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여건에 맞는 술-막걸리 | ||||||||||||||||||||||||||||||||||||||||||||||||||||||||||||||||||||||||||||||||||||||||||
지역따라 누룩에 사는 효모분포 달라 술맛도 달라져 | ||||||||||||||||||||||||||||||||||||||||||||||||||||||||||||||||||||||||||||||||||||||||||
막걸리는 맥주나 포도주보다 고도의 기술로 제조된 술 | ||||||||||||||||||||||||||||||||||||||||||||||||||||||||||||||||||||||||||||||||||||||||||
술은 인간이 제일 먼저 만든 음료라고 한다. 아주 오래 전 수렵생활을 하던 시절에 과일이 떨어진 자리에서 즙이 자연적으로 발효되어 술이 된 것을 보고, 그 맛을 안 후부터 술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최초의 술을 빚게 된 동물은 사람이 아니고 원숭이로 알려져 있다. 배부른 원숭이가 나중에 먹으려고 바위 틈새나 나무 구멍에 과일을 감추어 두었는데 그 후 그만 어디에 저장해 두었는지 잊어 버렸다. 시일이 지나 과일은 자연발생적으로 발효되어 근처를 지나던 인간이 먹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술은 원숭이술(猿酒)로 알려져 있다. 한편 아처 텅은 석기시대에 이미 술이 있었으며 인간이 처음으로 만든 술은 꿀로 빚은 하이드로멜, 즉 벌꿀주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시대별로 술의 변천을 살펴보면, 수렵과 채취시대의 술은 과실주였고 유목시대에는 가축의 젖으로 만든 젖술을 마셨다. 곡물을 원료로 하는 곡주는 농경시대에 들어와서야 탄생했고 소주와 위스키와 같은 증류주는 가장 늦게 제조된 술이다. 가장 먼저 인간이 직접 대량 생산한 술로는 포도주를 꼽는다. 야생포도나무는 1억3천만 년 전부터 지구에 존재했으므로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진 포도주를 인간이 발견하고 직접 포도로 포도주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6천년 경으로 추정한다.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인들은 기원전 4500년경부터 포도주를 양조한 기록이 있으며 기원전 1300년경의 이집트 람세스 파라오 시대에 포도의 재배와 와인의 제조에 관한 벽화가 있다. 학자들은 포도주 제조방법이 바빌론지방에서 이집트를 거쳐 그리스, 로마로 전파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알코올은 효모로부터> 법이 규정한 술이란 알코올 1퍼센트 이상 함유한 음료를 말한다. 술은 원료에 따라 과실주와 곡물주로 크게 나눠지고 제조 방법에 따라 발효주 증류주 재제주(再製酒)로 분류된다. 막걸리와 맥주, 포도주는 발효주, 소주와 위스키는 중류주, 인삼주나 집에서 과실을 넣어 우려내는 술들은 재제주라 한다. 술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우선 술이 만들어지는 원리부터 알아보는 것이 좋을 듯싶다. 인류가 탄생한 직후부터 술을 만들어 마셨다고 알려져 있지만 술이 어떤 원리에 의해 의해서 만들어지는지를 파악하게 된 것은 놀랍게도 근대의 일이다. 알코올이나 식초의 발효가 미생물 효모(yeast) 때문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인간이 인식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효모는 지낭균 무리에 속하는 미생물로 효모균, 뜸팡이, 발효균, 이스트라고도 불린다. 곰팡이나 버섯 무리와 함께 진균류에 속하며, 균사가 없고 엽록소가 없으므로 광합성 기능도 없고 운동성도 없는 8미크론 정도의 원형 또는 타원형의 단세포 생물이다. 포도 등의 과실을 그대로 오래 보관하면 알코올 냄새가 난다. 이는 포도의 당분이 자연의 야생효모에 의해 발효되어 알코올로 변한 까닭이다. 시간이 더 지나면 식초 냄새가 나는데, 알코올이 다시 초산박테리아에 의해 식초와 같은 아세트산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포목상이면서 렌즈를 연마하던 네덜란드인 레벤후크는 1674년 최고 확대율이 약 270배인 현미경을 제작하여 최초로 미생물을 발견했다. 레벤후크는 이 현미경을 사용해 자연계의 다양한 시료를 관찰, 여러 형태의 미생물을 발견했고 이것들을 미세동물(animalcules)이라고 기록했다. 그러나 레벤후크는 이 미세동물이 발효, 부패 혹은 전염병의 원인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 발효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미생물학이 과학의 한 분야로 확립된 것은 레벤후크로부터 약 1세기가 지난 19세기 초반부터이다. 