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문(心問)
이 편(篇)은 마음[心]이 하늘[天]에게 물은 말을 서술한 것이다.
사람의 마음속의 이치[理]는 바로 상제(上帝)의 명(命)한 바이나, 그 의리(義理)의 공변된 것이 혹은 물욕(物欲)의 가린 바가 되고, 그 선악(善惡)의 보응(報應)이 또한 전도된 것이 있어 선하여도 혹 화(禍)를 얻고 악(惡)하여도 혹 복(福)을 얻어, 선을 복주고 악을 벌주는 이치가 분명하지 못한 바가 있다. 그러므로 세상 사람들이 착한 것을 좇고 악한 것을 버릴 줄 알지 못하고 오직 공리(功利)에 나가기만 힘쓸 뿐이니, 이는 사람이 하늘에 의혹을 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에 마음의 주재(主宰)에 의탁하여 상제(上帝)에게 물어 질정(質正)하는 것이다.
을묘년(乙卯年 1375, 고려 우왕1) 늦겨울 14일[幾望] 저녁에 하늘은 맑고 밝은데 온갖 동물들은 휴식에 들어갔다.
늦겨울은 음이 다하여 심한 추위로 기승을 부리고 봄 양기(陽氣)가 생기려는 때요, 기망(幾望)은 달빛이 점점 가득하여 밝은 것이 다시 둥글게 되는 날이니, 인욕(人欲)이 어둡게 가린 가운데 천리(天理)가 다시 싹트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하늘은 맑고 달은 밝은데 온갖 동물이 휴식에 들어갔다는 것은 인욕이 깨끗이 없어지고 천리가 유행하여 방촌(方寸 마음을 가리켜 이르는 말) 사이가 형철광명(瑩澈光明)하여 바깥 물건이 그 마음을 움직이지 못함을 비유한 것이다.
한 물건이 있어 상청(上淸)에 조회하여 옥제(玉帝)의 뜰에 서서 신(臣)이라 일컬으며 다음과 같이 고하였다. ‘신(臣)이 천제(天帝)의 명령[命]을 받아 사람의 영(靈)이 되었습니다.’ 하였다.
한 물건이란 마음을 가리켜 말한 것이요, 상청(上淸)이란 상제(上帝)가 거처하는 곳이요, 옥제(玉帝)란 곧 상제(上帝)이니 귀중하게 받드는 칭호이다. 칭신(稱臣)은 마음이 스스로 자기를 일컬은 것이요, 신(臣)이 상제의 명령을 받아 사람의 영(靈)이 되었다는 것은 마음이 스스로 상제의 명한 바 이치를 받아 사람의 주재(主宰)가 되어 만물 가운데에서 가장 신령[靈]하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이 장(章)은 가설적(假設的)으로 내 마음의 주재하는 영(靈)이 상제의 뜰에 조회하여 신이라 칭하고 물은 것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그 조회라는 것은, 어찌 따로 한 물건이 있어 제(帝)가 되고 또 한 물건이 있어 조회를 하였겠는가? 방촌(方寸) 사이에 사욕(私欲)이 깨끗이 없어지면 내 마음의 이치는 곧 하늘에 있는 이치요, 하늘에 있는 이치는 곧 내 마음의 이치로서 서로 꼭 합하여 간격이 없는 것이다. 그 조회라고 한 것은 가설적(假設的)으로 말하여 밝힌 것이다.
사람은 이목(耳目)이 있어 빛을 보고자 하고 소리를 듣고자 하며, 동(動)하고 정(靜)하고 말하고[語] 침묵[_]하고, 손으로 잡고 발로 걷는 등 신(臣)의 병(病)을 만드는 것들이 날마다 신(臣)과 더불어 다투는 것입니다.
이 장(章)은 물욕(物欲)이 내 마음의 천리(天理)를 해롭게 하는 것을 말한 것이다.
대개 온갖 소리와 빛과 형상(形相) 등 천지 사이에 가득한 것이 모두 물건으로, 날마다 사람의 몸과 더불어 서로 접촉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에 눈이 있어 빛을 보고자 하지 않음이 없고, 귀가 있어 소리를 듣고자 하지 않음이 없으며, 사지 백해(四肢百骸)에 이르기까지 안일하기를 바라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천리(天理)는 비록 내 마음의 고유한 하늘에 근본되었으나 그 끝[端]이 은미하고, 인욕(人欲)은 비록 물건과 내가 접촉된 후에 생겼으나 그 발하는 것을 제어하기 어려우니, 이는 그 일상 행하고 말하는 데 있어서 이치에 순하기는 어렵고 욕심을 좇기는 쉬운 때문이다.
