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에 던져진 아이… 9세기 신라엔 무슨 일이?
토기·동물뼈·인골이 차곡차곡 '통일신라 우물 미스터리'
왕궁터에서 발견된 우물 - 인신공양 이뤄진 祭儀장소
왕실에서 직접 관리한 듯… 동물뼈만 2200여점 달해
왜 우물제사 지냈나 - 시조 탄생장소 상징성에 부정함 씻는 성소 역할도…
잦은 가뭄 떨칠 기우제 지냈을 가능성도 커… 경주박물관, 8일부터 특별전
조선일보 | 경주 | 입력 2011.06.03 03:14 | 수정 2011.06.03 07:27
"저게 뭐지? 아이 뼈 같은데…!"
↑ [조선일보]지난 2000년 발굴 당시 바닥엔 항아리가 깔려 있었고, 각종 토기와 두레박, 동물뼈, 인골, 기와 등이 3개 층위에서 출토됐다. 고양이뼈와 개뼈는 우물에서 출토된 것을 조립해 국립경주박물관 보존과학팀이 한 개체분을 완벽하게 복원한 것이다. /그래픽=유재일 기자 jae0903@chosun.com, 김충민 기자 kcm0514@chosun.com
지난 2000년 여름, 경북 경주시 인왕동 국립경주박물관 미술관 부지를 발굴하던 조사단 눈앞에 이상한 유골이 나타났다. 깊이가 10m를 넘는 통일신라시대의 우물 바닥 가까운 곳에서였다. 거꾸로 처박히긴 했지만 뻘층에서 거의 온전하게 보존된 8~9세 어린아이의 전신 유골이었다. 인골 주변과 그 아래 뻘층에서는 나무 두레박과 토기 70여점이 가지런히 놓인 채 거의 완형으로 출토됐고, 포유류·조류·어류·양서류 등 각종 동물뼈 2200여점이 무더기로 발굴됐다. 제일 위층에서는 이곳이 왕궁터라는 것을 보여주는 '남궁지인(南宮之印)'이라는 글자가 찍힌 기와 조각도 나왔다. 1200년 전, 통일신라 우물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 우물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라
발견 당시만 해도 학자들은 동물 뼛조각엔 관심이 없었다. 처음엔 어린아이가 실수로 빠져 죽어서 폐기된 우물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조사 과정에서 동물 뼈들을 하나하나 분류해 맞춰봤다. 멧돼지·말·사슴·고라니·쥐·두더지·산토끼·까마귀·꿩·참새·뱀·개구리·가오리·고등어·붕어…. 소는 한 마리가 4등분된 채 4분의 1토막만 나왔고, 개는 4마리가 확인됐다. 더 흥미로운 것은 습성상 우물에 빠져 죽을 가능성이 희박한 고양이 뼈가 무려 5마리 분량이 확인된 것. 누군가 인위적으로 동물들을 우물에 빠뜨렸다는 추정이 나온다.
뻘층에서 두레박과 토기들이 깨지지 않고 가지런히 놓여 있었던 점, 가장 위쪽에서 어린아이 인골이 엎어져 있었던 점, 인골 위에 바로 덮인 우물 상석과 그 위를 흙과 자갈로 매립한 흔적도 이상했다. 어린아이와 동물들은 모두 제의(祭儀)의 희생물로 바쳐진 것이다!
◆ 우물에 바쳐진 인신공양물은 처음
전문가들은 이렇게 추정했다. 통일신라 말기인 9세기 어느 날, 왕실 차원의 우물 제사가 벌어졌다. 먼저 토기를 하나씩 내려 가지런히 쌓은 다음, 제물로 고양이와 소, 말, 개 등 동물들을 하나씩 빠뜨린다. 분위기가 최고조로 달아오를 즈음, 최후의 인신공양(人身供養)으로 어린아이를 산 채로 던진다. 곧바로 상석을 덮어 우물을 폐기한 후 자갈과 기와 조각, 흙으로 덮어 메운다….
이영훈 국립경주박물관 관장은 "만약 아이가 실수로 빠져 죽었다면 반드시 찾아서 건져냈을 것"이라며 "병의 입구 부분을 일부러 파손한 제의(祭儀) 행위, 악귀를 물리치는 벽사(辟邪)의 의미가 담긴 복숭아씨가 다량으로 나온 것도 이곳에서 큰 규모의 제사가 치러졌을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어린아이를 제물로 바친 우물 유적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무슨 목적으로 우물 제사를 지냈을까. 김현희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경주는 자주 가뭄에 시달렸기 때문에 비를 내리게 해달라는 기우제였을 가능성도 있고, 통일신라 말 혼란기에 왕실의 안정과 풍요를 비는 제사였을 수도 있다"며 "분명한 것은 이 우물이 왕실에서 관리됐으며 영험한 기운이 있는 우물로 여겨졌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했다. 신라인에게 우물은 시조(始祖)가 탄생하는 상징적 공간이자 부정함을 씻는 성소이기도 했다.