1837년 프랑스의 드라토르와 독일의 슈반은 각각 독립적으로 "알코올 발효 중에 당을 에탄올과 탄산가스로 전환시키는 현미경적 작은 생명체(효모)가 존재하며 알코올 발효는 이 작은 생명체에 의해 일어나는 생리 현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파스퇴르(Louis Pasteur)도 포도주 양조과정에서 포도주가 산패(酸敗)하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발효액을 조사하던 중 효모 이외에도 더 작은 생물, 즉 산을 생성하는 세균이 있는데 산패는 이 세균에 기인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모든 발효과정은 미생물의 생리활동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곧바로 "특정 유형의 발효는 각각 특정 미생물에 의해 매개되는 반응"이라고 발표했다. 즉 알코올 발효는 효모에 의해, 젖산은 젖산균에 의해 생성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맛없는 포도주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공기를 싫어하는 세균, 즉 공기가 없는 곳에서만 살 수 있는 혐기성(anaerobic) 세균의 존재를 발견하고 이 세균이 부티르산(butyric acid)을 만든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부흐너는 효모가 당분을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분해하는 복합적인 발효작용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는 효모세포를 모래로 으깨 모든 세포를 깨뜨려 유동액을 얻은 후 상하지 않도록 이 액에 설탕 용액을 첨가했다. 이것은 당시 부엌에서 식품이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던 방법이었다. 그런데 이 용액에서 새로 따라놓은 맥주에서 발생하는 것과 같은 기포가 발견되었고 그 기체가 탄산가스임도 확인되었다. 이것이 바로 무세포계 발효의 발견이었다. 영어로 발효는 'fermentation'이라고 하는데 fervere는 라틴어로 '괴는(끓어오르는)'이라는 뜻이다. 아마 효모가 당분을 혐기 상태에서 대사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거품으로 괴어오르는 현상을 보고 붙인 것으로 여겨진다. 발효는 곡물이나 포도에 함유된 당분을 알코올로 만들거나 우유를 요구르트나 치즈로 가공하는 데 이용된다. 이쯤 되면 독자들은 그의 연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드디어 양조의 비밀을 알게 된 것이다. <맥주와 막걸리는 사촌> 술을 만드는 일에는 당분과 효모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과실 종류는 당분을 함유하고 있고 곡류는 녹말로 불리는 전분질을 함유하고 있다. 과실의 당분은 아주 쉽게 효모에 의해 알코올로 발효될 수 있는 까닭에 술을 제조할 때는 과실즙을 그대로 발효 원료로 사용한다. 과실에 포함된 과당과 같은 작은 크기의 당류가 알코올로 변화돼 술로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포도를 원료로 하는 포도주는 포도 속에 있는 포도당과 과당 성분을 포도 표면에 서식하고 있는 알코올 발효 미생물을 이용하여 직접 발효시키는 것이다. 즉 포도 속에 있는 포도당과 과당 성분을 미생물이 직접 알코올로 변형시키므로 이를 단발효주(單醱酵酒)라고 한다. 참고로 모든 과일로 술을 만들 수 있지만 포도 이외의 과일은 효모작용을 돕기 위해 설탕을 첨가한다. 포도주에는 아황산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에 거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아황산가스는 빵이나 과자와 같이 발효된 음식물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사실 유황 물질은 주로 포장된 음식물의 방부제로 사용된다. 포도주 업자들은 아황산가스를 매우 유효적절하게 이용하는데, 아황산가스는 포도주가 식초로 되는 것을 막고 산소에 노출되면서 변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도주 병에 유황 물질이 적게 함유되어 있다는 표시로 '유황이 들어 있음'이라는 문구를 삭제하는 경우도 있다. 아황산염이 적게 들어 있는 포도주는 일반적으로 단맛이 없으며 비교적 가격이 비싸다. 백포도주에서도 쓴맛의 포도주에는 아황산염이 적게 들어 있다. 맥주도 포도주와 같은 발효법으로 만들지만 단발효주가 아니라 복발효주(復醱酵酒)라고 한다. 알코올을 발효 생산하는 효모와 세균은 전분을 분해하는 효소를 갖고 있지 않다. 이는 포도주와 같이 과일을 원료로 하지 않고 전분을 원료로 술을 빚을 때는 먼저 전분을 발효 미생물이 이용할 수 있는 당류로 분해해야 한다는 말이다.
