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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생명체 14만種 사라져… 공룡 이어 6번째 대멸종 올 것" |
[美 과학 잡지 '스켑틱', 과학 대중화 위한 콘퍼런스 개최]
'2525년의 세상' 이란 주제로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등 저명학자들과 가진 강연·토론
"매년 생명체 14만종(種)이 사라지고 있으며 이 추세라면 2100년에는 50%의 종이 자취를 감추게 된다. 지구에서 공룡에 이어 6번째 대멸종이 일어나는 것이다."
30일 오전 8시 미국 패서디나의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 이른 아침부터 강당을 가득 메운 청중 800여 명 앞에서 고생물학자 도널드 프로세로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이 강연에서 그는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암울한 전망을 숨 가쁘게 쏟아냈다. 석유 시대는 2050~2100년이면 종언을 고하고, 해수면 상승으로 뉴욕과 런던이 지도에서 자취를 감출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구는 조상에게 물려받은 것일 뿐 아니라 후손에게 빌려 쓰고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는 그의 결론에 객석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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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30일 ‘스켑틱’ 콘퍼런스에서 강연을 마친 뒤 연단에 걸터앉아 청중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패서디나=김성현 기자
이날 강연은 미국의 과학 잡지 '스켑틱'이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개최하는 연례 콘퍼런스의 첫 순서였다. '스켑틱'은 초자연 현상이나 사이비 과학 등 기이한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증하고 건전한 과학적 관점을 모색한다는 취지로 미국의 비영리 과학 교육기관인 스켑틱협회가 1992년 창간한 계간지다. 이 협회는 미국의 일급 과학 저술가 마이클 셔머의 주창으로 설립됐다.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 '총 균 쇠'의 재레드 다이아몬드, '무(無)로부터의 우주'의 로렌스 크라우스 같은 저명 학자들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 콘퍼런스의 주제는 '2525년의 세상(In the year 2525)'. 1969년 빌보드 차트에서 6주간 1위를 차지했던 '재거와 에반스'의 히트곡 제목에서 착안했다. 500년 뒤의 세상을 예측하는 '불가능한 임무'에 이날 도전한 과학자는 모두 11명. 이들은 여성과 환경, 언어와 천체물리학 등 각자의 전공에 따라 강연자와 토론자로 잇따라 나섰다. 사회심리학자 캐롤 태브리스는 "여성들이 엔지니어와 군인, 야구장의 핫도그 판매원까지 진출하고, 과학자의 30%는 여성일 만큼 역사상 대전환점을 맞고 있다"면서 "2525년이면 성별에 따른 차별이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를 신기하게 여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어학자 존 맥워터는 "영어를 비롯한 20여개의 언어가 소수 언어를 마구 집어삼켜서 현재 6000여개에 이르는 언어가 2180년이면 600개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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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마에 붕대를 감고도 참석한 석학 리처드 도킨스.
이날 콘퍼런스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식사와 휴식 시간을 포함해 12시간 동안 계속됐다. 회당 강연 시간을 30분 이내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콘퍼런스의 속도감을 높였다. 종료 시각이 5분 남으면 남은 시간을 알리는 모니터의 화면 색깔이 초록에서 붉은색으로 바뀌며 강연자를 재촉하는 진행 방식도 이채로웠다.
발표자들은 휴식 시간에 팬들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붉은 상의를 입은 다이아몬드는 '대형 참사와 일상적 위험'을 주제로 강연을 마친 뒤, 객석에 앉아 청중과 함께 다음 발표를 경청했다.
도킨스는 이틀 전 브라질 공항에서 넘어져 안경이 깨지는 사고를 겪었지만 이마에 붕대를 감고 참석해 문화적 상대주의와 진화 생물학 등을 주제로 토론했다.
대멸종(Mass Extinctions)
공상 과학 영화나 소설을 보면 지구의 종말을 다루는 내용이 심심치않게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한 상상의 산물이기는 합니다만,
실제로 이 지구상에는 그동안 여러차례의 종말을 맞이했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약 46억 년 전 은하계의 한 모퉁이에서 우주공간의 가스(99%)와 먼지(1%)가 모여 성운이 만들어지고,
이 성운의 99%가 수축하여 스스로 빛을 내는 태양이 탄생하였습니다.
원시태양 주위의 나머지 물질은 원반을 형성하였고,
이 원반의 물질들이 서로 충돌하고 합해지면서 지구를 비롯한 행성들이 만들어졌습니다.
태양계의 탄생과정
그리고 약 44억 년 전,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과는 달리 지구에는 바다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바다는 생명이 탄생하는 어머니의 자궁과 같았습니다.
최초의 생명체가 언제 생겼는지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생명체는 호주에서 발견된 박테리아 화석으로,
34억6,000만 년 이상 되었다고 합니다.
아마, 최초의 생명체는 극한 환경속에서도 살 수 있는
호열성 박테리아(thermophilic bacteria) 등의 종류였을것입니다.
차츰 지구의 환경이 안정되어 다양한 미생물들이 출현했으며,
이 미생물들에 의해 오랜 기간 동안 천천히 지구의 대기가 바뀌었습니다.
마침내 지금으로부터 5억4,000만 년 전에는
눈으로 보일 정도의 껍질을 가진 생물이 출현(small shelly fossil)하게 됩니다.
지구 탄생 이후 이 5억4,000만 년 전까지를 보통 선캄브리아대(Precambrian Eon)라고 하며,
이 시기부터를 현생누대(顯生累代: Phanerozoic Eon)라고 합니다.
선캄브리아대는 지구 전체 역사의 86%를 차지하는 긴 시기이며,
지질시대를 구분하는 공식적인 용어로는
하데스대(Hadean eon), 시생대(始生代: Archaean eon), 원생대(原生代: Proterozoic eon)로 나뉩니다만,
보통 합하여 선캄브리아대라는 용어를 더 자주 사용합니다.
