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효종 명성황후...
조선시대 한글편지
이메일과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안부를 주고받는 시대에 글쓴이의 정이 듬뿍 담긴 편지는 보는 이에게 훈훈한 감동을 준다. 특히 오래된 편지일수록 감동의 깊이는 더욱 깊다.
조선시대에 씌어진 한글편지에 네티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9일
조선 제22대왕인 정조가 원손시절 외숙모에게 보낸 편지에는 어린 정조의 귀여움이 묻어 있다.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상풍에 긔후 평안하오신 문안 아옵고져 바라오며 뵈완디 오래오니 섭~ 그립사와 하옵다니 어제 봉셔 보압고 든~ 반갑사와 하오며 한아바님 겨오셔도 평안하오시다 하온니 깃브와 하압나이다. 元孫"
(가을바람에 기후 평안하신지 문안을 알기를 바라오며 뵌 지 오래되어 섭섭하고도 그리워하였사온데 어제 봉한 편지를 보고 든든하고 반가워하였사오며 할아버님께서도 평안하시다 하시오니 기쁘옵나이다. 원손)
글씨가 삐뚤빼뚤하고 문법도 맞지 않지만 네티즌들은 한글로 문안을 드리는 어린 정조의 깊은 마음에 감동했다. 한 네티즌은 정조가 악필이라는 댓글에 "아이 때 쓴 것이라 그렇지 또박또박 쓴 글이 귀엽지 않느냐"며 두둔하고 나섰다.
조선 제17대왕인 효종이 보낸 편지도 이색적이다. 효종이 봉림대군 시절 청나라 심양에 볼보로 가 있을 때 장모의 편지를 받고 쓴 답장이다.
"새해에 기운이나 평안하신지 궁금합니다. 사신 행차가 (심양으로) 들어올 때 (장모님께서) 쓰신 편지 보고 (장모님을) 친히 뵙는 듯, 아무렇다 (드릴 말씀이) 없사옵니다. 청음(김상헌의 호)은 저리 늙으신 분이 (심양에) 들어와 어렵게 지내시니 그런 (딱한) 일이 없사옵니다. 행차 바쁘고 하여 잠깐 적사옵니다. 신사(인조 19년, 1641년) 정월 초팔일 호"
당시 23세였던 효종은 함께 잡혀 와 있던 청음 김상헌을 걱정하고 있다.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와 끝까지 싸울 것을 주장하다가 끌려온 김상헌은 당시 72세였다.
명성황후가 1874년 오빠 민승호에 보낸 2통의 한글편지는 예쁜 색지와 깔끔한 글씨체로 눈길을 끌었다. 정갈한 궁서체로 씌어진 편지 글은 색지에 그려진 대나무, 꽃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24세의 나이였던 명성황후는 정적이었던 대원군이 1873년 실각한 이후 어수선한 정세로 편치 않은 심경을 드러냈다. "(오빠의) 편지에서 밤사이 탈이 없다 하니 다행이다. 주상과 동궁(훗날 순종)은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시니 좋지만 나는 몸과 마음이 아프고 괴롭고 답답하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네티즌들은 "명성황후 글씨가 편지지와 어울리고 너무 예쁘다", "컴퓨터 글씨체처럼 반듯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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