맥주의 원료로 쓰이는 보리는 설탕, 밀, 쌀, 옥수수, 감자 다음으로 많이 생산되는 작물이지만 그 중에서 96퍼센트가 맥주를 만드는 데 이용된다. 맥주의 양조 과정은 싹이 조금 튼 보리 알갱이, 즉 맥아(麥芽)에서 시작된다. 맥아에는 '아밀라아제'라는 효소가 있는데 이것은 탄수화물을 당분으로 바꾸는 성질을 갖고 있다. 식사 때 밥을 오래 씹으면 밥맛이 달게 느껴지는 것도 침 속에 아밀라아제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식혜의 경우는 밥알과 함께 엿기름을 넣어 끓이는데 엿기름이 바로 싹튼 보리를 말린 맥아이다. 식혜가 단맛이 나는 것도 바로 이 맥아의 효소 성분이 밥알의 탄수화물을 당분으로 분해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분해된 당분은 효모의 주요 표적으로, 효모가 당분을 알코올로 바꾼 것이 맥주이다. 맥주효모균의 학명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시아(Saccharomyces cerevisiae)의 세레비시아는 로마 시대에 맥주를 '세레비시아(Cerevisia)'라고 부른 데서 유래한다.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에서는 맥주가 왕국의 대표적인 술이었다. 맥주와 빵은 곧 식사라는 의미로 '빵-맥주'를 식사라는 단어로 간주했다. 1963년 메소포타미아에서 발견된 기원전 4000년경의 유물에서 건조된 보리로 만든 빵에다 물을 부어 자연발효 맥주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바빌론의 함무라비 왕조(기원전 1728∼1696)시대에 만들어진 법전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고 전무진 박사는 적었다. ‘맥주집 주인이 맥주 값으로 곡식을 받지 않고 은전을 요구하거나 곡물 분량에 비해 맥주를 적게 주면 벌을 받을 것이며 물 속에 던져진다.’ ‘맥주 집에서 보통 맥주 60실라(30리터)를 외상으로 주면 추수 때 곡식 50실라를 받으라.’ 이는 당시 맥주가 얼마나 보편화되었는가를 짐작하게 해준다. 그러나 이집트인들은 맥주를 음료나 제사뿐만 아니라 맥주에다 미나리, 운향초 등 여러 향료를 섞어 치료에도 사용했다. 처음에는 맥주 맛이 지금과는 전혀 달랐을 것으로 추측된다. 오늘날의 씁쓸한 맛이 나는 맥주는 나중에 등장한 홉이라는 식물을 원료로 한 것이다. 중동지방의 고대 벽화를 보면 맥주 찌꺼기가 빨려나오지 않도록 대롱으로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이로 미루어보건대 초기의 맥주 맛은 아마 오늘날의 막걸리나 동동주에 물을 많이 탄 맛과 비슷했을 것이다. <기술의 개가 막걸리> 보통의 효모는 알코올을 만들 때 포도당 과당 설탕 맥아 크기의 올리고당만을 대사과정에 이용한다. 그보다 큰 당류 또는 전분질은 그대로 발효시키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의 술에는 과실을 발효시킨 발효주 형태의 술이 거의 없다. 술로 만들 포도와 과실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 간단한 이유이다. 반면에 동양권 국가에서는 쌀 등 곡류를 주원료로 하는 곡류 발효주가 발전했다. 곡류로 술을 빚기 위해서는 곡류 속의 전분질을 당분으로 전환시키는 당화 과정이 필수적이다. 전분질은 아밀로즈와 아밀로펙틴이라 불리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물질들은 포도당과 같은 작은 크기의 당류가 길게 사슬 형태를 이루고 있다. 사슬 구조가 끊어져 전분질이 단당류로 분해되려면 효소(enzyme)의 작용이 꼭 필요하다. 현대는 이러한 효소를 공업적으로 생산해 당화 공정에 이용하지만 선조들은 당화용 효소를 얻기 위해 누룩을 사용했다. 대기 중에는 많은 미생물이 있다. 곡류에 비교적 친화력이 강한 아스퍼질러스(Aspergillus) 라이조프스(Rhizopus) 같은 곰팡이류와 캔디다(Candida) 사카로마이세스(Saccharomyces) 와 같은 효모류가 누룩에 붙어 성장한다. 그 결과 아밀라아제(Amylase)로 대표되는 당화효소가 생성된다. 이러한 미생물의 생태적 분포는 지역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지역마다 술맛이 다른 것이다.
