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7일(현지시각) 모나코에서 시작된 국제수로기구(IHO) 총회에서 지도제작 지침서인 ‘해양과 바다의 경계’에 동해를 일본해와 함께 병기(倂記)하자는 제안을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동해를 병기하자고 제안할 경우 이번 총회에서 과반수 이상의 득표를 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동해 표기 제안을 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대신 동해 표기 문제를 5년 후에 열리는 다음 총회에서 결정하자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 당국자는 IHO 총회에서 ‘동해’ 표기 문제가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은 낮지만, 일부 회원국들이 이 의제를 긴급상정할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사용되는 지도제작 지침서에 일본해가 단독 표기돼 있는 일본은 아직 현지 분위기로는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하지만 정부가 당초 의도와는 달리 병기 제안을 거둬들인 것은 전략적 판단일 뿐, 결코 ‘동해’ 표기에 대한 의지를 포기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한반도 동쪽의 바다가 ‘일본해’가 아닌 ‘동해’라는 우리의 주장은 어떤 타당성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 ▲1809년 일본에서 제작한‘일본변계약도’. 동해를‘일본해’가 아닌‘조선해’라 표기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2000년 전부터 ‘동해’라 불러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제1에는 “동해(東海)가에 가섭원(迦葉原)이란 곳이 있으니[東海之濱有地, 號曰 迦葉原] 토양이 기름지고 오곡이 알맞다”는 기록이 나온다. 고구려가 건국하기도 전인 기원전 59년 부여 왕 해부루(금와왕의 아버지)가 도읍을 옮기는 기사 중에 나오는 말이다. 5세기 초에 세워진 광개토대왕비에도 ‘동해’라는 말이 새겨져 있다. 1530년 간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 중의 팔도총도에도 ‘동해’가 표기돼 있다. 주변국들도 그렇게 인식했다. 중국 명나라 때의 지도집 ‘동방산요’나 1737년 러시아 교과서의 지도 등에서도 ‘동해’라 표기했다.
서양 지도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정부가 지난 2001년부터 3년 동안 해외 주요 도서관의 고지도 594점을 조사한 결과 71%에 해당하는 420점이 ‘동해’ ‘한국해’ 등 한국 관련 명칭으로 표기돼 있었다. ‘일본해’는 12%에 그쳤다.
◆일본도 19세기까지 ‘조선해’
중요한 것은 일본인 자신들도 이 바다를 ‘일본해’라 부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상태 국제문화대학원대학 석좌교수는 “일본은 19세기에 들어서야 ‘일본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지만, 19세기 말까지 자신들이 발행한 지도에서 ‘조선해’라 표기했다”고 말했다. 1809년의 ‘일본변계약도’, 1810년의 ‘신정만국전도’, 1871년의 ‘지구만국방도’ 등 이렇게 표기한 지도들 중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18종이다. ‘일본해’는 동해가 아니라 태평양의 일본 근해를 지칭한 말이었지만 러일전쟁 이후 동해의 전략적 중요성에 눈뜬 일본이 동해를 일본해로 바꿨고, 1929년 IHO 회의에서 이를 확정시켰다는 것이다.
◆단독표기는 드물어
국내 학자들은 현재 세계에서 ‘일본해’처럼 3개국 이상의 연안국에 의해 둘러싸인 바다를 특정 국가의 이름으로 표기하고 있는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말한다. 일본은 동해가 일본 열도에 의해 태평양과 분리된 바다이기 때문에 ‘일본해’가 맞다고 주장하지만 ?뉴질랜드에 의해 남태평양과 분리된 타스만해는 뉴질랜드가 아닌 서쪽 섬의 이름을 땄으며 ?캄차카 반도에 의해 북태평양과 분리된 오호츠크해 역시 캄차카 반도의 이름을 따르지 않았다.
- 일본도 19세기 말까지 동해를 '일본해'가 아닌 '조선해'라 표기했다. 지도와 동해문제 전문가인 이상태 국제문화대학원대학 석좌교수가 언제부터 일본이 동해를 일본해로 바꿨는지 이야기한다. / 유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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