시생대에는 원핵세포(原核細胞: procaryotic cell)로 이루어진 생물이 출현했으며,
원생대인 약 20억 년 전에는 진핵세포(眞核細胞: eukaryotic cell)로 이루어진 생물이 출현했고,
약 15억 년 전에는 조류(藻類)가 나타났습니다.
지질시대의 구분
고생대(古生代: Paleozoic Era)의 캄브리아기(Cambrian period) 들어서
생물들은 급격한 진화를 하게되며 다양하게 분화되기 시작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구상에는 수 많은 생물들로 가득차게 됩니다.
물론 고생대 초기에는 바다속에만 생물이 존재합니다만,
고생대 실루리아기(Silurian period)에 육상식물이 등장하고,
고생대 데본기(Devonian period) 후기인 3억7,500만년전에 육상동물이 등장하면서
마침내 지구의 땅과 바다, 심지어는 하늘과 땅속까지 다양한 생물들로 넘쳐나게 됩니다.
그런데, 최초의 생물이 출현하여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생물들이 지구를 덮을 수 있을 때 까지
적어도 11차례에 걸쳐 대규모의 멸종이 일어난적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분류체계상 목(目: order)이나 강(綱: class)의 높은 수준으로
규모가 큰 멸종이 아래와 같이 다섯 차례가 있었는데,
이를 '대멸종(mass extinctions)'이라고 부릅니다.
1차 대멸종: 4억4,400만 년 전- 고생대 오르도비스기/고생대 실루리아기 경계(End O) 2차 대멸종: 3억6,000만 년 전- 고생대 데본기/고생대 석탄기 경계(Late D) 3차 대멸종: 2억5,100만 년 전- 고생대 페름기/중생대 트라이아스기 경계(End P) 4차 대멸종: 2억만 년 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중생대 쥐라기 경계(End Tr) 5차 대멸종: 6,5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신생대 제3기 경계(End K) |
시기별 대멸종
그럼 각 시기별로 등장한 대표적인 생물상을 중심으로
대멸종에 대해 알아보도록하겠습니다.
오르도비스기-실루리아기 멸종(Ordovician-Silurian Extinction Event); 1차 대멸종
고생대가 시작된 첫 시기인 캄브리아기의 바닷속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폭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동물들은 척추동물을 제외한 거의 모든 동물 문(門: Phylum)이 나타났는데,
대표적인 고생대의 동물로 대변되는 절지동물(節肢動物: arthropoda)인 삼엽충(三葉蟲: trilobite)을 비롯하여
해면동물(海綿動物: porifera)인 유공충(有孔蟲: foraminifera)·방산충(放散蟲: radiolaria)·해면,
강장동물(腔腸動物: coelenterata)인 해파리(jellyfish),
극피동물(棘皮動物: echinodermata)인 바다나리류(crinoids),
연체동물(軟體動物: Mollusca)인 완족류(腕足類: brachiopods)·고둥(snail)·앵무조개(chambered nautilus),
원색동물(原索動物: protochordata)인 필석류(筆石類: graptolite) 등이
얕은 바다속에서 번성했습니다.
고생대 오르도비스기의 바다속
캄브리아기에서 오르도비스기(Ordovician period)로 넘어갈 때에
많은 생물종이 멸종하는 사건이 있기는 했지만,
얕고 따뜻한 바다속에서 생물의 종은 더욱 더 다양하게 분화되었습니다.
특히 오르도비스기에 들어서는
두족류(頭足類: cephalopoda)와 복족류(腹足類: gastropoda)가 두드러지게 발전하여
이 시기의 바다속에는 몸길이 12m에 이르는 거대한 앵무조개류의 오르소콘(orthocone)이 활개치고 다녔습니다.
이 시기에 최초의 척추동물인 원시어류가 출연합니다.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바다속의 거대한 오르소콘
그러던 중 오르도비스기에서 실루리아기로 넘어가는 시점인 4억4,400만 년 전에
약 100여개 과(科: families)의 해양생물이 갑작스럽게 멸종해버리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 때에 전체 지구상의(육상에는 생물이 없었으므로 당연히 전체 해양생물의) 약 49%가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이를 오르도비스기-실루리아기 멸종(Ordovician-Silurian extinction event)이라고 합니다.
이 멸종사건으로 그동안 다양하게 분화하여 번성했던
삼엽충(trilobite), 완족류(brachiopods), 필석류(graptolite), 이끼벌레류(bryozoans) 등에 속하는
수많은 종(種: species)이 멸종했습니다.
(삼엽충의 경우에도 8개 이상의 목(目: order)에 15,000 종(種: species) 이상이 알려져 있는데,
이 멸종의 시기에 이미 상당한 수의 종이 멸종한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아직도 이 시기의 멸종을 설명할 만한 확실한 이론은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며,
오르도비스기 말에 장기간 지속된 빙하기의 영향으로 바다속의 CO2가 감소되고
이로 인하여 식물군이 감소함에 따라 생태계의 교란이 발생하여 멸종했다는 설이
최근에 가장 지지를 받는 이론입니다.
은하계에서 발생한 감마선의 폭발 때문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후기 데본기 멸종(Late Devonian Extinction); 2차 대멸종
오르도비스기 말의 멸종 사건으로
번성하던 상당수의 생물종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고생대의 바닷속은 수 많은 생물들로 넘쳐났습니다.
더우기 실루리아기에 이르러서는 최초의 육상식물이 물가로부터 퍼지기 시작했으며,
원시어류로 위·아래의 턱이 없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무악류(無顎類: agnatha)가 출현하게 됩니다.
이어 데본기(Devonian perood)에 들어서는 생물진화상 대단히 중요한 변화들이 일어나,
주요 생물상의 교체가 일어납니다.
무척추동물로는 완족류(腕足類: brachiopods) 및 두족류(頭足類: cephalopoda)가 크게 번성하고,
고생대 전기에 크게 번성했던 삼엽충(trilobite), 필석류(graptolite) 등이 쇠퇴하기 시작합니다.