이러한 누룩을 제조하는 원리는 된장을 만들기 위해 메주를 띄우는 것과 같다. 메주는 콩의 단백질을 분해하기 위해 단백질 분해효소를 얻기 위한 과정이다. 술을 만드는 방법은 초기에 당화와 발효에 필요한 적절한 양의 누룩과 고두밥을 섞어 누룩의 효소에 의해 분해되어 나오는 당분을 발효한다. 알코올이 어느 정도 생성되면 여기에 다시 고두밥, 즉 전분질을 투여한다. 그러면 효모가 생리적인 장애를 받지 않고 발효를 진행하므로 비교적 높은 알코올(12퍼센트 정도) 농도를 얻을 수 있다. 발효가 진행되면 당분은 알코올로 전환되며 이와 함께 탄산가스가 발생된다. 최근 현대화된 대규모의 양조 과정에서 탄산가스는 중요한 발효의 지표로 사용된다. 발효는 온도가 높으면 빨리 진행되며 발효 부산물로 여러 종류의 유기산과 향기 성분이 함께 생성되어 술맛을 결정한다. 따라서 박경준 박사는 발효를 어떻게 조절하느냐 하는 것이 술맛과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소라고 설명한다. 막걸리에 대해 설명한다. 막걸리는 탁주(濁酒), 농주(農酒), 재주(滓酒), 회주(灰酒)라고도 부르며 문헌상으로는 『양주방』에 혼돈주(混沌酒)라는 이름으로 등장하지만 매우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제조되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의 문헌에 술을 뜻하는 말이 자주 등장하며, 고려시대 문헌에는 막걸리를 뜻하는 것이 틀림없는 '요례'라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삼국시대 이전에 막걸리 또는 이와 비슷한 술을 빚는 방법이 알려졌을 것으로 보인다. 막걸리라는 이름은 '막(마구) 걸렀다' 또는 '함부로 걸렀다' 즉 '막되고 박한 술'을 뜻한다. 이렇게 마구 거른 술은 빛깔이 뜨물처럼 희고 탁하다는 뜻에서 탁배기, 일반 가정에서 담그는 술이라는 뜻의 가주(家酒), 술 빛깔이 우유처럼 희다고 하여 백주(白酒)라고도 부른다. 막걸리는 쌀과 누룩 또는 고지(누룩은 원료인 밀이나 쌀겨, 밀기울, 조 등을 찌지 않고 자연 상태의 미생물을 증식시킨 것이고, 고지는 원료를 쪄서 식힌 다음 미생물을 인공적으로 배양한 것을 말함)로 술을 빚은 뒤 숙성되면 체에 받쳐 버무려 걸러내는데 이때 쌀알이 부서져서 뿌옇게 흐려지는 것이다. 막걸리는 술이 발효된 상태에서 청주를 떠내지 않고 조잡하게 걸렀다는 뜻의 조여(粗濾)로서 알코올 성분이 적다. 여하튼 일반적으로 막걸리는 조잡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서인지 매우 저렴하게 팔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제조 원가가 아주 낮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우선 막걸리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여건에 맞는 독창적인 방법으로 제조된 술이라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막걸리는 일반 발효주, 즉 맥주나 포도주보다 고도의 기술에 의해 만들어진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처럼 술을 만드는 재료인 포도 등의 과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쌀로 술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쌀에는 포도당의 원료인 전분(녹말)만 있기 때문에 술을 담글 때 전분을 포도당으로 전환시켜야 하는데 여기에 누룩을 사용한다는 것은 앞에서 이야기했다. 맥주도 막걸리와 같은 복발효주이지만 누룩과 같은 물질은 첨가하지 않는다. 맥주는 싹이 조금 튼 보리 알갱이, 즉 맥아(麥芽)로 보리, 즉 전분을 당분으로 바꾼 후 알코올로 발효시키는 것이다. 즉 맥주는 맥주의 원료인 보리로 분해와 발효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데 비해 막걸리는 제조과정에서 맥주보다 한 번 더 손이 가야 한다는 것을 이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막걸리가 맥주보다 더 고난도의 기술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최근에는 막걸리를 발효시킬 때 사용하는 효모가 맥주효모균과 같은 종류(Saccharomyces cerevisiae)라는 것이 밝혀져 맥주와 막걸리가 같은 원리로 만들어졌음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막걸리의 진가는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그 제조법을 인정받고 있다. 막걸리의 장점은 맥주와 달리 전분의 분해와 발효를 동시에 수행한다는 데 있다. 따라서 곡류를 원료로 하는 우리나라의 술 빚는 방법을 병행복발효(竝行復醱酵)라고도 부른다.
