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의 구봉산
지난 가을(05/10/3, 월, 개천절)
아내와 구봉산을 찾았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데리고 자주 찾아 왔던 곳이다.
이렇게 가까이에,
이렇게 부담없이,
산책하듯이 올 수 있는 산하가 있어서 좋다.
아내야!
산에 온 순간 만큼은 모든 갈등과 애증을 잊어버리고
우리 둘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선남선녀라 믿자꾸나.
비록 저 산 아래에 내려가면 어떠한 세파(世波)가 달려들어
우리를 할퀴고 괴롭힐 것이 예상 될지라도
자! 산 위에서 내려다 보는 저 개미집만도 못한 인간세계가
얼마나 가소롭고 우스웁지 않니? 아내여!
이러한 푸근한 마음으로 내려가면
이제 다 자란 아이들에게도 그러한 사랑을 전해 줄 수도 있지 않겠니?
아내야! 비록 우리 아이들이 많은 부분 이해되지 않는 모습일지라도
폭풍노도가 몰아치는 청소년 시절을 겪고 있는 그들에게
우리의 DNA를 조합하여 만든 우리의 기득권을 주장하기에 앞서
산에서 배운 이러한 너그러움을 걔들에게
베풀어 준다면 하등 충돌이 없을 텐데...
그게 왜 안될까?
가정이 그렇듯
사회도, 국가도, 제도도
그러기에 역사는 이루어지고, 씌여지겠지만
우리는 기록을 의식하지 않고 즉흥 교향곡을 쓰고야 마는 우(愚)를 범하고 말지.
그리하여 우리 주변에 이별은 끊임없이 이루어지지.
연인끼리는 사랑하기에 만남을 단단히 하지 못하고 헤어지고,
친구끼리는 우정을 위하여 결별을 단행하고,
이 가을에 새순을 위하여 붉은 나뭇잎은
사랑하는 나뭇가지를 떠나는 즉흥교향곡을 노래한다.
우리는 떠나는 이별의 역사에 익숙하여야 한다.
우리의 아이들도 언젠가는 우리의 품을 떠나야 하고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당신과 내가 만났듯이
언젠가 당신과 나는 잡은 손을 놓아야 한다.
강가에서 이 편과 저 편을 사이에 두고 서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
누군가는 먼저 나룻배를 타고 저 편으로 떠나가야 한다.
피할 수 없는 대자연의 섭리에 대비하여야 하고
우리의 삶이란게
그 때를 위하여 기억 속에
단 몇 초의 영상을 새겨넣는 작업인지도 모른다.
스너피를 복제하고
스너피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다정스레 눈길을 주고 받던
제랄드 섀튼 교수가 황우석교수와 결별하였다.
대학자인 그가 결별까지 성언할 정도로 학문의 세계에도 애증이 있을까?
언론에 비친 대한민국 국보 황우석 교수의 온화한 미소마져도 결별을 낳게한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라면 이 세상의 진리란 것도 별개 아니고 거기서 거기다.
고상한 논리로 포장된 분야 거개가 이 세상의 매커니즘 논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한 궤를 꿰둟은 섀튼 교수가 또 다른 만남을 위하여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간 것일까?
세상이 그렇더라도
우리의 아이들이 그래선 안된다는 것을 우리는 믿는다.
건강한 아이들이기에,
심지 만큼은 올곧기에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을 믿는다.
배달9202/개천5903/단기4338/서기2005/11/16 이름 없는 풀뿌리 라강하
1. 낮은 산이지만 계룡의 발톱처럼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이어진 연봉으로
병풍처럼 늘어서 대전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2. 그리하여 대전 8경의 하나에 속하는데 산아래에까지 개발 붐이 일어 조금은 심란하다.
3. 그래도 쉽게 산 속에 들 수 있고 고즈넉한 맛이 있어 가족단위로 찾기에 아주 적당하다.
4. 이러한 봉우리가 9개 있어 구봉산인데 실제로는 20여개는 될 듯 싶다.(세어보지는 않했지만) - 전체 왕복 4시간
5. 산 아래 남사면은 흑석리 일대로 대전의 청정하천 갑천이 휘감아 지나가는데...
6. 강이 휘감아 섬을 만들어 마치 강원도 영월의 동강에 온 듯한 착각마져 들게 한다.
7. 그래서 여기서 한컷, 나의 꿈은 저 아래 밭 몇떼기 사서 전원주택을 지어 사는 것.
8. 옛날엔 신선들이 노닐어 신선봉이라고도 했다는데 철탑과 아파트촌 건설에 신선들이 도피하여 갔다고 한다.