앵무조개류 등도 줄어들면서 그 자리를 실루리아기에 등장했던 암모나이트(ammonites)가 차지하게 됩니다.
육상에는 절지동물인 곤충류와 거미류가 나타납니다.
또한 판피류(板皮類: placoderms) 등의 갑주어류(甲胄魚類: armored fishes)가 발달하고
경골어류(硬骨魚類: osteichthyes)가 출현하는 등,
데본기를 '어류시대'라고 할 수 있을만큼 바닷속은 각종 어류들로 가득차게 됩니다.
이 전 실루리아기에 육상에 정착하기 시작한 식물은 데본기에 들어 급격히 불어나기 시작하여
데본기 중기에 이르러서는 양치류(filices)가 나타났을 뿐만아니라
대형의 인목(鱗木: lepidodendron) 등으로 이루어진 삼림이 형성됩니다.
이 인목삼림은 석탄기(石炭紀: Carboniferous period)에 크게 번성하게 됩니다.
데본기 후기에 이르러서는 최초의 육상동물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폐호흡을 한 최초의 사지동물로 알려진 동물은 이크티오스테가(Ichthyostega)로
현재까지 가장 원시적인 양서류(兩棲類: amphibian)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고생대 데본기의 인목(lepidodendron) 등으로 형성된 삼림(좌)과
최초로 폐호흡을 한 사지동물인 이크티오스테가(Ichthyostega)(우)의 이미지
데본기는 7개의 동물상기(faunal stage)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중 마지막 두 시기인 프라스니안기(Frasnian stage)와 파메니안기(Famennian stage)를 후기 데본기라고 합니다.
이 프라스니안기과 파메니안기 사이(F-F boundary)인 3억6,000만년전에
몇 차례에 걸쳐 대멸종이 발생하는데,
이를 후기 데본기 멸종(Late Devonian extinction)이라고 합니다.
이 때 실루리아기에 출현했던 대다수의 무악어류(無顎魚類: agnathan fishes)가 갑자기 사라져버리고,
산호를 비롯한 관련 동물상의 여러 종이 멸종하는 등,
해양동물의 22%에 달하는 '과(科: family)'가 멸종하고,
57%에 달하는 '속(屬: genus)'이 사라졌으며,
75%에 달하는 '종(種: species)'이 석탄기까지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멸종을 일으킨 구체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역시 아직도 정확히 밝혀진바가 없으며,
다만 후기 데본기에 이르러서 바다의 용존산소량이 부족해진것이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무산소 상태(anoxic condition)는 특히 얕고 따뜻한 바다에 서식했던 산호류에 치명적으로 작용하여
사방산호(四放珊瑚: rugosa(=tetracoralla))나 상판산호(床板珊瑚: tabulata) 등을 비롯하여
히드라충강(綱: class)의 한 목(目: order)으로 생각되는
스트로마토포로이데아(stromatoporoidea)도 이 때 멸종하게 됩니다.
사방산호(좌)와 상판산호(우)
이 시기에 무악어류 뿐만아니라,
판피류(placoderm)도 대다수의 종이 멸종하였습니다.
또한 이외에 영향을 받은 해양동물로는
완족류, 삼엽충, 암모나이트, 코노돈트(conodonts) 등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판피류인 둔클레오스테우스(Dunkleosteus)의 이미지(좌)와 머리뼈 화석(우)
고생대 데본기 바닷속 최강의 포식자로, 몸길이 10m에 몸무게는 4톤에 육박했다.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멸종(Permian-Triassic(P/Tr) Extinction Event); 3차 대멸종
석탄기에 들어서 지구의 기후는 온난하고 습기도 많아졌습니다.
이러한 환경 때문에 양치류가 크게 번성하고 그 크기도 커져서,
지금은 볼품없는 석송 무리인 인목(鱗木: lepidodendron)과 봉인목(封印木: sigillaria),
속새류인 노목(蘆木: calamites) 등
목성 양치류들이 수십미터씩 크게 자라서 대삼림을 이루었습니다.
이 양치식물들이 땅속에 묻혀서 지금의 석탄이 되는것입니다.
이 시기에 종자를 갖는 종자 양치식물이 등장하기는 합니다만,
본격적인 겉씨식물인 송백류, 은행류, 소철류 등은 페름기(Permian period)에 등장합니다.
데본기에 등장했던 곤충류 및 거미류 등의 절지동물은 석탄기에 들어서 더욱 번성하여,
전갈류가 나타나고 날개 길이가 70cm에 이르는 잠자리가 등장하였으며,
특히 바퀴벌레류가 번성하여 육상동물상은 바퀴벌레시대라고 불릴 정도입니다.
양서류에서 파충류로의 진화가 이루어진것도 석탄기에 들어서인데,
파충류는 중생대(中生代: Mesozoic Era) 트라이아스기(Triassic period)에 들어서야 번성하기 시작했으며,
대신 고생대가 끝나가는 페름기에는 양서류의 진화가 극에 달하여,
페름기를 '양서류의 시대'라고 할 정도가 됩니다.
고생대 페름기의 상상도
파충류인 디메트로돈(Dimetrodon)의 모습이 눈에 띠지만
사실 이 시기는 양서류의 진화가 극에 달은 양서류의 시대였다.
그런데 이렇게 고생대형 생물군이 번성하던 페름기에 들어서
최대 규모의 멸종 사건이 발생하게됩니다.
우선, 석탄기 말기에서 페름기 초기에 들어서면서 지구가 한냉화되어 빙하기가 내습합니다.
이 영향으로 남반구에 널리 발달해있던 곤드와나(Gondwana) 대륙의 많은 지역이 빙하로 덮이고,
수많은 생물들이 멸종하게 됩니다.