1970년 미국 등에서 최첨단 신기술로 만든 양조법이 개발되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한 적이 있었다. 이를 동시당화발효법(Simultaneous saccharification and fermentation process)이라고 명명했는데, 우습게도 바로 막걸리를 만드는 방법과 동일했다. 우리나라에서 고대부터 전통적으로 만들어온 막걸리 제조법이 외국인들에게는 최첨단 신기술로 보인 것이다. <건강 물질로서의 막걸리> 우리나라의 전통 술로는 막걸리뿐만 아니라 청주, 소주가 있다. 청주는 탁주와 반대되는 개념의 주류이다. 그런데 전통주를 이야기할 때 '청주' 대신에 '약주'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것은 일제 강점기에 시행된 전통 문화 말살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박록담 교수는 설명했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들은 우리의 술을 청주와 탁주, 약주로 따로 분류하지 않고 청주와 약주를 조선주(약주)로 묶는 대신, 일본 술만을 청주로 분류했다. 그 영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제사에 드리는 술은 일본 청주(정종은 일본 청주의 상품명)을 사용하며 음복(飮福)에는 이 청주를 데워서 마시기도 한다. 그러나 '밥은 봄과 같이 먹고, 국은 여름과 같이 먹고, 장은 가을과 같이 먹고, 술은 겨울과 같이 하라'고 『부인필지』에 적혀있는 것처럼 따뜻한 밥과 뜨거운 국을 먹는 경우 술은 차게 해서 마셔야 음식궁합이 맞는다는 지적이다. 소주는 엄밀한 의미에서 고대부터 내려온 술은 아니다(대중적으로 소비되는 희석식 소주와는 다른 것임). 소주는 쌀 등으로 발효시킨 술덧(숙성된 술을 말하며 소주를 만들 때 증류 전의 상태를 뜻함)을 증류하여 만들기 때문에 증류식 소주라고 한다. 또 증류과정에서 이슬처럼 받아내는 술이라 하여 노주(露酒)라고도 하며 화주(火酒), 기주(氣酒)라고도 불린다. 가장 원시적인 증류방법은 가마솥에 술덧을 넣은 후 솥 중앙에 항아리를 놓고 불을 때면 알코올이 증발하면서 그 증기를 응축시키는 것이다. 이보다 좀더 발전한 소주 증류기로는 비슷한 원리를 응용한 소주고리가 있다. 대부분 질그릇으로 만들지만 금속으로 만들기도 한다. 소주는 고려 때 몽고군에 의해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도 소주는 원나라로부터 도입되었다고 적었다. 그러나 『본초강목』에 '소주는 예로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고 원 나라 시대에 비로소 만들어졌다. 소주를 화주(火酒), 아라길주라 한다'고 하였다. 소주는 아라비아어로 '아락'이라고 부르는데 개성지방에서는 '아락주'라고 불렀던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소주의 발생지가 원나라가 아닌 아라비아로서 원나라의 페르시아 정벌 때 몽고에 전해졌을 것으로 박록담은 추정했다. 물론 일부 학자들은 중국인들이 식물을 달여 원액을 얻어 낸 최초의 민족임을 감안하여 증류주의 원조를 중국으로 보기도 한다. 그 후 그리스인들에 이어 아랍인들이 증류기법을 활용했는데 9세기에 이미 향수의 증류에 대해 기록도 있다. 이들의 기술이 몽고시대에 한반도로 들어왔다는 추정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막걸리는 술이면서 건강 식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배송자 교수는 막걸리가 암예방과 암세포 증식억제, 간손상 치료, 갱년기 장애 해소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간손상을 일으키게 한 쥐에게 막걸리 농축액을 투여한 결과 정상치보다 낮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보였고 혈중 중성 지방 함량도 막걸리 농축액을 투여하자 정상치에 가깝게 나타났다. 