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392)정도전 삼봉집 제12권/경제문감 별집 하/의논(議論/악을 방지하는 도리는 그 근본을 알고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26. 08:17

악을 방지하는 도리는 그 근본을 알고 그 요령을 얻음에 있을 뿐이다[止惡之道在知其本得其要而已]

 

 

대축괘(大畜卦)의 육오(六五) 효사에, ‘거세한 돼지의 어금니이니 길하니라.’ 하였다.

육오(六五)는 인군의 자리에 있으면서 천하의 사악(邪惡)을 방지하는 것이다. 대체로 억조(億兆)의 대중들이 그들의 사특한 욕심을 부리려는 마음을 가지매, 인군이 힘으로 제지하려고 하여 비록 법을 세밀하게 하고 형벌을 엄중하게 하여도 이겨내지 못하는 것이다.

대체로 물(物)은 총괄(總括)되는 데가 있고 일은 기회가 있는 것인데, 성인들은 그 요점을 파악하고 있으므로 억조(億兆)의 마음을 보기가 자신의 한 마음을 보는 것과 같아, 인도하면 행하게 되고 금지하면 그치게 되므로 수고롭게 하지 않고도 다스려지는 것이니, 그 효용(効用)이 마치 거세한 돼지의 어금니와 같게 된다.

돼지는 굳세고 조급한 짐승인데 어금니가 사납고 예리하게 되어 있으니, 만약 억지로 그 어금니를 제어하려고 하면, 힘만 수고롭게 쓰고 그의 조급하고 맹렬한 힘은 제지하지 못하여, 이리 매고 저리 매고 하여도 능히 변하게 하지 못하나, 만일 거세하여 버리면 비록 어금니가 있더라도 굳세고 조급한 성질이 저절로 그치게 된다. 그 효용이 이와 같으므로 길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도둑질을 막는 것과 같으니, 백성들이란 욕심이 있는 것이어서 이득될 것을 보면 동하게 되는데, 만일 가르칠 줄은 알지 못하고 기한(飢寒)에 내몰면, 비록 형벌로 죽이기를 날마다 하더라도 억조(億兆)의 사리(私利)를 탐하는 마음을 이겨낼 수 있겠는가?

성인은 그치게 할 수 있는 도리를 알기 때문에 위엄과 형벌을 숭상하지 않고 정사와 교화를 닦아서, 농상(農桑)의 업(業)을 가지게 하고 염치(廉恥)의 도리를 알게 함으로써, 비록 상을 준다고 해도 도둑질을 하지 않게 하였다. 그러므로 악을 방지하는 도리는, 그 근본을 알고 요령을 얻는 것에 있을 뿐인 것이다.

그들에게 엄한 형벌을 내리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정사를 닦는 것은, 마치 돼지의 어금니가 예리한 것을 염려하여 그 어금니를 제어하지 않고 거세하는 것과 같다.

 

止惡之道。在知其本得其要而已。

大畜六五。豶豕之牙。吉。六居君位。止畜天下之邪惡。夫以億兆之衆。發其邪欲之心。人君欲力以制之。雖密法嚴刑。不能勝也。夫物有總攝。事有機會。聖人操得其要。則視億兆之心猶一心。道之斯行。止之則戢。故不勞而治。其用若豶豕之牙也。豕剛躁之物。而牙爲猛利。若剛制其牙則用力勞而不能止其躁猛。雖縶之維之。不能使之變也。若豶去其勢則牙雖存而剛躁自止。其用如此。所以吉也。且如止盜。民有欲心。見利則動。苟不知敎。而迫於飢寒。雖刑殺日施。其能勝億兆利欲之心乎。聖人則知所以止之之道。不尙威刑。而修政敎。使之有農桑之業。知廉恥之道。雖賞之。不竊矣。故止惡之道。在知其本。得其要而已。不嚴刑於彼。而修政於此。是猶患豕牙之利。不制其牙而豶其勢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