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漫遊의漢詩紀行

朝鮮 最高의 詩人 梅窓을 아시나요?

이름없는풀뿌리 2015. 8. 13. 10:17

閑居(한거)                        한가한 생활           李梅窓(이매창)



石田茅屋掩柴扉(석전모옥엄시비)           돌 밭가 초가집 사립문 닫고 사니,

花落花開辨四時(화락화개변사시)           꽃 지고 피는 계절 알 수가 없다.

陜裡無人晴盡永(협리무인청진영)           산골짝 찾는 이 없어 한낮은 길기만하고,

雲山炯水遠帆歸(운산형수원범귀)           구름 산 반짝이는 물위로 아득히 돛단배 돌아간다.



이매창(1573~1610) 전북 부안(扶安)이 자랑하는 조선의중기의 시인이다. 그녀 비록 기생이라는 천한신분의 노류장화였으나 매창의 시재는 조선500년을 통하여 황진이, 허난설헌을 오히려 능가하는 시재를 갖춘 탁월한 시인이 아닌가한다.

매창과 유희경 그리고 허균과의 로맨스는 시공을 넘어 오늘날에도 회자되는 유명한 연애담으로 통한다. 그녀가 죽고 60년 후 간행된 유고집 (매창집)이 있다.



내가 생각하기론 조선최고의 여성시인으로 매창을 꼽는다.

이 시는 매창의 시중에서도 비교적 말년 작으로 그녀의 시 세계의 완숙한 경지를 엿 볼 수 있는 명시로 꼽을 수 있다 생각된다.

전하는 매창의 일대기를 살펴볼 적에 이시를 쓸 즈음의 매창은 이미 오래전에 은퇴(?)하여 부안 어느 한적한 산골에서 한가하고 쓸쓸한 말년을 보내고 있음을 이 시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녀의 첫 연인인 촌은(村隱) 유희경(1545~1636.조선 중기의 예학의 대가이자 시인)과의 로맨스와 이별은 송도3절(황진이.서경덕.박연폭포)를 비유한 부안3절(이매창.유희경.직소폭포)이라 칭할 정도인데, 매창이 유희경을 그리워한 시로 유명한 “이화우 흩날릴 제” 는 절창 중 절창으로 손꼽는 시이다.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라.


하나 위에 소개된 시는 유희경과의 상관관계는 없는 듯하다.

언뜻 마지막 구에 돌아가는 돛단배로 은유되는 구절이 기다리는 님에 대한 시인의 은연중의 마음이라 해석되기도 하나, 이 보다는 오히려 세상을 관조하는 시인의 높은 공력을 엿 볼 수 있는 대목으로 해석할 수도 있음이다. 이는 도연명의 음주 20수중 5번째 시를 비교해보면 어느 정도 짐작이 된다.


結廬在人境(결여재인경)   변두리 초가집

而無車馬喧(이무차마훤)   차마 소리 끊기고

問君何能爾(문군하능이)   묻노니 그대, 어찌 지내나?

心遠地自偏(심원지자편)   마음 멀었으니 땅(사는 곳)도 언저리

采菊東籬下(채국동리하)   동쪽 울타리아래에서 국화를 꺾어     

悠然見南山(유연견남산)   유연히, 남산을 바라보누나.

山氣日夕佳(산기일석가)   산기운 밤낮으로 좋으니  

飛鳥相與還(비조상여환)   나는 새 짝하여 돌아오고

此中有眞意(차중유진의)   이중에 참뜻 있으나

欲辨已忘言(욕변이망언)   말 하려해도 이미, 말을 잊었네.


말년의 매창의 시 세계의 경지는 도연명을 견주는 수준이라 한다면 너무 과한 평가인가?

도연명과의 비교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 시와 유희경과의 상관관계가 없음은 그녀의 말년을 화려하게 장식한 교산(蛟山) 허균(홍길동전으로 유명한 천재 허균을 말한다)과의 플라토닉 러브의 연애사가 이를 반증해 주는 사건이라 생각된다.


매창과 허균의 만남 시점은 대략 매창이 죽기 9년 전 쯤(1501년)이라 기록되어있고, 유희경과 매창은 매창이 한창 기녀로서 주가를 올릴 나이인 17~8세 즈음에 만나 정을 주고받다, 임진란을 계기로 헤어지면서 오랫동안 서로 만나지 못한 바라 기록되어 있다.

매창이 허균을 만난 것도 유희경과의 이별시간이 상당기간 지남도 그 이유 중 하나지만 매창은 본직이 기생임을 감안할 때 당연시 되는 부분도 있다.


허균 그가 누군가? 그는 조선조를 통 틀어 몇 안 되는 이단아중 이단아 이면서 혁신적사고방식의 혁명아이기도 하지만 그 반대로  도교, 신선사상에도 심취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시도 허균과의 프라토닉 러브에 빠져있을 즈음에 쓴 시인 듯, 사뭇 도교적 은일한  선인의 모습을 일면 엿볼 수 있다.

말년의 이 매창의 달관세계를 엿본 오늘, 여러분께서도 어떻게 공감을 하셨는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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