◆ 8일부터 경주에서 특별전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이영훈)은 8일부터 8월 21일까지 '우물에 빠진 통일신라 동물들'이란 제목으로 어린아이 인골과 동물 뼈 2100여점, 각종 토기를 선보이는 전시회를 연다. 특히 이곳에서 출토된 고양이와 개 뼈 한 개체분이 완벽하게 재현돼 눈길을 끈다. 조사 결과 고양이 뼈는 우리나라에서 출토된 가장 오래된 완형으로 두개골 크기로 보아 벵골살쾡이인 야생 고양이로 밝혀졌으며, 개는 한반도에서 확인된 것 중 가장 큰 개(몸길이 108㎝, 높이 53㎝)로 밝혀졌다.
◆ 우물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라
발견 당시만 해도 학자들은 동물 뼛조각엔 관심이 없었다. 처음엔 어린아이가 실수로 빠져 죽어서 폐기된 우물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조사 과정에서 동물 뼈들을 하나하나 분류해 맞춰봤다. 멧돼지·말·사슴·고라니·쥐·두더지·산토끼·까마귀·꿩·참새·뱀·개구리·가오리·고등어·붕어…. 소는 한 마리가 4등분된 채 4분의 1토막만 나왔고, 개는 4마리가 확인됐다. 더 흥미로운 것은 습성상 우물에 빠져 죽을 가능성이 희박한 고양이 뼈가 무려 5마리 분량이 확인된 것. 누군가 인위적으로 동물들을 우물에 빠뜨렸다는 추정이 나온다.
뻘층에서 두레박과 토기들이 깨지지 않고 가지런히 놓여 있었던 점, 가장 위쪽에서 어린아이 인골이 엎어져 있었던 점, 인골 위에 바로 덮인 우물 상석과 그 위를 흙과 자갈로 매립한 흔적도 이상했다. 어린아이와 동물들은 모두 제의(祭儀)의 희생물로 바쳐진 것이다!
◆ 우물에 바쳐진 인신공양물은 처음
전문가들은 이렇게 추정했다. 통일신라 말기인 9세기 어느 날, 왕실 차원의 우물 제사가 벌어졌다. 먼저 토기를 하나씩 내려 가지런히 쌓은 다음, 제물로 고양이와 소, 말, 개 등 동물들을 하나씩 빠뜨린다. 분위기가 최고조로 달아오를 즈음, 최후의 인신공양(人身供養)으로 어린아이를 산 채로 던진다. 곧바로 상석을 덮어 우물을 폐기한 후 자갈과 기와 조각, 흙으로 덮어 메운다….
이영훈 국립경주박물관 관장은 "만약 아이가 실수로 빠져 죽었다면 반드시 찾아서 건져냈을 것"이라며 "병의 입구 부분을 일부러 파손한 제의(祭儀) 행위, 악귀를 물리치는 벽사(辟邪)의 의미가 담긴 복숭아씨가 다량으로 나온 것도 이곳에서 큰 규모의 제사가 치러졌을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어린아이를 제물로 바친 우물 유적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무슨 목적으로 우물 제사를 지냈을까. 김현희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경주는 자주 가뭄에 시달렸기 때문에 비를 내리게 해달라는 기우제였을 가능성도 있고, 통일신라 말 혼란기에 왕실의 안정과 풍요를 비는 제사였을 수도 있다"며 "분명한 것은 이 우물이 왕실에서 관리됐으며 영험한 기운이 있는 우물로 여겨졌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했다. 신라인에게 우물은 시조(始祖)가 탄생하는 상징적 공간이자 부정함을 씻는 성소이기도 했다.
◆ 8일부터 경주에서 특별전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이영훈)은 8일부터 8월 21일까지 '우물에 빠진 통일신라 동물들'이란 제목으로 어린아이 인골과 동물 뼈 2100여점, 각종 토기를 선보이는 전시회를 연다. 특히 이곳에서 출토된 고양이와 개 뼈 한 개체분이 완벽하게 재현돼 눈길을 끈다. 조사 결과 고양이 뼈는 우리나라에서 출토된 가장 오래된 완형으로 두개골 크기로 보아 벵골살쾡이인 야생 고양이로 밝혀졌으며, 개는 한반도에서 확인된 것 중 가장 큰 개(몸길이 108㎝, 높이 53㎝)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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