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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생명체, 35억년 전 탄생 새 근거 나왔다

이름없는풀뿌리 2017. 12. 22. 06:02

지구생명체, 35억년 전 탄생 새 근거 나왔다

입력 2017.12.22. 03:02     

[동아일보]

윌리엄 쇼프 교수가 호주에서 발견한 미화석(위 사진)과 매슈 도드 박사과정생이 캐나다에서 발견한 미화석. 지구 생성 초기에 만들어진 암석이나 지층은 수십억 년 동안 변성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화석이 존재하기 어려워 발견 소식이 전해지면 진위 논란에 휩싸인다. 쇼프 교수의 화석은 1992년 발견됐음에도 최근에야 진위 논란이 수그러들었다. 윌리엄 쇼프 교수·매슈 도드 박사과정생 제공
         
46억 년 전 지구 탄생 후 생명체가 처음 등장한 것은 약 35억 년 전이다. 이 시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화석이 근거다. 하지만 이 화석의 진위는 과학계에서 십수 년 동안 논란이 됐다. 최근 이 논란을 잠재울 연구가 발표됐다. 
        

윌리엄 쇼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우주 및 행성지구과학부 교수는 자신이 발견한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생물 화석을 분석한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18일자에 발표했다. 1992년 호주 필버러 지역 아펙스 처트 지층에서 발견된 이 화석은 크기가 고작 10∼2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 분의 1m)밖에 안 되는 미(微)화석이다. 아펙스 처트 층이 34억6500만 년 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 화석 역시 같은 시기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미화석 발견으로 생명 탄생 시기가 기존 학설보다 10억 년 정도 앞당겨졌다.

호주 서부에 있는 아펙스 처트 층은 약 35억 년 전 퇴적암 지층으로 세계에서도 매우 드문 지역이다. 존 밸리 교수는 아펙스 처트 층에서 채취한 암석과 윌리엄 쇼프 교수가 발견한 미화석의 탄소동위원소를 분석해 미화석이 된 생물이 현생에 살고 있는 고세균과 유사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존 밸리 교수 제공

쇼프 교수 연구팀은 이차이온질량분석기술(SIMS·Secondary ion mass spectrometry)로 화석의 탄소동위원소 비율을 측정했다. 아펙스 처트 층의 탄소13은 탄소12의 3.1∼3.9% 정도로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미화석의 탄소13 비율은 2.7%였다. 이 비율은 현재 고온, 고염, 고산성의 극한 환경에 사는 고세균의 탄소13 비율과 비슷하다. 아펙스 처트 층에서 발견한 화석이 실제 생명체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쇼프 교수와 함께 연구를 이끈 존 밸리 미국 위스콘신대 지구과학부 교수는 “화석에 나타난 탄소12와 13의 비율은 생명 활동을 할 때 나타나는 비율”이라고 설명했다. 
        

쇼프 교수가 이 미화석이 생명체의 것임을 주장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2년 레이저 분광기법으로 화석을 수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 단위로 분석한 뒤 미생물 화석이 맞다고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밝힌 바 있다. 논란은 같은 날 쇼프 교수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연구가 네이처에 함께 발표되면서 시작됐다. 마틴 브레이저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불을 지폈다. 그는 쇼프 교수가 런던자연사박물관에 보낸 화석을 관찰한 후 이 화석이 생명체의 흔적이 아니라 지층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우연히 생긴 구조라고 주장했다. 미생물처럼 보이는 구부러진 부분은 이산화탄소와 일산화탄소가 반응해 갑자기 굳어서 생긴 것이며, 생명체의 껍질처럼 보이는 것은 열수에서 배출된 흑연이라고 설명했다. 쇼프 교수의 이번 연구는 이 주장에 반박해 호주 미화석이 생명체가 맞다는 새로운 증거를 내세운 셈이다.


쇼프 교수의 화석뿐 아니라 선캄브리아기의 미화석은 대부분 발표와 동시에 논란에 휩싸이곤 한다. 매슈 도드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박사과정생이 캐나다 퀘벡 지역 누부아기터크 지역에서 37억7000만∼42억8000만 년 전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미화석을 발견했다고 올해 3월 네이처에 발표했으나 이 역시 발표와 동시에 진위 논란이 일었다.


지구 생성 초기의 미화석이 계속 의심을 받는 것은 이 시기 만들어진 지층 구조나 화석이 40억 년 동안 그대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선캄브리아기 지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은 아프리카, 호주, 캐나다 북부에서도 극히 일부 지역으로 대부분 편암이나 편마암 같은 변성암이거나 화강암 같은 화성암이다. 화석이 만들어질 수 있는 퇴적암은 거의 없다. 현재 발견된 암석 중 가장 오래된 암석이 캐나다 북서부에서 발견된 편마암으로 40억310만 년 전인 정도다.


그럼에도 생명 탄생 시기는 35억 년 전으로 의견이 모이는 추세다. 도드 박사과정생이 발견한 것이 화석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프랜시스 웨스톨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연구원은 “대개 미화석은 불규칙한 무늬를 보이는데 도드 화석의 무늬는 규칙적이다”라며 “생명체 탄생이 35억 년 이전이라고는 생각되지만 그 흔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은 아주 작다”고 말했다.

한편, 생명체가 35억 년 전에 있었음이 정설로 굳어짐에 따라 과학자들은 ‘창백한 태양의 역설’을 설명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태양의 진화 단계상 20억 년 전까지는 태양빛이 약해 지구에 액체 상태의 물이 있을 수 없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화석 증거로 그 이전 시기 액체 물에 사는 생명체의 흔적이 발견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최근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진은 20억 년 이전에는 대기에 온실가스인 메탄이 많아 온실효과로 얼음을 녹였을 수 있다는 연구를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