《서(書)》에 이르기를,
“인심(人心 사욕(私欲)의 마음)은 위태롭고, 도심(道心 의리(義理)에서 나온 본연(本然)의 마음)은 미묘(微妙)하다.”
하였으니, 이를 말한 때문이다.
또 사람의 이 몸은 하루도 물건을 떠나 홀로 살 수 없어 조금이라도 삼가지 않으면 온갖 바깥 물건이 틈을 타 침입하여 이 마음을 해롭게 하는 일이 심히 많으니 이것이 천리의 병이 되는 것이다.
지(志)는 나[吾]의 장수[帥]요, 기(氣)는 나의 도졸(徒卒)인데도, 모두 굳게 지키지 못하여 신(臣)을 버리고 적(敵)을 좇으니, 신(臣)의 미약함으로 고립(孤立)ㆍ단박(單薄)에 이르렀습니다.
지(志)란 마음의 가는 바요, 나[吾]란 마음이 스스로 자기를 일컫는 것이다.
맹자가 말하기를,
“무릇 지(志)는 기(氣)의 장수요, 기(氣)는 체(體)의 충만[充]된 것이다.”
하였다. 그 주(註)에 이르기를,
“지(志)는 진실로 마음의 가는 바이며 기(氣)의 장수이고, 기(氣)는 또 사람의 몸에 충만(充滿)한 것이며 지(志)의 졸도(卒徒)가 되는 것이다.”
하였으니, 마음이 천군(天君)이 되어 지(志)로써 기(氣)를 통솔하여 물욕을 제어하는 것이, 임금이 장수에게 명하여 졸도를 이끌고 적을 방어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지(志)는 나의 장수요 기(氣)는 나의 도졸(徒卒)이다.”
한 것이다. 그러나 뜻[志]이 진실로 정해지지 않으면 물욕에게 빼앗기게 되어 이치가 사(私)를 이기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그 장수가 된 지(志)와 졸도가 된 기(氣)가 모두 그 바른 것을 굳게 지키지 못하고 도리어 내 마음을 버리고 물욕을 좇아간다. 따라서 나의 이 마음이 비록 한 몸의 주(主)가 되었다고 하나, 마침내 고립(孤立)하는 데 이르러 단약(單弱)하고 박렬(薄劣)하게 되는 것이다.
성경(誠敬)으로 갑주(甲_)를 삼고 의용(義勇)으로 모극(矛戟)을 삼아 사명(辭命)을 받들어 저희 죄를 성토하여 한편으로 싸우고 한편으로 항복시키니, 나에게 순종하는 자는 선한 자이고 나를 배반하는 자는 악한 자이며, 현명하고 지혜로운 자는 따르고, 어리석고 불초한 자는 거역하매, 패(敗)함을 인하여 공(功)을 이루고 거의 잃은 뒤에 얻게 되었습니다.
갑주(甲_)는 몸을 보호하는 기구요, 모극(矛戟)은 적을 제어하는 물건이다.
이는 윗장(章)의 끝을 이어 말한 것이다.
내 한 마음의 미묘(微妙)함을 가지고 온갖 물욕의 침공을 받게 되어, 비록 심히 미약하고 박렬(薄劣)하나, 진실로 성경(誠敬)으로 갑주(甲_)를 삼아 스스로 지킬 수 있다면 그 잡은 바가 견고하여 뜻을 빼앗지 못할 것이요, 의용(義勇)으로 모극(矛戟)을 삼아 스스로 보호하면 그 제재(制裁)하는 바가 엄중하여 물욕이 침입하지 못할 것이니, 이는 안팎으로 사귀어 기르는 도(道)이다.
제(帝)의 명(命)을 받들어 이치에 어기지 못할 것을 알게 하며, 저[彼]의 죄악을 성토하여 욕심에 따르지 못할 것을 알게 하였다. 강한 자는 싸워서 이기고 약한 자는 항복하였으니, 그 내 명령에 순종하는 자는 이치에 합하여 선한 것이 되고, 내 명령을 배반하는 자는 의리에 어긋나 악한 것이 되며, 선을 알아 복종하는 자는 어질고 지혜로운 자가 되고, 알지 못하여 거역하는 자는 어리석고 불초한 자가 되는 것이다.
