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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9m GBC / 초고층의 저주 / 수도권 GTX노선 / 여의도파크원

이름없는풀뿌리 2020. 6. 1. 08:39

1도 어긋나면 8m 오차…569m GBC에 선보일 놀라운 신기술

    [땅집고] 2026년이면 서울 강남 한복판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초고층 빌딩이 들어선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본사 터에 짓는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lobal Business Center·이하 GBC)다. 서울시는 현대차가 2014년 이 땅을 약 10조5000억 원에 매입한 지 6년 여 만인 지난 5월 6일 착공 허가를 내줬다. 이달 안으로 공사를 시작할 전망이다.


    GBC는 대지면적 7만9342㎡, 연면적 92만㎡에 105층(569m)으로 짓는다. 건설비만 3조7000억 원이 들어간다. 현대차는 국내 최고층 빌딩이자 세계 다섯째로 높은 건물이 될 GBC에 첨단 공법을 총동원한 기념비적 건물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 현대건축 1세대 거장 김종성 건축가를 책임 설계자(Director of Design)로 선임했고 28명의 국내외 석학과 오피니언 리더들의 의견을 참고했다. 현대차그룹은 GBC에 어떤 신기술을 선보일까.

    ■105층 꼭대기까지 정사각형 모양 그대로 구현

     


    일반적으로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은 바람과 무게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층으로 갈수록 바닥 면적을 줄인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123층·555m)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GBC는 기존 건물과 달리 네모반듯한 모양이 꼭대기까지 수직으로 곧게 뻗어있다. 자연계의 가장 안정된 상태인 ‘황금분할의 비’로 알려진 피보나치 수열을 응용한 디자인이 통합사옥 건물에 적용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각 층의 가로와 세로 길이가 같고 고층과 저층 면적을 비슷하게 유지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면서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완벽함으로 진화시킨다는 기본 구상 아래 안정감과 미적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라고 했다.

    이런 설계 의도를 구현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지진을 견디고 바람 저항을 최소화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롯데월드타워는 풍(風) 하중과 지진 하중에 효율적으로 저항하는 횡력저항 시스템인 아웃리거 벨트러스(Outrigger & Belt Truss) 방식으로 설계했다. 마치 대나무숲처럼 거대한 콘크리트 중심축(Core)에 외주 기둥을 만들어 보(樑·기둥 위에서 지붕 무게를 전달하는 건축 부재)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외부 기둥은 바람이나 지진에 따른 저항이 발생할 때 중심부가 덜 흔들리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GBC는 롯데월드타워와 다른 새로운 내진·내풍 설계를 선보인다. 현대차는 우선 혁신 기술인 ‘X-브레이스(건물 변형 방지를 위해 대각선으로 잇는 건축부재)’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X-브레이스’는 건물 외벽 안쪽에 비대칭으로 세우는 구조물로 바람 하중에 의한 건물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면서 건물 전체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장점이 있다.

    GBC 건물 최상층부 일부 입면은 피라미드를 본 떠 유리창이 건물 안쪽으로 살짝 기울어진 형태로 상부 꼭지점에서 모인다. 이는 바람을 자연스럽게 흐르게 해 건물에 생기는 바람 하중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 롯데월드타워 2배 넘는 철강재 사용

    초고층 빌딩을 지탱하려면 터파기부터 건물 기초 공사에 막대한 양의 철근과 고강도 콘크리트가 필요하다. 롯데월드타워를 지을 때는 지하 38m까지 땅을 파내고 그 아래 단단한 암반층에 지름 1m, 길이 30m 크기 쇠기둥 108개를 박아넣어 암반을 보강했다. 그 위에 철근 4200톤과 고강도 콘크리트 8만톤을 투입했다. 가로 72m, 세로 72m, 높이 6.5m (3만2000㎥)의 거대한 기초를 만들기 위해 레미콘 믹서 트럭 5300여대를 동원해 32시간 동안 연속으로 타설해 전체 공사에 22만㎥의 레미콘을 사용했다.

