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정치·시담록

[진보의 분열]민주당만 빼고(임미리), 민주당에 민주주의자가 없다(홍세화)

이름없는풀뿌리 2020. 2. 14. 08:40

신임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수족을 자르고 야당은 그런 장관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했다.

대검 선임연구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기소를 막은 직속상관에게 “당신이 검사냐”고 항의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총장의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 지시를 수차례 거부했다.

여당은 공수처법에 이어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마저 통과시켰고

야당은 다가오는 총선 공약으로 공수처법 폐지를 걸었다.

서초동 촛불집회는 올해도 열렸고 3·1절에는 보수교회를 중심으로 광화문집회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정동칼럼]민주당만 빼고


정권 내부 갈등과 여야 정쟁에 국민들의 정치 혐오가 깊어지고 있다.

총선이 코앞이지만 가까운 사이라도 정치 얘기는 금물이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고 공복이어야 할 국회의원이 상전 노릇한 지 오래다.

그래도 선거 때가 되면 없던 관심도 생기고 배신당할 기대도 또 다시 하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른 것 같다. 깊어진 정치 혐오가 선거 열기도 식히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서도 행정부가 균열을 보이고

국회가 운영 중인데도 여야를 대신한 군중이 거리에서 맞붙고 있다.


이쯤 되면 선거는 무용하고 정치는 해악이다.

자유한국당에 책임이 없지는 않으나 더 큰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촛불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기 때문이다.

권력의 사유화에 대한 분노로 집권했으면서도

대통령이 진 ‘마음의 빚’은 국민보다 퇴임한 장관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 같은 처신은 처음부터 예견돼 있었는지 모른다.

지난 촛불집회의 성과를 국민 스스로 포기했기 때문이다.

누적인원 1700만명이 거둔 결실을 고스란히 대통령선거에 갖다 바쳤다.

2016년 10월29일 시작된 집회는 2017년 4월29일의 23차까지 이어졌다.

5월9일 치러진 19대 대통령선거를 열흘 앞둔 날이었다.

주최 측은 “우리가 대통령선거 날짜 앞당기자고 촛불 들었냐?”며

‘장미대선 No! 촛불대선 YES!’를 외쳤다.

하지만 촛불의 여망을 선거에 담는 순간 모든 것은 문재인 후보를 위해 깔아놓은 주단 길에 다름없었다. 


지금 여당은 4·15 총선 승리가 촛불혁명의 완성이라고 외치지만 민주당은 촛불의 주역이 아니었다.

1987년 6월항쟁에서 야당인 통일민주당은 항쟁지도부인 국민운동본부에 참여해 대정부협상을 주도했다.

그러나 2016년 말 민주당의 역할은 다른 야당들과 함께

촛불시민들의 요구를 사후적으로 수용해 탄핵안을 가결시키는 데 그쳤다.

더욱이 그 과정에서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청와대에 단독 영수회담을 제의해 논란이 됐고,

우상호 원내대표는 탄핵 사유에서 ‘세월호 7시간’을 빼야 탄핵 가결표를 던지겠다는

당시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과 협상에 나섰다. 


2016년 겨울, 국민들은 유사 이래 처음으로 정치권력에 대해 상전 노릇을 할 수 있었다.

1960년 4월혁명과 1987년 6월항쟁 때도 국민의 힘으로 독재정권을 물러나게는 했다.

그러나 야당까지 포함한 정치권력 전체가 국민의 요구에 굴복한 일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촛불시민들은 정당을 포함해 일체의 권위를 부정하고 자신의 행동과 스스로의 힘만을 믿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역전됐다. 정당과 정치권력이 다시 상전이 됐다.

많은 사람들의 열정이 정권 유지에 동원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의 희망이 한줌의 권력과 맞바꿔지고 있다. 


우려는 촛불집회 당시에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 쒀서 개 줄까’ 염려했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됐다.

선거 외에는, 야당을 여당으로 바꾸는 것 말고는 기대와 희망을 담을 다른 그릇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변화에 대한 기대가 ‘2017 촛불권리선언’으로 이어졌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재벌개혁은 물 건너갔고 노동여건은 더 악화될 조짐이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 ‘노동존중’ 구호가 ‘재벌존중’으로 바뀌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며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보다 더 싸우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제는 끊어버려야 한다.

이제는 선거에만 매달리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더 이상 정당과 정치인이 국민을 농락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선거 과정의 달콤한 공약이 선거 뒤에 배신으로 돌아오는 일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그 배신에는 국민도 책임이 있다.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최악을 피하고자 계속해서 차악에 표를 줬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그렇게 정당에 길들여져 갔다.

