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인류의 기원을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가설은 현생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출현했다는 '아프리카 기원설'인데요. 하지만 현재 아프리카인의 25%는 유라시안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국내 연구진을 포함한 국제 공동연구진이 신석기 시대 아프리카인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 4500년 전에는 아프리카인이 다른 지역의 인류와 섞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는데요.
자세한 내용, 울산과학기술원 게놈연구소 박종화 교수, 전화로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먼저 인류의 발생지로 불리는 아프리카 고대인의 게놈은 그동안 제대로 분석된 적이 없었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터뷰]
먼저 그런 뼈들이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온다 하더라도 게놈을 위한 DNA를 추출하면 손상이 너무 돼서 정보가 쓸모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쓸모가 없는 이유는 주로 아프리카나 이런 곳이 온도가 높아서 보존이 안 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앵커]
그런데 교수님,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전자와 게놈은 어떻게 다른 건가요?
[인터뷰]
인간의 몸속에는 약 2만 개의 유전자가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모든 유전자의 총합을 게놈 혹은 유전체라고 말합니다.
[앵커]
이번에 교수님과 국제 공동 연구진이 신석기 시대 아프리카인의 게놈을 해독하고, 유전 정보를 분석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분석에 사용된 시료와 분석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분석에 사용된 시료는 우리 귀속에 특정 뼈가 유난히 긴 데가 많은 곳이 있습니다. 그래서 고대 아프리카인의 뼈에서 귀 쪽을 집중적으로 뽑아서 DNA를 추출했고 뽑은 DNA를 10억이나 하는 미국에서 가져온 게놈 해독기를 이용해서 DNA 염기서열을 읽어서 유전정보를 확보합니다. 그다음에 슈퍼컴퓨터를 가지고 아프리카 고대인의 게놈과 한국사람, 미국사람, 영국사람 같은 현대인들과 특징들을 비교해서 그 차이점을 본 것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고대 아프리카인의 유전정보를 분석한 결과 어떤 내용이 새롭게 밝혀졌나요?
[인터뷰]
가장 놀라운 것은 이때까지 아프리카 사람을 조사해보면 많게는 25%까지 아시아에서 넘어간 유전자가 발견돼서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이 섞였을까?'라는 의문을 가졌는데, 아직 까지는 그런 혼혈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깐 4,500년 전에 나온 아프리카 게놈에는 유라시안에서 온 유전자가 섞이지 않았습니다. 이게 뜻하는 바는 4,500년 전까지는 아시아에서 아프리카에서 나온 사람들이 되돌아가지는 않았다는 것을 설명합니다. 이것을 설명하는 것은 3,000년이나 4,000년 전쯤에 농경문화가 급격히 발달하면서 다시 아프리카로 들어갈 때 섞였을 거로 생각하고 이것을 새로운 증거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앵커]
모타 동굴 인의 신체적인 부분이나 생활 방식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특징이 있었나요?
[인터뷰]
기본적으로 모타 쪽 아프리카인은 수렵채취인이었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유전자를 보면 우유 소화를 할 수 있는 유전자와 쌀을 잘 소화할 수 없는 유전자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것을 보면 목축도 농경도 안 한 수렵채취인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유전자를 보면 피부와 눈 색깔이 검은색이었고, 모타가 고산지대여서 이 지역에 적응해서 산소가 없는데도 숨을 잘 쉴 수 있는 유전자도 발견됐습니다. 그래서 고산지대에 적응한 수렵채취인이라는 게 신체적 생활특징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 분석 결과를 통해 현생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출현했다는 '아프리카 기원설'이 수정될 가능성도 있는 건가요?
[인터뷰]
수정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아시아 쪽에서 다른 인류가 있었다는 것이 최근에 많이 밝혀지고 있는데요. 아프리카에서도 조금 섞여는 있는데 그 이유가 농경 때문이라는 최초의 근거가 나왔습니다. 앞으로 '아웃오브아프리카' 이론이 수정될 가능성은 적지만 그래도 이쪽 분야의 다른 뼈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앵커]
이렇게 고대 화석의 유전체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인터뷰]
기본적으로 게놈이라는 것 속에는 인류가 어떻게 살아오고 어떤 환경에 적응했는지 저장되어 있습니다. 일종의 박물관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이런 식의 오래된 게놈을 분석하면, 한 마디로 새로운 인류의 역사를 확인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앵커]
끝으로 이번 분석 내용을 토대로 어떤 연구들이 추가로 진행될 예정인지도 궁금하네요.
[인터뷰]
지금 현재 하는 것은 모타 아프리카 게놈을 가지고 과거 이 사람이 100만 년 전부터 종족이 얼마나 늘어났고 줄었고 환경이 어땠는지 수학적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똑같이 우리나라 근처에서 나온 고대 뼈를 가지고 와서 한국인의 기원과 어디서 이동해왔는지를 기본적으로 분석하면 한반도에 있는 인류의 기본을 밝힐 수 있는 과학적인 자료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게 제가 앞으로 하고 싶고, 추가로 할 연구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울산과학기술원 게놈연구소 박종화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