    [땅집고] 초고층 건물에 사용하는 고강도·초 고강도 콘크리트의 사용 범위와 강도./조선DB

    GBC는 연면적이 92만㎡에 달해 롯데월드타워(80만㎡)보다 더 크다. 롯데월드타워의 2배가 넘는 약 17만톤의 철강재가 필요하며 기초공사에 사용할 레미콘 양도 롯데월드타워보다 훨씬 많을 것이란 분석이다. 전체 공사에는 적어도 레미콘 35만여㎥가 들 것으로 예상한다.

    초고층 건물을 안전하게 지으려면 첨단 위성측량시스템이 필수적이다. 건물 지표면에서 1도만 어긋나도 500m 높이에서 8m 이상 오차가 발생하는 탓이다. 롯데월드타워는 스위스 라이카의 위성측량시스템으로 오차 범위를 75㎜로 줄였다. 여의도 파크원 역시 최첨단 GPS 3대를 설치해 인공위성과 신호를 주고 받으면서 초고층 건물의 수직도와 기울기를 수시로 점검했다.

    GBC는 위성 측량기술을 활용해 시공 오차와 설계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빌딩정보모델) 시뮬레이션 기술을 도입할 전망이다. BIM 은 3차원 설계 방식을 기반으로 건축물의 모든 정보를 통합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시공 전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찾아내 드론과 레이저 스캐너로 3차원 데이터를 확보해 매우 정밀하게 시공할 수 있다.

    ■ “GBC, 아시아 최고 랜드마크될 것”

    아시아 최고의 랜드마크가 될 GBC는 외관부터 화려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설계를 맡은 김종성 건축가는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질 때 건물 내부 유리로 들어오는 햇볕을 고려해 외부 마감재를 유리와 금속 틀로 구성했다. 일반 45㎝ 금속이 1.5 m 간격으로 박혀있는 구조로 건물을 정면으로 보면 유리가 투명하게 다 보이지만, 조금 옆의 각도에서 보면 금속 틀이 유리를 가려 안쪽이 잘 보이지 않는다. 즉, 태양의 변화와 보는 각도에 따라 건물 모습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명식 동국대 건축학과 교수(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장)는 “초고층 건물은 높게 올리는 것 외에 각종 첨단 기술을 집대성하는 작업이어서 그 나라 건축기술 발전을 한 번에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며 “아시아에선 중국을 제외하면 초고층 빌딩을 많이 짓는 나라가 없다는 점에서 한국 건축사적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했다.

     

     

     

     

    GTX 30개 역에 환승센터… 3분내 갈아탄다

    유원모 기자 입력 2020-06-03 03:00:00 수정 2020-06-03 03:41:38

    국토부, 지자체 대상 시범사업 공모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가 지나갈 수도권 30개 역사에 버스, 지하철, 경전철, GTX 등을 한자리에서 이용할 수 있는 통합 환승센터가 들어선다. GTX 역사 지하에 환승센터를 설치하는 등 최적의 환승 동선을 마련해 환승 시간을 3분 이내로 단축한다는 게 목표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GTX 계획과 철도·버스 간 환승 동선을 선제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GTX 역사 환승센터 시범사업 공모’를 추진한다고 2일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 철도사업이 완료된 후 환승센터를 건립하던 관행으로 인해 환승 동선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지역 여건에 익숙한 지자체의 참여를 통해 GTX 역사를 다른 교통수단 간에 연계환승이 쉬워지도록 꾸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GTX는 일반 전철보다 최대 3, 4배 빠른 최고 시속 180km로 운행하는 특성상 역 간 거리가 멀고, 지하 40m가 넘는 대심도(大深度) 공간에 건립된다. 정부는 GTX 3개 노선이 건설되면 하루 이용객이 100만 명에 이르고, 2시간이 넘는 출퇴근 시간이 30분대로 단축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전문가들은 전철, 버스 등과의 연계환승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GTX 사업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현재 국토부의 계획에 따르면 GTX A·B·C 3개 노선으로 예정된 30개 역사 가운데 환승센터 설치가 예정된 곳은 GTX 노선 2개 이상이 환승하는 서울역, 청량리역, 삼성역 등 3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27개역 가운데 14곳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GTX 역사 인근에 환승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나머지 13곳은 환승센터 계획이 전무하다. 이에 국토부는 이번 공모에서 △환승 동선 180m 이내 △환승 시간 3분 이내 △환승센터 지하 배치 등을 기준으로 제시하며 서울역 등 3개역을 제외한 27개역(기존 추진 14개역 포함)에도 통합 환승센터를 구축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3개 조건은 예시로, 해당 역사의 여건에 맞게 GTX 역사 출입구, 대합실 등을 자유롭게 구상할 수 있다”며 “대표적으로 2016년 4월 문을 연 경기 수원시 신분당선 광교중앙역 환승센터는 규모는 작지만 지하에서 한 번에 버스와 전철 환승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참고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등 공유 모빌리티를 활용하는 등 주민 편의를 제고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 등에 대해 가점을 부여할 계획이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계획안은 GTX 기본계획 및 민간투자시설사업 기본계획(RFP)에 반영하도록 해 지자체 구상안의 실현 가능성을 높일 방침이다.