이번에는 거꾸로 해보자. 국민이 정당을 길들여보자.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알려주자. 국민이 볼모가 아니라는 것을, 유권자도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정당을 만들자.

그래서 제안한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1282028005&code=990308#csidx16c8667420578cda1c3a0c6f1a70eee




'진보지식인 대부' 홍세화 대표 '민주당에 민주주의자가 없다'
...'#민주당만_빼고' 동참 "불용인 집단"

   박근우 기자  2020.02.15 16:11
     

- "그들은 자유한국당보다 더 배타적, 불용인(앵톨레랑스)의 정치집단이 되었다"
- "(민주당은) 국민이 박근혜 탄핵을 요구하면서 거리에 나섰을 때 뒷전에서 눈치를 살피던 기회주의자들이었다"
- "공수처 설치 반대 소신 금태섭 의원에 정치적 린치 행위가 벌어져도 제어하는 민주주의자가 없다"
- ‘문재인 씨’라는 발언을 문제 삼아 떼거리로 아우성칠 때 점잖게 나무랄 줄 아는 민주주의자도 없다"

'진보지식인 대부' 홍세화 ‘소박한 자유인’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이 '민주당만 빼고' 칼럼을 쓴 임미리 교수와 경향신문을 고발했다가 거센 역풍에 고발을 취하하자 "그들은 자유한국당보다 더 배타적, 불용인(앵톨레랑스)의 정치집단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홍세화 대표는 14일 <레드필>에 기고한 '민주당에는 민주주의자가 없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오늘 '더불어민주당'의 ‘더불어’는 오로지 지지자에게만 해당된다"며 '#민주당만_빼고' 캠페인에도 동참했다.


홍 대표는 "권력을 장악하니 세상이 만만하게 보여서일까, 민주당이 오늘 이처럼 '막 가자는 거지요!'가 된 것은 왜일까?"라며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는 도덕적 우월감으로 애당초 독선과 오만에 대한 성찰을 없앴는데, 그 위에 별 노력 없이 집권까지 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밝혔다. 이어 "실상 그들의 태반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태블릿 피시가 세상에 알려진 뒤 국민이 박근혜 탄핵을 요구하면서 거리에 나섰을 때 뒷전에서 눈치를 살피던 기회주의자들이었다"고 덧붙였다.

홍세화 ‘소박한 자유인’ 대표
홍 대표는 "알제리 독립전쟁 당시 알제리 민족해방전선(FLN)에게 군자금을 전달하는 임무를 마다하지 않았던 장 폴 사르트르를 단죄해야 한다는 측근에게 드골이 '그도 프랑스야!'라면서 만류했다는 일화가 있다"며 "그 일면에는 사르트르 자신이 강조했던 '보편성을 추구하는 지식인의 역할'에 대한 존중이 담겨 있다. 하기야 그런 존중을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수뇌부에게 언감생심 바랄 수 있겠는가마는..."이라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그런 불온한 눈을 갖고 있어서겠지만, 민주당 안에 민주주의자가 보이지 않는다"며 "공수처 설치 반대 소신을 밝힌 금태섭 의원에 대한 정치적 린치 행위가 벌어져도 이를 제어하는 민주주의자가 없다. ‘문재인 씨’라는 발언을 문제 삼아 떼거리로 아우성칠 때 점잖게 나무랄 줄 아는 민주주의자도 없다"고 민주당을 거듭 비판했다.


홍 대표는 "선거를 앞둔 시점임을 강조하면서 임미리 씨를 고발했던 민주당인데, 그 민주당 안에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하여 문재인 대통령에게 해명이든 석명이든 자신의 입장을 밝힐 의무가 있다고 발언할 줄 아는 용감한 민주주의자가 단 한 사람도 없다"며 "자유한국당 세력이 오랜 동안 ‘자유’라는 말을 능멸해왔다면, 민주당은 ‘민주’라는 말을 능멸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그런데 전자는 ‘지는 해’다"라며 "그래서 다시 말한다. “민주당만 빼고!”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홍세화 대표는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라는 저서로 유명하며 한겨레신문 기획위원, '학벌없는 사회' 공동대표, 진보신당 대표 등을 역임했고 현재 장발장은행장과 '소박한 자유인' 대표로 있다.

다음은 홍세화 대표가 <레드필>에 기고한 칼럼 전문이다. 



[전문] 홍세화 대표 칼럼 '민주당에 민주주의자가 없다' 

#민주당만_빼고 

며칠 전 임미리 교수의 경향신문 기고글 “민주당만 빼고”를 읽고 나서 나는 거기에 자유한국당을 얹어 “‘민자’ 빼고”를 4월 총선 구호로 하자고 트윗에 올렸는데, 오늘부터 다시 “민주당만 빼고”로  원 위치시킨다. 임미리 교수와 경향신문을 검찰에 고발했다가 취하하는 해프닝을 벌인 민주당에 대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의 정치적 응수다.  