페름기 말의 지구
그러다가, 페름기 후기에 이르러서는 해수면이 얕아지는 해퇴가 일어나 얕은 바다가 육지가 되면서
얕은 바다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생물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약 2억5,100만년전 페름기 말에 짧은 기간동안 사상 최대 규모의 멸종이 일어나는데
이를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멸종(Permian-Triassic(P/Tr) extinction event)이라고 하며,
이 때 지구상의 육상생물 80% 이상과 해양생물 90% 이상이 멸종하게 됩니다.
어떤 종은 이 시기에 완전히 멸종하기도 하는데
특히 많은 영향을 받았던 해양동물의 멸종 빈도는 다음 표와 같습니다.
멸종된 해양동물종 |
멸종 빈도 |
비고 |
해양 무척추동물(Marine invertebrates) |
유공충(Foraminifera, 플랑크톤) |
97% |
일부 종은 페름기 대멸종 이전에 멸종함 |
방산충류(Radiolaria, 플랑크톤) |
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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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충류(花蟲類: Anthozoa) (산호, 말미잘 등) |
96% |
사방산호와 상판산호가 멸종함 |
이끼벌레류(Bryozoans) |
79% |
fenestrates, trepostomes, cryptostomes가 멸종함 |
완족류(Brachiopods) |
96% |
orthids와 productids가 멸종함 |
이매패류(二枚貝類: Bivalves) |
59% |
|
복족류(腹足類: Gastropods) (달팽이 등) |
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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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모나이트(Ammonites) (두족류(頭足類: Cephalopods)) |
97% |
|
바다나리류(Crinoids) (극피(棘皮)동물(Echinoderms)) |
98% |
inadunates와 camerates가 멸종함 |
블래스토이드류(Blastoids) (극피동물(Echinoderms)) |
100% |
페름기-트라이아이스기 경계기(P-Tr boundary) 직전의 짧은 기간동안에 멸종함 |
삼엽충(Trilobites) |
100% |
데본기 이후 수가 감소하기 시작하여 페름기 대멸종 이전에 2개의 종만이 생존해있었슴 |
광익류(廣翼類: Eurypterids) ("바다전갈류(sea scorpions)") |
100% |
페름기-트라이아이스기 경계기(P-Tr boundary) 직전의 짧은 기간동안에 멸종함 |
오스트라코드류(Ostracods) (작은 갑각류(Crustaceans) 동물) |
59% |
|
필석류(筆石類: Graptolites) |
100% |
데본기 이후 수가 감소하기 시작하여 페름기 대멸종 이전에 익새류(翼새類I: Pterobranchia)중 일부 종만 생존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짐 |
어류(Fish) |
극어류(棘魚類: Acanthodians) |
100% |
|
판피어류(板皮魚類: Placoderms) |
1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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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동물의 멸종 빈도
이렇듯 페름기 말의 짧은 기간에 대량의 멸종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많은 학자들에 의해서 여러가지 가설이 제기되기는 했습니다만,
아직까지 정립된 이론은 없는 실정입니다.
그중 가장 타당성 있는 이론을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중생대 백악기 말에 공룡을 멸종시켰던 원인과 동일한
소행성이나 혜성과 같은 거대한 운석의 충돌을 들 수 있습니다.
호주와 남극 주위에서 발견되는 페름기 말기에 형성된 암석에서
미세한 균열이 있는 아주 작은 수정 결정체들이 발견되는데,
이는 핵폭발보다 훨씬 더 큰 힘이 작용해야만 형성될 수 있는것입니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멸종 당시 거대한 소행성이나 혜성의 충돌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04년도 '사이언스'지에는
호주 북서부 해안에서 발견된 지름 30km의 베두(Bedout) 분화구에서
중앙부위의 지름 4km의 융기 암석을 분석한 결과
페름기 말인 약 2억5,000만 년 전에 거대한 운석이 충돌하여 형성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멸종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을 제시한 내용이 있습니다.
일부 학자에 따르면 소행성이나 혜성이 충돌하여 이 분화구가 형성될 당시에는
지름 250km의 거대한 분화구가 형성되었을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베두 분화구의 규모는
페름기 말에 발생한 사상 최대의 멸종을 일으킬 정도의 규모는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남극대륙의 두꺼운 빙하 밑에
지름이 120km에 이르는 거대한 분화구 모양의 지형이 인공위성을 통해 확인되었는데,
이것이 대멸종과 관련된 분화구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거대 운석 충돌의 상상도(좌)와 베두 분화구의 위치
소행성 충돌설 이전부터 제시되었던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멸종의 원인으로는
시베리아 지역에서 발생한 수 천년에 걸친 화산활동을 들 수 있습니다.
시베리아 트랩(Siberian Traps)이라고 불리우는 200만 평방킬로미터의 화산지대는
과거 페름기 말인 2억5,100만 년 전에서 2억5,000만 년 전 사이에 있었던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지역입니다.
이 화산 활동은 과거 5억년에 걸쳐서 최대 규모의 화산 활동이었으며,
이 때 분출된 가스와 화산재가 지구를 뒤덮어서
유독성 산성비가 내리고 햇빛을 차단하여 지구의 온도가 내려가 일시적인 핵겨울 상태를 맞게 됩니다.
이어 극지방의 빙하가 증가하면서 바닷물이 줄어들자
깊은 바닷속의 메탄가스가 대기중에 방출되고,
화산에서 분출된 이산화탄소와 썩어가는 유기물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 등이 섞이면서
극단적인 온실효과가 일어나게 됩니다.
초기의 일시적인 핵겨울 상태는 사라지고
오히려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극지방의 빙하가 녹기 시작합니다.
그 해빙과정은 극지 해양 곳곳에 위치하던 냉동상태의 기체수화물 저장고까지 영향을 미쳐서
다시 막대한 양의 메탄이 거대한 거품을 일으키며 해수면으로 올라와 터지게 됩니다.
더군다나 초기 핵겨울 상태일 때 상당수의 식물들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수준을 정상적인 수준으로 낮추었던 자연체계가 작동될 수 없었고,
결국에는 통제 불능의 상태로 빠지고 말게 됩니다.