     

    해외에서는 철도 역사를 중심으로 한 복합 환승센터가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경우가 많다. 프랑스 파리의 라데팡스는 지하에 프랑스 고속철도(TGV), 지하철, 버스, 택시 환승센터를 건립하고 지상에는 300∼400m의 고층·고밀도 상업시설을 밀집시켜 파리의 새로운 경제 중심지로 떠올랐다.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트랜짓센터, 네덜란드의 위트레흐트역도 건축미와 도시 교통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환승센터다.

    다만 전문가들은 서울 도심, 수도권 외곽 등 지역별 특성에 맞는 환승센터 공모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유럽에선 시민들이 집에서 가까운 역까지만 자동차로 이동하고, 이후에는 광역철도를 통해 통근하는 파크 앤드 라이드(park and ride) 방식을 고려한 역사 개발이 보편화돼 있다”며 “수도권 외곽의 환승센터에는 단순히 버스, 전철뿐 아니라 자가용 환승도 고려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현대차·롯데 덮쳤던 ‘초고층의 저주’, 중국에 직격탄

    <차학봉기자의 부동산 봉다방>
    초고층 짓던 헝다 디폴트, 중국 부동산업체 연쇄 부도위기
    사막의 기적 두바이, 세계 최고층 완공 시점에 경제 위기
    초고층 추진에 주가 폭락했던 현대차, 50층으로 계획 변경
    롯데, 한국 최고층건물에 막대한 투자, 신규사업 진출 늦어져
    인천시 151층 재추진, 초고층 시행사 부도 속출
    초고층 랜드마크 시대 종언, 상징물 디자인 경쟁시대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입력 2022.07.23 08:54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에는 헝다국제파이낸셜센터 예정 부지가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이 높이 518m, 128층 규모로 2025년 완공 목표로 사업을 추진했다. 파산위기에 몰리면서 사업이 보류된 상태이다. 헝다그룹은 자동차 산업에도 진출, 전기차 생산을 준비중이다. 중국에는 전 세계 20대 초고층 건물 중 9개가 몰려 있다. 현재 중국에서 건설 중인 높이 500m 이상 초고층 건물은 8개나 된다. 작년 헝다그룹의 파산위기이후 부동산 버블 붕괴론이 나올 정도로 중국 부동산업계는 연쇄 부도위기에 몰렸다. 부동산 가격 하락과 경기 침체 등이 겹치면서 중국 내 초고층 건물 계획은 상당수 보류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이른바 ‘마천루(초고층건물)의 저주’가 ‘부동산은 불패’라며 초고층 건물 건설붐을 주도하던 중국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초고층의 저주는 도이체방크의 분석가 앤드루 로런스가 제시한 가설로, 초고층 건물 건설 자체가 경제위기를 예고한다는 것이다.