 

민주주의의 기본 요건인 표현의 자유는 정확히 말해 “반대 의견을 피력할 자유”다. 찬성 의견만 용인되는 사회를 우리는 ‘전체주의 사회’라고 부른다. 오늘 “더불어 민주당”의 ‘더불어’는 오로지 지지자에게만 해당된다. 그들은 자유한국당보다 더 배타적, 불용인(앵톨레랑스)의 정치집단이 되었다.


권력을 장악하니 세상이 만만하게 보여서일까, 민주당이 오늘 이처럼 “막 가자는 거지요!”가 된 것은 왜일까?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는 도덕적 우월감으로 애당초 독선과 오만에 대한 성찰을 없앴는데, 그 위에 별 노력 없이 집권까지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실상 그들의 태반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태블릿 피시가 세상에 알려진 뒤 국민이 박근혜 탄핵을 요구하면서 거리에 나섰을 때 뒷전에서 눈치를 살피던 기회주의자들이었다.  


최근에 나는 문재인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했다가 SNS 상에서 “물대포” 비난의 표적이 되었는데, 이번 임미리 씨 고발 해프닝을 보면서 떠오른 일이 있다. “이명박근혜 때 뭣도 한 게 없는 자가 민주주의 위기를 말하냐”는 힐문에 대한 답변의 일부도 되겠다. 나는 박근혜 정권 당시 한겨레 지면에 “박근혜 정권과 어떻게 싸울 것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세 차례 연속으로 기고했다. 4-16 세월호 참사 직전이어서 아직 박근혜 정권의 기반이 흔들리지 않았던 때였다. 그 칼럼을 작성할 당시 내 뇌리에는 박근혜 정권한테서 ‘고발당할 수도 있겠구나’와 같은 걱정은 티끌만치도 없었다. 칼럼 내용이 변변치 못한 탓도 있겠지만, “민주당만 빼고” 정도가 아니라 “박근혜 정권에 맞서 싸우자”고 썼던 나에게, 그리고 한겨레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한겨레 칼럼을 쓰면서 자기검열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요즘의 일이다.  


알제리 독립전쟁 당시 알제리 민족해방전선(FLN)에게 군자금을 전달하는 임무를 마다하지 않았던 장 폴 사르트르를 단죄해야 한다는 측근에게 드골이 “그도 프랑스야!”라면서 만류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 일면에는 사르트르 자신이 강조했던 “보편성을 추구하는 지식인의 역할”에 대한 존중이 담겨 있다. 하기야 그런 존중을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수뇌부에게 언감생심 바랄 수 있겠는가마는...     


그런 불온한 눈을 갖고 있어서겠지만, 민주당 안에 민주주의자가 보이지 않는다. 공수처 설치 반대 소신을 밝힌 금태섭 의원에 대한 정치적 린치 행위가 벌어져도 이를 제어하는 민주주의자가 없다. ‘문재인 씨’라는 발언을 문제 삼아 떼거리로 아우성칠 때 점잖게 나무랄 줄 아는 민주주의자도 없다. 선거를 앞둔 시점임을 강조하면서 임미리 씨를 고발했던 민주당인데, 그 민주당 안에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하여 문재인 대통령에게 해명이든 석명이든 자신의 입장을 밝힐 의무가 있다고 발언할 줄 아는 용감한 민주주의자가 단 한 사람도 없다. 스스로 지지자들뿐만이 아닌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천명했다면, 국민의 ‘일반의지’를 이처럼 모르쇠로 일관할 수 없는 일이다. 임미리 씨도 개탄했듯이, 그것이 조국이라는 한 개인에 대한 ‘마음의 빚’보다도 가벼운 일인가!  


 거듭 묻건대, 자유한국당이나 조중동 등 수구세력에게 힘을 실어주는 세력이 누구인가? 선거 개입에 동원된 청와대 비서실의 인물들인가, 아니면 그런 비위를 비판하는 시민들인가? 정치 검찰과 기레기 언론의 말을 믿느냐고? 공소장을 찬찬히 읽어봐라. 한국어 독해력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증빙이 없다면 꾸며낼 수 없는 범죄혐의점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실로 “적반하장도 유분수”인 시절을 살고 있다.

자유한국당 세력이 오랜 동안 ‘자유’라는 말을 능멸해왔다면, 민주당은 ‘민주’라는 말을 능멸하고 있다. 그런데 전자는 ‘지는 해’다. 그래서 다시 말한다. “민주당만 빼고!”라고.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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