막걸리 농축액을 암세포에 가했을 경우 3.2배의 높은 암 예방효과가 있었으며 60퍼센트 정도의 암세포 증식억제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막걸리는 거친 체로 거르기 때문에 소화되지 않은 원료 성분과 더불어 발효과정에서 증식한 효모 균체가 막걸리 속에는 포함되어 있다. 특히 효모 균체는 단백질과 각종 비타민의 함량이 높아 영양이 풍부하며 젖산균과 같은 정장제로 이용된다. 막걸리를 통해 살아 있는 효모를 흡수하면 장내 유해 미생물의 번식을 억제하는 정장제로서의 작용을 얻는 것이다.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이 소화가 잘 안 될 때 막걸리를 마시면 괜찮아졌다고 한 것이 나름대로 근거 있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또한 막걸리에는 인체의 조직 합성에 기여하는 라이신과 간 질환을 예방하는 메티오라는 물질이 있다. 특히 톡 쏘는 맛을 내는 유기산에는 장수 효과를 갖는 성분이 들어 있다고 전해진다. 막걸리를 마실 때 흔들어 마실 것을 추천한다. 일반적으로 병 위쪽의 막걸리만 마시고 바닥의 찌꺼기(농축액)를 버리는데 인체에 유익한 효과를 나타내는 성분은 바닥에 가라앉은 찌꺼기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장수촌에 살고 있는 80세 이상의 남자들 중 절반 이상이 매일 막걸리를 반 되 이상 마셨다는 통계도 있다. 우리 선조들의 탁월한 재능에 의해 개발된 막걸리가 특별한 효용이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숙취의 주범 아세트알데히드> 기록을 보면 우리나라에는 금주령이 잦았다. 영조는 백성들에게 세 가지를 철저히 지키도록 했는데, 첫째는 소를 도살하지 말 것, 둘째는 술을 팔지 말 것, 셋째는 소나무를 베지 말 것 등이다. 그 가운데 술을 팔지 못하게 했던 것은 그해 흉년이 들어 쌀이 절대적으로 모자랐기 때문이다. 만약 이를 어겼다가 적발되면 귀양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암행어사를 각지에 보내 사정을 정탐하게 했다. 이이화에 의하면 암행어사 박문수는 왕명을 충실하게 받들어 금주령을 어기는 자를 많이 적발하여 후한 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도 금주령이 지켜지지 않자 영조는 종묘에 단술(감주)을 제주(祭酒)로 올리도록 명했다. 단술도 쌀로 빚지만 술을 쓰지 않는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그러나 예외는 있었다. 훈련이 끝난 후 군인들에게 내리는 탁주와 농부들이 마시는 탁주만은 금주령에서 빼도록 한 것이다. 정조도 영조의 뜻을 이어받아 금주령을 강력히 시행했다. 종묘 등의 제사에 단술을 쓰게 하는 것은 물론 양반들의 제사에는 청수(淸水)를 쓰게 한 것이다. 그러나 농사일에는 막걸리가 빠져서는 안 된다고 대신들이 건의하자 막걸리만은 금주령에서 제외시켰다. 또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 후까지 식량 부족 상태가 계속되자 1964년부터는 막걸리를 제조하는 데 쌀의 사용을 금지하고 밀가루와 옥수수로만 빚게 했다. 밀가루로 막걸리를 만드는 바람에 주질이 떨어져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1971년부터 쌀 생산량이 늘고 소비량은 줄면서 다시 쌀막걸리의 제조가 허가되었다.
