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조물주 위 건물주'..200억짜리에 세금 고작 3천만원
부동산 문제, 장기적 해법을 찾자(중)
건물주와 다주택자 종부세 비교해보니..
건물주 세율은 0.5~0.7%, 다주택자는 0.6~6.0%
국민일보 | 신준섭,이종선 | 입력2020.08.31 07:03
연예인 A씨는 왕성한 방송 활동 외에 성공적인 재테크로도 유명하다. A씨의 주 투자처는 건물이다. 2000년 경매를 통해 약 28억원에 사들인 상가가 시작이었다. 서울 양재역 바로 옆에 위치한 이 건물의 현 시세는 200억원이 넘는다. KT에스테이트에 따르면 이 건물의 가치는 23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현 시점에서 수익률이 8배를 넘는다. A씨는 이 외에도 복수의 건물에 투자해 임대료 등의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비단 A씨뿐만 아니라 알짜배기 자산가들은 주택보다는 건물 투자를 선호한다. 거금이 필요하지만 투자 수익에 비해 세금이 적다는 점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괜스레 다주택자 딱지가 붙어 사회적 지탄을 받으면서 세금을 많이 낼 필요가 없다.
공시가격이 200억원인 건물의 종합부동산세를 예로 들면 이 건물 소유주가 내년에 내야 할 종부세는 2508만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농어촌특별세(종부세액의 20%)를 더해도 3010만원의 세금만 내면 된다. 기본 공제금액 80억원을 제외한 120억원에 95%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을 구한 뒤 0.5%의 세율을 적용한 결과다. 그나마도 이 세금을 다 내는 이를 찾기는 극히 힘들다. 국세청 관계자는 31일 “대다수 건물주들이 상가를 배우자 등 복수 명의로 갖고 있어 각 개인의 공제금액을 빼면 종부세를 내는 이들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건물주들의 세금 부담은 같은 금액의 다주택을 소유한 이들과 큰 차이를 보인다. 조정대상지역인 수도권 내 보유 주택의 공시가격 총합이 200억원인 다주택자는 수억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주택 수에 상관없이 공제금액이 6억원밖에 되지 않는데다 세율도 최고세율인 6.0%를 적용받는다. 종부세를 계산해 본 결과 8억756만원의 세금 폭탄이 떨어진다. 여기에 농어촌특별세를 더하면 총세액은 10억5187만원에 달한다. 동일한 공시가격의 건물을 소유한 이보다 34.9배 더 세금을 내야 한다.
다른 세제도 마찬가지다. 건물을 살 경우 취득세율은 소유 건물이 몇 채든 취득가액의 4.0%인 반면 3채 이상 다주택자의 취득세율은 취득가액의 12.0%다. 건물을 사고 팔 때 양도세율도 다주택자보다 최대 20% 저렴하다.
이 때문에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정부가 ‘투기의 꽃’이라 불리는 건물주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이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정부가 부동산 과세를 강화하면서 다주택자에게는 세금 폭탄을 매긴 반면 건물 소유주의 부담은 늘리지 않았다”면서 “100억원이 넘는 대부분의 고액 자산가들이 건물 소유주인 상황에서 이게 과연 공정한 일인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세종=신준섭 이종선 기자 sman321@kmib.co.kr
[단독]반도건설 권회장의 압구정 80억 아파트 '매매신공'
역대급 양도차익 올렸지만 세금은 절반
결손금 많은 계열사 명의라 법인세 감면
법인세 감면노린 '부실 몰아주기'의혹도
"의심 많이 가는 거래" 서울시 조사 예정
중앙일보 | 함종선 | 입력2021.04.17 05:01 | 수정2021.04.17 08:41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 인근에서 바라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반도건설이 계열사 명의로 사들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매매를 통해 국내 아파트 매매거래 역사상 최고 수준의 수익을 실현하면서 양도 차익 관련 세금은 일반 거래의 절반가량밖에 내지 않아도 되는 ‘신공’을 발휘한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법무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반도건설은 계열사인 케이피디개발 명의로 보유하고 있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76동의 공급면적 264.87㎡(80평) 아파트를 이달 5일 압구정동 아파트 매매거래 사상 최고가인 80억원에 팔았다. 이 아파트와 같은 동 같은 층 옆옆집은 반도건설 권홍사 회장의 자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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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하락세 심할 때 30억원에 경매로 매입
케이피디개발은 2013년 5월 경매 시장에서 이 아파트를 33억1000만원에 낙찰받았다. 당시는 아파트 하락세가 두드러져 '깡통전세(집값이 전셋값보다 낮아져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내주지 못하는 경우)가 36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던 때다. 강남에서도 제일 인기 많은 아파트로 꼽히는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일반 매매시장에서 소화되지 않고 경매시장에까지 나왔다는 것 자체가 매매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아파트 매입자금은 2013년 반도건설이 케이피디개발에 빌려줬다. 케이피디개발의 자본금은 3억원이고 2013년 당시 적자를 내고 있어 30억 아파트를 경매로 사들일 자금 여력은 없었다.