덧붙임)
높이 264.1m인 구봉산은 서구 관저동, 가수원동, 괴곡동, 흑석동, 봉곡동에 둘러 싸여 길게 서 있으면서 아홉 개의 봉우리가 모두 제각기 멋을 자랑한다. 또한 봉우리가 가지런히 수려한 모습으로 솟아 있어 마치 병풍에 그려진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이 산의 남쪽에는 갑천이 휘돌아 흐르고 있으며, 바위 벼랑을 이루어 가파르기는 하나 1993년에 건립한 구각정 전망대에서 보면 서구 관내가 한눈에 조망되어 참으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이 구봉산(九峯山)은 높은 봉우리가 아홉 개가 빼어나게 솟아 있다 하여 구봉산이라 표기하고 있으나, 옛날 여지도서에는 구봉산(九鳳山)으로 기록되어 있다. 즉, 구봉산은 계룡산의 산줄기가 동남쪽으로 치달리다 진잠에서 불끈 솟아나온 아홉 봉우리가 있다 하여 구봉산(九峯山)이라 했다지만 일설에는 아홉 마리 봉새형으로 구봉산(九鳳山)으로도 불린다. 그것은 이곳에 구봉귀소형(九鳳歸巢形) (아홉 마리 봉새가 집으로 돌아오는 형)으로 명당이 있다 해서 부른다고 한다. 또 일설에는 아홉 봉우리가 한 줄로 늘어서서 마치 조복 입은 대신들이 허리를 굽혀가며 신도안으로 들어가는 형국이라 하여 군신입조형(群臣入朝形) (신하들이 조정에 들어가는 형상)의 명당이 있다는 전설도 있다. 어쨌든 구봉산은 대전팔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암괴석(奇岩怪石)으로 이루어진 산으로 특히 가을 단풍의 풍경은 더욱 일품이다. 구봉산은 높이 264.1m밖에 안 되는 낮은 산이지만 신선이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이 있으리만큼 경관이 아름답고 산세가 수려한 곳이다. 또한 구봉산 남쪽에는 갑천이 휘돌아 흐르고 있으며 깎아지른 듯한 벼랑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신비감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이 산에는 유난히 산벚나무가 많아서 봄에는 하얀 꽃이 산비탈 숲에 점점이 수를 놓고, 그 위에 바위 봉우리들이 우뚝우뚝 솟아 경관이 참으로 아름답다. 이처럼 경관이 좋고 기이한 바위 봉우리들이 줄지어 서 있기 때문에 호남고속도로에서나 가수원, 진잠 일대에서 구봉산은 쉽게 눈에 띈다. 밖에서 볼 때 이 산의 바위 봉우리들이 우뚝하고 험해서 오르기가 어려울 듯 하지만 그 봉우리들에 붙어보면 묘하게 길이 잘 나 있어 가파르기는 하나 그리 어렵지 않다. 전북 진안군 주천면 운장산 옆의 구봉산도 경관이 좋기로 유명해서 찾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구봉산 이름을 가진 산들의 봉우리는 꼭 아홉 개로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팔각산, 팔봉산, 팔영산처럼 여덟이나 아홉은 좀 많은 수를 뜻할 때가 많다. 여기 구봉산도 대고개에서 비재까지의 큰 봉우리가 아홉 개로 셀 수도 있지만 애매한 점이 있다. 구봉산은 원래 산이 아름답고 골이 깊었기 때문에 산에 얽힌 이야기가 많고 산제나 부락제 등 이와 관계된 민속이 많이 전해진다.
金錡泰
부산에도 구봉산이 있소이다^^ 다녔던 국민학교 교가에도 나왔다 아잉교. 그래서 포스트제목만 보고 깜짝 놀랐지요. 으잉 풀뿌리동지가 어떻게 구봉산을 아는가해서..... 부산은 APEC으로 시민들의 불편불만이 보통아입니더. 제가 사는 해운대는 특히 더하지요. 어제(그러니까 16일 저녁)는 광안리 바다에서 사상최대의 레이져 불꽃놀이때문에 시의 전체교통이 완전 마비되었다 아입니꺼. 한발에 5천만원하는 폭죽 세발을 바롯, 무려 16억이나 되는 폭죽을 밤하늘에 날려 보냈지요. 보는 순간은 화려하고 멋있지만 혈세가 밤하늘의 적막속으로 사라진다는 사실에 마음 한편이 허전합디다. 외국의 귀빈들이 부산을 방문하니 대접은 물론 잘 해야되겠지만 전시행정으로 엄청난 돈을 낭비하며 주객이 전도되는 불편을 초래하니, 히유..... 2005/11/18 03:58:25
풀뿌리
흑백필름을 반추하다니 우리의 동갑님께서도 지천명에 접어들긴 했나보구려. 폭죽 한 발이 5천만원이라니 여기는 분명 소돔과 고모라의 도시라는 생각입니다. 그들은 이 축제 분위기에서 얻어지는 감가상각과 수지분석을 하여 공중에 날린 16억에 대한 변명을 하겠지만, 전국의 도농(都農)에 널린 러브호텔에 대하여는 수요공급의 법칙이란 논리로 변명하겠지만 그렇다면 리더는 왜 있고, 국가란 조직은 왜 있고, 윤리는 왜 있냐는 거지요. 분명 이 시대에 리더도, 국가도, 윤리도 없고 땅에 떨어졌소이다. 아니 죽었소이다. 그러기에 이 낙엽이 쓸쓸하게 합니다. 흑백 필름을 반추하게 합니다. 궁핍했어도 그 시절의 필름을 돌리면 거기에 윤리가 있었고 국가가 있었고 리더가 있었기에 그 시절이 그리운겁니다. 저도 그렀습니다. 50여년 맞이한 가을이지만 유난히 쓸쓸한 가을 입니다. 애상(哀想)이 물결치는 이즈음입니다. 배달9202/개천5903/단기4338/서기2005/11/18 이름 없는 풀뿌리 라강하(백) 2005/11/18 10:14:21
로사리아
구봉산, 수려하군요. 산이 거기 있어 오르시겠죠?
느-을 평안한 날들 되시기 바랍니다. 2005/11/18 1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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