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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라도 터질듯한… 경이로운 지구의 속살

이름없는풀뿌리 2015. 9. 14. 16:08
[Travel]언제라도 터질듯한… 경이로운 지구의 속살 (동아일보 06/11/3)



아소5악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화산 나카다케의 분화구. 깊이 100m 아래의 하늘색 연못은 유황탕으로 수증기와 유황가스를 동시에 내뿜는다.

《원화 대 엔화 환율이 800원대 밑으로 떨어진 지금. 일본 여행의 적기다. 특히 화산과 온천은 일본이 내세우는 관광자원이다. 유황증기를 내뿜으며 언제라도 분화할 가능성이 있는 활화산도 있다. 일곱 개의 화산줄기가 종횡으로 내달리는 일본열도. 그중 활동이 활발한 규슈의 아소 화산과 ‘스머프 하우스’로 이름난 온천리조트 아소팜랜드로 안내한다.》  

 

화산관광의 백미는 활화산의 분화구 답사다. 활화산이 80여 개나 있다는 일본이지만 분화구 현장답사가 가능한 관광지는 몇 개 안 된다. 그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이 아소 산. 그 아소 산을 찾아 지난주 구마모토를 다녀왔다. 비행 1시간 20분 만에 도착한 후쿠오카. 규슈횡단철도로 이어진 구마모토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아소 역에 내렸다.

 

아소 산은 구마모토와 오이타 두 현의 경계선에 있다. 그러나 분화구 관광은 서, 남쪽의 구마모토 현에서만 가능하다. 두 칸짜리 꼬마열차가 아소 역에 다다를 즈음, 밖을 내다 보니 열차는 긴 산줄기로 둘러싸인 분지를 지난다. 화산 분화구로는 세계 최대라는 아소 산의 칼데라다. 결국 아소 산은 분화구 안에서 다시 분화한 이중화산인 셈이다. 3000만 년 전 분화를 시작했다는 아소 산. 지금 모습은 10만 년 전 형성됐단다. 이 거대한 분화구는 당시 분화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보여 주는 증거. 외벽산의 높이는 평균 900m. 산 줄기는 아소 산을 둘러싸고 동그랗게 128km나 이어진다. 그 안의 마을은 7곳, 주민은 5만 명에 이른다.

 

아소 역은 한산한 간이역이다. 역 앞에는 관광안내센터가 있고 분화구 아래까지 운행하는 버스 승강장도 있다. 운행코스는 구사센리(草千里·화산박물관과 휴게소가 있는 경치 좋은 초원)를 경유해 분화구행 로프웨이(케이블카)를 타는 아소잔니시 역까지. 구절양장의 풍치 좋은 산악도로를 시속 40km로 느릿느릿 올랐다. 점입가경이다.

 

세계최대 칼데라… 활화산 관광의 백미


아소5악의 에보시다케 분화구인 구사센리에서 바라다본 나카다케 분화구. 수증기는 100m 깊이 분화구의 유황탕에서 끓어오른 것으로 바람 방향이 분화구 전망대가 있는 오른쪽을 향하면 유황가스가 몰려오기 때문에 입산이 금지된다.

아소 산은 ‘아소5악’이라는 다섯 개의 화산으로 이뤄졌다. 분화구 아랫자락의 구사센리는 그 5악 중 하나인 에보시다케(기생화산)의 분화구. 그 이름(草千里)은 너른 분지가 온통 초원인 형상을 두고 붙인 것이다. 이곳에 가면 연기 피어오르는 나카다케 산정의 화산 분화구는 물론 산 아래의 거대한 분화구 외벽산에 갇힌 분지의 평원을 두루 감상하는 전망대가 있다.

 

구사센리에 다다르니 분화구 접근이 통제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바람이 전망대를 향하거나 유황 가스 발생이 심할 때마다 이런 일이 생긴다. 그럴 때는 구사센리가 아소 산 여행의 종착역이다. 멀찌감치 분화구에서 연기 피어오르는 풍경을 보며 초원을 걷거나 아소화산박물관을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숙소는 해발 400m 산중턱의 온천리조트인 아소팜랜드. 화산온천과 함께 이 지역 특산물(우유와 유제품, 농산물, 맥주, 과자 등) 전시판매장, 유희시설(건강의 숲)을 갖춘 100만 평의 대규모 타운형 리조트다.

 

이곳의 명물은 돔형 지붕을 가진 원형의 단층건물 숙소.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스머프의 집처럼 생겼다고 해서 ‘스머프 하우스’로 불리는 곳이다. 모두 330채가 하나의 타운을 형성해 산 중턱을 장식한다. 실내공간이 널찍해 지내기도 편안하다.

 

아소팜랜드 주변 지형은 제주도의 한라산 중산간 지대와 흡사하다. 근처에 인공시설이 없어 호젓하기만 하다. 높고 파란 가을하늘, 가슴까지 시원하게 훑어 내리는 갈바람, 앳된 소녀의 이마처럼 예쁜 눈썹 모양의 초생달, 거기에 아소 보리로 만든 상큼한 지비르(토종 맥주를 일컫는 일본어)까지…. 아소의 가을은 이렇듯 청징하다.

 

 

화산온천에 특산우유 곁들이면 즐거움2배


아소 산 중턱의 전망 좋은 화산 온천지대에 자리잡은 아소팜랜드의 노텐부로(노천탕). 다양한 이벤트탕과 실내 온천사우나를 10여 개나 갖춘 대규모 노텐부로가 이곳의 자랑거리다.

화산온천은 리조트의 자랑거리다. 온천수는 지하 900m에서 용출되는데 피부의 뽀드득거림이 여타 온천과 비교될 정도. 특히 노텐부로(노천탕)는 온천천국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대규모다. 야외에 10여 개의 이벤트탕과 실내 스파를 갖췄다. ‘월드키친’이라는 뷔페식당도 소문났다. 김치를 비롯해 한중일과 이탈리아식이 고루 나온다.

 

이튿날. 택시를 대절(8000엔)해 정상 도전에 나섰다. 다행히 분화구 관광은 허용됐다. 아소산 서역(해발 1150m)에서 화구 서역(해발 1258m)까지는 로프웨이로 4분. 산정의 분화구 주변은 폭격 맞아 폐허된 전쟁터를 연상케 할 만큼 황량했다. 생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무채색의 험한 바위지형 일색. 사람들은 그 위에 놓인 보드워크(나무판자 길)로 걸어 다녔다.

 

나카다케 분화구의 위치는 역 전방 50m. 크기는 남북 1km, 동서 400m. 100m 깊이의 바닥에서 연기가 쉼 없이 피어오르는데 들여다 보니 바닥에 하늘색 탕이 보였다. 살인적인 유황가스의 원천이다. 갑자기 바람 방향이 바뀌더니 이내 폐와 기관지 통증과 더불어 심한 기침이 나왔다. 유황가스다. 분화구 곳곳에 서있던 안전요원들이 확성기로 관광객의 대피를 유도했다.

구마모토(일본)=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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