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 폭발 조짐이 보인다
300년 전 마지막 폭발... 96km 떨어진 도쿄에 화산재 피해 우려
후지산은 1707년 분화 이후 300여년 동안 분화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5년 동안 소규모의 지진활동이 증가하는 전조(前兆)현상을 보임으로써 일본 정부는 주민의 이주계획을 포함한 화산재해 경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 대책에는 후지산 주변의 주민을 안전한 곳으로 소개(疏開)시키기 위한 대피소의 위치, 소개시키는 경로, 용암ㆍ화산재ㆍ화산가스ㆍ암석의 예상 이동경로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 주민과 중앙정부, 지방정부에는 인터넷, TV, 라디오를 사용해 효율적인 통신체계를 유지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공무원, 후지산 주변 지역 호텔 직원과 이 지역 여행객을 위한 소개 훈련과 자원봉사체계를 수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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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은 도쿄 남서쪽 약 96㎞ 지점에 위치하고 있어 화산 분화가 발생할 경우 직접적으로는 화산재가 편서풍을 타고 동쪽으로 이동해 도쿄에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후지산 주변에는 용암류(용암의 흐름), 화쇄류(화산분화로 분출되는 암석의 흐름), 암설사태(암석파편이 급하게 흐르는 것), 화산이류(화산에서 물을 함유한 흙이 빠르게 흐르는 것), 산불 등이 발생해 막대한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후지산에서는 300년 전인 1707년 12월 16일 오전 10시에 시커먼 화산재를 뿜어내는 화산재 기둥이 화산체의 남동측면에서 발생했다. 당시 목격담과 기록에 따르면 화산재는 동쪽으로 에도(현 도쿄) 쪽으로 이동, 오후 1시까지 태양빛을 차단해 도쿄의 하늘이 밤같이 어두워졌다. 또 밤늦게까지 화산재의 비가 쏟아졌으며, 화산재가 두껍게 지면을 덮었다. 현재 후지산 동쪽으로 일본 최대의 공업지역이 연결되어 있고 그 뒤에 도쿄가 있다. 도쿄는 중심부 인구만 800만명에 달하고 있어 1707년과 같은 분화가 발생한다면 그 피해액은 막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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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화 가능성 주장의 근거
300년 전 마지막 분화 이후 최근 후지산의 분화 가능성은 대략 3가지 측면에서 제기되고 있다. 첫째는 지진활동이다. 1707년 마지막 분화 이후 휴화산으로 조용하던 후지산에 대해 일본 기상청에서는 1988년부터 화산성 지진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기 시작했다. 한 달에 평균 1~2회 정도 미진(微震)이 관측되었으나 2000년 10월 이후에 급증하기 시작했다. 10월 133회, 11월 222회, 12월 144회로 급증했다가 2001년 1월에는 36회로 다시 감소했다. 그 후 지속적으로 매달 10회 미만의 미진이 관측됐다. 화산학자들은 이러한 미진은 후지산 아래에 마그마의 운동이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본다. 다만 이것이 이동하고 있는지 여부와, 이동한다면 어디로 갈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일본 기상청은 이에 따라 지속적으로 지진 진원(震源)의 이동 상태를 감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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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소규모 분화현상이다. 2003년 9월엔 수증기를 뿜어낸 소규모의 분화 현상이 발생했다. 화산학자들은 이를 주된 화산분화의 전조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다. 셋째는 적설(積雪) 여부다. 겨울 후지산은 하얀 눈으로 덮인 아름다운 원추형의 산을 연상시킬 만큼 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엔 많은 눈이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후지산의 산록은 예전과 달리 눈이 없는 벌거벗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같은 이상 현상은 후지산의 분화가능성을 언론에서 다시 언급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눈의 모습과 화산분화와는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해발고도 3766m로 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인 후지산은 과거 여러 차례 분화한 역사를 갖고 있다. 후지산은 용암류와 화성쇄설암류(화산분화로 분출되는 크고 작은 암석)가 교차하면서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 대표적인 성층화산체(원뿔모양의 화산)다. 화산체 기저부(밑바닥)의 폭은 50㎞에 달하며 3개의 화산구(丘) 즉 고미타케, 구(舊)후지, 신(新)후지 화산으로 구성된다. 이 중 신후지 화산은 여러 번의 분화를 기록했다. 마지막으로는 1707년 12월 16일 오전 10시 큰 규모의 분화가 화산의 남동 측에서 발생했다. 이때 분화된 화산재의 부피는 총 1.7㎦ 정도로 추정된다. 이후 1780년과 1820년 사이에 수증기 분화가 몇 차례 있었으나 큰 분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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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의 분화가 긴박하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현재로서는 아직 미약하다. 그러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것을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1707년 분화 이후 원추형의 아름다운 모습을 갖춘 후지산은 휴화산(休火山)으로 분류되었으나, 2000년 10월에는 산정상부를 흔든 소규모의 지진활동이 빈번하게 발생함으로써 일본 정부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판구조론의 입장에서 일본은 여러 개의 판이 서로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고, 태평양판과 필리핀판이 대륙판(유라시아판과 북미판) 아래로 들어가면서 끊임없이 지진과 화산활동을 유발하고 있다. 후지산은 이 같은 잦은 지진 등으로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때문에 분화가 조만간에 일어날지 아닐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산의 활동에 대한 관찰과 관측을 강화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화산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후지산에 대한 좀더 많은 과학적인 증거를 확보하면 화산 분화예측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세인트 헬렌스 화산과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에서는 국부적인 지진과 진동을 감시하는 활동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현재 각국 정부와 화산학자들은 지구상에서 활동 중인 108개의 활화산 중에서 재해위험도가 높은 화산체에 대해 지속적인 감시를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활동적인 활화산이 20여개 분포하고 있으며, 이 중 5개는 인구밀집지역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활동 중인 대표적인 활화산으로는 이탈리아의 에트나 화산, 스트롬볼리 화산, 베수비오 화산, 미국의 세인트 헬렌스 화산, 하와이 마우나로아 화산, 일본의 우수산, 아소칼데라 화산, 사쿠라지마 화산 등이 있다.
