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漫遊의漢詩紀行

만해의 여름

이름없는풀뿌리 2015. 8. 13. 10:18

東京旅館聽蟬(동경여관청선)동경여관에서듣는 매미소리韓龍雲(한용운)



佳木淸於水(가목청어수)                 짙푸른 나무는 맑은 물과 같은데,

蟬聲似楚歌(선성사초가)                 시끄러운 매미소리는 초나라 노래로구나.

莫論此外事(막론차외사)                 그 밖의 딴 일은 거론치 말았으면,

偏入客愁多(편입객수다)                 더해봐야 나그네의 근심만 더할 뿐!



한용운(1879~1944):승려, 시인, 독립 운동가이다. 속명은 정옥(貞玉), 아명은 유천(裕天), 법명이 용운(龍雲)이고 법호가 만해(卍海,萬海)이다.

한말 민족의 암흑기, 충남 홍성에서 출생한 님은 6세에 한학을 시작하여 9세엔 이미 시경과 서경을 읽었다는 타고난 천재이다.

18세에 동학농민운동에 가담하였으나 동학이 실패로 끝나자 피신하여 설악산 오세암으로 들어갔다(1896년).이것이 계기가 되어 27세 때 1905년 백담사로 출가, 불가에 몸을 담았다.

1919년 3.1운동의 31인중 한분이시고 저 유명한 “님의 침묵”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두말의 여지가 없다. 시집(님의 침묵)과 저서(조선불교유신론).(불교대전)등이 있다.




이 시는 만해 30세 되던 해 잠시 일본으로 건너가 그곳의 문물을 몸소 체득 하고자 일본 동경을 방문했을 시 썼던 시이다.

이때에 당한 만해의 심경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듯, 여름이라 하여 그 여느 여름날의 싱그러운 푸름의 여름일수 없고, 귓가 어지럽히는 매미소리 또한 마냥 즐거운 매미소리가 아닌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음은 나라를 빼앗긴 조선의 피 끓는 젊은이가 적국 일본의 수도에서 체감하는 비애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라 잃은 젊은 만해의 여름을 더불어 감상한 오늘 여러분의 여름은 어떠한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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