    헝다그룹이 추진했던 안후이성 허페이시의 헝다국제파이낸셜센터 조감도, 높이 518m, 128층 규모로 2025년 완공 목표로 사업을 추진했으나 파산위기에 몰리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위키피디아

    ◇초고층 저주, 두바이, 중국도 직격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초고층 빌딩 건설은 주로 부동산 버블기에 추진이 되는데, 정작 건물이 본격화되거나 완공 시점에는 버블이 꺼지고 경제 불황을 맞는다는 것이 ‘초고층의 저주’이다. 초고층 건물은 자재비, 건축비가 많이 들고 공간활용이 어렵고 운영비가 많이 들어 사업성이 떨어진다. 사업성 떨어져도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것은 호황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무한 낙관론을 배경으로 기업이나 국가가 ‘위세 과시형’ 으로 사업을 밀어 붙인다. 1930년대 미국 뉴욕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102층)이 완공됐을 때 대공황이었다. 1997년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트윈타워(88층, 451.9m)가 완공할 즈음에는 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했다. 사막에서 기적을 일으켰다는 칭송을 듣던 두바이도 ‘초고층의 저주’를 피할 수 없었다. 세계 최고층인 부르즈할리파(828m, 162층)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던 2009년 국영기업의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 선언으로 두바이는 경제위기에 빠졌다. 아랍에미레이트의 구제금융으로 위기를 넘겼으나 경제가 회복되는데는 수년이 걸렸다. 부르즈할리파를 뛰어넘는 167층, 1007m의 건물을 목표로 했던 사우디아라비아 제다타워는 2013년에 착공했다. 불투명한 사업성에다 코로나 여파 등으로 2018년 1월 이후 공사가 중단됐다.

     

    ◇초고층으로 주가 급락 현대차, 100층 건물 50층으로 바꿔

    2017년 개장한 한국의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123층, 555m)는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숙원 사업이었다. 서울공항 항공기의 안전성, 교통 혼잡 우려가 겹치면서 건축허가를 받는데 20년 이상이 걸렸다. 총 공사비로 4조2000억 원이 들어갔다. 엄청난 투자비와 운영비용으로 건물 자체만으로는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워 ‘영구 적자 건물’이라는 쓴 소리도 듣고 있다. 롯데그룹이 한국 최고층 빌딩이라는 상징성을 획득했지만, 천문학적 자금을 건물신축에 투자하는 사이 사업다각화와 신성장 동력 확보에 뒤처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초고층 빌딩 탓은 아니겠지만 공사기간을 전후해 형제의 난, 사드보복, 면세점 취소 등 롯데는 유례없는 암흑기를 보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차 신사옥인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의 완공후 예상 모습. 현대차 그룹은 당초 100층이상 초고층 건물을 지으려던 계획을 변경, 50층 규모로 축소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한때 초고층의 저주에 빠졌다. 현대차그룹이 2014년 강남구 삼성동의 한전부지를 10조5500억원에 사들였다. 관련 계열사와 자동차 전시관 등이 입주하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짓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10조원은 전세계 주요 도시의 랜드마크급 빌딩 10개를 구입할 수 있는 천문학적 돈이었다. 한전부지 예상 낙찰가가 4조∼5조원 수준이었는데, 갑자기 삼성이 입찰에 참여하면서 터무니 없이 가격이 치솟았다. 자동차 업계에선 10개의 자동차 조립공장 건립, 20여 종의 새 차 모델 개발, 글로벌 완성차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자금을 사옥건설에 투자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왔다. 삼성동 부지 낙찰을 전후로 외국인 투자가들이 현대차 주식을 대거 팔아 치우는 바람에 주가가 급락했고 전고점 회복에 거의 7년 정도가 걸렸다. 2020년 10월 현대차 회장에 취임한 정의선 회장은 결국 100층 이상 초고층을 포기하고 50층짜리 3개동으로 변경했다. 건물 높이를 기업 자존심으로 여기던 1,2세 재벌회장과 달리, 젊은 회장은 실용주의를 선택한 것이다. 당초 건축비만도 약 3조7000억원대였지만, 계획변경으로 비용이 1조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 자율주행차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경남기업은 1조5000억원을 들여 베트남 최고층 건물을 완공했지만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초고층 건물 포기 삼성, 사옥 대거 매각