저들이 비록 순종하지 않더라도 나는 더욱 이 마음을 권면하였다. 거의 물욕이란 적에게 패한 바 되어 복멸(覆滅)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나, 이 마음의 이치가 끝내 민멸(泯滅)되지 않았으므로 항상 스스로가 다듬어 마침내 얻은 바가 있었다. 이는 면강(勉强)하여 행하는 자로 그 성공함에 미쳐서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 급기야 보응(報應)에 이르러서는 일의 반복됨이 많았다. 배반한 자는 장수하고 순(順)한 자는 요절(夭折)하며, 좇는 자는 빈궁하고, 거역하는 자는 부귀하였다. 그러므로 세상 사람들이 신(臣)의 하는 일을 허물하여 신의 명령을 좇지 않고 오직 적을 따를 뿐입니다.
보(報)는 선악(善惡)의 응효(應效)를 이른 것이니, 사람이 하는 바가 있으면 하늘이 보응하는 것이다. 우(尤)는 허물하며 책망하는 것이다.
사람이 착한 일을 하면 하늘이 복(福)으로써 갚고 악한 일을 하면 하늘이 재앙으로써 갚는 것이, 신하가 전공(戰功)을 세우면 임금이 작록(爵祿)으로써 상을 주고 패전하면 임금이 형륙(刑戮)을 가하는 것과 같으니, 이는 이치의 떳떳한 것이다.
이제 마음이 상제(上帝)의 명을 받들어 물욕(物欲)의 적과 더불어 싸워, 적이 이기지 못하여 마음의 명을 순종하게 되었으면 이는 하늘에 공이 있는지라, 마땅히 부귀와 장수를 누려 선한 복을 받아야 할 것인데도 도리어 빈궁(貧窮)하고 요절(夭折)하는 데 이르며, 적이 이미 이겨 이 마음의 명을 배반하였으면 마땅히 빈천하고 요절하여 악한 화를 받아야 할 것인데 도리어 부귀와 장수를 누리고 있다.
하늘의 보응(報應)이 이같이 반복되고 어그러지므로 사람의 하는 바가 차라리 저 적의 이해(利害)로 유혹하는 데는 따를지언정, 그 주인[主]의 의리(義理)의 명을 좇지 않으니, 사람이 의혹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음 글에 하늘을 부르며 물은 것이다.
“황(皇)한 상제(上帝)가 진실로 하민(下民)을 주재(主宰)하시는데 시(始)와 종(終)이 어찌하여 어긋나며, 주고 빼앗는 것이 어찌하여 편벽됩니까? 신(臣)이 비록 비루하고 어리석으나 의혹하는 바입니다.”
황(皇)은 큰 것이니 존칭(尊稱)하는 말이다.
이는 상제(上帝)를 부르며 고하는 말이니,
“크도다, 상제여! 실로 위에 있어 하토(下土)의 사람을 주재(主宰)하시니 선을 복주고 악을 벌주는 그 이치[理]의 상도(常道)입니다. 처음에 명(命)을 부여할 때에 반드시 사람에게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성(性)으로써 주신 것은 사람으로 하여금 이 성품을 따라 선을 하게 하고자 한 것인데, 마침내 보응(報應)이 나타남에 이르러서는 선악의 효응이 반대됨이 이와 같으니, 이 어찌 시종(始終)의 명(命)이 어그러지는 것입니까? 저 명(命)을 배반하며 거역하고도 장수[壽考]와 영달(榮達)을 얻는 자는 하늘이 무엇을 사랑하여 후하게 대한 것이며, 명을 순종하고도 요절과 빈천을 얻은 자는 하늘이 무엇을 미워하여 박하게 한 것입니까? 그 한 번 주고 빼앗는 것도 또한 어찌 편벽되고 공변되지 못함이 이와 같습니까? 신(臣)의 마음이 비록 심히 비루하나 이에 의혹 있는 바입니다.”
한 것이다.
