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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604채 보유 ‘임대왕’ 사연은

이름없는풀뿌리 2018. 10. 5. 08:16

주택 604채 보유 ‘임대왕’ 사연은

강성휘 기자 , 강성명 기자 입력 2018-10-05 03:00수정 2018-10-05 04:12    

    

부산 60대, 중소건설사 대표, “사실상 회사가 보유한 물량”
500채 이상 신고 전국 3명 
32만 임대사업자 중 최연소는 2세, ‘미성년 금수저 사업자’ 179명

부산 기장군에 사는 A 씨(67)는 전국에서 집을 제일 많이 갖고 있는 임대등록사업자다. 7월 말 기준으로 A 씨가 소유한 임대주택은 무려 604채. 자신이 거주 중인 아파트 단지에 43채, 인근의 한 임대아파트 단지에 561채를 갖고 있다.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의원(자유한국당)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임대사업자 주택등록 현황(개인 기준)’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A 씨처럼 임대주택을 500채 이상 가진 사람은 총 3명이다. 서울에 사는 40대는 545채를 임대주택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광주에 사는 60대는 531채를 자신의 이름으로 임대등록했다.

이들을 포함해 임대등록 주택 수가 많은 상위 10명이 보유한 주택을 합하면 4599채다. 1인당 평균 460채를 임대주택으로 등록해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이들 상위 10명 중 7명은 임대주택으로 400채 이상을 등록해 운영하고 있다. 이들 중 가장 주택 수가 적은 충남 거주 50대(10위)도 364채를 개인 명의 소유로 등록해 임대사업을 하고 있다. 상위 10명 중에는 40대가 절반이었으며 지역별로는 수도권(4명)보다는 지방(6명)이 많았다.  


연일 치솟는 집값에 ‘하우스 디바이드(House Divide·주택 소유 여부에 따라 계층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어떻게 한 명이 600채가 넘는 임대주택을 보유할 수 있었을까. 동아일보 취재 결과 A 씨는 지방 중소 건설사인 G건설 대표인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개인 이름으로 시행을 하고 시공은 대표로 있는 건설사가 맡는 구조로 사업을 해왔다. 사실상 건설사가 보유한 주택이 전부 개인 소유인 것처럼 오해를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언 유앤알컨팅 대표는 “지방 중소 건설사의 경우 미분양이 날 경우 이를 대표 개인이 떠안아 임대사업 등록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백 채를 갖고 있는 사람 중에는 이처럼 개인 명의로 사실상 기업형 임대를 운영하거나 미분양 물량을 보유한 건설업계 관계자인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했다. 


태어나자마자 내 집 마련에 성공해 임대사업자가 된 경우도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7월 현재 등록을 마친 임대사업자 32만224명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집주인은 2세 영아다. 경기와 인천에 각각 사는 ‘금수저 집주인’들은 그들 이름으로 된 임대주택을 1채씩 소유하고 있다. 이들과 같은 미성년자 임대사업자는 2014년 22명에서 올해 7월 179명으로 늘었다. 이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린 10명은 모두 서울과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산가인 부모나 조부모가 세금을 줄이기 위해 또는 생일 축하금으로 주택을 증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원종훈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팀장은 “갓 태어난 아기에게 임대주택을 증여하는 일부 자산가가 드물긴 하지만 더러 있다”며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임대소득세 등을 줄이기 위해 미성년자 친인척에게 집을 증여하기도 한다”고 했다. 

재산세나 종부세, 임대소득세 등은 가구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개인별로 누진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매기기 때문에 같은 가구 구성원이라도 이를 나눠 갖고 있으면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원 팀장은 “도덕적으로는 비난할 수 있겠지만 세금 측면에서만 본다면 증여세를 모두 납부했다고 가정했을 때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강성휘 yolo@donga.com / 부산=강성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