 적당하다. 반감기가 13억 년이 되는 K-Ar측정법은 K(칼륨)를 함유하는 광물이 많다는 것을 이용하며 Th-Pb 연령 측정법은 Th(토륨)232동위원소가 방사성 붕괴하여 Pb(납)208이 되는 것을 이용한다. Sm-Nd측정법은 Sm(사마리움)147동위원소가 Nd(네오디뮴)143으로 되는 것을 사용한다. 핵분열비적법도 있다. 지르콘과 같은 광물 속에 들어 있는 우라늄이 붕괴하면 '알파' 입자를 방출한다. 방출된 알파 입자는 광물 속을 지나면서 통과한 자리에 비적(飛跡)을 남기는데 이 비적을 세면 수백 년에서 수십 억 년까지의 연대를 측정할 수 있다. 이 핵분열비적법은 화산재가 굳어진 응회암의 연령 측정이 가능하므로 고고학에서 주목하고 있다. 최근 아프리카에서 응회암층에 남겨진 인류의 발자국 화석도 이 방법을 사용하여 연대를 측정한 결과 3백만 년 전의 것임이 밝혀졌다. 어떤 암석이나 광물에 대한 생성 연대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측정 시료와 동위원소의 비를 측정할 수 있는 질량분석기만 있으면 된다. 아폴로 우주선의 우주인들이 갖고 온 달 암석의 시료도 이와 같은 방법에 의해 연대 측정되었고 지질학자들이 지구의 연령을 약 45억 5천만 년으로 추정할 수 있었던 것도 위에서 언급한 측정장치들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04/11/6 이종호(mystery123@korea.com · 과학저술가) |
'11과학적인韓國史' 카테고리의 다른 글
(44)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발효식품 ‘김치’ (0) | 2015.08.12 |
---|---|
(43)한국적이면서도 과학적인 석빙고 (0) | 2015.08.12 |
(41)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소리 내는 에밀레종 (0) | 2015.08.12 |
(40)첨단 과학 기법이 적용된 포석정 (0) | 2015.08.12 |
(39)석굴암 제대로 보기 (0) | 2015.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