결국 수 많은 생물이 멸종하고 지구는 거의 죽음의 별이 되고 맙니다.
대규모의 화산활동(좌)과 시베리아 트랩의 위치(우)
바닷속 심해의 얼음격자 안에 갇힌 다량의 메탄하이드레이트(methane hydrate)가 대기중으로 유입되면서
온실효과를 일으켜서 생물의 멸종이 야기되었다는 설은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멸종에 대한 타당성 있는 이론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만,
최근에는 앞서 설명된 시베리아 트랩을 형성한 화산활동과 연관지어
대멸종의 원인을 복합적인것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대규모의 화산활동을 야기한 원인을 소행성의 충돌로 보는 추세이며
이를 '대척점(對蹠點: antipodes)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대규모의 화산활동은
시베리아의 대척점이 되는 남극의 어느 지점에 거대한 운석이 충돌하여 발생하였다는 이론으로,
실제로 그 대척점으로 여겨지는 남극의 빙하 밑에
지름이 무려 120km에 이르는 거대한 분화구 모양의 지형이 인공위성을 통해 확인되어
대척점 이론에 대한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대척점 효과(antipodal effect)를 설명하는 이미지
이 외에 다른 이론으로는,
어떤 이유에 의해 해류가 순환하지 못하여 바닷속에 산소가 부족해지고,
혐기성 세균(anaerobic bacteria)이 과도하게 증식함으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결국 위에서 설명된 과정과 비슷하게 온실효과가 일어나
수많은 생물의 멸종으로 치닫게 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페름기 말에 닥친 이러한 대멸종으로
자칫 지구는 죽음의 땅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만,
결국 100만년이 지난 후에야 간신히 생물종의 다양성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거의 전멸하다시피한 생물종이 비교적 짧은 시간내에 다양해질 수 있었던 것 또한 미스테리입니다.)
트라이아스기-쥐라기 멸종(Triassic-Jurassic Extinction Event); 4차 대멸종
고생대 페름기 말의 대멸종을 겪으며
지질시대는 중생대(中生代: Mesozoic Era)로 접어들게되고
그 첫번째 시기는 삼첩기(三疊紀)라고도 하는 트라이아스기(Triassic period)가 됩니다.
이 시기에는 해퇴가 많이 일어나 육지가 넓어졌고
내륙에는 건조한 사막이 발달하기도 했습니다.
기후는 전체적으로 온난했을것으로 여겨집니다.
페름기 말의 대멸종 시대를 살아 남은 생물종들이
트라이아스기가 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하며 번성하기 시작합니다.
식물들은 양치식물이 쇠퇴하면서
대신 페름기에 등장했던 겉씨식물이 번성하기 시작하고,
동물들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나타납니다.
고생대 말기까지 번성하다가 멸종한 사방산호(rugosa) 대신에
현생 산호와 같은 육방산호(六放珊瑚: hexacorallia)가 번성하기 시작하였고,
유공충의 일종인 방추충(紡錘蟲: 푸줄리나(fuzulina))은 완전히 멸종하였으며
다른 몇 종류의 유공충이 살아남았으나 크게 번성하지는 못합니다.
페름기 말에 거의 전멸할 뻔했던 두족류인 암모나이트가 이 시기에 크게 번성하기 시작하고,
완족류는 일부(Terebratulina와 Rhynchonellacea 두 종류)가 살아남아 명맥을 유지합니다.
페름기에 진화의 극치를 달렸던 양서류는 대멸종을 거치며 대다수의 종이 멸종하였는데
그나마 살아남았던 큰 양서류도 트라이아스기 말에 거의 사라지고,
대신 개구리 종류와 같은 작은 양서류가 출현하게 됩니다.
반면 석탄기에 나타났던 파충류는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멸종 시기를 살아남아서
트라이아스기에 들어 번성하게 되며,
트라이아스기 말에는 최초의 포유류를 파생시키기에 이릅니다.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의 상상도
좌측에 포유류형 파충류인 플라케리아스(Placerias)가 보이고,
중앙의 물속에는 원시악어류인 피토사우루스(Phytosaurus)가 보이며,
좌측에는 초기 공룡인 코엘로피시스(Coelophysis)무리가 보인다.
이 시기 파충류의 진화는 매우 급속하게 이루어져서 점차 육지에서의 지배력을 확장해 나가게 되는데
특히 그 지배력이 크게 확장된 무리를 지배파충류(archosaurs)라고 합니다.
이 지배파충류는 오르니토디라(ornithodira)와 크루로타르시(crurotarsi) 두 개의 초기 그룹이 있는데,
오르니토디라(ornithodira)는 처음에는 그리 번성하지 못했다가
나중에 공룡(dinosaurs)과 익룡(pterosaurs)으로 진화하여 중새대의 하늘과 땅을 지배하게되며,
크루로타르시(crurotarsi)는 악어(crocodiles)의 조상이 될 뿐 아니라,
트라이아스기에 살다가 멸종한 원시악어류인
피토사우루스(phytosaurus), 아이토사우루스(aetosaurus), 라우이수키안(rauisuchians)으로 진화합니다.
(아이토사우루스는 특이하게(?) 초식을 했던 원시악어류입니다.)
또한, 파충류중에서 다시 물로 돌아간 종류는
어룡(ichthyosaurs)과 장경룡(plesiosaurs) 등으로 진화하여 바닷속을 지배하게 됩니다.
어룡(Ichthyosaurs)(좌)과 장경룡(Plesiosaurs)(우)
페름기 말의 대멸종을 극복하고 번성하던 생물종은
트라이아스기가 끝나가는 무렵인 약 2억년전에 다시 한번 대규모의 멸종을 겪게 되는데,
이를 트라이아스기-쥐라기 멸종(Triassic-Jurassic extinction event)이라고 합니다.
