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323)정도전 삼봉집 제7권/ 진법(陣法) /정진(正陣)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25. 05:29

정진(正陣)

 

움직이면 기병(奇兵)이 되고, 가만히 있으면 진이 된다. 진은 군사를 진열시키는 것이고, 싸움은 그 변화가 끝이 없는 것이다. 어렵고 힘드는 일은 고루 나누어 시키고, 수레와 수레끼리는 서로 앞지르지 말아야 한다. 군대를 멈추고 앞을 튼튼하게 수비한 다음, 후대(後隊)가 출동한다.

신(臣) 도전(道傳)은 상고하건대, 강무(講武 무술 연습)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금고(金鼓)와 기휘(旗麾)를 가지고 나아가고 물러서고 앉고 서는 절차를 분명히 하는 것은 여러 사람의 마음을 한데 뭉치기 위해서이며, 창ㆍ칼ㆍ활ㆍ화살을 가지고 치고 찌르고 활쏘고 말달리는 기술을 연습하는 것은 여러 사람의 힘을 한데 합치기 위해서입니다. 여러 사람의 마음이 한데 뭉치지 않으면 대오(隊伍)를 정돈할 수 없고, 여러 사람의 힘이 한데 합치지 않으면 적을 이길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선왕(先王)은 사철 농한기(農閒期)에 사냥을 이용하여 무예(武藝)를 연습했으니, 진실로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지금의 강무(講武)하는 법을 보면, 금고와 기휘를 가지고 나아가고 물러서고 앉고 서는 절차만 자세히 가르치고, 창ㆍ칼ㆍ활ㆍ화살을 가지고 치고 찌르고 활쏘고 말달리는 기술은 연습하지 않고 있으니, 이것은 생략하자는 것이 아니고 가르치는 데 순서가 있어서입니다. 이 뒤로는 강무할 때면 먼저 4개의 표시를 만들어서 금고와 기휘를 가지고 앉고 서고 나아가고 물러서는 절차를 연습한 다음, 다시 5진(陣)을 결성(結成)하고 번갈아 들락거리며 창ㆍ칼ㆍ활ㆍ화살로 치고 찌르고 활쏘고 말달리는 기술을 연습하게 하면 강무하는 방법은 거의 구비하게 될 것입니다.

 

 

正陣

動則爲奇。靜則爲陣。陣則陳列。戰則不盡。分苦均勞。輪轍無競。按兵前守。後隊乃進。臣道傳按。講武之道。有二焉。以金鼓旗麾。明進退坐作之節。所以一衆心也。以槍劍弓矢。習擊剌射御之便。所以一衆力也。衆心不一。無以整部伍。衆力不一。無以勝敵人。故先王每於四時之隙。因田獵以講武事。誠非得已也。今見行講武之法。詳於金鼓旗麾進退坐作之節。未及槍劍弓矢擊剌射御之習。非略之也。敎之有序也。今後當講武之時。先作四表。以金鼓旗麾。習坐作進退之節。後復結五陣。更出迭入。槍劍弓矢。習擊刺射御之便。講武之道。庶乎得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