여하튼 술처럼 인간과 친근한 것도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기쁠 때도 술을 마시고 슬플 때도 술을 마신다. 이처럼 양면성을 띠는 것은 술에는 인간에게 위안을 주는 특별한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술을 의미하는 라틴어의 'Aqua Vitae'는 '생명의 물'이라는 뜻이다. 한방(韓方)에서도 술은 백약 가운데 으뜸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술을 마셔서 효과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체질적으로 제한되어 있다고 한다. 독한 술이라고 해서 모두 몸에 해로운 것이 아니듯 약한 술이라고 해서 모두 몸에 이롭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주당들의 대화를 듣다 보면, 양주는 많이 마셔도 머리가 아프지 않은데 우리나라의 막걸리나 청주를 마시면 머리가 아프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아마 비싼 양주나 외국산 포도주를 마시는 것이 몸에 좋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다. 그것은 일반적인 발효법으로는 8∼16퍼센트 정도 농도의 에틸알코올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에틸알코올의 농도가 증가하면 효모균 스스로 자신이 만든 알코올에 중독되어 발효활동을 정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발효주에는 음주 후의 두통과 숙취의 원인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들어 있다. 때문에 술을 마신 후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것이다. 막걸리나 청주 등 우리나라 술을 마셨기 때문에 숙취가 있고 머리가 아픈 것이 아니다. 아무리 비싼 프랑스산 포도주라도 많이 마시면 머리 아픈 것은 당연하다. 인간들은 이 골치 아픈 아세트알데히드를 제거하는 방법 또한 개발했는데, 그것이 바로 증류주(소주)다. 어느 정도 이상의 농도를 가진 주류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반 발효에 의해 만든 알코올 용액을 증류하여 그 농도를 증가시키는데 증류과정에서 아세트알데히드가 사라진다. 위스키, 코냑, 아르마냑 등 거의 모든 양주가 증류방식을 거쳐 만든 것이다. 증류주를 만드는 방법은 알코올의 끓는점(78도)이 물의 끓는점(100도)보다 낮으므로 알코올이 물보다 먼저 증발한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발효주를 끓여서 증발하는 기체를 모아 적절한 방법으로 냉각시키면 다시 액체로 되면서 본래의 발효주보다 알코올 농도가 훨씬 더 높은 액체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증류주를 만들려면 필히 그 전 단계인 발효주가 있어야 하는데 맥주나 포도주를 증류하면 위스키나 보드카, 진이 되며 포도주를 증류하면 브랜디가 된다. 이 브랜드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코냑이나 아르마냑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정통주인 소주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증류주인 소주(燒酒 : 잘 알려진 희석식 소주를 뜻하는 것이 아님)는 농도가 20퍼센트를 넘으므로 양주와 마찬가지로 머리가 아프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그것은 또한 한국산 정통주의 가격이 만만치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에탄올의 농도는 증류법에 따라 약 95퍼센트까지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세계 각 지방에서 만들어지는 고급술의 에탄올 농도는 40∼50퍼센트이다. 에탄올의 농도를 50퍼센트까지 높이면 에탄올 분자와 물 분자의 움직임이 가장 느려지는데 이때가 숙성시기로는 가장 좋고 동시에 술맛도 좋다. 술의 에탄올 농도는 도(proof)로도 표시하는데 이것은 퍼센트(%) 농도의 두 배에 해당한다. 따라서 50도라는 것은 에탄올 농도가 25퍼센트인 술을 의미한다. 상습적인 음주는 간의 지방이 굳는 간경변을 일으키며 또 간의 기능을 떨어뜨려 혈관과 심장 등에 지방을 축적한다. 한국인의 체질을 연구한 바에 의하면 한국인은 대체로 하루에 25퍼센트 도수에 360밀리리터의 용량을 갖는 희석식 소주 한 병 정도를 소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를 12∼15퍼센트의 청주로 따지면 600∼700밀리리터l, 막걸리의 경우에는 1000∼1500밀리리터가 된다. 이를 초과하여 술을 마신다면 초과한 주량만큼 비례하여 휴식이 필요하다. 