다행히 이 시기에는 해양생물의 약 20% 정도가 멸종을 할 정도로
다른 시기의 대멸종에 비한다면 비교적 작은 규모의 멸종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 한창 번성하던 파충류 무리중 공룡류와 몇몇 무리를 제외하고 대다수가 멸종을 하는데,
포유류형 파충류(mamal-like reptiles) 무리중 하나인 수형류(獸形類: therapsida, 수궁류)와
그때까지 살아남았던 최후의 대형 양서류(amphibian)가 완전히 멸종하게 됩니다.
역시 이러한 멸종을 일으킨 원인으로 명확히 밝혀진것은 없으며,
기후의 변화나 소행성의 충돌,
혹은 대규모의 화산활동 등이 원인이 되었을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트라이아스기-쥐라기 멸종 사건(Triassic-Jurassic extinction event)은
다른 종류의 파충류들에게는 재앙이었지만,
막 진화하여 번성하기 시작한 공룡 무리에게는 더없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당시의 초기 공룡 무리는 비교적 작은 몸집을 가지고 있었고 몸놀림 또한 재빨랐기 때문에
다른 파충류 무리에 비해 멸종을 일으킬만한 재앙을 피하기에 더 유리했을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리하여 다른 파충류 무리와의 경쟁에서 많은 수가 살아남을 수 있었고
마침내 중생대 쥐라기(Jurassic period)에 들어서는 공룡시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백악기-제3기 멸종(Cretaceous-Tertiary(K/T) Extinction Event); 5차 대멸종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의 멸종 시기를 거친 후
쥐라기(Jurassic period)와 백악기(Cretaceous period)를 거치는 약 1억3,500만 년의 기간에는
쥐라기 말에 발생했었던 것과 같은 생물상의 소규모의 멸종은 있었지만,
비교적 안정된 생태계하에 수많은 생물들이 번성하게됩니다.
특히 트라이아스기의 지배파충류 그룹중
오르니토디라(ornithodira)에서 진화한 공룡(dinosaurs)과 익룡(pterosaurs) 무리 및
크루로타르시(crurotarsi)에서 진화한 악어류(crocodiles) 등은
트라이아스기 말의 멸종 시기에도 훌륭하게 살아남아
쥐라기와 백악기를 거치면서 다양하게 분화하며 번성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이 무리들의 대다수가 몸집이 대형화되어
쥐라기와 백악기에는 대형 파충류들이 지구를 지배하게 됩니다.
쥐라기 후기에 이르러서는 공룡 무리에서 진화한 최초의 조류(鳥類)도 나타납니다.
중생대 백악기 풍경의 상상도
페름기 말 대멸종 시기에 거의 전멸할뻔 했다가 간신히 살아남아
트라이아스기에 번성하기 시작한 암모나이트(ammonite)가
이 시기를 거치면서 최고조로 번성하게 되며,
백악기에 들어서는 암모나이트 뿐만 아니라
이매패류(二枚貝類: bivalves)에 속하는 삼각패(三角貝: trigonidae)인 트리고니아(trigonia)와
역시 이매패류에 속하는 이노케라무스(inoceramus)가 크게 번성하고
대형 유공충(有孔蟲: foraminifera)도 번성하게 됩니다.
식물로는 은행나무류, 소철류 등의 겉씨식물이 번성했으며
쥐라기 후기에 이르러서는 속씨식물이 출현하여 백악기 후기에 그 세력이 확대되기 시작합니다.
쥐라기와 백악기에 걸쳐 크게 번성했던 암모나이트의 복원모형(좌) 및
백악기에 번성했던 트리고니아(Trigonia)의 화석(중)과 거대한 조개류인 이노케라무스(Inoceramus)의 상상도(우)
마침내 백악기 말인 6,500만 년 전에
지구상의 생물 약 50%가 멸종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이를 백악기-제3기 멸종(Cretaceous-Tertiary(K/T) extinction event)이라고 합니다.
이 시기의 멸종의 원인으로 역시 여러가지 가설이 제게되고 있기는 합니다만,
가장 지지를 받는 이론은 노벨상 수상자인 물리학자 루이스 알바레즈(Luis W. Alvarez)와
그의 아들인 지질학자 월터 알바레즈(Walter Alvarez) 등이 1980년대에 제안한
소행성 충돌설(asteroid impact hypothesis)입니다.
덴마크, 이탈리아, 뉴질랜드에서 발견되는 백악기-제3기 경계기(K-T boundary)의 지층인 K-T 층에는
보통보다 1∼2자리 높은 농도로 이리듐(iridium, Ir) 등의 운석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원래 이리듐과 같은 무거운 백금족 원소는
지구의 생성 초기에 지구 내부에 가라앉아버렸기 때문에 지각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소행성이나 운석 등의 외계물질에서는 흔하게 발견되는데,
이 물질이 어느 시기의 지층에 다량 발견된다면
당시에 거대한 소행성의 충돌이 있었다는것을 말해주는 증거가 됩니다.
즉,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 후 하늘로 올라갔던 소행성의 파편과 재가
시간이 지나면서 땅으로 내려와 쌓이면서 얇은 지층을 형성할 때에
소행성 속에 포함되어 있던 이리듐이 지층속에 포함되게 된것입니다.
미국 콜로라도주에 있는 백악기-제3기 경계기의 지층
화살표 부분이 이리듐 밴드이다.
실제로 백악기 말에 소행성이 충돌했던 흔적으로 보이는 거대한 분화구가
중앙아메리카의 유카탄(Yucatan) 반도 근처에서 발견되었는데,
바로 지름 180km의 칙술룹 분화구(Chicxulub crater)입니다.
이 분화구는 '밥티스티나 소행성족(族)'에서 온
지름 10km 이상의 소행성이 충돌하여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행성족'이란 궤도가 비슷한 소행성들의 집합을 말합니다.)