心問
此篇。述心問天之辭。人心之理。卽上帝之所命。而其義理之公。或爲物欲所勝。而其善惡之報。亦有顚倒。善或得禍。而惡乃得福。福善禍淫之理。有所不明。故世之人。不知從善而去惡。唯務趨於功利而已。此人之所以不能無惑於天者也。故托於心之主宰。以問上帝而質之也。
乙卯季冬。幾望之夕。天淨月明。群動就息。
季冬。涸陰沍寒之極。而春陽欲生之時。幾望。月光漸滿。而其明復圓之日。以譬人欲昏蔽之中。而天理之復萌也。天淨月明。群動就息。以譬人欲淨盡。天理流行。方寸之間。瑩徹光明。而外物不能以動其中。
若有一物。朝于上淸。立于玉帝之庭。稱臣而告曰。臣受帝命。爲人之靈。
一物。指心而言。上淸。上帝之所居也。玉帝。卽上帝。貴而重之之稱也。稱臣者。心之自稱也。臣受帝命。爲人之靈者。心自言其受上帝所命之理。以爲人之主宰。而最靈於萬物也。○此章。設言吾心主宰之靈。朝見上帝之庭。稱臣而問之也。然其曰朝者。豈別有一物爲帝。而又有一物朝之者哉。方寸之間。私欲淨盡。則吾心之理。卽在天之理。在天之理。卽吾心之理。脗合而無間者也。其曰朝者。設言以明之也。
人有耳目。欲色欲聲。動靜語默。手執足行。凡所以爲臣之病者。日與臣爭。
此章。言物欲害吾心之天理也。蓋凡有聲色貌相而盈於天地之間者。皆物也。日與人之身相接。而人之有目。莫不欲色。有耳莫不欲聲。至於四肢百骸。莫不欲安佚。故天理雖根於吾心固有之天。而其端甚微。人欲雖生於物我相形之後。而其發難制。是其日用云爲。順理爲難而從欲爲易。書曰。人心惟危。道心惟微。此之謂也。且人之此身。不能一日離物而獨立。小有不謹則凡外物之害此心者。投間抵隙。攻之甚衆矣。此天理之所以病也。
志吾之帥。氣吾徒卒。皆不堅守。棄臣從敵。以臣之微。孤立單薄。
志者。心之所之也。吾亦心之自稱也。孟子曰。夫志。氣之帥也。氣。體之充也。註曰。志固心之所之。而氣之將帥。氣亦人之所以充滿於身。而爲志之卒徒也。心爲天君。以志統氣而制物欲。猶人君之命將帥。以率徒衆而禦敵人也。故曰志吾之帥。氣吾徒卒。然志苟不定。則物欲得以奪之。而理不能以勝私矣。故其志之爲帥與其氣之爲徒卒者。皆不能堅守其正。反棄吾心而從物欲。故吾之此心。雖曰一身之主。卒至孤立單弱而薄劣也。
誠敬爲甲胄。義勇爲矛戟。奉辭執言。且戰且服。順我者善。背我者惡。賢智者從。愚不肖逆。因敗成功。幾失後獲。
甲胄。所以衛身之具。矛戟。所以制敵之物。○此承上章之末而言。以我一心之微。而當衆欲之攻。雖甚微弱而薄劣。苟能以誠敬爲甲胄而自守。則所以操存者固。而志不可奪矣。義勇爲矛戟而自衛。則所以裁制者嚴。而欲不得侵矣。內外交相養之道也。奉帝之命。使知理之不可違。聲彼之罪。使知欲之不可從。彊者戰而勝之。弱者降而服之。其順我命者。合乎理而爲善。其背我命者。悖乎義而爲惡。知善而率從者爲賢智。不知而背逆者爲愚不肖。彼雖不從。我則益勉。此心幾爲物欲之敵所敗。至於覆沒。然以此心之理。終不泯滅。故更自策礪。終有所獲。此勉強而行者。及其成功一也。
及至其報。事多反復。背者壽考。順者夭折。從者貧窮。逆者富達。故世之人。尤臣之爲。不從臣命。惟敵之隨。
報。謂善惡之應效也。人有所爲而天報之也。尤。咎責也。人爲善則天報之以福。爲惡則天報之以禍。猶人臣有戰功則君賞之以爵祿。敗績則君加之以刑戮。此理之常也。今心奉上帝之命。與物欲之敵相戰。敵不能勝。惟心之命順從則是爲有功於天也。宜富貴壽考。以受爲善之福。而反至貧窮夭折。敵旣勝之。背逆此心之命。宜貧賤夭折。以受爲惡之禍。而反富貴壽考。天之報應。反復乖戾如此。故人之所爲。寧從彼敵利害之誘。不從其主義理之命。人之所以不能無惑也。故下文呼天而問之也。
惟皇上帝。實主下民。始終何乖。與奪何偏。臣雖鄙愚。竊有惑焉。
皇。大也。尊之之辭。○此呼上帝而告之曰。大哉上帝。實位乎上。以主下土之人。福善禍淫。是其理之常也。始者賦命之初。必與人以仁義禮智之性。是欲使人循是性而爲善也。至其終而報應之著則善惡之效。反復如此。是何始終所命之乖戾耶。彼背且逆而得壽考富達者。天何所愛而厚之。此順且從而得夭折貧窮者。天何所憎而薄之歟。是其一與一奪。又何偏而不公如是也歟。臣心雖甚鄙愚。而竊有惑於斯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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