윤성효 부산대 교수ㆍ화산지질학 입력 : 2006.02.25 13:40 33'
"이러다 후지산 폭발하나"..日 연이은 지진에 드라마 '일본침몰' 연상, 공포 확산
나예은 입력 2021. 12. 04. 02:00 수정 2021. 12. 04. 05:52 댓글 954개
[아시아경제 나예은 기자] 일본에서 약 3시간 간격으로 규모 5 안팎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3일 오전 6시37분쯤 야마나시(山梨)현 동부 후지고코(富士五湖)를 진원으로 하는 규모 4.8의 지진이 일어났다. 이어 3시간도 지나지 않은 오전 9시28분쯤 와카야마(和歌山)현과 도쿠시마(德島)현 사이 해협으로, 후지고코에서 500km가량 떨어진 기이스이도(紀伊水道)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뒤따랐다.
두 지진에서는 유리창이 깨지거나 노후 건물에 균열이 생기고, 일부 지역의 정전 사태가 빚어지는 등 경미한 물적 피해는 보고됐지만, 다행히 사상자가 나오거나 건물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심각한 물적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두 지진의 최대 세기는 일본 기상청 진도 기준으로 각각 5약으로 관측됐다. 5약은 대부분 사람이 두려워하고 물건을 붙잡아야 한다고 느낄 정도다. 하지만 방재 태세가 잘 갖춰진 일본에서는 이 정도 지진에서도 약간의 교통 차질을 제외하고는 곧바로 일상을 회복한다.
사진=일본 NHK 방송 캡처그러나 오늘 잇따른 두 지진은 일본인들에게 몇 가지 점에서 남다른 공포를 안겼다. 먼저 후지고코 지진의 진원은 일본에서 최고봉이자 활화산인 후지산 정상에서 30~40km 떨어진 후지산 자락이었고, 이는 후지산 분화의 전조가 아니냐는 공포감을 자극하는 요인이 됐다. 후지산을 끼고 있는 야마나시현에서 진도 5약의 강진이 관측된 것은 2012년 1월 이후 약 10년 만의 일이다. 당시에도 오늘 지진이 일어났던 후지고코가 진원이었고, 당시 규모는 5.4였다.
일본에서 후지산 분화는 도쿄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직하지진', 일본 근해인 난카이 해곡 일대를 진원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거론되는 '난카이 해곡 거대지진'과 더불어 최대 재난 중의 하나로 거론된다. 후지산이 최대 규모로 분화할 경우 용암류가 27개 기초자치단체를 덮치는 등 상상하기 어려운 대규모 피해를 안길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기상청은 이번 지진이 후지산 분화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고, 현지 언론도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요시모토 미쓰히로 후지산 화산 방재연구센터장은 NHK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지진의 진원 부근은 이즈반도가 걸친 바다 쪽 필리핀해 판와 육지 쪽 판이 부딪치는 곳이고, 과거에도 반복해서 지진이 일어나고 있는 장소"라며 이번 지진이 후지산 활동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후지산 화산 활동이 활발해질 경우 정상 북동쪽 지하 10~20km에서 '심부 저주파 지진'으로 불리는 매우 작은 지진이 늘어난다는 것이 정설"이라며 "이번 지진 발생을 전후로 관측 데이터에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일본 TBS 방송이 매주 일요일 방송 중인 '일본침몰'의 한 장면. /사진=넷플릭스특히 와카야마현에서 지진이 일어난 지점은 공교롭게도 난카이 해곡 거대지진 예상 범위에 속하는 곳이다. 일본 기상청은 와카야마현 지진에 대해 "밑으로 파고드는 해양 플레이트 위에 놓인 육상 플레이트 내부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플레이트 경계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난카이 해곡 거대지진의 메커니즘이나 규모와 다른 점을 들어 오늘 지진으로 거대지진 발생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야마오카 고고고 나고야 대학 교수는 교도 통신 인터뷰에서 "오늘 두 지진의 진원이 500km 이상 떨어져 있어 관련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며 공연한 불안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예은 기자 nye87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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