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 꽃
- 권영국 / 2003/04/15 -
우르르 구름처럼 하얗게 몰려들어
곤두선 치솟음에 꽃 물을 질금질금
미친 듯 날아다니는 흥분한 웃음 살
바람에 울먹임을 흥건히 품에 안고
후루룩 사정없이 하얗게 무너지며
까르르 자지러지는 봄눈이 눈물짓다
백두옹白頭翁
- 권영국 / 2003/04/15 -
봄바람 살랑이다 하늘을 비질하면
허공에 매달린 가녀린 구름눈물
뚝 뚝 뚝 봄 언덕길을 적시던 화창한 날
부서진 햇살 한 톨 한 아름 눈부시면
땅껍질 겨드랑이 간질다 고개 드는
멈춰선 한줄기 꽃자루 무덤 가를 두리번
온몸을 감아 도는 두루마리 같은 전설
이승의 꽃 향기를 말없이 등 지고
홀로 이 고개 숙이는 붉은 꽃 백두옹
세월이라 한다네
- 권영국 / 2003/04/07 -
핏발이 문신처럼 새겨진 낡은 육신
등허리 굽어 가면 매질하는 욱신거림
지친 몸 깊게 패인 주름 하나 둘 늘어나니
켜켜로 쌓여 드는 적막한 지친 어깨
하얗게 배인 머리 가슴을 쓸고 웃으면
머리로 하얀 별들이 주절주절 내려앉고
턱 괘면 비벼대는 지나간 흑백추억
철 철 철 돌아가는 철 지난 필름이다
'훅'하며 스치는 바람이 세월이라 말하네
은빛물고기의 비애(悲哀)
- 권영국 / 2003/03/24 -
날렵한 은빛 비늘 바다로 묻어두고
허공을 뻐끔대다 썰물로 떠난 비애(悲哀)
조그만 그릇 사이로 바다 살점 비릿한데
점점이 사라지는 차가운 파도소리
소돔과 고모라의 처절한 운명처럼
섬뜩한 돋은 소름 살 혀끝에서 사르르
까르르 자지러진 한바탕 웃음소리
절망을 메아리로 껴안고 철석이면
노을은 눈시울 적시며 바다로 떨어진다.
뿌 리
- 권영국 / 2003/03/18 -
옷 거름 풀어헤친 봄꽃을 바라보며
시인은 노래하지 송이송이 꽃 노래를
하지만 나는 보았어 뿌리들의 눈물을
세상이 두려운지 땅으로 달라붙어
밀치고 들어가는 희망 없는 절망으로
어둠을 뒤스럭거리다 제 가슴에 묻고 살지
얄궂은 꽃잎이 햇살 먹고 키 키우면
더 깊은 땅속으로 묻어둔 화두를 향해
붉어진 목젖을 토하며 울고있는 것을
시조창 강좌 1 / 시니어학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