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말생과 김도련 그리고 장죄에 얽힌 사연

조말생(趙末生)은 1370년 (서운관정) 조의(趙誼)의 아들로 태어나 1401년 생원으로서  증광 문과에 장원으로 급제하여 요물고부사에 임용되어 감찰 정원 헌납을 거쳐 이조 정랑에 승진 되었다 1407년 문과 중시에 2등으로 급제하여 전농 시부정이 되었으며 다시 작령 직제학을 역임하였다.

그뒤 1411년에는 판성공감사 되었다가 곧 승정원 동부대언에 배정 되었으며 승진하여 지신사 등을 역임하고 1418년에는 이조참판에 이르러 가정대부가 되었다. 같은해 8월에 형조판서를 차례로 역임하였다.

1426년에 장죄로 연자되어 외직으로 좌천되었다가 1432년에 동지추원사 되고 1433년에함길도 관찰사에 임명 되었으나 병으로 그만두었다. 1435년 9월에 지중추원사가 되고 1438년에 판중추원사가 되었으며 대제학을 지냈다 그리고 1439년에 다시 판중추원사가 되었으며 다음해 궤장을 하사받았다. 1442년에 승록대부가 되었으며 1446년에 영중추원사가 되었으나 다음해에 죽었다. 시호는 문강(文剛)이다.

조말생이 장죄만 연루 되지만 않았다면 문무를 겸비한 조선 최고의 엘리트로 기록 되었을 것이다. 조말생이 장죄에 연루되는 사건은 다음과 같다.

김도련의 조부 김원룡(金元龍)은 친구 김생(金生)과 함께 함길도로 이주하여 농사를 지었다. 그러다가 김도련때의 이르러 김원룡은 정계에 진출했으나 친구인 김생은 그 지방에서 계속 농사를 지었는데 일이 잘되어 엄청난 전답과 천명이 넘는 노비를 가진 갑부가 되었다.

이때 김도련은 문서 하나를 위조하여 조부의 친구인 김생을 조부의 노비였으나 함길도로 달아난 것으로 꾸미는데 신분은 세습되는 것이므로 조부의 노비면 그 후손과 후손의 노비들은 저절로자기의 노비가된다. 그때는 노비가 중요한 재산이던 시대에 천명이 넘는 노비와 전답이 굴러들어오는 것이다.

김도련은 노비문서를 조작하는데 성공하여 양민인 김생의 후손 425명을 통째로 노비를 만들었고 그들의 재산과 천명이 넘는 노비를 모두 집어삼킨 것이다. 성공을 확실이 굳히려고 정계 여기 저기에 뇌물을 바쳤는데 뇌물은 다른것이 아니라 바로 노비였다.

이때 연루된 좌의정 이원은 4명 우의정 조연은 15명을 받았고 곡산 부원군 연사종은 10명을 받았고 병조판서 조말생은 36명을 참의 조승덕은 8명을 받는등 노비들이 뇌물로 쓰였다. 우의정 정탁 평성부원군 조견 공조참의 조승덕은 사건이 밝혀졌으나 이미 죽었으므로 얼마나 받았는지는 기록되지 않았다.

당시 형법인 대명률(大明律)에 따르면 수수한 뇌물이 80관에 이르면 교형(絞刑)에 처하게 되어 있었는데 문제는 노비 36명과 전지를 포함할때 받은 뇌물액은 780관으로 교형에 처할 기준의 10배였다.

사헌부에서는 조말생을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세종은 한사코 반대 했으며 대신 관리 자격이라고 할수있는 직첩을 빼았은 선에서 유배형으로 결론을 내어 마무리를 지었다. 세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2년후에는 조말생을 사면하여 유배를 풀어 주었으며 또 2년후에는 직첩도 돌려주어 관직으로 복귀한  조말생은 대제학까지 오르는등 세종의 신망을 받으며 천수를 누리고 죽었다.

치명적이고 도덕적인 결함으로 목숨까지 보장할수 없었던 조말생이 이렇듯 천수를 다한것은 그의 능력이 나라와 백성들의 안위에 큰 도움이 될거라 세종이 판단했기에 가능했다.  재미있는 것은 뇌물사건 주범인 김도련은 어떤 처벌도 받은것이 없다. 다만 노비 132명만 압수 당했다. 양민 이었다가 억울하게 노비 신세가된 김생의 후손들만 풀려나지 못하고 여전히 노비로 남게된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억울한일이 아닐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