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7/3/25(일)
아내와 [박정자-장군봉-공암]
2시간여의 단출한 산보.
(2)
집을 나서니
화단의 벚꽃은
건드리면 곧 터져버릴 듯하다.
흡사 잘 생긴 여자의 젖꼭지같이
발그레하다.
목련 또한
하늘이란 바다에
하염없이 흘러가는
한 점의 흰 돗단배이다.
(3)
붉으레한 진달래는
훈훈한 날씨에 치렁한 치맛자락을
훌렁훌렁 벗어서
장군봉의
늠름한 근육질의 암릉에 걸쳐 놓았다.
(4)
장군봉을 넘어서니
북측엔 햇빛이 약하여
연달래가 자리하였더라.
선조들은
붉은 색깔이 진한 것을 진달래,
연한 색의 진달래를 연달래, 얀달래라 하였다는데...
연분홍의 연달래가
수줍음에 말도 못하고
엷은 미소를 애써 감추며
웃저고리를 여미며
그래도 궁금한지 손가락 사이로 살짝 쳐다보더라.
하산하여
서기 선생의 일화가 서려있는
상신리 공암으로 내려오며 보니
뚝방에 민들레와 더불어
무릅 군락이 땅을 뚫고 솟아 오르더라.
무릅하면
먹거리가 어렵던 어릴적
어머니가 일하고 돌아오시다
밭둑에서
한움큼 캐어다
솥에 넣어 삶아 주시던 기억이 난다.
달착지근하던 무릅 - 최고의 간식이었다.
(5)
돌아오다
어떻게 놀고 있는지 궁금한 애들이 있어
수목원이란 탁아소에 들러보니
선생님의 보살핌으로
아주 잘 놀고 있었다.
그런데
애들은 역시
저 넓은 천연의 대자연에서
마음껏 뛰놀아야 더욱 예쁘게 보일 것 같은
예감이 들더라.
배달9204/개천5905/단기4340/서기2007/3/25 이름 없는 풀뿌리 라강하
1. 처녀의 유두같은
2. 호수에 떠다니는
3. 장군의 늠름한 암릉에 의지한 진달래
4. 공암 근처의 연달래, 얀달래
5. 공암 뚝방에서 본 민들레
6. 수목원의 깽깽이풀꽃 - 실패작이나 아쉬워 올림.
7. 눈개승마 - 지난 주보다 쑥 자람.
8. 돌단풍
9. 지난 주 찍으려다 실패한 사프란
10. 무스카리의 화려함.
11. 물솜방망이는 벌써 꽃망울
12. 막 대지를 뚫고 나오는 좀비비추의 샛잎에 아직 흙이 묻어 있다.
13. 빈카 - 실패작이나 아쉬워 올림.
14. 세복수초
15. 애기기린초 - 지난 주 보다 쑥 자람.
16. 작약 - 지난 주와 비슷(더디 자람)
17. 큰 꿩의 비름 - 잎 사이 들어있는 것은 물방울
18. 날씨가 흐려 할미가 꽃잎을 닫음.
19. 날씨가 흐려도 꽃잎을 연 수선화
(음악과 시는 언제나 이영혜님의 방에서 가져옴)
수 선 화 - 유치환
몇 떨기 수선화
가난한 내 방 한편에 그윽히 피어
그 청초한 자태는 한없는 정적을 서리우고
숙취의 아침 거칠은 내 심사를 아프게도 어루만지나니
오오 수선화여
어디까지 은근히 은근히 피었으련가
지금 거리에는
하늘은 음산히 흐리고
땅은 돌같이 얼어붙고
한풍은 살을 베고
파리한 사람들은 말없이 웅크리고 오가거늘
이 치웁고 낡은 현실의 어디에서
수선화여 나는
그 맑고도 고요한 너의 탄생을 믿었으료
그러나 확실히 있었으리니
그 순결하고 우아한 기백은
이 울울한 대기 속에 봄안개처럼 엉기어 있었으리니
그 인고하고 엄숙한 뿌리는
지핵의 깊은 동통을 가만히 견디고 호을로 묻히어 있었으리니
수선화여 나는 너 위에 허리 굽혀
사람이 모조리 잊어버린
어린 인자의 철없는 미소와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나니
하여 지금 있는 이 초췌한 인생을 믿지 않나니
또한 이것을 기어코 슬퍼하지도 않나니
오오 수선화여 나는
반드시 돌아올 본연한 인자의 예지와 순진을 너게서
믿노라
수선화여
몇 떨기 가난한 꽃이여
뉘 몰래 쓸쓸한 내 방 한편에 피었으되
그 한없이 청초한 자태의 차거운 영상을
가만히 온 누리에 투영하고
이 엄한의 절후에
멀쟎은 봄 우주의 큰 뜻을 예약하는
너는 고요히 치어든 경건한 경건한 손일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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