'밥티스티나 소행성족'은 1억6,000만년 전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 있던
지름 170km인 소행성과 지름 60km인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형성된 소행성족으로
지름 10㎞ 이상의 파편 300여개와 지름 1㎞ 이상의 파편 14만개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파편들이 궤도를 벗어나게 되면 지구나 달에 충돌할 수도 있게 되는데,
실제로 1억800만년 전에는 지름 4㎞ 정도 되는 파편 하나가 달에 부딪혀서
지름 85㎞의 거대한 운석구를 만들었고,
6,500만년 전에는 지름 10㎞ 이상의 거대한 파편 하나가 지구와 충돌해서
유카탄 반도에서 발견된 거대한 운석구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학자들에 의하면 그 가능성은 90%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칙술룹 분화구(Chicxulub crater)를 찍은 중력탐사 사진(좌)과 인공위성 사진(우)
좌측 사진에서 중력의 세기는 붉은 색, 노란색, 초록색, 하늘색, 청색 순으로약해진다.
중력이 강한 노란색과 초록색으로 된 부분이 원을 형성하고 있다.
칙술룹 분화구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것은 1990년대이며,
이 거대한 구덩이가 소행성의 충돌로 만들어진것이며
6,500만년전 공룡의 멸종과 관계가 있을것이라는 설이 제기된것 역시 비교적 최근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칙술룹 분화구는 이미 1978년에 발견되었습니다.
최초의 발견자는 멕시코의 한 석유회사에서 일하던 지질학자인 글렌 펜필드(Glen Penfield)로
발견 당시 그는 그 분화구를 단순히 거대한 구덩이로만 여겼으며,
모든 정보가 회사의 비밀로 취급되었기 때문에
그 분화구에 대한것은 깊이 연구되지 못했고,
따라서 논문으로 발표되지도 못했습니다.
단지 청중들이 거의 없이 텅 빈 지질학회 발표장에서 간단한 보고로만 끝나버리고 말았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당시 대부분의 지질학자들은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있었던 '운석의 지구 충돌'이란 발표장에 몰려갔었다고 합니다.
하마터면 중요한 발견이 세상에 알려지지 못한채 파묻힐뻔한 것입니다.
그러던중 애리조나(Arizona)대학의 대학원생이었던 알랜 힐드브란드(Alan R. Hildebrand)가
멕시코 주변의 아이티공화국에서 K-T 층에 대한 연구를 하다가
이 칙술룹 분화구를 발견하여 1990년에 세상에 발표하게 됩니다.
그는 이 구덩이가 운석 충돌에 의해 형성된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으며,
이 후 여러가지 연구를 통해 그 시기가 6,500만년전이라는 것도 알아내게 되면서
비로소 이 운석공이 백악기-제3기 멸종 사건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제시됩니다.
소행성 충돌의 상상도
유타칸 반도의 칙술룹 분화구의 발견으로 인하여 소행설 충돌설은 거의 정설로 굳어지고 있습니다만,
처음에 알바레즈 등에 의해 이 이론이 제기되었던 근거는
이리듐 등의 백금족 원소가 다량 함유된 K-T 층의 이리듐 밴드(iridium band)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이리듐 밴드가 나타나게된 원인이
격심한 화산활동으로 지구의 심부에 있던 이리듐이 지각으로 나왔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백악기 말에는 지구의 자기극이 서로 바뀌어 있었던 때이기도 하고,
해수준의 저하도 있었으므로,
지구 내부에 격심한 변동이 있었을것이라는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습니다.
또한, 이탈리아의 K-T 층에서는 이리듐 밴드가 5회나 나타나고 있는데,
이를 5번의 연속적인 운석 충돌로 보는 학자들도 있으나,
연속적인 대규모의 화산활동에 의한 결과로 보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두가지의 가설을 복합하여,
한번의 소행성 충돌이 있었고
그 소행성 충돌로 속발된 수 차례의 격심한 화산활동의 결과로
백악기-제3기 멸종이 초래되었다는 이론이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 외에 백악기-제3기 멸종의 원인으로 꼽히는 주요 가설에는 기온 저하설이 있습니다.
그 근거로 11번의 멸종사건 중 선캄브리아대, 오르도비스기, 데본기, 백악기, 마이오세(Miocene Epoch)의 후기에,
극지방에 대륙 빙하가 발달한 증거가 있다는것을 들고 있습니다.
이것은 당시의 판게아(Pangea) 대륙이나 또는 곤드와나(Gondwana) 대륙이 극지방으로 이동하여
대륙 빙하가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빙하가 형성되면 태양빛을 거의 전부 반사하기 때문에 더욱 한랭하게 됩니다.
당시의 극지방의 한류가 어떻게 흘러서 주위의 대륙에 영향을 미쳤느냐 하는것도 크게 관여하게 됩니다.
어쨌든 앞선 5대멸종에서도 대륙 빙하의 퇴적물이 남아있고,
적도 지방의 열대성 동물이 특히 큰 해를 입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 이론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이론으로 해수준 저하설(해퇴설)을 들 수 있는데,
이는 멸종이 있을 당시에는 바닷물이 줄어들어 해수준이 내려가
얕은 바다는 육지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얕은 바다를 근거하여 살아가는 수많은 해양생물종이 멸종을 하였다는 가설입니다.
해수준의 변화는 곧 해양 면적의 변화이므로
이는 곧 기후의 변화를 야기하기 때문에 곧바로 육상생물종에도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사실, 현재까지 지질시대의 해수준의 변동과 생물종의 번성과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해수준이 내려갔을때에는 많은 수의 멸종이 일어났고,
해수준이 올라갔을 때에는 생물종이 증가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해수준과 생물종의 증감과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그 밖에 대규모의 멸종을 설명하는 다양한 가설이 제기되고 있기는 합니다만
대부분은 증거가 없거나 검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단순히 하나의 가설로만 이야기되고 있을 뿐입니다.