의학적으로 알코올 중독이란 급성 중독 상태를 가리키며 만성 중독 상태는 알코올 의존증이라고 부르는데, 술을 무절제하게 마시는 데서 오는 병이다. 알코올 중독은 1849년 스웨덴의 의사 마뉴스 후스가 처음으로 사용했다. 그는 간 심장 신경질환을 앓고 있는 남녀 환자를 진찰하면서 그들이 앓고 있는 여러 질병이 스웨덴의 아콰비트를 지나치게 마시는 것과 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그 후 그는 서로 다른 임상적 증상들을 하나의 병명, 즉 알코올 중독으로 통합해 명명했다. 알코올화의 정의는 음주자에게 어떤 악영향을 주지 않고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범위 내에서 하는 음주행위를 말한다. 대부분의 음주자들이 바로 이처럼 건강에 전혀 해를 입지 않는 정도의 음주를 즐기고 있다. 반면에 알코올 중독이란 알코올화의 특수한 현상이다. 술은 선용할 경우 인간의 편이 될 수 있지만 남용하면 독이 된다는 뜻이다. 알코올을 마약과 같은 차원에서 다루지 못하는 이유는 알코올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개인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술에 취하는 정도도 사람에 따라 다르며 중독자가 되는 것도 개인의 체질에 따라 다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한국사람들은 술을 많이 마시고 취한 후 길을 갈짓자로 걷거나 구토를 하는 등 추태를 부리기 일쑤인데 외국인들은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셔도 취하거나 구토를 하지 않는다며 한국인들의 술 습성을 크게 비난한다. 그러나 이런 비난은 다소 옳지 않다. 박택규 교수는 한국인을 포함하여 동양인들의 대부분이 선천적으로 알코올을 분해하는 알코올산화효소(알코올탈수소효소, alcohol dehydrogenase)가 거의 몸 속에서 분비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똑같은 술을 마시더라도 외국인들은 취하지 않는데 한국인들은 곧바로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문가들은 술을 잘 마시는 한국인들은 알코올산화효소가 적게 분비되는데도 술을 많이 마시므로 몸이 거꾸로 술에 적응한 결과라고 말한다. 술, 즉 알코올을 금방 산화시켜 이산화탄소와 물로 바꾸는 데 소질이 있는 사람이 바로 '타고난' 술꾼이다. 이들의 간에는 알코올 산화효소가 많다.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까닭은 알코올이 혈관신경을 자극하여 혈관을 확장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은 실제로 체온이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대부분의 외국에서 술을 마시고 갈짓자로 걸으면 체포될 수도 있다. 그것은 외국인의 잣대로 볼 때 갈짓자로 걷는 사람은 무조건 '알코올 중독자'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또한 외국인의 경우 술을 조금만 마셔도 알코올 중독자가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외국인이 한국인을 볼 때 알코올산화효소가 적게 분비되어 술에 취하고 갈짓자로 걷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국인의 이런 특수체질은 유리한 점도 있다. 한국인들이 술을 이기지 못하여 구토를 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많은 술을 마시면서도 알코올 중독자가 많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하는 전문가도 있다. 외국인들은 마시는 술을 모두 몸에서 받아들이므로 알코올 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많은 반면 한국인들은 알코올을 흡수하지 못하므로 외부로 뱉어내기 때문에 중독자가 적다는 뜻도 된다. 물론 술을 많이 마시고 구토하는 것은 몸에 매우 나쁘다고 지적한다. 여하튼 한국인에게 알코올을 분해하는 알코올산화효소가 많이 분비되지 않는다는 것은 장단점이 있으므로 술을 슬기롭게 마시는 것이 좋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국민건강지침』에 의하면 ‘덜 위험한 음주량’은 막걸리 2홉(360cc), 소주 2잔(100cc), 맥주 3컵(600cc), 포도주 2잔(240cc), 양주 2잔(60cc) 정도다. 이는 하루에 간이 해독할 수 있는 수치보다 약간 적은 숫자이며 그 이상을 ‘과음’으로 간주한다. 마지막으로 막걸리도 주류, 즉 주성분이 알코올이라는 것을 염두에 둘 것. 04/12/10 이종호(mystery123@korea.com · 과학저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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