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gles ◈ Desper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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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The Coloss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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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는 끔찍한 시대를 살았던 인물이다.
나폴레옹의 스페인 침략은 인간의 야수성을 드러내는 사건이었는데,
다른 누구보다도 전쟁의 공포를 잘 이해했던 화가인 고야가
그 시대에 살았다는 것은 참 기이한 우연의 일치라고 해야 할 것이다.
<거인>은 전쟁이 사람들에게 가져다준 어떤 공황 상태를 보여준다.
밝은 색으로 그려진 소인들이 수평선 부근에 다리를 벌리고 서서
하늘을 지배하고 있는 거인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
누군가에게 이 거인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그는 자신 있게 '나폴레옹'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폴레옹이 몰고온 공포, 그의 군대.
그런데, 그림을 다시 한번 유심히 보면,
거인은 사람들에게 겁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사실 거인은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이 거인은 공격하는 거인이 아니라 방어하는 거인이 되는데,
비참한 최후를 앞두고 있는 영웅적인 스페인 정신아라는 말인가?
좀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거인이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어디에 있는가?
땅에 발을 디디고 서 있는 것일까?
아니면 깊은 골짜기에 서 있는 것일까?
혹시 고야는 더 깊은 인식,
즉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물질적인 실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거인은 자기 자신을, 모든 인간이 언젠가는 경험하게 될
인간의 보편적인 두려움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다.
그것은 원자 폭탄이나 암, 에이즈 같은 특정한 공포가 아니라, 일반적인 공포인 것이다.
언젠가는 죽어야만 하는 피조물이기 때문에 가지는 공포,
삶에 대한 공포라고 해도 좋고, 어른이 되는 부담에 대한 공포라고 해도 좋다.
어쨌든 거인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이든, 거인은 불안한 공황
상태를 불러일으키는데, 거인의 존재와 그 효과만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바로 그것이 이 그림의 놀라운 점이다. 절망적인 그림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고야를 알게 되는데, 그는 늙고, 지치고, 귀가 먹었으며,
외롭지만, 아직까지 고통의 미스터리와 공포를 다루고 있다.
그를 사로잡고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의 공포이다.
고야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거인(풍경)의 놀랄 만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은 무의미하게 도망가고 거인은 위협한다. 고야는 그 광경을 응시하고,
그것을 받아들임으로써 동시에 정복했다.
이 그림에서는 어둠마저도 빛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어둠 속에서 고야가 어렵게 얻어낸 내적 평화를 엿볼 수 있다.
거인을 아름답게 볼 수 있다면 거인에 대한 공포도 극복될 것이다.
- '웬디 수녀의 유럽 미술 산책'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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