가장 타당성이 있는 이론으로 최근 정설화되는 내용은
소행성 충돌설을 비롯하여 여러가지 가설을 복합적으로 적용시켜서
대멸종의 원인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즉, 일차적으로 유타칸 반도에 떨어진 지름 10km 이상의 소행성의 영향으로
인근 지역의 생물이 사라졌으며,
이어 발생한 진도 10 이상의 강진과 거대한 쓰나미로 인하여 다수의 생물종이 멸종을 했고,
소행성 충돌의 영향으로 지구 곳곳에서 대규모의 화산활동이 재개되어
본격적인 멸종이 시작되었다는 내용입니다.
소행성의 충돌시 발생한 파편과 먼지가 대기를 뒤덮었으며,
화산에서 분출된 화산재들도 한 몫 거들어서 태양빛이 차단되자,
지구는 기나긴 핵겨울과 같은 상태를 맞게 됩니다.
여기에 대기중에 유독가스가 만연해지고 산성비까지 내리기 시작하여
수많은 생물종이 멸종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핵겨울 상태의 상상도
대형 유공충이 이 시기에 멸종하는 등 해양생물의 피해가 심했는데,
특히 해양 무척추동물의 피해가 심했습니다.
경산호류(Scleractinia)를 비롯하여 산호류의 98%가 멸종했으며,
극피동물(echinoderm) 무리는 35%가 멸종했습니다.
암모나이트도 이 시기에 멸종하였습니다.
어류중에서 상어류와 가오리류(rajiformes) 등의 연골어류의 20% 정도가 멸종했고,
경골어류는 10%정도가 이 시기에 멸종했습니다.
육상 생물의 피해도 만만치 않았는데,
육상 식물종은 약 57%가 멸종했으며,
이 식물을 근거로 살아가는 곤충 등 수많은 종류의 절지동물의 멸종이 뒤를 따랐습니다.
의외로 양서류(amphibians)는 대규모의 멸종이 있었다는 증거가 발견되지않고 있는데,
큰 피해를 입지 않고 이 시기를 잘 넘겼기 때문인것으로 여겨집니다.
양서류에 반해 파충류 무리는 커다란 피해를 입게 되는데,
특히 당시에 번성했던 지배파충류(archosaurs) 무리의 피해가 심각했습니다.
지배파충류 무리 중에서 공룡(dinosurs)과 익룡(pterosaurs) 무리는 멸종을 하였고,
악어류(crocodilia)와 조류만이 살아남게 됩니다.
이 시기에 다양한 바다파충류 무리도 멸종의 길을 걷게됩니다.
그나마 악어류도 50% 정도가 멸종을 하였으며,
공룡에서 막 진화한 조류는 크게 번성하지 못한 상태였으며
현생 조류를 제외한 수많은 종(non-neornithean birds)이 멸종했기 때문에
지배파충류 무리는 거의 절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반면에, 파충류중에서도 거북류(testudines)와 인룡류(lepidosaurs, 뱀, 도마뱀 등) 등의
비지배파충류(non-archosaur reptiles) 무리는 다른 생물상에 비해서 그다지 큰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거북류의 20%가 멸종하는 정도에 그쳤으며,
6,000종 이상의 종(種: species)이 멸종의 위기를 극복하고 생존하게 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백악기-제3기 멸종의 최대의 수혜자는 역시 포유류입니다.
당시 대부분의 포유류는 몸무게 1kg 미만의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대멸종을 일으키는 환경의 변화에 비교적 쉽게 적응할 수 있었으며,
따라서 체구가 큰 공룡 등에 비하여 생존에 훨씬 유리했을것으로 여겨집니다.
마침내 포유류는 대멸종의 시기가 지난 이후에 공룡이 사라지고 난 자리를 메꾸며 다양하게 진화하였고
포유류의 시대를 열어 오늘날에 이르게됩니다.
어찌보면 이러한 대멸종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인류의 진화가 가능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6차 대멸종(6th Mass Extiction)
중생대가 끝나고 신생대(新生代: Cenozoic Era)에 이르러 포유류의 시대가 도래하였고,
인류가 진화하여 지구를 지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앞으로도 언제든지 과거와 같은 대멸종의 시기가 올지 모르며,
많은 학자들은 현시대에 닥칠 수도 있는 6번째 대멸종에 대해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까지의 5차례에 걸친 대멸종은 소행성의 충돌이나 화산활동, 기후변화 등
모두 자연재해에 의한것이었으나,
앞으로 닥칠 6번째 대멸종은 인류가 원인을 제공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세계 생태지도
2007년에 발표된 유엔환경계획(UNEP)의 '지구환경 전망' 보고서에는
이러한 내용에 대해 밝히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류의 식량 수요를 충족하려면 앞으로 더 많은 에너지와 물을 사용해야 하고,
보다 많은 땅을 경작해야 한다고 밝히며,
사람 1명당 환경적으로 21.9ha의 땅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15.7ha밖에 확보되지 못할 정도로 인구가 늘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인구 증가에 따른 농업과 산업, 어로 활동 강화 및 오염 확산 때문에
수많은 생물종들의 생존이 위협을 받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 예로 카리브해의 산호초는 무분별한 채취로 60% 이상이 사라지고 있으며
그 산호초를 서식 환경으로 살아가고 있는 생물 역시 멸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합니다.
1990년부터 1997년까지 600만ha의 열대 우림이 인간의 농지개간과 벌목 등으로 사라지면서
여기서 살고 있는 생물종 역시 급격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또 습지의 절반가량이 20세기 동안 인간 활동에 의해 사라졌으며,
세계 주요 강들이 댐에 의해 가로막히면서
생물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살 수 있는 서식 공간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류는 지난 20년간 30%가 줄었고,
양서류는 30%, 포유류는 23%, 조류는 12%가 멸종 위기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앞서 있었던 5차례의 대멸종 시기를 제외하면
100배나 빠르게 멸종이 진행되는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세계 인구가 2050년경에는 80억~100억명에 이를 것이므로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지구가 망가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출처 : http://kr.blog.yahoo.com/dr_kaljaby/17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