    삼성동 부지를 놓고 현대차와 경쟁을 벌였던 삼성그룹도 한때 초고층 빌딩을 추진했다. 고 이건희 삼성 전 회장은 90년대 강남 도곡동에 102층 규모의 삼성타운을 짓는 계획을 추진했다. 주변에 교통혼잡을 초래한다는 주민들의 민원으로 좀체 인·허가를 받지 못했다. 1998년 외환위기가 터지자 초고층의 꿈을 접었다. 삼성은 공사비가 많이 들어 사업성이 떨어지는 100층 건물 대신 지금의 타워팰리스를 지어 분양했다. 사옥대신 현금을 챙긴 것이다. 삼성은 외환위기를 계기로 전자, 반도체에 집중투자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삼성그룹은 삼성생명 태평로 본관, 서초동 삼성물산 사옥,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 등 관계사 사옥을 대거 매각했다. 삼성이 그룹의 역사가 담긴 건물까지 매각한 것은 건물로 사세를 과시하는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서울시, 인천시 100층 고집에 빈땅 방치

    2000년대 후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한국에서도 초고층 건물 붐이 거세게 불었다. 롯데타워와 현대차의 삼성동 GBC외에도 용산 랜드마크 빌딩(110층, 620m),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랜드마크 (130층, 580m), 인천 송도 인천타워(151층.610m), WBC 솔로몬타워 (108층 500m) 등이 한꺼번에 추진됐다. 하지만 사업성 부족, 자금난 등으로 10년 이상 추진 자체가 되지 않았다. 무리한 사업추진을 하다 관련 업체가 부도를 내기도 했다. 용산, 상암동, 송도의 부지는 여전히 빈땅으로 방치돼 있다. 최근 인천시장 인수위측은 “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123층·555m)보다 높은 국내 최고층 타워를 인천 송도에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2009년부터 빈 땅으로 방치한 서울 상암동 DMC 랜드마크 빌딩 사업 부지. /성형주 기자

    하지만 앞으로도 초고층 빌딩 추진자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리가 치솟고 경기침체 우려가 나오는 등 사업 여건이 더 악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롯데월드타워 완공이후 초고층이 갖는 랜드마크적 희소성과 상징성이 사실상 없어졌다. 세계적으로도 중국에 너무 많은 초고층 건물이 건설돼 희소성 자체가 거의 없다. 중국 정부는 2020년 안전상의 이유 등을 들어 높이 500m 이상 빌딩의 신축을 원칙적으로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초고층 보다 상징성 확보할 수 있는 디자인과 활용이 더 중요

    기업이 사업성 없는 부동산 사업에 수조, 수십조 단위의 투자를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SK, 롯데 등 대기업들은 보유 건물을 리츠에 매각, 건물을 임대해 사용하면서 신사업 투자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초고층 건물을 통한 상징성 획득과 관광객 유치 활용 등의 이유를 들어 초고층에 집착한다. 시대착오적이다. 뉴욕의 허드슨야드의 랜드마크는 초고층건물이 아니다. 높이 45m의 벌집 모양의 청동색 개방형 건축물 베슬(Vessel)이다. 이 건물은 계단 2500개와 전망 공간 80개로 이뤄져있다. 건물 내 계단을 올라가며 맨해튼 시내와 허드슨강을 다양한 각도로 조망할 수 있는데다, 독특한 외관으로 ‘뉴욕의 에펠탑’이란 별칭까지 붙었다.

    미국 뉴욕의 ‘허드슨 야드(Hudson Yards)’.고층 빌딩과 함께 가운데 15층짜리 나선형 계단 건물 ‘베슬(Vessel)’(오른쪽)은 뉴욕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스페인의 작은 항구도시 빌바오는 주력 산업인 철강·조선 산업이 아시아 국가에 밀리면서 경기침체에 빠졌다. 빌바오가 선택한 활로는 건축과 문화였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분관’은 감탄이 절로 나오는 독특한 외관으로 1997년 완공되자마자 단숨에 세계적인 명소가 됐다. 연간 1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빌바오는 도시 개발의 새로운 모델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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