케이피디개발은 비업무용부동산인 이 아파트를 최근까지 반전세(보증금 5억원,월세 500만원)로 세 놓다가 이번에 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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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소득 49억원이지만 14억가량 세금 감면
취득세 등 부대비용을 제외한 케이피디개발의 양도소득은 약 49억원인데, 만약 반도건설 권홍사 회장이 개인명의로 이 아파트를 매입했다고 가정했을 경우의 양도소득세는 약 29억원(1가구 2주택자 양도세율 55% 적용, 지방세 포함)이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법인 명의로 돼 있고, 마침 케이피디개발은 거액의 결손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양도 관련 세금은 15억원가량으로 대폭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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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계열사만 누적 결손금 28억원
법인이 보유한 주택의 양도소득에 대해서는 일반 법인세 20%와 주택양도에 대한 법인세 20%를 내게 돼 있는데 케이피디개발의 경우 누적 결손금이 28억원가량이나 된다. 일반 법인세는 결손금을 차감한 금액이 과세표준이 되기 때문에 세금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일부 세무·회계전문가들은 반도건설이 케이피디개발에 '결손금 몰아주기'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유보라' 아파트 브랜드를 사용하는 반도건설은 이 아파트를 취득할 당시인 2013년 건설업계 순위(시공능력평가액 기준)가 61위였지만 지난해에는 14위를 기록할 정도로 최근 7년간 초고속 성장을 한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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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4개 계열사 순자산 1700억
2019년의 경우 7951억원의 매출액에 99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12.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2020년 감사보고서에 등재된 5개의 계열사 중케이피디개발만 결손금이 28억원(자본잠식 감안)이고 나머지 4개 계열사의 순자산은 1753억원에 이른다.
익명을 요구한 모 중견기업의 회계담당자는 "최고경영자의 뜻에 따라 얼마든지 비용을 특정 계열사 몰아넣을 수 있다"며 "특정 계열사에 거액의 결손금이 누적됐다는 건 반도건설과 계열사 사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문을 제기할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주요 중견건설사 단기대여금 및 분양수입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케이피디개발의 지분은 100% 반도건설 소유이고 반도건설은 창업주인 권홍사 회장과 그의 아들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개인회사다. 이에 대해 반도건설 관계자는 "사업을 하다 보면 적자를 내는 계열사도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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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자기들끼리 가격 올린 건 아닌지" 의심
서울시는 케이피디개발로부터 이 아파트를 사들인 사람들이 반도건설과 특수관계에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 이 아파트 매수자는 같은 현대아파트 24동이 주소지였던 70년대생 2명인데, 아파트 매수대금에서 일부를 남긴 채 명의를 변경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매수자 측이 마련하지 못한 돈 19억5000만원은 근저당 설정을 했다"며 "일반적으로 모르는 사람들끼리는 근저당 설정을 안 해주기 때문에 특수관계가 아닌지, 자기들끼리 가격을 올리는 행위가 아닌지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은 이 거래를 정밀하게 들여다보겠다고 16일 밤에 밝혔다.
이에 대해 반도건설 관계자는 "매수자들은 절대 회사와 특수 관계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강남구에서 15년간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한 공인중개사는 이 아파트 매매를 두고 “기막힌 매수, 매도 타이밍과 부실 계열사를 동원한 기상천외한 절세 기법 등 일반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고단수로 전설적인 수익을 챙긴 사례”라고 말했다.
5대 중견건설사 시공능력평가 순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반도건설은 최소 십여 개의 계열사를 동원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공공택지를 대거 확보하면서 사세를 키웠다. 이른바 '벌떼 입찰'로 필지당 수백억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퍼 로또'부지를 싹쓸이 한 5대 중견 건설사 중 하나다.
또한 이 회사는 계열사 명의로 대한항공 경영권 분쟁과 관련 있는 한진칼 주식(지분율 17.5%)을 사들여 1500억원가량의 평가이익도 얻고 있다. 계열사를 십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함종선 기자 ham.jong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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